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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25화 (125/328)

제 125화

화참혹한 재앙

평범한 대한민국의 낮.

어느때와 다름없이 밝은 해가 도시를 내비추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래.

정확히는 평범한 하루였었다.

월광교의 교주가 대국민 메세지를 전한 뒤, 그 직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어두운 하늘.

한순간에 새까매진 하늘을 최대한의 속도로 날아가며, 스타더스는 불길함에 몸서리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밝았던 하늘이 어둠에 잠긴, 초자연적인 현상.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현재 대한민국은 통신도 전부 끊어져서, 협회랑 제대로 연락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고요하고 새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계속해서 들려오는 의문의 괴소음을 향해 그녀는 날아갔다.

현재 그녀가 알고있는건, 어둠에 잠긴 서울의 도시 한쪽에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타난 이후, 그 도시쪽에서 모든 연락이 다 끊겼다는 것이다.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

"......."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스타더스는, 새까만 어둠에 잠긴 하늘을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통과했고.

이내 그 현장에 가까이 도착한 그녀는.

순간 보이는 광경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새까만 어둠에 잠겨있는 도시.

육안으로 도시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온 그녀는, 도심 한복판에 서있던 '그것'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뭐야, 저게."

그것은.

가히 재앙이 찾아온 모습이었다.

*

[끼이이이이이이이끄이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흐윽... 이게, 이게 뭐야아..."

마치 쇠를 긁는듯한 괴음.

어두운 도시. 그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소리의 진원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빠져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그리고, 그 중심.

갑작스럽게 밤이 되어버린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빛나는 새하얀 달빛 아래.

보라색의, 기괴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도심 한복판에 서있었다.

[크르르르르르르르르...]

어떻게 보더라도, 인간이 아예 아닌 무언가.

흉측하게 올라온 분홍색의 혈관.

보라색으로 짙게 물들은 커다란 신체.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과 몸.

그러나 눈만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그것.

"크아아아아악! 크어, 억...."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을 향해 팔을 들어올리고 있었고.

그것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공중에 뜬 채 꺽꺽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크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중에 떠 있는 사람들한테서, 갑자기 하얀색의 반투명한 무언가가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

절규하는 표정의 흰색 무언가.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빠져나간 그 흰색 무언가는, 전부 중심에 선 보라색의 '그것' 안으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있던 사람들은 전부 생기를 잃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마치, 영혼이 빠진듯이.

[끄이이이이익- 키에에에에에에엑!]

울부짖는 보라색의 거대한 그것.

전기마져 끊겼는지 사방이 어두운 도시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건물들을 박살내며 육중한 덩치로 도시를 차근차근 박살내고 있는 그것.

그리고 그것의 주변에는.

도망치다가 그것에 의해 공중에 붙잡힌 채 끌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공중에서 괴로워하다가 이내 영혼을 빼앗기고 땅바닥에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아먹으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 이계에서 온듯한 괴생명체.

그리고, 싸늘하게 쓰러진 사람들.

마치 인세에 강림한 지옥도(地獄圖)같은 모습.

음산하게 어두운, 비명만이 가득한 도시.

오직 괴생명체의 보라색 빛깔과 붉게 타오르는 눈만이 보이는 그곳에서.

휘슈우우우우우우웅-.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노란색 빛이 어디에서인가 날아와, 대지에 서있던 그 보라색의 괴생명체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보이던, 지옥에 화신과도 같은 괴수에 그대로 내리꽂은 그녀.

그녀는 바로 히어로, 스타더스였다.

[....끼에에에에에엑-!]

이내 괴수가 충격으로 비틀거리자, 공중에서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땅에 떨어졌고.

영혼이 털리지 않은 그들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흐, 흐아아아아악!!"

"흐에엥... 시발 살려줘!!!"

"아, 아아아..."

도망치는 사람들.

그리고 이내 보라빛의 괴수가 다시 그들에게 고개를 돌릴 때.

"네 상대는 나다, 이 괴물새끼야."

불타오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금발의 여자에의해, 다시 등쪽에 타격을 입고는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엑!!!]

"크윽...."

이내 괴수가 내뿜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스타더스.

그런 그녀는, 다시 그것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그순간 생긴 엄청난 굉음.

주먹의 충격파로 주변이 뿌연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그이이이이이... 끼에에에...]

그녀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그것은, 마치 아무런 타격을 받지 못했다는 듯, 여전히 제자리에 서있는 채로 얼굴만 그녀쪽으로 돌린 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의 붉은 눈과 마주친 스타더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굳힌 그때.

뒤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섀도우워커의 목소리.

"스타더스, 피해라!"

그녀가 몸을 던짐과 동시에.

그것의 붉은 눈에서, 무언가의 보라색 광선이 뿜어져나와 그녀가 있던 곳을 스쳤다.

그런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마주친건.

"헉... 헉.... 섀도우워커?"

"그래. 늦어서 미안하다. 하... 시발. 자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키르그으으으으으...]

이제는 그 둘을 확실히 적으로 인식했는지, 초점을 둘에게 맞춘 그것.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것을 보며, 섀도우워커는 빠르게 말했다.

"스타더스, 빠르게 말하겠는데 지금 내 능력이 정상이 아니다. 이 밤이 인위적으로 생긴거라 그런지 출력이 이상해. 듣기로는 한반도만 어두워지고 다른 나라는 전부 정상적이라고 하던데, 그 영향인거 같아."

[크르르르... 키아아아아아아아!]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들에게 달려든 그것.

황급히 둘이 떨어짐과 동시에, 섀도우워커는 마지막으로 스타더스에게 전했다.

"일단은 난 사람들 먼저 안전한곳으로 옮기면서 널 서포트 해줄테니, 버텨봐라!"

그 외침을 끝으로, 섀도우워커는 어둠에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스타더스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그것.

[........엑크르으으으...]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한손을 들어 올리자.

도심 어딘가에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잡혀 끌려와, 또 비명을 지르며 영혼을 빼앗기기 시작했고.

그 비현실적이게 끔찍한 현장을 보며, 스타더스는 다시 주먹을 쥐고 육중한 덩치의 보라색 무언가에 달려들었다.

순간 그것과 눈이 마주치자 머리가 잠시 울리기 시작했으나 그뿐. 역시나 일반인들처럼 공중에 들려 비명을 지르는 그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를 악문 그녀가 이내 가까이 접근하자 다시 덤벼드는 그것을 공중에서 몇번 피하며 접근하자, 그것또한 주먹을 쥐고서 스타더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앙-.

그렇게 시작된 혈전(血戰).

어둠속에서, 노란색의 빛과 보라색의 빛이 얽히며 치열하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과 맞서던 스타더스는.

이를, 악물었다.

강하다, 너무 강하다.

자신이 아무리 공격해도 타격이 거의 들어가는 것 같지 않아보이고, 심지어 그것이 내지르는 공격은 그것 주위에 있는 보라색 아우라 때문인지 거의 살기를 내뿜는 수준.

이미 지구상의 그 어떠한 생명체와도 겹쳐보이지 않는, 기괴하게 뒤틀린 그것.

그것은 심지어 그녀와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끌어올려, 영혼 비슷한 것을 빼앗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과 계속해서 몇번 공방을 맞붙어본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자신은 절대 이것을 이길 수 없을 것이란 걸.

'........어째서, 이런일이.'

이미 패배를 직감한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에 덤벼들었다.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 직전에 최후의 한명이라도 더 살리겠다.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의 목숨을 건 전투가 시작되었다.

***

어두운 밤하늘.

밑에 도시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근처 건물 옥상 위에 선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랄났네."

어둠에 잠긴 도시.

그 가운데 있는건, 현실에서 직접 보니 진짜 세상 끔찍하게 생긴, 월광교의 최종병기중 하나인 영혼포식자. 그리고 그것과 어떻게든 맞서 싸우고 있는 노란 빛의 스타더스.

그리고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도시.

온동네에 가득한 검은색 연기.

쓰러져있는 수많은 영혼이 빼앗긴 시체들.

사방에서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비명.

뭔가 하고는 있는거 같은데 큰 도움은 안되고 있는 섀도우워커.

공중에 떠오른 채 목을 조르며 영혼이 빼앗기고 있는 사람들에.

딱봐도 밀리고 있는 스타더스와.

자신이 아직 이런때 나오는게 아닌 막강한 최종병기중 하나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양학중인 보라빛의 거구까지.

그 참혹한 지옥도를 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야."

"....진짜 큰일난 줄 알았더니,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네?"

아니, 진짜 뭐지?

하늘 어두워진거 보곤 진짜 겁에 질렸는데, 헐레벌떡 와보니 영혼포식자가 딱 한 개체만 있는 모습.

원작의 최종전에선 수십마리 튀어나왔던거 생각하면 애교인 수준이다.

심지어 아직 영혼 수급도 못해서 진화도 안된 모습인데, 저 상태에서 저거 죽이면 지금 쓰러진 사람들 다 살아난다. 사실상 내가 쟤 죽여버리면 사상자도 없는거아니야.

그리고 쟤도 다들 쌩으로 그냥 싸우니까 다들 탈탈 털리는거지, 지금 내가 들고온 제 약점인 은탄 몇방 맞으면 그냥 꽥 죽는 놈이다. 기믹형 보스들이 다 그렇듯.

그러니까 보기에는 거의 멸망 직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내가 지금 들고 온 대물 저격총으로 은탄 한방 쏴주면 끝나는 상황이란 소리.

"....뭐야?"

괜히 쫄았잖아....?

그렇게 난 옥상에 서서, 대물저격총을 그것을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뭔가 허무한데.

아니야. 스읍, 그래. 오히려 좋아.

이 기회를 이용해야한다.

이거 쏘는거 타이밍 맞춰서, 극적인 순간에 스타더스가 쟤를 쓰러트린거처럼 연출하면 어떨까?

....오, 나쁘지 않은데?

***

그리고 에고스틱이 이미 긴장을 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옥상에 있던 그시각.

스타더스는.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유언이라도 미리 남겨놓을걸 그랬나.'

이미 모든걸 포기한 채, 체념한 눈빛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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