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5화
화도깨비불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빌런들 중, 누구를 동료로 고를지도 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로 잘 섞여들어갈 수 있고, 아직 타락하기 전인 빌런들을 고르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추리고 추린 2명.
갈색 머리의 남자와 보라색 머리의 여자.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선택을 포기하고 누가 더 마음에 드냐고 나는 하율이 동생한테 물었었고.
"옆에 누나요."
단칼에 답한 애의 말에 최종적으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를 영입하기로 확정이 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율이 동생이 잘못 고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싫어."
내 영입 제안에 상큼하게 그렇게 대답한 서자영.
...음. 이건 내 예상에 없었는데.
그렇게 순간 내가 뇌정지가 오고 있는 동안.
그녀는 작게 웃더니, 나한테 답했다.
"사실 뻥이야, 좋아."
"..."
딱밤을 한대 때리고 싶어졌다.
***
서자영.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굉장히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에고스틱. 뉴스만 틀면 나오는 유명인사 아니야.
영상으로 보면서 인생 재밌게 산다 싶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굳이 찾아와서 빌런 영입 제안을 한다라...
'뭔진 모르겠지만...'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이 뭔가 살짝 재밌어질거 같은 기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말하고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자기의 이름과 능력을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그건 딱히 중요한게 아니다.
그보다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에고스트림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씨익 웃으며 영입을 제안하는 그의 모습.
그런 그를 보며, 자영은 입에 손을 가져다대고 잠시 생각을 했다.
"흐응..."
끌린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안그래도 맨날 집에서만 뒹굴뒹굴해서 심심했는데, 오랜만에 일어난 재밌는 일이라는건 사실.
그리고 또 자기가 요즘 테러가 땡기는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테러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조건이 좋으니 수상한긴 했는데.
뭐, 그건 별로 상관 없었다.
어차피 어지간하면 다 그녀의 능력으로 이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원래 그녀는 경계심이 없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상대를 다 쓰러트리고 자신만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근데 그것보다.
그녀는 만약 이걸 거절하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다.
정색하면서 자신을 협박할까? 아니면 설득하려고 들까?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싫어."
"..."
그렇게 툭 던진 자신의 말에, 순간 몸이 멈칫한 그.
"..."
"..."
그리고 그는 잠시 침묵했다.
얼굴의 반은 가면에 덮여있었고, 남은 절반도 모자의 음영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명백히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귀엽네. 정확히는, 반응이 재밌다.
응... 장난은 여기까지만 칠까?
"사실 뻥이야. 좋아."
그래서 그녀는 그냥 그렇게 말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살짝 멈칫하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리 답하는 그.
그런 그한테, 그녀는 궁금한걸 물었다.
"좋아. 근데 그럼 이제 뭐해?"
자영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빌런도 제티를 마신다는걸 안거랑 자신이 에고스트림에 들어간다는건 좋았지만, 그래서 이제 뭐하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주겠다는 듯, 그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따라오시죠."
뭔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라면 밖에 어지간해선 잘 안나가고, 집 안에서만 누워있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외출한만한 가치가, 그러니까 재미가 있을거같다.
그래서 서자영은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
음. 순간 뇌정지가 오긴 했지만, 어쨌든 서자영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멤버들 중 제일 쉽게 영입 성공한거 같기도 하고. 그냥 10분 컷으로 해버렸다.
다만 문제는 얘가 언제 어떻게 마음을 돌릴지 모른다는거. 그래서 그냥 바로 일단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내 손을 잡고 순간이동 한뒤, 아무 경계심 없이 쫄래쫄래 따라오는 그녀. 길게 늘어트린 보라빛 머리에, 반쯤 감긴 눈. 그리고 멍해보이는 표정.
거기에 살짝 커서 소매가 남아도는 검은색 후드 한장 입은 채, 나를 따라오는게 누가보면 동네 마실 나가는것처럼 보였다.
...뭔가 굉장히 무방비해 보이는 모습. 근데 뭐 생각해보면, 그만큼 자기 능력에 자신이 있어서일수도 있다.
하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그녀를 데리고 우리 에고-하우스로 데려갔다.
"와아."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집을 보고 짧게 감탄하는 그녀.
"이게 뭐야?"
"저희 에고스트림의 본부입니다. 다들 여기서 같이 살죠."
"오. 근데 이거 나한테 이렇게 공개해도 돼?"
"네. 이제부터 당신은 저희 멤버니까, 당연히 되죠."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답해줬다.
...사실 어차피 순간이동해서 온거라 얘가 위치를 알리도 없고, 인터넷도 뭐도 잘 모르는 애라 정보를 유출할 수 없을거라는 판단에 당당히 보여준거지만. 그런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조심성이 없네."
멍하니 노래하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대답을 허허 하고 웃어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고.
하여튼, 나는 그녀를 끌고 대문을 열어 들어갔다.
넓직하게 뻥 뚫린 목재저택에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그녀. 약간 조카한테 집 소개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집 좋다."
그렇게 말할 정도니, 좋아보이긴 하나보다.
근데 일단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자, 일단 저희 멤버들 먼저 소개시켜줄게요."
"아. 그 일렉트라랑 월광무녀?"
"...아시네요?"
"어. 유튜브에서 많이 봤으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살짝 놀랐다.
이럴수가, 평소에 집에 누워서 천장만 보는 얘가 알정도라니, 우리 에고스트림이 정말 커지긴 했구나.
내가 그런 감상에 젖은 채 거실로 들어서자, 내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엥 오빠? 새로운 멤버분 데리고 오신거에요?"
거실에 들어가자, 나와 자영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다가오는 서은이.
".....!"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본 자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귀여워."
"네?"
갑자기 자신앞에 다가와서 눈을 반짝이는 자영을 보고, 서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생뚱맞게 말하는 그녀와, 갑작스러운 상황전개에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서은이.
하여튼 자영,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서은이를 보더니 마음에 쏙 든 모양.
"여기 마음에 든다..."
이내 서은이에 이어 햇살이 따스히 비추는 베란다 쪽을 본 서자영은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원래 자영 이 여자가 사차원이라는건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아는 사실. 그런만큼, 지금 그녀의 기분이 좋아보이는 지금 이 기회를 잡는게 상식이란걸 알고있단 소리.
그래서 나는 바로 그녀에게 제안했다.
"아 맞다, 이 얘기를 안했는데. 당신도 여기서 사실래요? 이미 저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다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
그렇게 답한 그녀는 주위를 슥슥 둘러볼때.
나는 바로 옆에서 악마의 유혹을 했다.
"여기서 살면 밥도 삼시세끼 같이 해먹을 수 있고..."
"사람들도 많으니 심심할 틈도 없고."
"집도 좋고 숙식 무료에 수많은 능력자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시겠습니까?"
"음..."
그냥 고민한듯 해 보이는 그녀였으나, 이미 딱봐도 넘어가는듯한 모습.
이내 그녀는 잠시 고민을 이어가더니, 끝내 쿨하게 대답했다.
"좋아."
"알겠습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서자영 그녀도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걸보니,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는 모양. 아니면 그녀의 성격을 고려했을때 그냥 재밌어보여서 그런걸수도 있고.
하여튼 중요한건.
...이제 한번 우리집에 발을 들인 이상, 너는 못빠져나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숙식 무료를 조건으로 원작의 S급 빌런을 완전히 묶는데 성공했다.
저 여자는 아직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이 집에 같이 살게되면 자연스럽게 모두와 친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진정한 의미로 동료과 되게 되기 마런.
사실 원작에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배신할 만한 애도 아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미리 패밀리로 묶어두는게 안전하다
어쨌든 그렇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니까 이사도 하고 다 했다는 소리지.
그렇게 자영은 공식적으로 에고스트림 멤버가 되었다.
음, 좋다. S급 빌런 꼬시기 끝. 참 쉽죠?
***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미 그새 자영 그녀는 맴버들하고 꽤나 친해졌다. 애가 마치 관엽식물마냥 좀 멍하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모두와 금방 친해진거 같기도 하다. 애가 말이 직설적이라 오히려 스스럼이 없어.
하여튼, 다시 돌아와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나는 현재 자영 그녀와 함께 집앞의 숲에 서있었다.
당연히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녀.
"좋아, 얼마나 강한지 보자고!"
그리고 세희도 옆에 있었다.
내가 서자영이 강하다고 언질을 주자, 얼마나 강한건지 궁금해진 모양.
"...그럼, 한다?"
"그래."
그렇게 내 말이 끝나자.
어두운 초록빛의 숲 한복판에, 보라색 머리를 늘어트린 채 검은색 후드 하나만 입은 그대로.
그녀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순간.
파악-.
숲의 허공이.
갑자기 생겨난 작은 도깨비불같은 보라색 불꽃들로, 가득 찼다.
"오... 야."
작은 도깨비불들이 우리 앞에도 넘실거려서, 이동하기도 힘들게 하는 모습.
그런 그녀의 능력에 최세희도 감탄하는 가운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출력도 강하네. 여기서 응용까지 하면 대박이겠어.
"더해봐?"
"어."
내 말에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다시 보라색 불꽃을 조작해 여러가지를 하는 그녀.
내가 알기론 저 불꽃이 섀도우워커의 능력도 씹는다.
그러니까.
"좋아."
그녀의 묘기를 보며, 나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테러는 섀도우워커를 상대로 하자. 그게 맞겠다. 원작처럼.
스타더스는... 이번에는 넘기지 뭐.
별 문제 있겠어?
***
"...에고스틱이 테러를 언제 일으킬려나."
한편, 신하루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는 당연히 자신이 나서게 될텐데.
...이번에는, 에고스틱. 그와 대화를 좀 시도해 볼까. 좀 물어도 보고. 웬만하면 답해줄거같은데.
몇번 하지도 않아 보기도 힘든, 에고스틱과 만나는 이 귀중한 시간을 좀 유용하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렇게 에고스틱의 다음 테러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