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화
화영웅들의 뒷공작
[브라질 파동과 전세계 침공이라는 연속된 두번의 재앙에, 지구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빌런들의 테러가 더욱 빈번해졌는데요. 이에 정부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여행 자제국'으로 공표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평온한데요, 이에 협회측은 '사회 분위기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스스로 자평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에고스트림이 협회인지는 몰랐다는 반응을...]
대한민국은 평화로웠다.
물론 대한민국만 평화로운거지 세계는 슬슬 개판되기 직전.
[미국 국회에서 모든 능력자들을 전수조사해서 협회에 신분은 등록시키자는 얘기가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등록 능력자들이 빌런이 되는 만큼, 모든 국민들 중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등록시키고 위반시 처벌한다는 법으로...]
그렇게 나라는 오바하고 국제협회는 과로에 시달리고 기업들은 무너지는 그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최전무님, 거기 매수 했어요?"
[네. 인수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니혼산 테크&로스에서 유성 테크&로스로 명칭 변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이렇게 힘좀 써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뚝.
"휴...."
이설아는 전화를 끊은뒤 한숨을 쉬었다.
바쁘다 바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때아닌 글로벌 위기에, 이설아는 누구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외에서 거듭되는 치안 붕괴와 테러들에 기업들의 가치가 점차 내려가는 상황.
물론 아무 위기 없이 평온한 대한민국만은 예외였기에, 미리 비축해둔 자본으로 그녀는 외국기업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도 많이, 온갖 꼼수로 사들여서 이제는 총알이 모자랄 정도.
"이정도면 됐을려나?"
대충 상황을 완료지은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휴- 하고 한숨을 쉬어보지만, 그래도 뿌듯한 미소를 지은 그녀. 이런 기회가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만큼은 했다. 다만 대한민국 기업들은 역시나 타격이 적었던만큼 주가방어가 잘 되서 인수를 많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진짜, 다인씨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이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 그가 사전에 알려준 덕분에 모든걸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었으니 고마울따름.
...거기에, 애초에 그 덕분에 대한민국만 참사를 피했으니 다행이 아닌가.
...근데 정말로, 에고스틱 그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가정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일단 베헤모스랑 한은그룹에 의해 서울이 파괴되고, 거기에 월광교가 막타까지 쳐서 깔끔한 마무리. 아마 서울은 완전히 망하고, 부산이 수도가 될 수도 있었겠다.
"잠깐만, 그건 좋은데....?"
청와대나 국회가 부산으로 옮겨졌으면 이미 그녀가 정부를 장악하고도 남았을 수도 있다. 유성기업의 본진이 부산인만큼... 어쩌면 이미 대한민국이 그녀의 손에 떨어진지 오래일수도.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설아 자신은 온전하고 멀쩡한 대한민국을 손에 넣고 싶은거였지, 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가지고 싶은게 아니니까.
아마, 만약 에고스틱이 없는 세계에서 자신이 손쉽게 대한민국을 먹었다고 하면.
...아마 그 세계의 자신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을거 같다.
오히려 목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히려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뭐, 다 말도 안되는 망상이지만.
다행이도 에고스틱은 있었고,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오늘도 멀쩡히 굴러가고 있으니까.
'...에고스틱.'
사실 에고스틱의 첫 등장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흔하디 흔한 빌런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의 행보를 보기 시작하며.
그녀는 생각을 바꿨고.
이제는 진심으로,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조차 모르는 모든 정보들을 다 알고 있고, 인재들, 그러니까 강력한 능력자들만 모아 스스로 맨땅에서 세력을 갖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신이 본받아야할 모습. 거기에 이미 대한민국의 위기도 그가 몇번이고 막아내지 않았나.
누구보다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것같은 그가 왜 빌런을 자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것도 깊은 뜻이 있겠지. 다인, 그는 거의 모든걸 알고 있는듯 보이니까.
다만, 그의 관심이 다 스타더스에게만 맞추어져서 문제지.
"....."
...물론 시간이 계속 지나다 보면, 그의 사는곳도 모르는 스타더스보단, 차라리 자신을 그가 돌아보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그에 옆에 붙어있는 수많은 빌런 여성진들까지...
근데 다 필요없고 제일 큰 문제는 그녀가 저번에 큰 실수를 해 그가 자신에게 실망을 했다는 점이다.
"....그래, 일단은 가만히 있자."
...그래도 히어로들 중에 그의 정체를 아는건 자신뿐이니 아직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그렇게 애써 자신을 위로하던 이설아는, 순간 스치우는 어떤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생각해보니까 섀도우워커, 걔도..."
월광교의 괴물이 깨어났을때, 에고스틱이 쓰러트렸다는걸 거의 맞출뻔한 스타더스.
속으로 깜짝 놀란 이설아 자신이 애써 커버를 치고 있을때.
그때 자신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강력히 증언해서, 스타더스를 착각하게 하는데 성공한 섀도우워커.
"....정말 못봤을까?"
분명 에고스틱 그는 그자리에 있었을텐데. 만약 그 주위를 둘러봤으면 못봤을리가 없다.
...그러면, 왜 못봤다고 그렇게 강력히 주장한걸까.
잠시 일어난 뒤 장식장에서 와인병을 꺼내, 포도주스를 채운뒤 홀짝이며 머리를 식힌 후, 그녀는 찬찬히 추측해봤다.
"혹시...."
그때는 바빠서 생각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면...
그에게도 자신처럼, 에고스틱이 접근한게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애초에 자신에게 먼저 접근한것도 에고스틱 그였던만큼...
"....아무래도, 섀도우랑 얘기를 해봐야겠네."
그녀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보자, 김자현 전화번호가 어딨더라...
***
[...네.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아마 라티스와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확실히 큽니다. 그게 우연히 얻어걸려 테러를 피한것인지, 아니면 에고스틱이 전부 예측하고 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르긴 뭘 몰라. 당연히 에고스틱 덕분이지."
여자친구를 그녀의 집에 바래다주고 나서.
출출한 나머지 홀로 자기 집에서 김치볶음밥을 먹고있던 섀도우워커 김자현.
그는 티비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이미 에고스틱이 히어로인걸 알고 있던만큼, 뉴스를 봐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시한부 빌런 에고스틱이 자신의 몸을 갈아넣으며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는건 상식.
"크흑... 에고스틱, 너란놈은 대체."
저번에 스타더스와 테러를 하던 방송에서 피를 흘리던 에고스틱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에고스틱 건강이상설이 떠오른걸 보고는 올게 왔구나라는 심정. 사람들은 알까. 그가 단순히 몸이 안좋은게 아닌, 이미 살날이 정해져있는 시한부라는걸.
그러나 그럼에도 남은 인생을 절망하기는 커녕, 나라를 위해 한몸 바치고 떠나려는 사나이라는걸.
"...에고스틱, 네가 빌런으로써 떠나게 된다면, 내가 꼭 진실을 알리고 너의 명예를 복권시켜주마. 사나이 대 사나이로 명예를 걸고."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아직까지는 에고스틱 그가 어째서인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
그가 그러는 이유를 잘 몰랐으나, 나중에 따로 에고스틱에 대해 스스로 위키를 보고 그는 깨달은 것이다.
"네놈. 스타더스를 사랑하는군."
스타더스로 데뷔하여, 아직까지도 스타더스만 찾는 그의 모습.
그걸 보고 깨달았다. 이건 에고스틱 그가 스타더스를 좋아하는거다.
다만 시한부인 그로썬 이루어진다해도 짧은 사랑이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죽이고 그러고 사는것.
"크흑, 이런 순애보라니... 진정한 사나이다..."
그렇게 자신의 추측을 거의 기정사실로 여기는 채, 에고스틱을 시한부 사랑꾼 히어로로 굳게 믿고 있는 섀도우워커 김자현.
그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이설아. 얘가 왠일이지."
의아해하면서도 김자현은 전화를 받았고.
[김자현씨. 당신 에고스틱이랑 만났었죠?]
굉장히 당황스러운 말을 받았다.
".....음... "
[경계하진 말고요. 저도 같은 편이니까요. 그와. 그러니까 말해줘요.]
".....그래. 어떻게 안거지."
[역시... 이렇게 된 이상, 저희 한번 만나서 대화좀 해요.]
"왜?"
[당연히 에고스틱,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아하. 그렇다면야, 좋다."
그는 순순히 승낙했다.
에고스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야.
그렇게.
대한민국에 단 세명밖에 안되는 A급 히어로중, 둘의 비공식 만남이 성사되었다.
A급 빌런을 돕기 위한.
***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오빠, 귀 그만 후벼요."
"다인씨, 제가 귀 파드릴까요?"
"네? 아니, 괜찮습니다."
나는 내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한 수빈씨한테 그렇게 답해줬다.
"농담 아니에요."
"하하..."
농담이 아니였나보다.
하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다음 계획이 중요하지.
나는 그렇게 수빈씨가 깎아준 복숭아를 먹으며 조용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
...머리도 아픈데, 일단 스타더스 팬카페나 좀 더 관리하다가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