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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46화 (146/328)

제 146화

화5분 대기조

"흐응..."

서자영.

그녀가 에고스틱의 집에 살게 된지도 벌써 한달이 됐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좋아보여서 온건데, 생각보다 훨씬 생활이 좋아서 만족 중인 상태.

그리고 사람들도 다들 착했다.

분명 빌런연합이라고 들었는데 왜 착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게 좋은거겠지.

하여튼 다들 착해서 좋았다.

특히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

...어렸을적, 자신의 능력을 보고 그녀를 피하던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

뭐 개들이 짖는다고 생각하고 무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기억.

하여튼, 그랬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 에고스트림의 멤버들은 다들 편견없이 그녀를 맞아줬다. 다들 자기들도 능력이 있어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하여튼, 그렇게 에고-하우스에 들어오게 된 이후. 서자영은 하루종일 거실 한쪽 바닥에 늘 붙어 누워있었다. 햇빛이 따스하게 몸을 데우는데, 그것만큼 좋은게 없어서.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여럿 만나 관찰했다.

일단 한서은이라는, 은빛 단발머리를 가진 자기보다 키가 약간 작은 아이. 귀엽다. 착하다. 머리도 좋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서은이랑 늘 붙어다니는 은월이. 한서은이랑 머리카락이 완전 반대인 검은색 장발인데, 집에서도 가끔 무녀복을 입고 다닌다. 역시 귀엽고 착하다. 그리고 자신과 능력이 어느정도 비슷한거 같아 특히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수빈은... 약간 이 집에 엄마같은 느낌이었다. 에고스틱, 다인이 바깥일을 한다면 이수빈은 집안을 관리한달까. 분명 늘 웃고있는데 좀 무섭다. 진짜 엄마같은 느낌...

최세희. 자신과 나이가 같은 이 집에 몇안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금방 친해지기도 했고.

데스나이트..? 이 검은 기사 유령은 청소를 매우 좋아하는듯 했다. 자신도 가끔 청소를 도와 같이했다. 한번뿐이지만.

하율이와 차윤이었나. 둘은 공부를 하느라 바쁜지 얼마 못봤다.

그리고. 이 집에 중심인 다인.

사실상 그녀가 제일 관찰을 오래한 인물이었다.

유튜브에서 볼때와 처음 만날때는 분명 미친놈 같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녀는 계속 의식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사실 처음에 집에 그빼고 다 여자만 있어서 뭔가 했는데, 지켜본 결과 흑심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스타더스라는 여자만 좋아하는거 같은 느낌.

'너 스타더스 좋아해?'

'어. 좋아하지.'

전에 자신이 툭 던진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답한걸 보면, 좋아하긴 하나보다. 그게 이성으로써인지 그냥 좋아하는건진 잘 모르겠지만. 참고로 자신이 그 질문을 던질때 주위에 있는 이들이 당황한게 느껴졌다. 흐응...

"...뭐해?"

그리고 그녀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이어나갈 때쯤, 자신의 앞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상념에서 깼다.

눈을 꿈뻑이며 정신을 차려보니, 현재 그녀는 거실 소파 옆 창가쪽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

그리고 그런 그녀를, 소파에 앉아 일을 하던 다인이 내려다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누워있었구나.

계속 자신만 빤히 보고있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했을 다인한테,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솔직히 답해주었다.

"네 생각."

"그래?"

그런 그녀의 대답에 씨익 웃으면서 일하던 노트북을 소파옆에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 그.

그리고 그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고있는거 보니 심심한가본데, 이제 슬슬 다시 훈련하러 가자."

"아, 안돼..."

"돼."

이내 그는 손을 올려 그녀를 염동력으로 두둥실 떠오르게 했고.

자영은 애타게 거실의 매트를 잡기 위해 애를 써봤지만, 이미 늦은 직후였다.

...다인. 좋은 사람이긴 한데, 그에게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계속 그녀의 능력을 훈련시키려 든다는 것.

집에 계속 누워만 있고싶은 그녀에게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그가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좀 그랬다. 집주인의 횡포여서인가...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마당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사람 살려..."

"언니, 파이팅..?"

참고로 그녀는 끌려가다가 만난 백은월한테 SOS 요청을 날려봤지만, 어색한 웃음의 응원만 돌아왔을 뿐이다.

이 집 사람들은 다 다인편인거 같다...

***

집 앞의 숲.

그곳에서 서자영을 훈련시키며,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앞으로 이렇게 내가 직접 나서서 하는 테러를 몇번이나 더 할 수 있으려나.

이제 원작 기준으로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스타더스도 충분히 강해지고 나면 딱히 내가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다.

안그래도 테러 한번 한번 할때마다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나중을 한번 생각해 볼 때쯤일수도.

'...에고스트림도 이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니.'

물론 아직 부족하다. 여기서 능력자들 몇명 더 있어야 완벽하겠지. 다만,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은 빌런을 찾기가 쉽지가 않아서, 앞으로 몇명이나 더 모집할 수 있을까 싶다.

거기에 레피스단을 포함한 하위 빌런들을 모아 만들까하는 망고스쿼드... 아니, 에고스쿼드랑 이설아랑 협력해 만들 생각이 있는 능력자 PMC까지.

원작 후반부의 파워 인플레를 대비해 준비해 놓을것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 거기에 또 스타더스 혼자 막기 힘들 수많은 다른 빌런들까지...

아,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파. 그래, 은퇴든 뭐든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이번 테러 준비나 하자.

그렇게 나는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영을 향해 말했다.

"그만 허우적하고, 파이어볼 한번 쏴봐봐!"

"...으에, 파이어보올-"

세상 힘들다는 듯 길게 늘어틀이며 손을 대충 휘두르는 그녀.

그러나 건성인 동작과는 다르게,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보라색 불이 그녀의 손에서 튕겨져나갔다.

"오오..."

나무에 닿자마자 보라색으로 굉음과 함께 펑 터지는 불꽃.

거기다가 이 불꽃이 열기랑 확산 조절도 되서, 불은 옮겨붙지 않고 맞은 그 자리에서만 보라빛으로 불타올랐다.

그래, 봐봐. 하니까 되잖아.

처음 왔을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빌런학 1타강사의 교육덕분에 전투에 익숙해진 그녀를 봐라.

"와아..."

"야. 이제 그만 내려와라..."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보라빛 불꽃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올라타버린 그녀였다.

흠. 어쨌든, 이정도면 됐으려나.

"흐응. 오랜만에 재미 좀 보고 있었는데."

"이제 진짜 재미를 볼테니까 기다려. 테러하자."

"...오, 드디어?"

허우적 거리며 다가오던 그녀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테러할 자신은 있지?"

"그래. 그게 뭐 어렵다고. 히어로 상대로 불꽃 좀 쏘다가 잡힐거 같으면 튀면 되는거 아니야?"

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그렇게 말했다.

...역시 원작에서 알아서 테러를 일으켰던 애인만큼, 은근 본질을 꽤뚫고 있다.

"아, 그리고 너 방송도 나오는거 알지?"

"알지. 걱정마, 나 팬서비스 잘해."

서자영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저렇게 나오니까 오히려 더 무서운데.

하여튼, 그렇게 돌아온 우리는 드디어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테러 일시, 테러 장소, 테러 진행...

그리고 제일 중요한, 서자영의 빌런 네임을 무엇으로 정할것인가.

"흑령 어때?"

나는 먼저 그렇게 물었다.

뭐, 원작에서 자기가 스스로 이 이름으로 붙였으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이걸로 가겠지. 아마 어떻게 알았냐고 깜짝 놀라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내 예상과 다르게, 서자영은 나를 짜게 식은 눈으로 되돌아 볼 뿐이었다.

"...우와. 네이밍 센스 별로."

"오빠. 누가 여자 이름을 흑령이라고 지어요..."

옆에서 같이 듣고있던 서은이도 나를 향해 안타깝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나 너무 억울해! 얘 원작에서 스스로 그렇게 이름 지었었다고!

그러나 그런말을 할 수도 없고...

내 억울함과는 별개로, 결국 서자영의 빌런명은 미스트로 결정났다.

...흑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름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때가, 왔다.

***

저녁. 섀도우워커 김자현의 집.

그는 자리에 앉아, 이설아와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흠...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위해 테러를 한다라."

그녀에게서 전해 들은 말은, 이미 다 자신이 추측한 대로였다.

에고스틱, 그는 빌런인척 하며 뒤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던 히어로. 그것도 스타더스에 버금갈정도로 열성적이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히어로였다.

"스타더스를 성장시키려고 테러...?"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테러를 하는 이유는 다 스타더스를 위해서. 그녀를 성장시키려고 그런다는거다. 어쩐지, 낮에만 테러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왜 하필 스타더스지..?"

물론 왜 하필 스타더스인지는 살짝 의문이었으나.

그는 잠시 고민한 끝에 깨달았다. 아! 역시 스타더스를 좋아해서 그러는거지. 참, 당연한걸.

"...크흑, 사랑하는 사람을 성장시키기 위해 그런 그녀에게 미움받으면서까지 그렇게 행동하다니... 에고스틱. 그는 대체."

사나이 중에 사나이, 에고스틱이로다.

그가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뭔가했더니 협회.

그리고 받자마자 그가 들은 건.

[섀도우워커씨! 빌런 에고스틱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밤이니만큼 섀도우워커씨가 출동해 주셔야겠습니다!]

"음..?"

그는 살짝 당황했다.

나는 왜...?

저녁의 테러는 섀도우워커, 그가 나선다는건 대한민국의 상식.

그걸 모를리도 없을텐데, 에고스틱은 왜 밤에 테러를 일으켰지?

잠시 의아해하던 그는, 이내 그냥 깔끔히 결론내렸다.

뭐, 스타더스만 상대하기는 좀 그러니까 겸사겸사 나도 한번 성장시켜 주겠다는거 아닐까.

그래. 그거겠네.

그럼 뭐,....놓칠 수 없지.

"그래! 에고스틱, 내가 가마. 기다려라!"

섀도우워커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

...그가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어떤 테러를 준비했을지, 살짝 궁금한 마음을 가진 채.

***

[그러니까, 섀도우워커씨가 이미 출동하셨으니 스타더스씨는 일단 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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