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4화
화알리바이
해변가 한쪽에 있는 화장실.
신하루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곳에 간 가는, 휴대폰을 키고 일단 빠르게 연락을 했다.
[오빠! 어떡해요, 괜찮아요? 스타더스가 거기 왜온거에요? 오빠 들킨거 아니에요?]
"괜찮아 서은아. 아직은. 근데 시간이 없거든 지금? 그러니까 오빠말 한번에 들어. 알겠지?"
[네! 말씀하세요.]
"일단 데스나이트랑 최세희, 그리고 스타브레이커라고 했었나? 그거랑 은월이까지, 전부 필요해."
우리는 테러를 일으킨다.
바로 지금.
나의 계획은 단순했다.
신하루가 지금 내가 에고스틱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럼 그 해결방안은?
단순하다. 내가 여기 있을때 에고스틱이 다른 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는걸 증명하면 된다. 알리바이가 확보되는거지.
그러나 굉장히 급하게 진행됨과 동시에, 스타더스에게 일말의 의심조차 안남기게 해야 하는 테러.
그런만큼, 중요한건 시간을 끄는거다.
그렇게 빠르게 계획을 세운 나는, 이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말해 즉시 실행하게 시켰다.
내 급작스러운 지시에도 당황하지 않고 마치 내 손발처럼 빠르게 움직여주는 멤버들.
고맙다. 진짜 내가 사람들 하나는 잘 뽑았구나.
오래 있으면 의심 받을수도 있는 만큼, 빠르게 전할 것만 전한 나는 다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숨을 들이마쉬었다.
그래.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각오를 마친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보이는, 썬베드 한쪽에 안자 약간 심란하다는 듯 고민을 하고있어 보이는 그녀.
...설마 저게 날 어떻게 덮쳐 잡아넣을지 고민하는건 아니겠지.
더 이상한 생각을 하기 전에 시선을 돌려야한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쾅-.
테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아마도 협회로부터 온 것일 전화를 받은 신하루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
...물론 헤어지는 과정에서 약간 곤란한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일단 헤어졌다는게 중요하지.
그렇게 신하루도 사라지고.
술렁거리는 해변에 홀로 서, 나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자. 계획대로 하자 계획대로.
***
....이게 대체 무슨일일까.
슈트를 입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신하루, 스타더스의 마음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에고스틱이 나타났다고? 정말?
그럼 그 해변가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눈 남자는 누군데?
뭐가 뭐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타더스는 일단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현재진행형으로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는데 자신이 나서지 않을수도 없다. 즉시 나서야 하는게 맞지.
그러나...
".....이상해, 아무래도 이상해."
그녀는 하늘을 가로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이 하늘 아래 2명일리도 없고.
....
그래. 당연히 그럴리가 없지.
자신이 착각한 것이고, 아마도 지금 나타난 에고스틱이 진짜 에고스틱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러나.
'정말?'
그녀는 자신의 직감을 거의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나. 이번만은 거의 확실했다. 정말 본능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래.
이건 이상하다. 말도 안된다.
그런 확신을 품은 그녀는, 빠르게 에고스틱이 있다는 곳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좀 지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급한 마음으로 날아간 그녀는, 이내 볼 수 있었다.
어느 도심 한복판에 날아다니며, 폭탄을 던지고 있는 에고스틱을.
"....."
그의 옆에 둥 둥 떠다니는 카메라들. 콰앙-하고 들려오는 폭발음들.
그리고 분명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하하하하! 여러분, 폭탄주먹밥 좋아하시나요? 그럼 폭탄도 좋아하시겠네요? 여기 폭탄 선물세트입니다!"
"...."
그래.
마치 아까까지 자신과 웃으면서 해변에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정도로 자연스럽게 테러를하고 있는 그의 모습. 검은 모자, 검은 망토, 얼굴에 쓴 가면,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 목소리도. 그냥 평소의 에고스틱과 다를게 없다.
분명 그녀가 오기 전에도 계속 이렇게 테러를 했다고 했으니...
이 에고스틱이 진짜고, 그 해변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눈 남자가 에고스틱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같은 시간에 동시에 2명이 있을 수는 없으니.
그래. 아마 저게 진짜 에고스틱이겠지.
....정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늘에 떠서, 아래에서 자신을 눈치 못 챘는지 여전히 떠들며 테러를 하고 있는 에고스틱을 바라보았다.
...저게, 에고스틱이라고.
직감.
그녀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한걸 느꼈다.
뭔가 이상한 기분. 그래.
분명 저 아래 있는 남자는 에고스틱일텐데.
왜.
에고스틱같지가 않지?
또 그냥 직감이다. 누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라고 한다면 '그냥 느낌이 그래.'라는 말밖에 못할, 사실 억측과 망상에 더 가까울 일.
그러나 하늘 위, 찬 바람을 맞으며.
그녀는 계속해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믿을 수 없다.
에고스틱은 분명... 그녀와 함께 해변에 있었는걸.
그러니.
가까이 가서, 그를 코앞에 닿을 거리에저 직접 마주해 본다면. 그와 대화를, 몇마디를 주고 받을 수만 있다면.
알 수 있지 않은까.
확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앞쪽에 있는 남자가 에고스틱인지, 아닌지.
그래.
그 누구보다 에고스틱을 많이 본 자신이라면.
...어쩌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석에서 그와 대화까지 한 자신이라면.
분명 그의 앞에 마주서는 것만으로도,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에 사로잡힌 그녀는.
이내 거리 한쪽에 떠있는 채 여전히 폭탄인지 연막탄인지를 집어던지는 에고스틱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에고스틱!"
자신의 목소리를 듣자, 순간 몸을 멈칫하더니 폭탄 던지는걸 멈추고 몸을 빙그르 도는 그.
이내 자신쪽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그녀는 더욱 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저게 에고스틱이 맞다고?
이상하지만, 그래.
더 정확한건 그의 앞에 가면 확인 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그의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던 그때.
[흐앗-!!!!]
"....!"
갑작스럽게 그녀의 앞에 들이우는 그림자와 불길한 감각에, 신하루는 황급히 날다 말고 몸을 뒤로 뺐고.
이내.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덩치를 지닌 무언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하하! 아줌마의 적수는 나에요!]
커다랗고 육중한, 마치 괴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기계 슈트.
은색으로 깔끔하게 빛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
그것의 가운데에는 별이 붉은 선으로 인해 반으로 박살나는 모습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하고 위압감 넘치는 모습과는 다르게, 안의 스피커로 들려오는 앳된 소녀의 목소리.
[스타더스? 오랜만이네요! 당신은 저 사우스실버가, 이 새로운, 당신의 대적자-스타브레이커로 막겠어요!]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아마도 기계장치 안에 있을 여자아이.
그 목소리를 들으며, 스타더스는 안에서 무언가가 샘솟았다.
....내 대적자는 너가 아닌, 에고스틱이야.
그러니까.
"나와."
그러나 그 기계 슈트는 절대로 비켜주지 않을려는 양 에고스틱의 앞에 서 팔을 벌렸고.
이내 스타더스는 분노를 참으며, 손에 주먹을 쥐었다.
...그래. 빨리 해치우고, 에고스틱에게로 가자.
그렇게 그녀는 그 스타브레이커라는 것에 달려들었고.
그것또한 자신의 기계 팔에서 미사일을 꺼내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망하(망고스틱 하이라는 뜻~)]
[에고스틱! 에고스틱! 왜이렇게 오랜만임ㅜ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스터 '망']
[왕의 귀환... 모든 조무래기 빌런들은 불안에 떨 것이다]
[근본 입갤ㅋㅋㅋㅋㅋ 큰거왔다ㅋㅋㅋㅋㅋ]
[망고방송은 ㄹㅇ알림 보자마자 그냥 미소가 지어짐ㅋㅋㅋㅋㅋ]
[그리웠습니다... 마지막 테러 이후 또 오랜만이네...]
[유일무이 테러 방송의 G.O.A.T 망고스틱과 동시대에 살아서 오늘도 행복합니다]
[아ㅋㅋㅋㅋ 그래서 오늘은 또 뭐 하냐고ㅋㅋㅋ]
[아니 이번엔 방송 좀 늦게켰네ㅋㅋㅋ 왜 테러 시작하자마자 안키냐고ㅜㅜㅜ]
방송이 켜지고.
사람들이 본것은, 하늘에 떠서 닭에게 모이를 주듯 길바닥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있는 에고스틱이었다.
그렇게 폭탄을 던지다 말고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에고스틱.
그는 여느때와같이 하늘 위에 둥둥 떠, 쾌활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실상은?
뻥 뚫린 고속도로.
그곳을 가로지르는 검은 리무진에서, 나는 마이크를 키고 말하고 있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잠시만요, 폭탄좀 던지면서 스타더스 좀 기다릴께요!"
[아ㅋㅋㅋ 스타더스는 못참지ㅋㅋㅋㅋ]
[에고스타 떡상 각??????]
[정보)테러하면서 히어로 기다리는 빌런이 있다?]
[이정도면 스타더스는 에고TV 공식 출연자 아니냐?ㅋㅋㅋㅋ]
[망고x스타 조합은 꿀잼 보장이긴 해ㅋㅋㅋㅋ]
[아니 왜 스타더스가 올거라고 확신하는데ㅋㅋㅋㅋ]
[ㄹㅇ이설아 서울 근처라던데 아이시클이 올 수도 있는거 아님?]
응 걔는 못와.
나는 주접떠는 채팅창을 곁눈질하며, 눈치를 살폈다.
좋아. 아무도 눈치 못챘지?
나는 마이크를 끄고, 앞에서 운전을 하고있는 수빈씨에게 물었다.
"수빈씨! 저희 지금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조금만 있으면 돼요!"
그래.
현재 나는 차 안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순간이동 쓰면 한방이지만, 안그래도 몸상태 메롱인데 또 순간이동 했다가는 테러고 뭐고 이동하자마자 기절할 확률이 99프로기에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면 저 영상에서 폭탄 던지고있는 에고스틱은 누구냐고?
저건 먼저 마법으로 날아간 은월이가 달의 주술로 만든 내 환상이다. 목소리까지는 재현 안되서 여기서 마이크를 키고 송출하고 있고.
"오빠! 지금 스타더스가 저희보다 먼저 그 근처에 도착하고 있는거 같아요!"
"그래? 그럼 빨리 그 스타뭐시기 출격시켜봐!"
"스타브레이커에요....! 그리고 저도 원격조종은 처음이라 힘들거든요....!"
옆에서 미친듯이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서은이.
나는 그녀에게 마이크를 넘겨줄 준비를 했다.
얘도 말 해야되거든.
"...야, 이거 괜찮은거 맞냐?"
[그래 다인. 너무... 정신이 없다.]
"안 괜찮은걸 괜찮게 하는게 저희 일이죠. 세희야, 데식이. 둘다 모두 싸울 준비나 해요."
나또한 다시한번 옷매무새를 살폈다. 모자, 가면, 망토. 다 착용 완료했지?
휴. 나는 심호흡을 했다.
스타더스라면 아마 저 환상 에고스틱을 가까이서 보자마자 바로 거짓이란걸 알아차릴거다. 그러니까, 나는 최대한 스타더스의 접근을 막아, 그녀가 눈치채기 전 은월이와 바꿔치기 해야한다. 인식저해마법 걸린 나를 보고 거의 에고스틱이란걸 눈치 챈 그녀가 환상을 눈치 못챌리가 없지.
즉,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스타더스가 내가 도착하기 전 먼저 환상스틱을 눈치 채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도착해 바꿔치기에 성공,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드는데 성공하느냐.
오로지 그 싸움.
"수빈씨! 그냥 밟아요! 어차피 여기 지금 아무 차도 안다닐거니까!"
"여기서 더요? 으으, 알겠어요!"
"히익!"
그렇게 우리 모두를 태운 차는 4륜구동 이동수단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의 한계를 시험하듯 달려가기 시작했다.
근처에 도착하면 거기에선 무리를 감수하고 순간이동 한다.
자, 가자.
할 수 있다.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만 모르는 타임어택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