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6화
화어둠과 번개의 노래
도시는 또한번 홍역을 치루고 있었다.
공중에서 닭모이 뿌리듯 폭탄을 뿌리던 빌런에 이어, 거대 로봇과 히어로의 전투까지.
그리고 아직 코스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 새로이 등장한 빌런.
바로 몸에 전기를 두르고 등장한, 검은색 갑옷의 기사.
데스나이트였다.
"......."
데스나이트의 생김세 자체는, 전에 스타더스가 마주쳤을때와 똑같았다.
머리에 올려진 칠흑의 투구. 몸을 감싸는 검은색 갑옷과, 그 뒤에 있는 다 찢어진 망토.
그리고 한 손에 들려 땅바닥에 놓여있는, 사람 키만한 거대한 대검까지.
여기까지야 전과 같았으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온 몸에 눈에 보일정도로 파직거리는 전기를 두르고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크하하하하하하!!! 몸안에 힘이 넘쳐흐르는구만!!!!]
그리고 그건 저번과 비교해서 꽤 큰 차이를 만들어넸다.
자신의 거대한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
전신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전기가 튀기고 있는 그 커다란 대검을, 데스나이트가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자.
쿠르릉-.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아."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피한 스타더스.
[크하하하!!!! 어떠냐!!!!!]
"데식 아재! 이제 슬슬 공격해봐요!!"
[알았네. 자, 이제부터 진심으로 가겠다네!]
제자리에 서 검만 휘두르던 데스나이트는, 뒤쪽에서 그에게 전기를 공급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 일렉트라의 말에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럇!]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우울히 생각했다.
...나는 그냥 에고스틱이나 보려고 했던건데, 왜 일이 자꾸 오늘따라 이렇게 흘러가는거지.
한숨을 삼키며, 스타더스는 주먹을 쥐었다.
그래. 일단 다 쓰러트리고 생각하자.
***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거임??]
[거의 비등비등한듯ㅋㅋㅋ]
[데스나이트 역시 강하네 전기까지 두르더니 더 강해짐ㄷㄷ]
[검 휘두를때마다 전기 튀기는게 간지긴 해ㅋㅋㅋㅋ]
[와 근데 스타더스 저번에 보니까 ㄹㅇ 강하던데 어케버팀?]
[어케버티긴 지금 사실상 데스나이트+일렉트라 2:1로 스타더스랑 싸우니까 그러지ㅋㅋㅋ]
[아 지금보니 일렉트라가 뒤에서 전기 쏴주고있긴 하네ㅋㅋㅋㅋ]
[내가 뉴스를 보는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르겠네 왤케 현란함ㅋㅋㅋㅋㅋ]
"하아...."
[크하하하하!!! 이게 다인가!!! 더 보여달란 말이다!!!]
무슨 춤추듯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인정했다.
쟤는 강하다. 저번보다 훨씬.
사실 마지막으로 데스나이트와 싸웠을때랑 비교해보면, 스타더스 그녀또한 굉장히 그때보다는 강해졌다. 그사이 월광무녀도 상대하고, 달의 괴물도 상대해가며 상당히 진화한 능력.
즉, 데스나이트는 그런 그녀와 비등하게 싸우고 있다는 거다.
"......"
전기를 내뿜으며 대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스타더스는 고민했다.
...공격중에 계속 전격을 뿜어내 다방면으로 압박이 들어와 방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공격이다.
저 데스나이트의 온 몸. 몸이 아니라 영혼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것들또한 전류가 흐르고 있어 상당히 공격하기도 껄끄러운 상황. 마치 가시를 잔뜩 두른 고슴도치를 때리는 것처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격을 하는 그녀에게도 피해가 가기에.
[자, 와라!!!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말고 오란말이다!!!]
검을 휘두를때마다 그녀에게 휘몰아치는 낙뢰.
그것들을 피해가며, 스타더스는 머리를 굴렸다.
...안그래도 그 스타브레이커라는 기계장치를 무찌르느라 전보다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
거기에 데스나이트가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로 등장하니, 그녀로써는 꽤나 곤란한 상태였다.
원래부터 꽤나 강했던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전기가 흐르며 더 강해졌고, 심지어 검을 휘둘러 낙뢰를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원거리 공격까지 해 거리를 벌려 잠시 체력을 회복하는것도 힘들었다.
거기에다가 아까 말한 것처럼 몸에 전류가 흘러 그녀가 공격을 하는것도 꽤나 껄끄러워진 상황.
즉, 이렇게 되면 전투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녀가 지지는 않는다 해도, 쓰러트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거라는 말.
그리고 그건, 한시라도 빨리 에고스틱을 마주해 아까 해변에서의 인물과 그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고픈 스타더스에겐 무엇보다 안좋은 일이었다.
"....하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현재 에고스틱은 저 멀리 한쪽편에 떠서, 카메라로 이곳을 찍고있는 모습. 멀리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안좋게 돌아가는 상태.
[크하하하! 스타더스 자네도 역시 이 진화한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구만!!!]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번개를 떨어트리리는 데스나이트.
그래, 저 번개. 전기가 문제다. 예전의 데스나이트와 지금의 데스나이트의 가장 큰 차이.
저번처럼 저 전기능력만 없더라면 벌써 쓰러트렸을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문득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저 갑옷과 대검을 두르는 전기가 문제라면, 저것만 없애버리면 된다는거 아닌가?
순간 머리를 스친 발상에, 그녀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데스나이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래. 그의 등쪽에, 전기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저 멀리서 쏘아지고 있는 모습. 저게 아마 아까부터 데스나이트에게 전류를 공급하고 있는 거겠지.
그럼 그 전류를 공급하고 있는 이를 처리하면, 이 모든게 끝난다는거 아닌가?
그런 판단을 내린 스타더스는, 이내 데스나이트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정확히는 마치 충전기 선처럼 데스나이트의 등쪽에 희미하게 연결된, 전류가 공급되고 있는 쪽으로.
"....저기네."
그렇게 짧게 중얼거린 그녀는, 이내 공중에서 박차올라 아래쪽으로 수직낙하했다.
정확히는, 데스나이트에게 전류가 공급되고 있는 쪽으로.
[이봐!!! 어디가는건가!!!]
저 밑에서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향해 뛰어오는걸 무시한 채, 공중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내리꽂은 그녀가 향한 곳은.
"아니, 뭐야!"
저쪽 한쪽편 건물 옆에서, 땀을 흘려가며 데스나이트에게 전류를 공급해주고 있던 일렉트라였다.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스타더스를 보며, 명백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녀. 쏜살같이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보고는 급히 몸 주위로 전류 자기장 같은걸 펼친 채, 그녀는 스타더스에게 말했다.
"아니, 왜 갑자기 나한테 지랄이야!"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급히 데스나이트에게 보내던 전류공급을 끊고, 전기를 사방에 쏘며 최대한 스타더스에게 맞서 싸우는 일렉트라.
하지만 그것은 이미 공격범위 안에 접근하는데 성공한 스타더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엑."
결국 그렇게 방심하고있던 일렉트라는 허무하게 스타더스에게 K.O 되고.
[아니!!! 이런 비겁한 사람을 봤나!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뒤늦게 달려와 검을 휘두르는 데스나이트는, 이미 전기능력을 잃은 상태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아악!!!]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데스나이트마저 보내버린 스타더스.
그렇게 그녀는 모두를 쓰러트리고, 홀로 서게 되었다.
"휴우...."
쓰러질것 같다.
그게 그녀의 감상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3연속으로 빌런을 상대한건 그녀로써도 처음.
생각보다 체력이 훅훅 빠져,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다.
즉, 지금 상황에서 또 다른 빌런이 튀어나오면 그녀로써는 상당히 상대하기 힘든 상태다.
"......"
그런 생각이 든 스타더스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미 한번 억까를 경험해본 만큼, 이제는 자연스럽게 경계하게 된 그녀.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빌런이 또 튀어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뜻은.
모든 상황이 얼추 정리됐다고 판단한 후, 스타더스는 위를 올라다보았고.
그곳에는.
-짝짝짝짝짝짝.
저 하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박수를 치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인가.
스타더스, 신하루는 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래, 이제야 보게 되는구나.
신하루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자신은 분명, 에고스틱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해변에서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도시에서 에고스틱이 등장했다. 자신이 그 남자와 같이 있을때.
즉, 한사람이 동시에 다른 장소에 있을수는 없으므로, 둘 중 한명은 에고스틱이 아니라는 소리.
그리고 그녀는 개인적으로, 저 앞쪽에 있는게 에고스틱이 아닌 모종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가짜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해변에서 본 다인. 그가 에고스틱이라는걸 직감적으로 거의 확신했기에.
결국 저기 있는 저 에고스틱만 가짜라는게 증명되면, 다인이 에고스틱이라는게 확정된다.
그리고 저기 공중에 떠있는 자가 에고스틱이 맞는지는, 그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만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은 에고스틱 전문가니까, 당연히.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에고스틱이 있는 하늘로 올라간 신하루가 본 것은.
"오랜만입니다 스타더스씨! 저번보다 상당히 강해지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는 에고스틱이었다.
'...어라?'
그리고 그런 에고스틱을 본 신하루의 머리는, 순간 멍해졌다.
....얘, 진짜 에고스틱 맞는거 같은데?
***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나를 당황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데스나이트랑 일렉트라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간신히 달려와 은월이의 환상과 몰래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당연히 그사이에 순간이동을 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좀 온몸이 쑤시듯 아픈거 빼곤...
"...아니. 잠깐, 뭐야?'
나를 보고선 혼란스럽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는 스타더스를 보곤,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척 미소를 지었다.
"흠. 그래도 역시 쉽지 않으셨나봅니다? 하하! 오래 싸우셔서 머리가 아프신가보네요!"
"...."
머리를 부여잡은 채 나를 향해 원망스럽다는듯 바라보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찔끔했지만 계속 미소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살짝 노려보던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말했다.
"아니, 하...."
"왜 그러십니까?"
"....야."
"네?"
갑자기 나한테 말을 툭 놓은 그녀는, 이내 직설적으로 내게 물었다.
"그거, 너지."
"...네?"
"아까 나랑 같이 있던거, 너 아니야?"
"쿨럭. 무슨 소리입니까? 꿈꾸셨어요?"
에고류 비기(祕器)-
오리발 내밀기.
나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세상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순진무구하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일단 방송이나 체크했다. 그래, 혹시몰라 음소거는 이미 해놓은지 오래. 즉, 막나가도 된다는 소리.
"...아니, 아까 해변에서.."
나를 압박해오는 그녀에게,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소리쳤다. 뭐든지 다 기세다 기세.
"스타더스씨. 쿨럭.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몇달만에 처음 본 아치에너미를 붙잡고 싸우려 들기는 커녕 뚱딴지같은, 쿨럭, 소리만 하시니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히어로가 이래도 되는겁니까!"
"아니..."
"네? 히어로가 이래도 되는겁니까? 쿨럭, 말씀해보세요! 쿨럭."
나는 기세를 타 그렇게 소리쳤다.
막나가 막나가. 그냥 막나가는거에요. 정신을 못차리게.
근데 왜 이렇게 기침이 나냐. 중요한 순간에, 쯧.
그런 내 갑작스운 무지성 일갈에, 스타더스의 표정이 굳었다.
"야..."
"쿨럭. 뭐요."
"너..."
내 얼굴 아래쪽을 보며 말하는 그녀.
왜저래. 뭐라도 묻었나?
그렇게 나는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고.
뭔가 묻길레 봤더니.
"....피?"
내 입가쪽에서 핏줄기 하나가 턱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니, 시발.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돌겠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