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47화 (147/328)

제 147화

화한여름 밤의 테러

바다와 맞닿아있는 모든 나라들이 피해를 입었던, 범지구적 빌런조직 라티스의 해안가 테러.

아직도 수많은 나라들이 그때의 피해에서 시름겪는 가운데, 한국만은 유일하게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만 무사했던 이유가 전부 빌런 에고스틱에 의해서라고 잠정 결론이 내려진 상태.

모든 지상파나 인터넷에서 이 사실을 광역으로 모두에게 때린 바람에, 에고스틱의 인지도와 인기는 또다시 미친듯 상승했다. 평소에 빌런에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마저 에고스틱만은 알 정도로.

그렇게 지금, 에고스틱에 대한 관심이 제일 높은 시점에서.

그의 방송이, 드디어 켜졌다.

***

어두운 밤.

가로등의 불빛과 건물들 사이에서 나오는 불빛 몇개만이 희미하게 빛나는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에서.

똑같이 어두운 옷을 입은 남자만이,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에 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화면에 등을 돌린 채 밤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내 씨익 웃더니 드디어 화면을 바라보고. 활짝 웃는 채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그렇게 팔을 활짝 벌린 채 인사하는 그를 보며.

채팅창은 그야말로, 그냥 난리가 났다.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S급 히어로 망고스틱 마침내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왜 이제와? 왜 이제와? 왜 이제와? 왜 이제와?]

[캬ㅋㅋㅋㅋㅋ 오늘 밤은 다 잤다ㅋㅋㅋㅋㅋㅋ]

[월요일 저녁 후회없는 선택 망고스틱 방송 라이브로 시청ㅋㅋㅋㅋㅋㅋㅋ]

[방송 알림 보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망붕이만 개추ㅋㅋㅋㅋㅋㅋ]

[젠장 에고스틱 믿고있었다고!!!!!]

그야말로 물밀듯이 올라오는 채팅들.

육안으로는 확인이 힘들정도로 쏟아지는 열렬한 반응속에서, 에고스틱은 마치 이를 알고 있다는듯 여전히 팔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네, 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들 편안하게 지내셨는지?"

웃으며 건내는 그의 인사에, 채팅창은 더더욱 수많은 채팅들로 불타올랐다. 특히 대부분은, 라티스의 테러를 단신으로 막아낸 에고스틱에 대한 찬양이었고.

화면에선, 거기까지 말하고 또 씨익 웃던 에고스틱이 마치 막 생각났다는 듯 한손을 주먹으로 탁 치며 말을 잇고 있었다.

"네 여러분, 반가운건 반가운데, 크흠. 요즘들어 저에대한 선동과 날조가 들려오더라구요? 제가 무슨 대한민국을 지켜냈느니 어쨌느니 이러는."

말도안되는 소리라는 듯 웃으며 말하는 그에 말에, 채팅창은 계속해서 불타올랐다.

[선동과 날조? 무슨 선동과 날조?]

[선동 ㅇㄷ? 날조 ㅇㄷ?]

[다 구구절절 팩트인데?ㅋㅋㅋㅋㅋㅋ]

[제가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맞음) ]

[대체 뭐가 선동과 날조라는거임ㅋㅋㅋㅋ]

[전세계가 공격받을때 대한민국만 무사했던 이유는? 자랑스러운 K-빌런 에고스틱의 물 밑 외교덕분! 빌런마저 나라를 지키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란가 대충 미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오열 어쩌구...]

[ㅅㅂ위에 채팅 어질어질하네ㅋㅋㅋ]

[왜 지켰다고 말을 못해! 본심을 말해!!!]

항변으로 가득한 채팅창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뭐... 말도안되는 소리니 애초에 진지하게 믿으신 분들은 없겠죠. 전혀 사실무근인 이야기입니다. 사실무근."

[사실무근ㅇㅈㄹ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유도 안알려주고 아무튼 사실무근이라고 하면 어캄ㅋㅋㅋㅋ]

[속보)에고스틱 최근 소식에 사실무근이라 입장 밝혀. 증거는 없?음]

[협약은 맺었지만 테러 막은건 아니다도르]

[이쯤되면 그냥 협회가 용서이벤트 열어서 망고 히어로로 세탁해야한다ㅋㅋㅋㅋ]

[대체 이걸 누가 믿냐고ㅋㅋㅋㅋㅋㅋ]

[응 아무리 뭐라해도 이미 에고스틱 팬카페 성장세 역대 최고야~]

[망소리 ON]

"크흠... 어쨌든, 사족이 길었네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마친 그는, 이내 다시 어깨를 으쓱이며 화면에서 등을 돌렸다.

이내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며, 어두운 하늘 가운데 홀로 서있는 그의 모습을 담고.

에고스틱은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찬찬히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달도 정말 예쁘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군요."

거기까지 말한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씨익 웃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예로부터 밤은... 대한민국은 안전하다고 소문이 났죠. 섀도우워커를 이길 수 있는 빌런은 없다! 이런 말이 많았었으니까요."

"그런 의미로, 저희 에고스트림은 그의 권위에 한번 더 도전해볼까 합니다."

"소개합니다! 저희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빌런, 미스트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그는 손을 뻗어 한쪽을 가르켰고.

이내 카메라도 돌아가며, 에고스트림 옆쪽으로 화면이 옮겨졌다.

그렇게 화면에 나온것은,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보라색 머리카락에, 반쯤 감겨있는 눈. 아름다우며 동시에 신비스러워 보이는, 현실에서 보면 말을 먼저 건내기 힘들것만 같은 외모. 그리고 그런 외모와 다르게 간단히 입은것 같은 한치수 커보이는 평범한 검은색 후드.

에고스틱보다 한뼘정도 작은 키에, 자신의 작은 손쪽에 멍하니 피어오른 보라색 불꽃을 보고 있던 그녀는.

이내 카메라가 자기를 비추고 있다는걸 인지했는지,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

이내 여전히 나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이며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얼굴쪽으로 올렸다.

"응... 이게 아닌가. 뭐, 안녕하세요. 미스트라고 해요."

이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슴쪽으로 낮게 올려 작게 흔드는 그녀.

밤하늘을 배경으로 보라색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아름다운 소녀의, 몽환적인 모습에 순간 멈칫한 채팅창은.

이내 그 반동인양, 다시 폭발적으로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ㅋㅋㅋㅋㅋ 분위기 뭐임?ㅋㅋㅋㅋ]

[무슨 빌런 소개가 연예인 소개인줄ㅋㅋㅋㅋ]

[에고스트림은 빌런 뽑을때 외모 보고 뽑음? 왜 다 멋지거나 이쁘거나 귀엽거나 그런건데ㅋㅋㅋ]

[오늘부터 보라망고 지지한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또 여자네 아ㅋㅋㅋㅋ]

[망고게이야 또 여자를 꼬셨느냐]

[에고스틱/논란/여성편력]

[카사망고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스타망고 전기망고 아이스망고 달빛망고 해커망고에 이어 이젠 보라망고 등장 ㅋㅋㅋㅋㅋ 대체 몇개냐고ㅋㅋㅋ]

[왜 아무도 저 능력같은 보라색 불꽃엔 관심은 없냐ㅋㅋㅋㅋㅋ]

[밤에 하는 테러는 방송 처음인가? 분위기 ㄹㅇ 오지네]

그렇게 채팅이 올라오는 동안, 카메라는 다시 에고스틱을 비췄고.

그는 여전히 웃는 채로, 손벽을 치며 입을 열었다.

"네. 소개하기 무섭게! 마침 저곳에 그가 오고 있네요!!"

이내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그곳에는 멀리서 보이는, 그림자에 휘감겨 오고있는 검은색 남성. 히어로 섀도우워커가 오는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과연 그가 저희 미스트를 이길 수 있을지, 저는 멀리서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에고스틱은 뒤로 빠졌고.

시청자들이 채 아쉬움을 느끼기도 전, 섀도우워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빌런, 여기서 뭘 하는거냐."

"음..."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섀도우워커.

그런 그의 말에,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자 미스트는 손가락을 잠시 입에 갖다대더니, 이내 당연한걸 묻는다는듯 노래하는 양 말했다.

"테러?"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르륵-.

어두운 밤하늘에, 그녀의 등 뒤로 보라색의 거대한 불의 고리가 생겨남과 동시에.

그녀가 여전히 반쯤 감긴 눈으로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고.

이내 보라색의 파이어볼이, 그녀의 주위에 여러개 생겨나며 모두가 섀도우워커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하. 밤에 이 섀도우워커를 상대로 싸우겠다니. 용기있군."

"...글쎄. 길고 짧은건, 응... 대봐야 하는거 아닐까?"

이내 노래하듯 대답한 그녀가 손가락을 한번 더 튕기자, 불꽃들이 섀도우워커를 향해 작렬하기 시작했고.

섀도우워커또한 몸을 그림자에 숨기고 이를 막아내려 하기 시작하며.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크흑. 이녀석도 역시나 내 공격이 잘 안통하는군.'

어두운 밤.

에고스틱이 데리고 온 빌런, 미스트와 맞서 싸우며 섀도우워커는 속으로 통탄했다.

아! 지난날에 모두를 한방에 무찌르던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이제는 점점 그를 이겨먹으려 하는 상대가 많아지는 상황.

또다시 한은그룹과 월광교의 악몽이 떠오르며 좌절감이 올라오던 그는, 이내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이게 에고스틱의 뜻인가.'

아마 에고스틱은, 섀도우워커 자신의 능력을 거진 무시하는 빌런 앞에서 이렇게 무력해진다는걸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래. 그럼 이 모든 테러는, 자신을 정신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그의 따끔한 충고인건가. 질질짜지 말고, 정신 차리고 싸우라고.

"...그래. 사나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맞서 싸워야하는법."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그가 누군가. 대한민국의 섀도우워커 아닌가.

자신은 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생각과 함께, 저쪽 멀리편에 있을거로 보이는 에고스틱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에고스틱, 내 절대 네놈을 실망시키지 않으마!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보지."

"흐응..?"

이내 다시 의지를 굳힌 그는, 자신에게 보라색의 불덩이를 쏘아대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래. 저 여자를 쓰러트리고, 에고스틱에게 인정을 받고 말겠다.

그런 각오와 함께, 섀도우워커는 다시한번 달려들었다.

좌절감을 딛고 도약하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사나이다웠다.

***

[오! 섀도우워커가 나름 저희 미스트를 상대로 꽤나 선전 하고있군요.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협회장님. 현재 섀도우워커가 상대와 비등비등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길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아니요. 지고있는거 같은데요."

"...네?"

"아무래도 제가 나서야겠습니다."

"네? 잠시만요, 스타더스씨! 일단 자리에 앉으시고..."

그시각, 협회 직원은 돌발 행동을 하려하는 히어로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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