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52화 (152/328)

제 152화

화사전 준비

[협회는 오늘 빌런 미스트가 공식적으로 S급으로 지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섀도우워커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과 능력의 잠재성을 바탕으로...]

"오. 나 S급 됐네."

저번 테러 이후, 한 일주일이 지난 직후.

거실에서 서자영은 티비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언니는 S급이 반쯤 확정이기는 했으니까요."

내가 앉아있는 곳과 서자영이 누워있는 곳 사이를 막듯이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서은이는, 바닐라를 우물거리며 그렇게 답했다.

[한편,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빌런 연합 에고스트림은 이번 미스트와 월광무녀까지 포함해, 총 2명의 S급 빌런이 속해있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흐응. S급은 나랑 은월이 뿐인건가?"

"이건 진짜 억울해요. 왜 저는 S급이 아닌건데요? 아니, 해킹도 잘하고 스타더스도 거의 이긴 병기를 만든 제가 A급이라니, 이건 진짜 뭔가 잘못됐어요."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푼을 흔들어 가며 그렇게 답하던 서은이는, 이내 한숨을 쉬며 소파쪽에 등을 기대 다시 퍼먹기 시작했다.

...음, 서은이가 먹는걸 보니까 나도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이 땡기네. 숟가락 하나 더 가져올까?

[한편 네티즌들은 S급 빌런이 2명이 속해있는 연합의 리더인 에고스틱이 아직도 A급인 것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아니, 너는 왜 또 A급이야?"

"몰라? 무력이 약해서인가보지. 저번에 위원회에서 뭐 승격이 미루어지고있다고도 들은거 같기도 하고."

"흐응."

사실 별 관심 없었다는 듯 서자영이 나른히 대답하던 그때.

[다음 속보입니다. 에고스틱과 미스트의 열애설이 일주일째 대한민국을 달구는 가운데...]

"씁."

곧 잠에 빠질려고 하듯이 나른하게 누워있던 서자영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 리모컨을 잡아 채널을 바꿨다.

"......"

한편 그 뉴스가 딱 나오자마자, 아이스크림을 푸던 그 자세대로 멈춘 뒤 웃는 모습으로 서자영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서은이. 물론 입만 웃고 눈은 웃고있지 않아 좀 무서웠다.

그리고 이미 그 시선을 느꼈는지 누구보다 빠르게 채널을 바꾼 서자영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티비를 가리켰다.

"하, 하하... 여기는 해외 소식 나오네. 이거나 보자."

"...."

서은이의 시선을 받아내며 자영이 땀을 뻘뻘 흘리는 동안, 티비에서는 해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멕시코의 사막지역이 전면 출입 금지 됐습니다. 계속 붉은 번개가 내리쳐 통행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이는 S급 빌런 파이썬의 소행으로...]

[이집트에서 현재 자신을 재림 파라오라고 자칭하는 빌런이 나타나 당국 협회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미 국민의 상당수가 이 빌런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프랑스에서 에펠탑이 또 공격받았습니다. 지난 3년간 벌써 수십차례에 공격을 받은 에펠탑은 이번에는 거의 70프로 이상 파손되어 복구작업이 한창인 상태로...]

음, 여전히 세계는 여전히 착실하게 개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의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갑작스러운 테러율의 증가로 시름겪는 가운데...

아마, 곧 있으면 능력자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될거다. 그리고 더 많은 능력자는 더 많은 테러를 부를테니, 세상은 나날히 혼란해질꺼고.

사실 빌런이 늘어나는 만큼 히어로도 늘어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빌런 10명 늘어나는동안 히어로는 한명 늘어날까 말까라 그냥 답이 없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저렇게 나날이 개판이 되어가는거에 비해 우리나라는 나름 방어가 착실히 잘되고 있는 편이기는 한데... 그거야 내가 뒤에서 메인 테러들을 다 막아냈으니까 그런거고. 참고로 앞으로도 막아야 할 테러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아직 월광교의 메인 이벤트 전이기도 하니. 시간이 좀 있기는 하겠지만.

"쓰읍. 생각해보니까, 이설아 만나고 와야겠네."

"오빠, 또 어디가요?"

"어. 사업 논의 좀 하려고."

나는 그렇게 답하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흐음... 일단 전화 먼저 하고 가야겠지?

***

그렇게 또 며칠 후.

나는 유성기업 최상층에 이설아와 마주 앉아 있었다.

여전히 안색이 초췌한 채 등받이 의자에 피곤하다는 듯 기대앉고있지만, 그래도 약간은 웃고있는 이설아.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런 내 질문에, 이설아는 기지개를 피며 대답했다.

"아. 네, 있죠. 드디어 대충 국내 주요 기업들을 거의 다 장악 끝났다는거?"

"오, 진짜?"

"네. VK 기업이라는데가 제일 힘들었는데, 그냥 거기 사장을 다인씨가 보내준 비리죄로 엮어서 보내버렸어요. 이제 어느정도 마무리하면 정치권쪽에만 힘을 다 쏟으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힘들어 보이는 상태에서도 뿌듯한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역시, 좀 느려지긴 했어도 원작대로 차근차근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고 있는 이설아다.

개인적으로 이설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나한테도 좋은만큼, 나도 칭찬해줬다. 앞으로 원작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이렇게 한명에 의해 통일된게 위기를 극복하는데 훨씬 좋을거거든. 내가 다 간섭할 수 있다는 소리니.

그렇게 내 칭찬을 잠시 즐기던 그녀는, 이내 살짝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애써 웃으며 나한테 말했다.

"...아, 맞다. 그리고 다인씨도, 소식 들었어요."

"응? 뭘?"

"이번에 뭐 애인 사귀셨다던데..."

말끝을 애매하게 흐리는 그녀한테, 나는 손을 내저어가며 부정했다.

"아, 그거. 아니야. 그냥 걔가 장난친거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진짜요?"

"당연하지. 애초에 내가 누구 사귈 시간이 어딨어?"

내 부정에 그녀는 살짝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잘 생각했어요. 연애는 괜히 일에 능률만 떨어트리고 비효율적인 시간낭비일 뿐이니, 저도 굳이 해야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음. 난 그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는데.

하여튼 나한테 굉장히 진지하게 말하는 이설아한테, 나도 진지하게 대답해줬다.

"그래. 그건 그렇고, 이번에 내가 온 이유 알지?"

"...어, 제 얼굴 보고싶으셔서?"

"당연히 일때문이지. 저번에 내가 말한거, PMC."

"아 그거..."

내 말에 잠시 서류를 뒤적거리던 이설아는, 이내 종이 하나를 꺼대더니 살펴보곤 말했다.

"제가 알아보긴 했는데, 이게 법률문제가 얽혀있어서 좀 곤란한부분이 있어요. 근데 이건 사실 로비하면 어떻게 될거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단순 고용이 아니라 육성까지 책임진다는거야."

"네, 일단 유성 PMC라는 이름으로 법인등록은 마쳤어요. 근데 다인씨, 이거 진짜 괜찮은거 맞아요?"

"어. 사실 괜찮고 자시고, 나중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무조건 해야돼."

"...다인씨가 말하는거니, 알겠어요."

나는 그녀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차를 한잔 마셨다.

...원작 후반부에 대한민국의 치안은 거의 붕괴 수준에 이른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B, C급 빌런들 때문.

사실 B, C급이 뭐 얼마냐 문제냐고 할 수는 있지만, 이게 비행기를 막 혼자서 들 정도로 강한건 아니라 그렇지, 쟤들도 민간인 상대로는 굉장히 강력한 편이다.

그리고 몇년 지나면 점점 능력을 각성한 애들이 많아지며, 수없이 많은 하위 빌런들의 난봉으로 정부와 협회가 치안을 거의 관리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거기에 하위 히어로는 돈도 안되는데 특유의 히어로한테 엄격한 국민정서로 사소한 잘못하나에도 매달리는 만큼, 히어로 수는 여전히 적은데. 그래서 능력자들은 능력을 숨기고 살다가 빌런의 길로 빠지고...

즉, 미래에 상당히 개판이 펼쳐진다는걸 생각하면.

얘네들이 전부 그지랄 나기 전에 전부 모종의 방법을 취해야 된다. 그리고 그 잉여전력이 나중에 상당히 중요해지는 만큼, 보존도 필요하니까.

그리고 이때 이설아의 역할이 커진다.

자본과 인지도로 쟤네를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나중에 상당히 도움이 될테니.

사실 이것도 부탁할 타이밍만 노리다가 저번에 이설아가 딱 잘못했던걸 계기로 이걸로 퉁치기로 한거다.

뭐 따지고보면 이설아도 한국이 개판 되는걸 원하진 않을테고. 어차피 이제 한국 곧 얘꺼되는데.

그렇게 이설아와 PMC 설립 계획과 앞으로의 대한민국 정복 계획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후,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이건 당장 할 사업은 아니고, 일단 미리 대충 기틀만 잡아놓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아마 내가 신분까고 할 첫 사업인데. 어차피 스타더스한테도 이름도 털린 이상 더이상 거리낄것도 없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는, 애들한테 공표했다.

"이번엔 우리, 다른 빌런 사냥하러 간다."

"와! 그거 텔레포터 이후로 처음 아니에요?"

"...야, 너 무슨 빌런 사냥도 하냐? 그정도 까지 가면 진짜 히어로 아니냐..? "

"무슨 소리야, 이게 내 근본인데. 내가 이걸로 A급 빌런 직위 받았었어."

"...에, 진짜?"

"맞아요 언니. 제가 그때 오빠 도왔었어요. 그땐 저밖에 없었었는데."

"...어, 서은아? 그때 언니도 있었지 않았니?"

"아, 맞다. 수빈언니도 있었었죠! 전이랑 헷갈렸네요 헤헤."

...뭐 하여튼, 다음 일은 오랜만에 다른 빌런 암살이었다.

이거 하는 김에 미스트랑 열애설 그거 해명방송도 같이 진행하면 될거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 참고로, 열애설 해명은 대중의 관심히 하도 지대하다보니 하는거다. 사실 제일 중요한 스타더스는 신경도 전혀 안쓰고 있을텐데 굳이 해야하나 싶긴 한데, 뭐. 언론이 귀찮으니까 해야지. 그래도 사실 타이밍 안맞으면 안해도 되지 않을까?

***

그시각, 히어로 협회 사무실.

새로 받은 책상 앞에 앉아있는, 금발의 히어로 신하루.

그녀는 태양을 등진 채 팔짱을 끼고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에고스틱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붙잡아야겠어."

결론을 내렸다는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아니다. 그래도, 해명방송은 꼭 해야지."

"당연히 해야죠 다인씨. 안하시려고 했나요?"

"...아, 그게 아니라. 그냥 새삼 다짐했을뿐이에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뭔가 안하면 큰일날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싸한 기분, 상당히 오랜만이네.

그래, 일단 제일 먼저 그것부터 밝히고 시작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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