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화
화급변하는 정세
[속보입니다. 브라질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재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사망한것으로 보이며, 브라질 협회와 히어로들또한 무력화되고 수도와 대도시들이 전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추가 소식입니다. 또한 브라질쪽의 아마조니아 숲에도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미의 주변국가들은 전부 비상상태를 선포했으며, 현재 살아남은 이들이 난민이되어 도망치고 있다고 합니다.]
능력자들에 의해 국가 하나가 무너졌다.
이 일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부가 모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국제연합과 국제 히어로 협회 총괄 위원회가 공동성명을 내, 브라질 사건을 '충격적이고 끔찍한 반인륜적인 일'이라 칭하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협회 히어로들과 협력해 진상규명 및 빌런 사살을 위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을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또한 끔찍한 재앙(Horrible Disaster)이라고 이번 사건을 평하며, 국제사회에 일원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당장 자국 협회의 히어로들을 파견해 사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브라질은 아직도 수만명의 난민들이 대피중이며, 아마존 쪽은 현재도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총괄 히어로 협회와 미국의 1차 사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UH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멸망은 타국 S급 빌런들이 일으킨 일로, 브라질 정부가 그들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은거에 앙심을 품고 일을 계획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S급 빌런들 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브라질은 제일 강한 히어로가 A급 한명뿐인 히어로 약소국으로써, 인구대비 고능력 히어로가 적은 나라였습니다.]
[미국이 범인 색출과 사건 해결 및 원조를 위해 자국의 S급 히어로 2명과 A급 히어로 5명을 보내는것을 자국 협회에서 확정지었습니다. 이는 상당한 지출로, 자국의 히어로의 해외 출국을 극도로 꺼리는 미국 협회치고 이례적인 일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미쪽에서도 이번일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오늘 새벽 브라질을 멸망시킨 4적중 3명을 사살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에서 공개되었습니다. 한명은 현재 도주중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불이 드디어 꺼졌습니다! 미국의 S급 히어로 워터멜이 꺼트렸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전세계 시민들이 #pray4brazil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해시태그와 함께 브라질을 응원한다는 문구와 구호물품 및 기부를 했다는 소식이... 우리나라는 유성기업이 이 일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세계 히어로 협회 각 국가 지부중 27곳이 모여 미국 히어로 협회를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성명문의 골자는 '미합중국은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초상 능력자 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바로 아랫나라인 브라질을 도와줄 생각도 안한 바람에 결국 브라질이 멸망했다. 미국은 이에 책임을 져야한다.'였습니다.]
[평소 자국 히어로 유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의 방어적 태도가 브라질의 멸망을 막을 수 있던 기회를 놓쳐 멸망을 방조했다는 일종의 책임론의 등장에, 미국협회는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혼란한 시대였다.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이 동방의 작은 나라인 우리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연일 증시가 폭락하고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얼어붙어, 무엇보다 힘든 시기가 될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 정부는 즉시 금리를 인하하고 각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히어로 협회가 24시간 비상회의에 들어갑니다. 협회장과 A급 히어로 3명과 B급 히어로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이 회의는 최근 불안감의 증폭으로 인한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자 열린 것으로...]
[남미권을 중심으로 초상 능력자 규제 법안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과 다르게 모든 시민들을 조사해 초상 능력 보유자들을 강제로 알아내자는 건데요, 이에 불응하면 징역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입니다.]
"아니, 무슨 나라 하나가 저렇게 허무하게 망해버리냐..."
최세희는 뉴스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요즘은 티비를 켰다하면 매일이 뉴스, 속보, 뭐 그런거다. 그렇다고 인터넷은 다르냐하면 역시나 똑같다. 브라질이, 영토수복 불가능, 기타등등.
이번 일로 이렇게 난리가 난건, 국제사회에서 빌런이 이렇게 국가 하나를 전복시킨건 애초에 처음이기 때문.
즉 인터넷이 난리가 난건 이상한게 아니라는거다.
브라질과 한참 떨어진 우리나라도 하루종일 이 이야기만 나오는데, 당장 붙어있는 다른 남미국가나 미국은 어떻겠는가. 그냥 뒤집어졌다.
"오빠, 지금 자료가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대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에요?"
노트북을 바라보던 서은이가, 혼란스럽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해서. 겁나 강한 빌런들이 정부 히어로 다 부수고 숲을 불태우고 도시 박살내고 그런거야."
"아니... 그게 말이 되요? 고작 빌런 여러명이서?"
"....글쎄."
사실 나도 자세한건 모른다.
원작에서는 중간에 스타더스가 방황하는 동안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라는 식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거든.
하여튼 확실한건 이 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도 슬슬 지랄나는걸로 안다.
이제부터 파워밸런스가 망가지기 시작해서, 점점 무식하게 강한 빌런들이 생기기 시작하거든.
뭐 어쨌든 그래도 브라질 영토가 박살난거지 사람들은 살아있으므로, 다시 정부 세우고 해서 어찌어찌 굴러는 갈거다.
하여튼 중요한건.
이제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가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날 거란 뜻이다.
지금까지는 자국 히어로들이 자국 빌런들만 상대하면 됐다면, 이제는 다른 나라의 빌런들이 침공해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일. 어찌보면 세계화의 문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마 이제부터는 국제적 규모의 테러가 점차 늘어날거야."
그걸 우리가 막아야 하고.
나는 그 뒷말은 삼켰다.
아직 여기까지는 말하기가 좀 망설여진다. 내 계획을 지금까지 남들한테 대놓고 알린적도 없고, 또 굳이 괜히 책임감을 느끼게 될까봐.
솔직히 빌런연합이 이러는것도 좀 웃기긴 하잖아. 기강이 해이해질수도 있다. 사실 이미 해이하긴 한데, 어쨌든.
그래도 다들 걱정어린 눈으로 티비를 바라보는걸 보면, 역시 어느정도는 내 선에서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원작 그대로 유열 피폐물로 가는건 안된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도 브라질마냥 멸망 확정이기도 했고.
즉, 앞으로 군웅할거하기 시작할 수많은 국제단위의 빌런연합들 사이에서, 에고스트림의 역할이 더욱 커질거라는 것.
세상은 혼란스러워질거고, 결국 중요한건 힘과 정보다.
어느나라가 얼마나 강한 능력자들을 많이 가지고, 다른 빌런연합들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정세가 상당히 변할 수 있다는 말.
라티스라는 수중테러 조직의 전세계 해양 동시공격, 이거였던거 같다.
참고로 이들이 수중테러 조직이라 불리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진짜 조직 본부가 저 깊은 바다 어딘가에 세워져있어서.
하, 이건 또 천천히 준비해봐야겠구만.
나는 그렇게 천천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접근할까...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가 버렸다.
***
[브라질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국토회복을 제 1목표로 삼는 이 임시정부는, 다시 처음부터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에 전세계 사람들은 응원의 말을 건내며...]
"휴우... 이제야 상황이 정리된 것 같군."
협회장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몇주에 걸친 브라질 파동.
드디어 브라질을 무너트린 마지막 빌런도 미국의 손에 의해 제거되고, 브라질 정부도 새로 수립되며.
사태는 어느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다행입니다. 이제 드디어 잘 수 있겠네요. 근데 아이시클... 뭐하냐?"
"잠시만요. 주가폭락이 끝나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매수해야되요."
"....너도 참 바쁘게 사네."
이설아는 거대기업의 수장으로써 다른 나라와 기업과 이것저것 정부를 연결시켜줘 세운 공이 있는만큼, 섀도우워커는 그녀가 뭘하든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옆에서 해외 기업 바겐세일에 눈이 돌아간 이설아를 무시한 채, 섀도우워커는 스타더스에게 말을 걸었다.
"스타더스, 너도 이제 눈좀 붙이지 그래? 요즘 잠 거의 못잤잖아."
"어? 어... 그래야지."
피곤한 눈으로 앉아있던 신하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질 사건으로 전국에 공포감이 휘돌며, 치안이 상당히 불완전해 진 덕에 스타더스를 비롯한 수많은 히어로들이 철야를 해야됐다.
그러나 상황이 이제는 공식적으로 어느정도 진정되고, 물가와 치안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만큼. 이제 이 비상대기도 소집해제 수순에 들어가는건 당연한 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협회장과, 다 살거라고 중얼거리며 웃고있는 이설아, 이미 눈감고 태평하게 의자에서 자기 시작한 섀도우워커.
그렇게 긴장이 풀어진 협회 회의실 한복판에서,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만이 뭔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더욱 큰게 올거같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