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53화 (153/328)

제 153화

화개미굴

원작에서 2페이즈의 최종보스는 월광교다.

이때까지 없었던 압도적인 스케일과, 대한민국 빌런 최초로 전세계를 상대로 공격을 가행한 이들의 능력은 실로 압도적.

그전까지는 능력자 세계에선 별 관심을 못받던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시기이기고 하고, 이후에도 한명 한명이 재해급인 빌런들이 등장하는 시발탄이 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월광교 이전 빌런들이 다 약하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능력은 가졌으나 아직 빌런으로 타락하지 않은 인물도 있고, 테러를 준비만 하고 있을 뿐 실행은 하지 않은 인물도 있고...

그리고 오늘은, 3페이즈 초반부에 대규모 테러를 일으키는 놈을 찾으러 왔다.

"오빠. 여기 맞아요?"

"야, 이런데가 있네. 신기하다 야."

내 양옆에 뒤따라오는 은월이와 최세희.

나는 이 둘과 함께, 어느 가정집 아래 있는 수상한 지하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래... 여기가 오늘 우리의 목표인 놈에 본거지야. 다 왔네."

나는 둘한테 그렇게 말해주었다.

우리가 순간이동해서 온 곳이 바로 미래의 S급 빌런, 웨폰마스터의 본거지.

무기개발과 사람납치 후 개조 등 끔찍한 짓을 태연자약하게 저지르는 미친놈. 참고로 얘는 안그래도 괴수들로 인해 난리난 신서울을 더 개판으로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다.

즉, 그러기전에 아직 무기만 만들던 이때 죽여야한다는거지.

그런 의미로 데식이는 집지키라 하고 은월이랑 최세희를 데리고 온 나는, 놈의 본거지 앞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방송부터 키자."

"알았어요 오빠."

"그 해명 한다는거지? 좋아, 빨리 해."

그 둘의 말을 끝으로 나는 휴대폰을 염력으로 띄워 방송을 틀었다.

이게 뭐라고 굳이 카메라까지 챙겨오나 싶어서 휴대폰 카메라로 퉁 치기로 했다. 어차피 유튜브에만 올라갈텐데 뭐.

하여튼, 잠시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방송을 키자마자, 잠시 [?]같은 것만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채팅들.

늘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어떻게 방송 키자마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물밀듯 오는건가 싶다. 알람이라도 해놨나?

"다들 안녕하세요. 에고스틱입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인사했다.

거기에 어차피 공식 방송도 아니니 그냥 손도 대충 흔들어줬다. 휙휙, 마치 친구 만날때 하듯이.

그런데도 어째 테러방송마냥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들.

근데 어째 채팅창이, 불타고 있었다.

*

[이번 방송 화질 왜이럼ㅋㅋㅋㅋ]

[폰카로 찍는건가? 약간 야방느낌ㅋㅋㅋㅋ]

[테러 일으키고 단 2주만에 새로운 방송 뭐냐구!!!!]

[뒤에 월광무녀랑 일렉트라도 보이네 새로운 테러인가?]

[다필요없고 미스트랑 진짜 사귀는건가요? 그게 제일 굼금함 빨리 대답해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야]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그래서 미스트랑 사귐?]

[에고스틱은 해명해라????????????????????????????????????????]

[ㄹㅇ시청자들의 마음을 우롱한 죄 해명해!!!????]

[망고오빠 그런거 아니지? 망고오빠 그런거 아니지?]

[????????????????????????????????????????????????????????????]

[임마들 대체 왜 불타고있는거임ㅋㅋㅋㅋㅋㅋ]

[해명해????????????????????]

[일단 불타보자????????????????????????????????????????]

[빌런의 열애설로 채팅창이 불타는 광경... 이건 귀하네요]

*

근데 뭐, 이거야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지난 이주간 예능같은데서 심심하면 내 얘기하던데 이럴 수 있지.

...근데 어째 생각보다 더 불타는거 같기는 한데, 그래서 더욱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요즘 그런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제가 막 저희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멤버 미스트와 연인관계가 아니냐는."

내 말에 [ㅇㅇㅇㅇ]거리면서 긍정을 표하는 채팅창.

나는 그런 그들에게, 통보하듯 말해주었다.

"대체 왜 제가 누구랑 사귀든 뭘하든 관심이 그리 많으신지는 모르겠는데, 아쉽게도 저는 미스트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다들 제 동료일 뿐이니, 오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저번 테러 막바지에 미스트가 여러분 반응이 궁금하다고 장난 친 거니까."

[ㄹㅇ?]

[구라 아님?]

"그리고 뭐, 진짜 그런거면 깔끔하게 인정하지 제가 왜 굳이 부정하겠습니까?"

"맞아요. 에고 오빠랑 언니 그런 사이 아니에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내 말과, 옆에서 은월이가 어시스트까지 해주자 갑자기 빠르게 진정되는 채팅창.

*

[음... 그래?]

[뭐 이번 한번만? 믿어주지]

[난 에고오빠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

[우리 망고스틱 의심한 망고단 없제?]

[에이 뭐야 난 또 사귀는줄]

[장난을 잘치는 미스트양ㄷ]

[막상 아니라고 하니까 섭?섭 하네ㅋㅋㅋ]

[줸장 믿고있었다구~~]

[아이스망고각은 살아있다!!]

[이새끼들 왜이렇게 빨리 진정되는데ㅋㅋㅋㅋ]

[아니 최면 건 것마냥 채팅창 온순해졌네ㅋㅋㅋ]

[이제 이거 또 기사로 나갈듯ㅋㅋㅋ]

[ㅅㅂ 아니 왜 방송킨 빌런한테 열애설 해명하라고 하고 진짜 해명해주는건데ㅋㅋㅋㅋㅋ]

*

태세전환이 다들 참 빠르네.

어찌 됐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꿔 입을 열었다.

"하여튼... 뭐, 이 얘기는 이정도면 됐습니다. 제가 방송 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걸 예고하기 위함이니까요."

나는 그 말과 함께, 내 휴대폰을 바꿔 앞의 복도를 비췄다.

채팅에 [여긴 어디임?]등의 궁금하다는 반응이 올라오는 가운데.

다시 내 얼굴이 보이게 카메라를 바꾼 뒤, 나는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에게 입을 열어 뭘 할건질 얘기해줬다.

"오늘 이 시간에, 제 말을 안듣는 다른 빌런을 사냥해볼까 합니다. 예전에 마지막으로 텔레포터 잡은 이후로 몇년만에 이번이 처음이네요."

*

[오???]

[빌런사냥??]

[유입들은 모르는 에고스틱의 근본 빌런사냥 컨탠츠가 돌아왔단 말인가??]

[캬 요즘 방송 왜이렇게 알차냐고!!!!]

[안되겠다 이건 팝콘 먹으면서 봐야겠다]

[다좋은데 화질만 어떻게 해봐 제발 폰카 뭐냐구]

[이게 야스지ㅋㅋㅋㅋ]

*

그렇게 시청들이 앞으로 무슨 방송이 이어질지 기대를 잔뜩 하고있는 가운데.

나는 그들에게 차가운 현실을 알려주었다.

"네! 그래서 뭐, 아마 결과는 오늘 밤 뉴스에서 보실 수 있을거같네요. 그럼 예고도 했으니, 오늘 제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

[???]

[잠깐 여기서 방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실컷 기대하게 해놓고 이런게 어디써!!!!!]

[안돼 돌아와 돌아와 돌아와]

[이런건 현실이 아니야!!!!]

[잘못했어요 화질 구려도 괜찮으니까 투정 안부릴테니까 제발]

[? 지금 팝콘 다 튀겨왔는데 방??? 종??? 안돼!!!]

*

돼.

나는 그렇게 손을 흔들어준 뒤, 방송을 꺼버렸다.

여기 이제 은근 위험할 수 있어서, 방송을 키는건 좀 리스크가 크다.

"뭔가 사람들이 불쌍해요..."

마음씨가 고운 은월이만이 그렇게 말해줄 뿐이었다.

"자, 이건 됐고. 다시 출발하자."

"하암... 끝났어? 그래, 가자."

방송이 끝나자, 벽에 기대서 하품을 하고있던 최세희도 팔을 뻗으며 몸을 일으켜세웠고.

은월이도 준비를 마친 걸 확인한 후, 우리는 복도를 걸었다.

"야... 여기 신기하네."

조금 걷자마자 바로 튀어나오는 창고같은 방들.

그곳에는 온갖 총들이 쌓여있었다. 군대에서 보이는 흔한 총부터, 무슨 하얀색으로 도금된 우주 총같은거 까지.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푸른색의 스크린에, 그 앞에 적혀있는 무언가의 무기 설계도. 거기에 수북히 쌓여있는 다양한 종류의 폭탄들.

온갖 다양한 무기들이 줄지어 깔려있는 이곳을 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점차 지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리며 따라오던 최세희의 표정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야, 여기. 왜 이렇게 무기가 많냐? 무섭게."

"내가 말했잖아, 여기 무기 전문가의 아지트라고."

"와 미친. 저렇게 큰게 폭탄이야?"

그리고 깊숙히 들어갈수록, 온갖 변태같은 무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피묻은 철퇴를 발견했을때는 그야말로 호러. 은월이는 이미 겁에 질려서 내 팔을 꼭 붙잡은지 오래다. ...은월아, 철퇴 몇십개보다 너가 훨씬 더 강해.

"으, 뭔가 으스스하네."

"지하라서 더 그런걸수도. 왜 빌런들은 다 지하에 아지트를 만드는거야?"

한은그룹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죄다 지하에 무슨 개미굴마냥 무언가를 파뒀다. 거기에 앞으로 나올 그 빌런 중 하나도 지하에다가 이렇게 아지트 만들어놨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생각해보니 우리 에고-베이스도 처음에는 지하였다는걸 생각하고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음, 뭐. 지하도 따뜻하고 좋지.

그렇게 으스스한 길을 지나자 갑자기 나온 양갈래 길.

그곳에 서서, 나는 최세희와 은월이한테 말했다.

"너희 둘은 저쪽으로 가. 나는 이쪽으로 갈테니까."

"엥? 너 혼자?"

"안돼요 다인오빠. 너무 위험해요!"

그렇게 말하며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본 둘을 설득해, 나는 기어코 갈라지는데 성공했다.

헤어지는 마지막까지 나를 주저하며 바라보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을씨년스러운 복도를 홀로 걸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녀석아. 이제 나 혼자다. 어떻게 할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숨겨져있는 검은색 CCTV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마 보고있을텐데, 더 늦기전에 결단을 내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옷 안쪽에 있는 검은색 촉수를 언제든 꺼낼 준비를 하였다.

...우리 베히모스,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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