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0화
화돌발 행동
서자영.
그녀는 기본적으로, 꽤나 재미 하나만을 추구하며 사는 성격이었다. 그냥 집에 누워있는게 가장 안정적인 재미를 꾸준히 뽑아낸다고 생각해서 매일 누워있었을 정도로.
즉, 상당히 재미에 진심인 편. 서자영은 재미를 위해서라면 처음보는 빌런의 아지트에 따라가 거기서 살 정도로, 재미를 추구했다.
그런 즉슨, 그녀가 에고스틱을 따라 섀도우워커를 상대로 테러를 일으킨 것도, 다 재미를 위해서였고.
그렇게 현재 그녀는, 나름 큰 재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하아, 흐으..."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인지 보라빛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목쪽에 달라붙어있을 정도. 그녀는 그렇게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앞쪽에 있는 남성을 노려보았다.
이미 그림자에 잠겨 거의 형체도 보이지 않는 그.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를, 불의 장벽을 세워 가까스로 막아냈다.
"휴우. 이제 좀, 위험한거 같기도..."
그런데 그것도 이제 슬슬 한계.
꽤나 오랜시간 몸을 움직이며 싸운 그녀는, 점차 버거워지는걸 느꼈다.
이기길 희망했지만, 역시 훈련 조금 한걸 가지고 현역 A급 히어로를 이기는건 무리였나보다. 세희 말대로 다인이랑 훈련 좀 열심히 할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자영은 손을 휘둘러 또다른 불꽃을 생성해냈다.
그리고 그건, 바로 닥쳐오는 그림자들에 잡혀 사라졌다.
...음. 이젠 진짜 위험한거 같은데.
몸에 힘이 다 빠진 채 숨을 헐떡이는 상태로,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김과 동시에, 눈앞의 광경이 한순간에 변했다.
아까의 그림자는 어디가고, 그녀의 눈앞에 탁 트인 밤하늘.
위험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남자를 향해 태평하게 말했다.
"하아, 하아... 왔어?"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신을 향해 그렇게 살짝 웃으며 답하는 남자, 다인. 정확히는 에고스틱.
그런 그를 보며, 서자영은 속으로 살짝 안심했다.
그래도 뭐, 아주 늦지는 않았네.
그렇게 그녀가 에고스틱의 품에 멍하니 안겨있는 동안, 그들의 앞으로 히어로들이 속속들이 오기 시작했다. 자신처럼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섀도우워커랑, 스타더스..?
'흐응... 진짜로 왔네?'
역시나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A급 히어로 스타더스를, 그녀가 이렇게 직접 보는건 처음.
그래서 서자영은 살짝 흥미가 돋았다. 에고스틱과 스타더스, 둘의 인연이 은근 길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다가온 둘은 에고스틱이 무언가의 장치를 해놔서인지, 따로 그들을 공격하진 않았고.
그리고 에고스틱은 여전히 그녀를 뒤에서 껴안은 채, 입을 열어 히어로들과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싸움은 여기까지! 이제는 저희가 헤어져야할 순간이 온거같네요."
밝은 목소리로 통보하듯 말하는 그.
"...에고스틱인가."
"네 섀도우워커씨. 꽤나 강하시네요. 다음번엔 저희도 보강해서 와야겠습니다."
그렇게 두 남자가 대화를 하고 있을때.
서자영은 몰래, 스타더스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흐응?
그녀는 꽤나 재밌는걸, 눈치챌 수 있었다.
여전히 에고스틱의 품에 안겨있는 자신.
사실 에고스틱이나 자신은 그걸 별로 신경도 안쓰고 있었지만.
그걸 보고 있는 스타더스의 표정은, 별로 탐탁치 않아보였다.
정확히는, 빌런을 봐서 탐탁치 않다는게 아니라.
그녀가 느끼기엔, 자신을 껴안고 있는 그를 보고..?
'...잠깐. 이거, 혹시?'
순간 서자영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만 상대하고 신경쓴다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
그리고 그와 같이 사는 자신은 더욱 많은걸 알고있다. 예를들어 그가 스타더스 팬카페를 운영할정도로 상당히 스타더스에게 진심이라는걸.
그래서 뭐 당연히, 에고스틱 혼자 그런건 줄 알았는데.
지금 막상 보니까,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같은 여자라 느끼는 걸 수도 있는거겠지만, 스타더스가 짓고 있는 저 탐탁치 않은 표정은 분명...
'아무리 봐도, 약간... 질투같은데?'
정확히는 스타더스 그녀 스스로도 모르고 느끼고 있는 감정 같달까.
물론 자신이 관상가도 아니고 얼굴만 보고 딱 알아맞출 수 있는건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대체 왜 히어로가 빌런을 보고 질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진 몰라도, 재밌네?'
그래.
다 필요없고, 재밌었다. 이 상황 자체가.
물론 자신의 말도 안되는 추측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거야,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거 아닐까?
단순히 껴안고 있는걸 보고도 저런 표정을 보인다면, 더 강한 자극을 줘서.
"그럼 지금까지 저희 저희 에고스트림의 쇼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자영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즉 그녀는, 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에고스틱이 작별인사를 하는 순간.
그에게 살짝 비스듬히 안겨있던 서자영은, 고개를 돌려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수고했어, 자기."
그리고 웃으며, 그렇게 말해주었다.
"....."
"....?"
그 순간, 살짝 몸이 굳더니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고스틱.
그리고 서자영은, 고개를 돌려 완전히 얼어붙은 스타더스의 얼굴을 확인한 뒤. 살짝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거봐.
맞잖아.
***
신하루.
그녀는 전부터, 에고스틱의 테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직접 묻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왜 라티스를 막은거냐.
대체 너의 목적은 뭐냐.
어째서 빌런짓을 하는거냐.
...그리고, 각혈은 왜 한거냐.
신하루가 그렇게 에고스틱의 테러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에고스틱이 테러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밤에. 또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섀도우워커씨가 이미 출동하셨으니, 굳이..."
물론 에고스틱을 굳이 자극하지 않고도 어차피 섀도우워커선에서 끝날거라는 협회의 잘못된 판단에 잠시 출동이 느려지기는 했지만, 섀도우워커가 밀리는걸 확인한 그녀는 결국 빠르게 현장으로 나갔다.
...지금 놓치면, 다음에 언제 또 에고스틱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런 판단으로 현장으로 빠르게 날아간 그녀는, 마침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역시 오셨군요."
"...에고스틱."
빛나는 별이 희미하게 보이는 밤하늘 위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자신을 맞아주는 그.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갑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웃으면서 자신에게 인사를 건내는 그를 보며, 신하루는 잠시 침묵했다.
역시 오셨군요..라니. 자신이 올 줄 알았다는건가?
왜?
"그야 당연히 섀도우워커 선에서 처리가 안되니까, 직접 오신거겠죠?"
"...그래. 그렇지..."
자신의 질문에 당연하단걸 묻는다는 듯 대답하는 에고스틱을 보며, 신하루는 속마음을 숨긴채 수긍했다.
...다행히 자신이 그를 만나 대화하고 싶어서 온거라는건 모르는 눈치다.
"아, 맞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제가 기폭장치 챙겨오신거 아시죠? 저한테 공격하시면 바로 누를꺼니까,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이 달려들까, 주머니에서 기폭장치를 꺼내 흔들며 말하는 에고스틱을 보며, 신하루는 단순히 수긍했다. 뭐... 저렇게 말은 해도, 자신이 아는 그라면 어차피 저걸 누를 일은 없다. 이제 그녀는, 이정도는 알게 됐다.
그렇게, 할말을 다했는지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에고스틱을 보며.
신하루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평소에 궁금했던걸 물었다.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그녀가 궁금했던건 이것.
"라티스. 왜 그들의 테러를 네가 막은건지, 어째서 그런 짓을 한건지 물었다."
그래.
대체 에고스틱, 그는 그 테러를 왜 막았냐는거다.
...빌런이면서, 분명 빌런이라면서.
어째서.
그리고 그녀가 그런말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 살짝 당황한 그는.
이내 뭔가 길게 답하기 시작했다.
"제 목표가 무엇인지, 당신한테만 알려줬었는데. 혹시 잊으신겁니까? 저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빌런연합을 만들어 협회와 대적하는게 목표라는걸요. 그런데 그런 잔챙이들이 대중의 관심을 다 뺐어가면 제 입장이 조금 곤란해지죠. 그래서 뭐, 살짝 입김을 가한건 사실입니다. 에고스트림의 독점적인 지위유지를 위해서요. 대한민국을 위한건 아니였습니다, 당연히."
대충 요약하자면, 그냥 뭐 자신을 위해 한거라는거.
이 내용을 그녀한테만 알려줬다는 부분은 좋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그녀의 직감이 느끼길.
아무리봐도 이 말은, 거짓말 같다는 것.
"...그걸 믿으라고?"
"아니, 진실만을 말해줬, 콜록. 말해줬는데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곤란합니다."
그렇게 그녀가 따져물을 찰나.
순간 목이 아픈지 기침하는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래. 더 중요한게 있었지.
그래서 그녀는, 제일 중요한.
그리고 사실 그녀가 그를 만나서 제일 묻고싶었던걸, 드디어 물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래. 그건 됐고. 너... 저번에 피를 토했었지."
"...엄, 피요?"
"그래. 피. 내 눈을 속일수는 없다. 저번 테러에서, 기침하면서 각혈하지 않았나? 뭐, 몸에 문제라도 있나보지?"
...그를 걱정해서 묻는건 아니다. 그냥, 그냥... 혹시 모르니까. 갑자기 비명횡사하면 곤란하니까 물을 뿐이다. 응.
"...그땐 잠시 힘들어서 그런거고, 몸은 멀쩡하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죽기 직전까지는 절대 안멈추고 계속 테러할꺼니까,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웃으면서 답변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안심했다. 그래... 테러는 안멈추고 계속 하겠다는거구나
...잠깐, 왜 이걸 듣고 안심되는거지. 내가 미쳤나.
신하루가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책망하고 다음 질문을 던지려던 그때.
"어쨌든!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제 동료를 구하러 가보도록 하죠!"
"응? 야, 잠깐..."
에고스틱은 시간이 다 됐다는 듯, 갑자기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
...아직 묻고싶은게 남았는데.
그래.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테러할거라고 밝혔으니까, 물을 기회는 어차피 많을려나.
속으로 그렇게 납득하며, 신하루는 에고스틱이 가버린 곳으로 이동했다.
...생각해보니, 섀도우워커랑 저 여자랑 옆에서 이때까지 싸우고 있었구나. 에고스틱만 바라보느라 눈치도 못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간 신하루가 본 것은.
웬 처음보는 여자를 뒤에서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에고스틱이었다.
"....."
왠지 그 광경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차갑게 식는 그녀.
하. 아주 그냥 여자들이랑 스킨십이, 일상이네...
...그래. 그래도 뭐, 자기 입으로 동료들은 가족같은거라고 했으니,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왠지, 기분이 안좋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언짢은 표정으로 에고스틱의 마지막 말을 듣던 신하루는. 이때까지는 몰랐다.
-쪽.
자신이 그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잠깐.'
지금, 내가.
뭘본거지?
***
[이번엔 진☆짜다.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인기태그,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 1위 <<에고스틱X미스트 열애설>> 보는 내가 다 설래지는 볼뽀뽀의 정체는?! 오늘밤 연예가 중계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다음날. 대한민국은 에고스틱 열애설로 또 뒤덮혔다.
벌써 3번째 열애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