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1화
화열애설
[안녕하세요! 연예가~ 중계!입니다. 오늘은 정말 핫한 소식을 들고왔는데요, 바로! 빌런 에고스틱의 열애설입니다!]
[와! 에고스틱 열애설이라니! 근데, 채령씨. 이전에도 이 분은 열애설이 몇번 터졌었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이번이 첫번째가 아닌데요. 맨 처음에는 히어로 스타더스와 열애설이 터졌었었습니다. 그때 영상, 함께 보시죠!]
진행자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오는 영상.
그곳에는 달려오는 기차를 막은 뒤 쓰러져있는 스타더스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말해주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요 스타더스. 잘하셨습니다. 제가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요. 그런 방식으로 모두를 살릴 줄이야, 진짜 예상도 못했네요. 당신의 승리입니다. 저는 이만 가볼 테니, 이제 푹 쉬세요. 곧 다른 히어로들이 올 테니."]
그의 말을 끝으로 끝난 영상.
다시 화면에 나온 진행자들은, 열띤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잘 보셨나요? 히어로가 자신의 테러를 막은 뒤 힘을 잃고 쓰러져있을때, 공격하기는 커녕 오히려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는 모습! 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했었는데요.]
[네! 그래서 이때 사실 둘이 뒤에서 연애하고 있는거 아니냐!라며 열애설이 터졌었습니다. 물론 협회와 히어로의 강력한 부정으로 사실이 아닌것으로 결론 났었지만요.]
[이때가 에고스틱의 2번째 테러였으니, 벌써 꽤 이전 일이네요. 그럼 바로 다음 열애설 함께 보시죠!]
화면이 바뀌고, 새롭게 나오는 영상.
그곳에는 일렉트라를 공주님 안기로 든 채, 씨익 웃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나왔다.
[채령씨, 이때는 어떻게 열애설이 터지게 된것인가요?]
[네! 마치 서로 연인인것처럼 일렉트라를 껴안은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고, 다들 둘이 사귀는게 아니냐! 란 말이 많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에고스틱의 테러가 여러번 진행되며 점차 그건 아닌걸로 잠정 결론이 났고요. 그리고 물론, 이번에 열애설을 보면 이건 열애설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와! 이번 열애설은 대체 어떻길레 그런건가요?]
[백문이 불여일견! 영상 함께 보시죠!]
그 말과 함께, 다시 나오는 영상.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미스트를 뒤에서 껴안고 있는 에고스틱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미스트를 고개를 돌려 에고스틱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고혹적이게 웃으며, 에고스틱에게 속삭이는 그녀.
["수고했어. 자기."]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화면은 두 진행자에게 포커싱되었다.
[어머 어머! 보는 제가 다 설래네요.]
[네. 솔직히 이정도면 열애설이고 뭐고 그냥 확정같은데요! 그래서인지 네티즌들의 반응도 아주 뜨겁습니다. 현재시각 기준으로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이 이야기로 떠들석합니다.]
[아무래도 에고스틱이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모든 빌런들중 제일 세간의 관심이 지목된 인기 빌런이고, 또 이 장면이 모든 방송국에서 생중계되었던 만큼 더욱 화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채령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뭐... 그냥 이정도면 확정이 아닐까요? 누가봐도 이건 둘 사이에 썸띵이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반응도 그렇고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여기, 자료화면에 에고스틱의 손에 반지 보이십니까? 지금 네티즌들이 새롭게 발견한건데, 이게 커플링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에고스틱이 반지를 안끼다가 데스나이트의 합류 이후 끼기 시작했는데, 대략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한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점차 증거가 많아지고 있군요! 아 그리고 마침 인터넷 반응하니까 알려들고 싶은게 있는데, 에고스틱 팬카페인 망고단이 현재 난리가 났다고 들었습니다.]
[오, 왠가요?]
[알고보니 지금까지 에고스틱과 다양한 사람들로 커플링을 짜며 놀던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운 여성이 그의 연인 자리를 꿰찬걸 인정할 수 없다며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어머, 저런.]
...어머 저런은 뭐가 어머 저런이야
"...진짜 지랄났네..."
밤.
에고-하우스의 거실.
그곳의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있던 나는,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보고있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게 느껴졌다.
아니, 진짜. 서자영 걔는 거기서 대체 왜 그런 짓을 해가지고...
서자영의 돌발 행동에 화들짝 놀라 집으로 황급히 돌아온 직후.
내가 왜 그랬냐고 묻기도 전에, 서자영은 무서운 표정을 지은 채 웃고있는 서은이와 은월이, 수빈씨, 최세희에게 잡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끌려가기전에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살려달라고 손을 뻗었지만, 결국 질질 끌려가버린지 오래. 그렇게 서자영은 시간과 정신의 방 어딘가로 끌려갔다.
...뭐, 마지막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테러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렇게 여전히 어딘가로 사라진 일행을 냅두고 몸을 정리한 나는, 소파에 앉아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티비를 틀자 마자 바로 저 난리가 나고 있었고.
...근데 솔직히, 이게 이렇게까지 큰일인가 싶기는 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서자영이랑 뭐가 있는것도 아니긴 한데... 뭐 있다고 해도 그렇게 큰 문제인가? 대체 빌런의 연애사에 왜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테러리스트지 연예인이 아니에요.
물론 포털사이트 1면 뉴스에 서자영이 내 볼에 입맞추는 사진이 걸려있는거 보면... 그냥 좀 어질어질했다. 아니, 테러가 일어났다는거에 중점을 둬야지 왜 저런걸 메인에 두는거야?
"... 아, 맞다. 내 팬카페도 난리가 났다던데."
아까 티비에서 얼핏 들었던거 같아, 나는 상당히 오랜만에 내 팬카페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보자. 무슨 얘기를 할려나...
그렇게 메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게시글들.
그것들의 제목을 쭉 훑어본 나는,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걸 느꼈다.
*
[응 니들이 뭐라해도 이미 보라망고 확정이야ㅅㄱㅋㅋㅋㅋㅋㅋㅋ]
[미스트 이쁘고 귀여우면 개추ㅋㅋㅋㅋ 일단 나부터ㅋㅋㅋㅋㅋ]
[정실은 에고스타인데 다들 뭔 개소리임ㅋㅋㅋㅋ]
[아이스망고 각은 아직 죽지 않았다...]
[코이츠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wwww]
[저희 에고스틱 팬카페는 안개망고를 정실로 인정합니다]
[다 닥쳐 우리 에고오빠가 그럴리가 없어!!!!!!]
[ㅅㅂ다들 스타니 아이스니 달빛이니 전기니 뭐니 할때 이미 망고는 이미 미스트랑 골인ㅋㅋㅋ]
[응 좆까 저건 기만술이야 사실 에고스타야~~]
[아무리 뭐라해도 ^뽀뽀쪽^선에서 다 컷~]
[에고스틱 겁나 당황했던거 안보임? 딱봐도 장난이겠지;;]
[얘들 단체로 대가리 다 깨진거 왜이렇게 웃기냐ㅋㅋㅋㅋ]
[이미 얼리어댑터들은 안개망고 코인에 탑승했다 빨리 타라]
[이건 코인이 아니라 이미 상장된 화폐 정도라고ㅋㅋㅋㅋ "수고했어 ^자기^" 안들림?]
[아니 ㅅㅂ 망고로 회로만 돌렸었지 ㄹㅇ 내가 안밀던 갑자기 튀어나온 애랑 사귄다니 숨이 턱 막히네]
[제발 해명방송 제발 아니라고 해줘 제발]
[이새끼들 테러랑 섀도우워커에는 아무도 관심없고 오로지 커플링만 파네ㅋㅋㅋㅋㅋ]
*
"...."
올라온 게시글들을 슥 읽어본 나는, 나도 모르게 홈버튼을 눌러 꺼버렸다.
...역시 내가 지금까지 여기를 안 들어간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저쪽에서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서자영이 비틀비틀 걸어왔다.
"으으..."
"왔냐."
"어... 하아, 스타더스 팔아가지고 겨우 빠져나왔어..."
오자마자 거실에 털썩 엎드려 누운 그녀.
그런 그녀한테 나는 턱을 괴고 물었다.
"아니, 진짜 왜 그랬던거야? 지금 티비 다 너랑 내 얘기밖에 안한다..."
"왜냐니, 그야 재미있으니...까지. 앞에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그런건데... 왜, 설렜어?"
"어. 너무 설레서 그 자리에서 너한테 딱밤 한대 때릴 뻔했다."
"에헤..."
역시나 재미있을거 같아서 그렇게 했다는 그녀.
그래, 그럴줄 알았다... 원
여전히 검은 후드를 입은채 바닥에 누워 나한테 그리 답변한 그녀는, 이내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
"...흐흐."
"왜 또 웃어?"
"아니, 그때 스타더스 표정 다시 생각해보니까 웃겨서..."
"뭐라는거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실실 웃는 그녀.
나는 그런 서자영한테 다가가 볼을 잡았다.
"아아아...."
"앞으로 이런 돌발 행동 할거야, 안할거야."
"으에, 안할테니까 놔 줘어..."
나는 한숨을 쉬며 손을 놨다.
그래도 여전히 웃고있는 서자영.
"에휴... 해명방송이나 진행해야겠네."
"도와줄까?"
"넌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거야... 그리고 사실 할 필요 없기는 한데, 안그러면 계속 저 난리 칠때니까. 다음 방송 할때 언급해야지..."
"으응... 갑자기 좀 미안하네."
"그런 말은 좀 웃는건 멈추고 말하지?"
"...에헤. 아, 저기 서은이 온다..."
그런 우리의 대화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서은이와 수빈씨에 의해 끊겼다.
근데 뭐, 사실 따지고보면 별 일 아니긴 하다. 막말로 내가 쟤랑 진짜 사귀는줄 대중이 알아도 뭔 상관이야. 나야 테러만 잘 하면 되지.
저번에 이설아처럼 내 정체를 밝히려 든 것도 아니고, 이정도는 뭐 웃으며 넘어가 줄 수 있다.
이거 때문에 딱히 뭐가 바뀔 건 전혀 없으니까.
나야 스타더스한테 테러만 잘 하면 되지.
***
쾅-
"히익?"
히어로 협회 본부 건물, 복도.
서류를 들고 복도를 걷던 협회 직원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있던 종이를 떨어트렸다.
"...뭐지? 스타더스씨 사무실 안에서 들린거 같은데..."
고개를 두리번 거리자, 보이는 스타더스씨의 집무실.
문이 반쯤 열려있길레 그 안을 살짝 들여다본 직원은, 스타더스가 내리쳤는지 반쯤 박살나있는 그녀의 책상을 보고는 조용히 발걺음을 돌렸다.
...음, 뭐. 화나는 일이 있으셨나보네...
'아래에 연락해서, 책상 하나 새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직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종종 발걺음을 옮겼다.
협회에 오래 일하면서, 그녀는 이미 깨달은지 오래다.
화난 히어로는 건드리지 말고 피하는게 상책이란걸.
그렇게, 오늘의 하루도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