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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49화 (149/328)

제 149화

화깊은 대화

저녁이라 그런지, 더욱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앞쪽에서 불을 펑펑 싸줘서인지 춥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날려서인지 내 앞에있는 스타더스의 머리카락은 오른쪽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갑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

안부인사를 건내는 나를, 상당히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

아니, 복잡할게 뭐가 있어? 그냥 달려들면 되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타더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벌려 말했다.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네. 당연하죠."

"...왜?"

"그야 당연히 섀도우워커 선에서 처리가 안되니까, 직접 오신거겠죠?"

"...그래. 그렇지..."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약간 멈칫하더니, 이내 약간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하여튼, 나는 그런 스타더스를 보면서도 살짝 옆쪽 상황을 봐 봤다.

음, 여전히 치열한 모습. 아주 그냥 번쩍거리면서 펑 펑 뭐 터지고 난리가 났다.

근데 이젠 뭔가 우리 미스트가 약간 밀리는 느낌.

그래, 찬바람 맞아 오래 서있었는데, 슬슬 떠날때가 왔네.

그렇게 옆쪽은 아주 불타고 깨지고 기합하면서 강풍 휘날리면서 난리치는 동안, 여전히 조용히 웃는 채 대치하고 있는 우리.

물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머니에서 장치를 잡고 손을 꺼내들었다.

"아, 맞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제가 기폭장치 챙겨오신거 아시죠? 저한테 공격하시면 바로 누를꺼니까,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그렇겠지."

애초에 별 기대도 안했는지 그냥 그렇게 답하는 스타더스. 음, 이게 학습된 무기력인가? ...다음번에는 좀 다른 패턴으로 해야하나.

내가 그런 잡생각을 할때 쯤, 스타더스는 내 앞에서 여전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

그래, 날 계속 보고있었다. 당황스럽게.

'...아니, 얘 왜이래?'

대체 그녀가 왜 나를 가만히 공중에 떠서 보고있는건지 모르겠다. 섀도우워커 도와주려고 온 거 아니였나? 왜 내 앞에서 이러는거지. 곤란하게. 이러면 플랜B를 실행하기가 굉장히 애매해지는데.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플랜B는 단순하다. 시퀀스 R.U.N. 런. 튄다고. 미스트를 데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퇴장하는거다. 애초에 이번 테러가 내 메인 테러라기보다는 새로운 에고스트림 정규멤버인 미스트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쇼케이스에 가까워서. 거기에 이제 에고스트림이 섀도우워커도 상대할 수 있다! 이거 보여주려고 한거지. 즉, 이거 2개만 보여줬으면 바로 집에 돌아가도 아무 상관 없다는 소리.

그 이유로, 만약 스타더스가 지원군으로 온다해도 문제가 없다. 스타더스가 와서 섀도우워커를 도와 우리 미스트를 공격하는 순간, 내가 난입해서 얘 들고 엔딩멘트 친 다음에 튀면 되거든. 그림도 딱 이쁘다.

근데 지금 문제는, 스타더스가 섀도우를 도우러 안가고 내 앞에 있다는걸까.

그래서 나는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살짝 당황한 상태였다. 하루야, 빨리 싸우러 가야지 내 앞에서 뭐해.

내가 그런 생각을 할때 쯤, 비로소 열린 스타더스의 입.

"...왜 이런 짓을 한거지?"

"...네? 어... 그야 저는 빌런이니까요?"

대체 무슨 당연한 얘기를 묻는거야?

내가 여전히 웃는 채지만 살짝 의아하다는 듯 그렇게 답하자, 스타더스는 그 뜻이 아니라는듯 살짝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라... 그, 라티스. 왜 그들의 테러를 네가 막은건지, 어째서 그런 짓을 한건지 물었다."

"어..."

나는 의외에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아니, 지금 이 타이밍에 그걸 묻는다고? 지금 우리 바로 옆에서 치고박고 굉음나고 난리 났는데 저기에 안끼고?

거기에 묻는 내용도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게 벌써 한두개월 전 일인데. 분명 내가 아는 스타더스 성격이라면 '빌런이 무슨 짓을 하던 내 알바 아니다. 새로운 기만책이거나 사실이 아니겠지.' 이러면서 신경도 안써야 정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살짝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마주친, 나를 결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

...뭐야, 왜 진지해보이지.

아니 생각해보니까 이미 방송 시작할때 난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을 했는데, 그건 못봤나?

근데 뭐, 그건 대중 앞에서 말하는거니까 혹시 문제가 될까봐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땐거고.

어차피 카메라도 돌렸는데 스타더스한테는 좀 다른 말을 해도 되겠지. 어차피 지금 보니까 그런 변명에 납득할거 같지도 않고.

그런 계산이 선 나는, 재빠르게 할말을 생각했다.

그런 다음, 스타더스에게 다시 한번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스타더스씨가 그런 찌라시에 그렇게 관심을 가질줄은 몰랐네요."

"...장난치지 말고-"

"뭐, 굳이 말하자면. 제가 저번에도 당신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제 계획이랑 이것저것을."

나는 거기까지 말한 뒤, 당연한 말을 한다는듯한 뉘앙스로 얘기를 이었다.

"제 목표가 무엇인지, 당신한테만 알려줬었는데. 혹시 잊으신겁니까? 저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빌런연합을 만들어 협회와 대적하는게 목표라는걸요. 그런데 그런 잔챙이들이 대중의 관심을 다 뺐어가면 제 입장이 조금 곤란해지죠. 그래서 뭐, 살짝 입김을 가한건 사실입니다. 에고스트림의 독점적인 지위유지를 위해서요. 대한민국을 위한건 아니였습니다, 당연히."

아, 한번에 말을 길게 하니까 목아프네.

그런 감상을 가진 채,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해보니까 지금 조금 웃긴 광경이다.

옆에 내 부하..? 쯤 되는 미스트랑 그녀의 동료인 섀도우워커는 바로 옆에서 생사결 하듯 싸우고 있는데. 우리는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쟤들은 치고박고 싸우느라 아파할때 나는 말을 많이해서 아프다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저쪽 한편에서 치고박고 싸우는 이들을 다시 힐끔봤다.

하도 불꽃에 그림자에 소음에 화려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만히 서서 대화를 하는동안에도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 심지어 어째 점점 이쪽으로 밀려오는거 같다. 잠깐, 밀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다시 채팅창을 확인해봤다.

[이젠 확실하게 섀도우워커가 승기 잡은게 맞는듯?]

[ㄹㅇ이네 아 미스트 밀리나요!]

[그래도 그 섀도우워커랑 단신으로 이때까지 맞선게 대단하긴 하네 밤에 쟤 이기는 애 거의 없지 않았나]

[ㄹㅇ심지어 처음에는 미스트가 살짝 더 우세이기까지 함ㅋㅋㅋ 섀도우가 후반 갈수록 지구력으로 점점 더 강해져서 그렇지]

[솔직히 싸우는건 신경도 안쓰고 미스트만 보고있었다면 개추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순간적으로 미스트 눈나가 빌런인거 까먹고 미스트 응원하고있었음 아ㅋㅋ]

[빌런? 갈!!! 에고스트림 멤버는 전부 '히어로'인건 상식이다. 외우삼]

[미스트가 슬슬 살짝 밀리는게 맞는거같긴 하네]

...음, 아무래도 튀어야 될 순간이 오는거 같은데.

내가 슬슬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내가 아까한 말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한테 반문했다.

"...그걸 믿으라고?"

"아니, 진실만을 말해줬, 콜록. 말해줬는데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곤란합니다."

...분명 완벽한 이유였는데 왜 안믿으려 하는거야? 그냥 빌런이 하는 말이니 일단 거르고 본다 이건가.

근데 그와는 별개로, 내가 목 풀려고 잠깐 기침을 한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렇게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여전히 얼굴을 굳힌채 묻는 그녀.

"...어쨌든, 그래. 그건 됐고. 너... 저번에 피를 토했었지."

"...엄, 피요?"

"그래. 피. 내 눈을 속일수는 없다. 저번 테러에서, 기침하면서 각혈하지 않았나? 뭐, 몸에 문제라도 있나보지?"

그렇게 나를 추궁하듯 묻는 그녀.

...아니, 그건 또 언제 봤대. 이래서 눈치가 빠른 히어로는 문제가 크다니까.

근데 이건 왜 묻는거지? 아, 살짝 비웃듯이 물은건가. '너 뭐 몸에 문제라도 있어보이는데 곧 죽나보지? 풋.' 이런 느낌으로. 아무렴, 설마 그녀가 나를 걱정하는건 아닐꺼 아냐.

그래서 나는 오히려 놀리듯 답변했다.

"뭐, 스타더스씨가 그렇게 절 걱정해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걱정이 아니라..."

"네, 네. 그냥 그땐 잠시 힘들어서 그런거고, 몸은 멀쩡하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죽기 직전까지는 절대 안멈추고 계속 테러할꺼니까,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

거기까지 놀리듯 말한 나는, 다시한번 전투 상황을 봐봤다.

[아니 미스트 ㄹㅇ잡히겠는데?]

[섀도우워커 분노의 러쉬중ㄷㄷㄷㄷㄷ]

[에고스틱 어디감 눈나 지게 생겼다 임마]

[섀도우 폼 완전히 돌아왔네 ㅅㅂㅋㅋㅋㅋ]

아니 좆됐잖아.

시간을 너무 지체했음을 깨달은 나는, 내 앞에서 살짝 탐탁치않으면서도 안심..?한 표정을 짓고있는 스타더스에게 빠르게 작별을 날려주었다.

"어쨌든!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제 동료를 구하러 가보도록 하죠!"

"응? 야, 잠깐..."

뭐가 잠깐이야. 지금 시간이 없다.

거기까지 말한 나는 순식간에 순간이동 했다. 당연히 어디로? 미스트가 있는 곳으로.

그렇게 이동을 하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그리고 몰아닥치는 강풍.

그 속에서 그림자에 공격받고있는 미스트를 뒤에서 안고 바로 다시 옆쪽으로 순간이동했다.

"하아, 하아... 왔어?"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숨을 몰아쉬며 나한테 말한 서자영을 보며, 나는 그렇게 말해줬다. 안그래도 게을러서 맨날 누워만 있는 애를 너무 혹사시켰네.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여튼, 내 갑작스러운 난입에 허공을 가른 섀도우워커는, 고개를 돌리다 우리를 보곤 다가왔고. 저쪽편에 있던 스타더스 역시 우리쪽으로 날아왔다.

밤하늘 아래에서 갑작스럽게 성사된 히어로 빌런 4자대면. 똑같이 숨을 몰아쉬며 내쪽을 보는 섀도우워커랑, 못마땅한 표정으로 미스트를 끌어안은 나를 보고있는 스타더스.

당연히 이제는 스타더스도 나오게 카메라로 찍고있는 이 광경에서, 나는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싸움은 여기까지! 이제는 저희가 헤어져야할 순간이 온거같네요."

[질거같으니 바로 구원투수 입갤ㅋㅋㅋㅋ]

[ㄹㅇ언제 에고스틱 오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방종이라니 그래도 오늘 방송 나름 알찼다]

[ㅋㅋㅋㅋㅋ섀도우워커 닭쫓던 개 행ㅋㅋㅋㅋ]

[스타더스는 언제옴? 방금왔나?]

[스타더스 오니까 바로 탈주하네ㅋㅋㅋ]

"...에고스틱인가."

"네 섀도우워커씨. 꽤나 강하시네요. 다음번엔 저희도 보강해서 와야겠습니다."

"..."

나를 보며 숨을 몰아쉬는 섀도우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스타더스. 그리고 나와 스타더스를 번갈아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있는 서자영 사이에 서서, 나는 엔딩멘트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랬었다.

살짝 사악한 웃음을 짓던 서자영이, 돌발행동을 하기 전까진.

"....?"

...얘가,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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