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0화
화몰려드는 폭풍
브라질의 멸망.
원작에서는 이 시점부터 슬슬 세계가 개판으로 치닫게 된다.
예전에는 분명 몇명 안되던 초상 능력자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그에 맞추어 빌런들도 늘어나고, 이들이 연합을 이루어 해외에 침공을 하기도 하는등 난리법석.
지금까지 베히모스나 한은그룹 월광교등은 한국만 피폐해지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다같이 글로벌하게 모두가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당연히 우리나라는 2배로 피폐해지고.
그리고 당연히 나는 그렇게 되는 꼴을 볼 생각이 없다.
비록 정보가 부족해 해외까지는 커버 못치더라도, 내 한몸 불태우면 작은 반도인 한국정도는 어떻게 커버 칠 수 있지 않겠어?
하여튼, 점차 혼란해질 국제사회.
이 전쟁통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세계는 모든 무력을 초상 능력자에 의지함으로, 결국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느 세력이 인재를 한명이라도 더 가졌는지가 중요한 싸움.
"....."
그리고 나는 미리,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인재 풀을 갖추어놨다.
최강의 해커이자 발명가이기도 한 서은이, 죽지 않는 싸움병기인 데스나이트, 초능력이랑은 다른 개념인 마법을 활용하는 은월이. 모두 원작처럼 타락하기 전에 품었다.
거기에 나중에 등장할 빌런들 중 몇명은 영끌해서 미리 캐스팅 하기까지. 귀중한 원소능력자 최세희, 나중갈수록 중요해질 치유능력자 이하율 둘이 대표적이다.
물론 지금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인재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르다. 특히 원작 후반부를 생각하면... 아임 스틸 헝그리.
그런데 말이다.
결국 규모가 점점 더 커질수록, 인재만큼이나 다른것도 커진다.
결국 빌런이나 히어로나 다 사람끼리 사람을 상대하는 일. 물론 후반가면 괴물들도 튀어나오는데, 그전까지는 모든 테러의 주체가 전부 사람이다.
즉 결국에는 정치도 어느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질에는 세력이 필수이므로, 내가 빌런연합을 만든 것이기도 하고.
".....이제 곧이려나."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
그곳을 유심히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브라질의 멸망 이후, 처음에는 어수선했으나 결국엔 다시 안정을 찾은 사회. 그러나 이 안정이 오래가진 않을거란걸 나는 안다.
아마 원작대로라면 이제 곧 다음 이벤트가 벌어질거다.
처음으로 나오는 세계단위의 테러이자, 이때까지 지구상에서 벌어진 테러중에 가장 큰 테러. 빌런단체 '라티스'의 전지구 해안가 침공 사태가.
그리고.
"....거기서, 한국만 어떻게 빼게 하면 안될까?"
나는, 그런 계획을 하고 있었다.
***
라티스의 전지구 해안가 침공.
대한민국에서 3면 바다에서 갑자기 한날한시에 괴물들이 등장해 해안도시를 다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건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작에서 그냥 늘상 있는 테러중 하나로 보인다. 메인이벤트급 스케일일뿐.
다만, 이게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유럽,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동시에 벌어진 테러라는게 쇼킹했던거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테러.
그리고 그게 일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곧 전지구적으로 바닷가에서 테러가 동시에 일어날거라고요?"
오랜만에 열린 에고스트림 회의실.
그곳에서, 내 설명을 들은 서은이가 내 말에 대답했다.
"그래. 거의 확실한 정보야."
"....그걸 오빠는 어떻게 아는거에요?"
"믿을만한 정보통에게 들었지."
참고로 그 믿을만한 정보통은 내 뇌다.
그런 내 말에 서은이는 뭔가 탐탁치 않다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오빠가 지금까지 구해온 정보들이 틀린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맞겠죠 뭐."
그렇게 서은이가 고맙게도 스스로 납득하고 있을 때, 가만히 듣던 최세희는 불쑥 나에게 물었다.
"아니, 야. 근데 그럼 그걸 우리가 어떻게 막냐?"
"...난 아직 막을꺼라곤 말 안했는데?"
"어차피 막으려고 할거잖아."
"...그렇긴 하지."
최세희는 내 말에 그럴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째 나의 '빌런'연합 수장으로써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인데.
하여튼 내가 헛기침을 하며 대답할 말을 고를때, 같이 앉아있던 은월이가 용기를 낸듯 살짝 큰소리로 말했다.
"....전 좋아요! 세계는 우리가 지킨다! 뭐부터 하면 되나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은월이.
눈도 반짝반짝 빛내는게 진심으로 의욕에 가득 찬 눈치다. 귀엽네.
그런 은월이에게 나는 친절히 말해주었다.
"대화를 해야지."
"....네? 누구랑요?"
"누구긴. 그 라티스라는 빌런집단이랑."
"어... 빌런들이랑 대화를 한다고요?"
"그래. 우리도 빌런이니까. 빌런 대 빌런으로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을 봐야지."
"...아."
뭔가 나쁜 빌런들이랑 싸울줄 알고 기대한듯한 은월이는 살짝 시무룩해보였다.
미안하다 은월아. 어른들의 세계는 원래 주먹보단 입으로 모든걸 해결하는거란다.
...근데 생각해보니 은월이는 어른 아니였나?
하여튼, 이제는 우리가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란걸 드디어 유용하게 써먹을 때가 왔다.
"자, 계획은 이거야..."
이번 일에 핵심은 아가리로만 해결을 보겠다는 것.
그렇게 나는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설명했다.
***
뭐,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스타더스는 또 새롭게 나타난 다른 빌런 2명을 무찌르고, 이설아는 기어코 다른 기업들 몇개를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으며, 사람들은 브라질 사건을 모두 잊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산속에 있는 우리 큰집 지붕 위에다가 유사 썬베드를 만들고 거기에 누워있었다.
아니, 저번에 해변에서 썬베드에 누워서 경치보니까 참 기분이 좋더라고.
그래서 아예 지붕위에다가 썬베드 비슷한데 폭신폭신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올라가 누워있었다.
그런 내 손에는 와인이 한잔 들려있었다.
Cheval Blanc 1947산. 저번에 이설아가 금주한다면서 나한테 줬던 자기 컬렉션 중 하나다.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
그래, 큰일을 완료한 나 자신에게 주기 알맞은 선물이다.
지난 시간동안, 나랑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로.
그리고 그 결과.
에고스트림은 대서양 소속 빌런집단 라티스와 불가침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내용은 라티스와 에고스트림은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 포인트.
즉, 그 협약에는 상대집단이 속한 국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내용도 당연히 포함되어있다.
"...이 아재 왜 자꾸 문자해?"
물론 호감도작을 잘못 했는지 저번에 만난 이후 라티스의 수장인 이 미국인 아저씨가 자꾸 나한테 영어로 된 좋은 글귀같은걸 보낸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그거야 뭐 답장으로 [:) b] 이런거 보내주면 해결되는 문제다.
그렇게 또 대한민국을 지키고 스타더스도 지킨 보람을 홀로 뿌듯하게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옆쪽에서 바람이 불고 마법진이 생기더니 은월이와 뒤에 은월이 등을 껴안고 있는 서은이가 뿅하고 튀어나왔다.
"오빠! 한참을 찾았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은월이로부터 떨어져 내 쪽으로 폴짝 뛰어온 서은이.
그런 서은이한테 나는 와인잔을 찰랑이며 말했다.
"오빠는 여기 혼자 누워 어른의 시간을..."
"와! 여기 경치 엄청 좋네요? 저희도 여기 흔들의자같은거 하나 놔서 오빠 옆에 앉아있을까봐요. 그치 은월아?"
"네. 그럼 좋을거같네요."
그렇게 답하며 후후 웃는 은월이.
...안돼. 내 혼자만의 공간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말던, 은월이는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래서... 다인오빠, 이제는 정말 다 끝난거에요?"
"그래. 한국은 안전할꺼야. 아 맞다. 그리고 서은아, 온김에 잘됐다. 일 좀 하자."
"엑."
서은이가 잘못걸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 온 네 잘못이지.
이거 하나만 업데이트 하자고.
내가 그때 악수하는거 사진 찍은거 있었겠지?
***
히어로의 일과는 단조롭다.
주로 테러가 일어나지 않을때는 사무실에 앉아서 대기하는게 주업무. 특히 오늘같이 비가 올때는 더욱 실내에서만 활동한다.
그렇게 그러는동안 신하루는, 마우스를 달깍이며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었다.
[각혈]
[각혈시 건강]
[20대 남자 각혈시 병]
"각혈은 그 양이 소량이라도 중증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에 가는것이 유리합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알아보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고 창을 닫은 뒤 자연스럽게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실시간 인기글.
자연스럽게 신하루는 그것을 클릭해 보았다.
*
[속보)망고스트림 홈페이지에 공지사항 카테고리 추가!!!]
(홈페이지_사진_before.jpg)
보면 알겠지만 원래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는 메인화면가 맴버 소개, 그리고 저 밑에 작게 피해보상신청 이거밖에 없었거든?
(홈페이지_사진_after.jpg)
근데 이번에 새롭게 '공지사항' 카테고리가 추가됨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뜻이냐? 앞으로는 방송 외에도 시청자와 소통한다는게 아닐까???
(에고스트림_로고.jpg)
에고스트림<<<<세계 최강의 빌런 조직이면 개추ㅋㅋㅋㅋㅋㅋ
[♡]851
=[댓글]=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망고스트림!]
[오 이건 진짜 빅뉴스네]
[와ㅋㅋㅋ 대박이네ㅋㅋㅋㅋ]
[에고스틱 이런건 절대 안할줄 알았는더 의외네 무슨 공지들 올릴지 기대됨ㅋㅋㅋ]
[아니 살다살다가 무슨 공지시항 카테고리 추가됐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처음보네ㅋㅋㅋㅋ 무슨 단체로 최면걸린거 같음ㅋㅋㅋㅋ]
ㄴ[아ㅋㅋㅋㅋ]
ㄴ[이게 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소통을 안한 망고때문이다... 으윽 그가 내 뇌를]
ㄴ[아니 빌런이 왜 소통을 주기적으로 해야되냐고ㅋㅋㅋ]
[큰거오냐??? 큰거오냐???]
*
상당히 흥미로운 뉴스에 신하루가 관심을 가질 때, 갑자기 그녀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스타더스님!!! 큰일났습니다!!!"
급박해보이는 협회 직원의 표정에, 신하루에 얼굴이 굳었다.
...댓글대로 큰게 오긴 했다.
"지금! 전세계에서 난리가났답니다!!!"
좀 너무 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