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27화 (127/328)

제 127화

화빛이 있으라

어두운 도시.

그곳 한구석에 숨어있는 여자는, 길 한쪽에 주저앉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아니... 시발. 대체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끼에에에에에에에엑!!!

"히이이익!"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여자는, 재빨리 입을 가렸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

밝은 낮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도시가 회색빛이 된 순간.

저 괴물이,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서 튀어나왔다.

흉물스러운 생김새에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놈이 손을 들었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마치 보이지 않은 손에 끌려가듯 허공을 날아 그놈에게 가까이 가게 되더니.

그대로, 마지막 비명을 지른뒤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이젠 다 틀렸어.'

여전히 여자는 벌벌떨며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끔찍한 생김새를 가진 저 괴물.

저 괴물이 언제든 손을 들면, 다음 차례는 바로 자신이 될 수 있다.

마치 여전히 자신의 옆에 있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있는 대리님처럼.

콰앙.

콰앙.

물론 저 괴물만이 이 어두운 도시에 있는건 아니었다.

이 사태가 일어난 직후에, 곧장 달려온 히어로들.

처음에는 사람들도 히어로를 보고 저들이 해결해 줄거라는 희망을 가졌으나.

'....틀렸어.'

콰아아아앙.

또다시 들리는 파괴음.

벌벌떨던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들려 뒤를 봤고.

그 코너 뒤에는.

끼에에에에에에엑!

-크흑...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금발 머리를 휘날리는 히어로가 보였다.

저 괴물을 무찌르기는 커녕, 놈이 휘두르는 공격을 막기에도 급급해보이는 그녀.

그리고 그와중에도 계속 수많은 사람들이 골목 어딘가에서 괴물에 의해 끌려와, 비명을 지르더니 정기가 빨리고선 땅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차가운 시체가 되어.

'.....이젠 나도 곧이겠지.'

이미 그녀는 체념했다.

다른 히어로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거같긴 한데, 아무래도 자기 쪽으로는 올 기미가 안보인다.

하,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그 꼰대 과장 뺨은 한대 때려보고 죽어볼껄.

....어차피 그 과장도 죽었을려나?

아니다, 그 명줄 긴 인간이라면 지금도 살아있을 수 있어.

그런 생각을 보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전투를 지켜보던 그녀에게.

저 한쪽에서, 휴대폰을 들고있는 남자가 보였다.

'.....저 인간은 저기서 뭐하는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휴대폰을 가로로 잡고 전투현장을... 찍고있는거 같다.

'.....하. 진짜 난리났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튜브 스트리밍을 하는건지 뭘하는건지 모르겠는 남자를 뒤로하고, 그녀는 다시 전투를 지켜봤다.

여전히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히어로.

이름이... 스타더스였나? 스타더스는 여전히 맞서 싸우고 있었으나,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는게 일반인인 그녀가 보기에도 느껴졌다.

다시봐도 스타더스가 이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싸우네.'

그녀는 씁쓸히 생각했다.

지금은 저렇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마 이제 곧, 자신도...

-살려줘! 꺄아아아악!

어느덧 또다시, 허공에서 끌려오는 사람들.

스스로 목을 조르며 괴로워하더니 이내 몸안에서 무언가 하얀게 빠져다가더니, 땅에 생기를 잃은 채 털썩 쓰러지는 그들.

그런 모습을 빛을 잃은 눈으로 고개를 빼곰 내민 그녀가 그것을 지켜보던 그때.

-쿵.

그것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아."

황급히 다시 고개를 돌려 벽쪽으로 다시 몸을 숨긴 그녀.

그렇게 몸은 떨리는데다 쿵쿵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벽뒤에서 숨을 죽인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깨달았다.

이제 다음은 내차례 겠구나.

자신 옆에 싸늘하게 누워있는 시체를 다시보니 공포심이 더욱 극대화 된 그녀.

이빨마저 딱딱 부딪히는 가운데.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체념한 그녀였으나, 직접 죽음을 문턱에 두자 갑자기 삶에 열망이 생기는 그녀였다.

'제발.... 스타더스... 제발....'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고서는 스타더스를 향해 아예 기도를 하기 시작하는 그녀.

제발. 제발! 기적이 내려, 스타더스님. 한번만 저놈을 이겨주면 안되겠어요? 제발요.

그러나 역시나 스타더스는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밀리고 있었고.

이제는 건물에 부딪히며 난리를 피우는 가운데.

그것이 다시 손을 들어올린 채 스타더스에게 달려들고.

그 전투의 현장을 벽뒤에 숨은 그녀가 고개를 내밀고 지켜보던 그때.

'아, 안돼...'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을 누군가 꽉 잡은 듯한 감각을 느꼈다.

자신또한 다른 이들처럼 영혼을 빨리게 생긴 그 순간.

저 괴물에게 끌려가며 절규하던 그녀 앞에.

"으아아아아아-!"

기합에 찬 여자의 함성이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스타더스와 그 괴물이 있는 곳에서.

스타더스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번쩍-

눈이 부실 정도의 밝은 빛이 그 중심에서 번쩍이며.

끝내 그 빛이 그것을 향해 쏘아지는 순간.

쿠우우우우웅.

콰아앙-

이때까지 들었던 그 어떤 소리보다 큰 굉음이 울려퍼지고.

그들을 중심으로 날아갈정도의 바람이 휘몰아치며.

도시 전체가, 그 중심에 마치 원자폭탄이 터진것마냥 거대한 노란 빛으로 순간 빛나는 동시에.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으악!"

엄청난 빛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은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 본 것은.

끼에에에... 끄아아아아아아!!!

허공에 뜬 채, 고통으로 울부짖는 괴물.

그것의 몸 사이사이에서 뿜어져나오는 보라색 빛.

그리고, 그것의 마지막 단말마를 끝으로.

-슈우욱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작열하는 하얀색 빛과 함께, 그 괴물이

펑.

터져버렸다.

"히익!"

이내 허공에 들렸던 그녀의 몸도 바닥에 떨어지고.

잠시 그녀가 고통속에 엉덩이를 매만질때.

"으으으..."

"어? 대리님?"

자신 옆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있던 남자에게.

하얀색 빛의 무언가. 마치 영혼같은 것이 그에게 들어오며.

그가 다시 혈색을 띄고,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그녀는.

"스타더스가... 쟤를 결국 쓰, 쓰러트린거야?"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며 그렇게 말한 그녀.

이내 땅바닥에 시체가 되어 뒹굴던 사람들도 하나 둘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내 무너진 벽 뒤에서, 더러워진 자신의 정장을 신경도 안쓴 채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 그리고 그녀를 포함해 그순간 정신을 차린 모두가 본 것은.

그 도시를 중심으로 어두운 하늘이 걷히며 다시 해가 떠오르고.

그 중심에 서서, 제일 먼저 밝은 빛을 맞이한 채 허공에 여전히 주먹을 쥐고 떠있는.

금발 머리카락만을 휘날리고 있는, 스타더스.

떠오르는 해의 역광으로 떠, 그림자에 잠긴 스타더스의 등 뒤를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영웅."

저게, 영웅이구나.

누구도 상대하지 못할 것만 같은 괴물을 쓰러트린 뒤, 홀로 빛나며 떠있는 스타더스의 모습은그야말로 영웅이었으며.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스타더스의 모습을 멍하니.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빛나는, 우리들 모두를 구원해준.

영웅의 모습을.

그렇게 그날부로.

스타더스의 전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찍힌 영상이 전국으로 퍼지며.

스타더스 그녀의 인기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밝아진 하늘.

그 중심의 옥상에서, 나는 웃었다.

"하하, 시발. 좆밥새끼. 한방에, 쿨럭. 끝나죠?"

은탄을 꾹꾹 눌러담아 무슨 바주카포마냥 놈한테 날려주니 그냥 찍소리도 못하고 끼에엑! 거리며 죽는 모습.

심지어 내가 스타더스가 스타-펀치를 날리며 빛이 번쩍하던 그 순간 쏘는 바람에, 정말 누가봐도 스타더스가 쓰러트린 모습이다. 하루도 자기가 쓰러트린걸로 알껄?

핵탄두라도 맞은마냥 강렬한 빛이 번쩍하면서 놈이 쓰러지는게, 나조차도 순간 스타더스가 직접 쓰러트린 줄 알았다.

물론 하루의 스타펀치가 얼마나 강한지와는 별개로 저놈은 은으로 공격하는게 아니면 절대 안죽는 애인만큼,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원작보다 훨씬 빠르게 이 기회로 준필살기인 스타펀치를 각성한게 어딘가.

다시 밝아진 하늘 아래, 마지막으로 놈을 쓰러트린 뒤 잠시 떠있다가 모든 힘을 다하고 풀썩 쓰러진 스타더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이제 내 자신을 신경쓰기 시작했다. 스타더스야 피로가 풀리면 다시 깨어날거고... 이젠 내가 문제네.

"휴... 이제 집에, 쿨럭. 어떻게 가... 쿨럭. 쿨러억."

아 시발.

이와중에 나는 또 피를 토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이 먼거리를 오바해서 순간이동으로 왔더니, 긴장이 풀린 이제야 그 후폭풍이 오는 것 같은 느낌.

결국 건물 외벽에 피를 한바가지 토해준 나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쓱 닦고 주섬주섬 대물저격총을 챙겨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 돌아가는건 어케가지.

엄청 걱정해하던 이설아한테도 상황 설명해줘야하고... 할께 많네.

그렇게 생각하며 총을 챙긴 내가 뒤를 딱 돌아보려는 순간.

"역시 너였구나."

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린 내 앞에 있던건.

"....섀도우워커?"

검은 머리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섀도우워커였다.

눈은 피로에 찌든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입가는 살짝 올라가있는그.

...아니 시발. 얘가 왜 여기서 나와.

갑작스러운 만남에 내가 얼타고 있을 때, 놈은 코끝을 쓱 닦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놀랄 필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있었으니까."

"....뭘?"

"네놈이 빌런인척 하는 히어로라는건 난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번에 보니 저걸 제거한것도, 너지?"

날 앞에두고 주절주절 말하는 그. 아니 그래서 얘는 어디서 튀어나온거고, 혼자 뭔소리를 하는거야

그렇게 눈알만 굴리고 있는 나를 보며, 그런 나를 보고 혼자 무슨 판단한것인지 그는 다시 코밑을 쓱 닦으며 말했다.

"하여튼... 히어로를 대신해 말하지. 에고스틱. 너에게 내가 대신 감사를 표한다. 에고스틱."

그러더니 이제는 나한테 엄지를 척 내밀며 말하는 그.

"네놈은 내가 인정한... 진정한 사나이다!"

....임마는 대체 뭐지.

"어... 고맙다?"

나는 자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걔한테 그냥 그렇게 한마디 해줬다.

...어차피 섀도우워커는 원래 포섭하려고 했던 놈이니,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면 좋지 뭐.

무슨 상황인지는 어,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말은 해야지.

나는 여전히 따봉을 날리고 있는 그한테 덧붙였다.

"아 그리고. 내가 이랬다는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된다?"

"훗. 나를 뭘로 보는게냐. 너한테도 이러는 사정이 있다는걸 이해한다. 비밀은 꼭 지켜주지."

그래. 고맙다.

그러니, 슬슬 가주면 안되겠냐?

지금 정신이 나갈 것 같거든.

"그래, 고맙다. 그러니 이젠 나도 가야돼서, 쿨럭."

아 씨발.

결국 난 그놈 앞에서 피를 쏟고 말았다.

갑자기 내 입에서 피가 토해지는걸 보자 표정이 굳는 그.

".....어이, 네놈. 괜찮은거냐?"

"괜찮으니까, 쿨럭. 이제 가줄래?"

아.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너무 당황해서 존댓말 컨셉 지키는것도 잊고 있었네.

어쨌든 내가 손을 휘휘 지으며 좀 가달라 부탁하니, 표정을 여전히 굳힌 채 그래도 발을 옮기는 그였다.

"...네놈, 음.... 아니다, 그래. 음.... 그래, 나는 먼저 가지."

그렇게 무슨생각을 한건지 혼자 더듬더니 터덜터덜 옥상의 문을 열고 내려가는 그였다.

그림자 이동은 안하고 왜저러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제 밤이 아니구나.

뚜벅이가 된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나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침음했다.

그래... 깜짝 이벤트도 어떻게 해결하고.

아. 집은 이제 어떻게가지.

어쩔 수 없다. 이 몸상태로는 좀 리스크가 크지만, 그래도 순간이동을 하자. 다른 리스크지지 말고.

...쓰러지면 하율이가 치료해주니까, 괜찮겠지? 설마 가다가 죽지는 않을꺼아니야.

그런 판단을 마친 나는 다시 장거리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인생이 고달파요.

****

[네! 방금 올라온 현장 영상입니다! 스타더스가 끝내 그 괴물을 무찌르는 모습입니다! 스타더스가 모두를 구했습니다! 영웅 그자체의 모습을 보여준 스타더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더스 만세! 스타더스 만세! 스타더스 만만세!!!]

[김태원 앵커, 지금 당장 데스크에서 내려오세요! 생방송중에 누가 거길 올라가! 방송 꺼. 방송 꺼!]

그날의 사건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그야말로 스타더스 열풍(熱風)이 불었다.

지금까지 헌정사상 그 어떤 히어로도 겪지 못한 뜨거운 지지.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우며, 끝내 번쩍이는 빛과 함께 놈을 쓰러트려 모두에게 구원을 내린 스타더스. 그런 그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말그대로 국민 영웅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대중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

그 중심에 선 스타더스, 신하루는.

'....분명 그때, 옥상에서 누군가...'

자기가 인기가 있건 없건 그런건 다 뒤로하고, 힘이 다해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을 떠올리느라 애쓰고 있었다.

분명 탕하는 소리와, 가면 쓴 누군가를 본거같은데...

잘못들은건가. 아닌데...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