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41화 (141/328)

제 141화

화태풍 속 고요

기억.

기억은 마치 끈적하게 늘러붙은 설탕물과 같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그 자신도 모르게 하나 둘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강력한 힘을 가진 히어로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하나, 빚지신겁니다?'

'....제 히어로가 이러고 있는데, 당연히 와봐야죠.'

"...."

가끔 예전의 기억들은 가끔 꿈이라는 형상을 빌려 다시 그녀에게 나타나곤 했다. 마치 오늘처럼.

"....비가 오네."

일어나 침대에 기댄채, 꿈에서 보여준 예전의 기억을 잠시 반추하던 신하루. 그녀는 문득 옆에 있는 창문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꿉꿉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있는 하늘.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날씨였다.

"....협회나 가있을까."

계속 침대 위에서 기억을 곱씹던 신하루는, 상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드는 날씨지만, 그냥 기분탓일 뿐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협회에 도착해 사무실에 앉았고.

그로부터 몇시간 뒤, 협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불길한 직감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

대한민국 협회 건물 내부의 제일 큰 공간, 비상대책본부.

그곳은 현재 난리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라질! 지금 상황은 어떤가!"

커다란 공간에 수많은 모니터들과 거대한 화면 하나가 놓여있는, 이곳 컨트롤센터.

협회장은 그 가운데 다급하게 들어와서는, 소리치며 물었다.

그러자 그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앉아있던 직원이, 화면에 눈을 때지 않은 채 다급히 말했다.

"....좋지 않습니다! 현재 지금 각국 대도시 인근 해안가에서 수많은 해양괴수들이 공습을 하고 있는데, 그 양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랍니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곧일것 같습니다!"

"젠장, 왜 내 임기기간에 이런 온갖 사건들이 터지는거야?"

협회장이 억울하다는 듯 곡소리를 낼 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스타더스가 급하게 들어왔다.

"협회장님, 소식 듣고 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굳은 표정으로 묻는 그녀에게, 협회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설명했다.

"...북미쪽 빌런단체로 추정되는 라티스라는 곳에서, 전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네. 그들의 주장은 바다가 육지보다 우월하기에, 바다를 넓혀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지금 주요 국가들에 해안가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네. 그리고 아마 우리도 곧이겠지! 이 미친 정신병자놈들을 봤나!"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격양되게 외치는 협회장. 이내 말을 하다 사래가 들렸는지 콜록거리며 급하게 물을 찾는 그를 대신해, 다른 협회 요원이 모니터를 가르키며 스타더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수장은 아틀라스라는 자로, 아마 해양 생물들을 변형시켜 괴물처럼 만드는 능력을 가진 듯 합니다. 현재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쪽 해안가를 괴물들이 침공하고 있다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 하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벽면의 거대한 화면에서 영상이 틀어졌다.

거대한 오징어랑 이상한 생물들이 해안가 도시를 마구 공격하는 모습.

그걸 보며 스타더스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수가 너무 많다.

"먼저 공격받고있는 북미와 유럽 협회쪽의 말에 의하면 한 나라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침공이 오고 있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합니다!"

"현재 바다와 맞닿은 곳이 많이 있는 나라일수록 침공 규모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컨트롤센터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협회 요원들의 급박한 목소리.

그 소식들에 협회장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자신 팔자를 한탄한 채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아... 우라질. 지금 당장 B급 이하 히어로들 소집하고, 아이시클에게 연락해 부산을 방어하라고 연락하게. 섀도우워커는 지금 도움이 안되고, 스타더스는 여기서 어디가 공격받는지 알고 출발해야되니 잠시 대기하게."

"...알겠습니다."

스타더스는 짧게 대꾸한 뒤, 다시 상황판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스크린에 떠있는 거대한 하늘색 세계지도.

그리고 그곳에는, 붉은색 점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아시아쪽이 깨끗한데 반해, 주로 아메리카쪽과 유럽쪽 해안가 쪽에서 점멸하고 있는 붉은색 점들. 아마 저곳들이 현재 침공을 받고있는 쪽이엤지.

그리고 그 붉은색 점들은, 점점 더 오른쪽에서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인도쪽에서도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협회 요원의 다급한 한마디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세계지도에서도 인도 해안가 몇군데에 붉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컨트롤센터 각군데에서 요원들의 다급한 외침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쪽에서 공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긴박한 외침들.

"드디어 중국쪽에도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서해 바로 맞은편에서도 공습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본 협회도 공습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현재 섬의 주요 대도시 거점이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계지도에는 수많은 붉은 점들이 다다닥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바다를 맞닿고 있는 붉은 점이 안붙은 나라가 거의 없는 당황.

그만큼, 협회내에서도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들 준비하게. 눈 크게 뜨고, 어디에서 침공이 시작되는지 잘 봐!"

협회장의 일갈을 끝으로, 숨막힐듯 이어지는 정적.

모두가 이제 국토 어딘가에서 곧 시작될 공습을, 잔뜩 긴장한 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조하게 1분이 지나고.

3분이 자나고.

10분이 지났다.

"....제기랄, 짜증나게 왜 안나와? 시간차 공격인가?"

협회장이 초조한듯 발을 굴리며 중얼거렸고.

스타더스를 비롯한 요원들도 더욱 몸을 긴장하며 대기하고 있는 채.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날때 쯤.

"....뭔가 이상한데."

아까까지만 해도 긴장으로 가득 찼던 협회 내부는, 이제는 의아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네. 현재 주요 선진국들에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 히어로들이 막아내느라 급급하다네요. 특히 일본쪽은 사면이 바다라서인지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답니다."

"...아니,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은 사방에서 이잡듯 공격하면서, 왜 우리는 아직도 안오는거야?"

협회장이 그렇게 투덜거릴때, 스타더스는 홀로 이상한걸 느꼈다.

...지금 다른 모든 나라들은 다 공격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홀로 공습이 늦는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다들 긴장을 놓지 않았고.

그렇게 10시간이 지났다.

"협회장님, 해 지는데요."

"협회장님. 라티스가 전세계 곳곳에서 이제 후퇴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테러가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그냥 집에 갈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끝내 공격받지 않았다.

***

[(칼럼)라티스단의 전세계 침공종료... 한국만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전세계가 큰 상처를 입었다.

빌런단체 라티스의 전지구적 규모의 테러에, 수없이 많은 해안을 낀 국가들이 공격받았다.

곳곳에 검은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수많은 해안도시들은 무너져내렸다.

당장 바로 옆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현재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등 많은 나라들이 침략을 겪었으며, 이들은 전부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점은, 우리나라는 공격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나라가 포화와 폐허속에 시름겪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 미확인수상괴생명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김환석 기자

=[댓글]=

[아니 기자님 ㅅㅂ 이유를 볼려고 읽었는데 이유를 모르신다고 하면]

[ㅋㅋㅋㅋ나도 뉴스틀고 또 테러난줄 알고 깜놀했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당황함ㅋㅋㅋㅋ]

[세계가 혼란한데 왜 대한민국만 평온한건가요? 신기하네요]

[이게 대체 뭔 행운인가ㅋㅋㅋㅋ]

[....? 일하고 온 사이에 무슨 일이]

침공은 끝났다.

반나절에 걸쳐 지구 전체에 일어난 테러는, 갑자기 일어났듯 갑자기 모든 해양괴물들이 다시 일제히 바다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났고.

그것들이 떠난 뒤에는, 파괴된 도시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전세계 협회가 전후복구를 위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게 애쓰고 있는 그시간.

대한민국 히어로 협회는, 그저 한가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정말 천운일세! 하하하, 이런걸 요즘애들은 핵이득이리고 하던가? 하하하하하!"

그냥 할일 줄어들어서 신난 협회장과, 테러가 안일어난 것에 진심으로 안도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 뒤에서 서있는 스타더스.

그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딘가 한편에서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대한민국만 공격받지 않은거지?

"왜일까...."

그녀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협회 한쪽에서, 직원의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협회장님! 에고스틱이 공지를 올렸습니다!"

"...에고스틱? 걔가 갑자기 거기서 왜나오나? 그리고 무슨 공지?"

협회장이 의아해할 때.

스타더스는 이미 누구보다 빠르게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이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

(new!)[에고스트림 X 타빌런연합 제휴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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