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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24화 (124/328)

제 124화

화영웅의 하루

히어로.

히어로라고 해서 매일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사실 히어로들은 빌런이 나타났을 때나 활약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빌런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 즉 평소에는 그렇게 할 일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만큼, 히어로들은 빌런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꽤나 한가하게 보내는 편이다.

협회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살기도 힘든 저등급의 히어로들은 대부분 각자 따로 주업을 두고 히어로 활동을 부업으로 하는 편.

그리고 그런 저등급 히어로들 말고도,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A급 이상의 히어로들도 대부분 여가시간을 따로 각자의 할 일을 하며 보내는건 마찬가지다.

아이시클, 이설아. 그녀는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며 보낸다. 이미 정치계와 금융권에 깊숙히 발을 들인 이설아의 유성기업은, 곳곳에 뿌려진 그녀의 영향력에 의해 이미 그녀 없이는 굴러가기 힘든 상태. 그런만큼 이설아또한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살고있다.

섀도우워커, 김자현.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드라큘라와 같이 사는 그는 주로 자신의 여자친구와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법이다. 아니면 그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단련하던가 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 역시도, 남은 시간에 히어로 활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 대표적으로 대학생활. 이제 4학년, 졸업반인 만큼 수업도 듣고 과제도 들으며, 마치 평범한 대학생처럼 살고 있다.

그러나, 스타더스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A급 히어로들 3명 중 제일 특별한, 유일하게 S급에 가까운 인물. 그리고 그들 중 제일 정의로운 인물.

그런 그녀이니만큼, 빌런이 나타났을 때만 잠깐 반짝 활동한 뒤 나머지 시간은 빌런이든 뭐든 히어로활동은 다 잊고서 일상에 전념하는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랐다. 즉, 그녀는 평상시에 대학 생활도 병행하면서, 히어로라는 신분을 망각하지 않고 틈틈히 협회 사무실에 나가거나, 아니면 집에서나 빌런들을 어떻게 잡을지 연구하며 일하는 편이다.

즉, 현재.

협회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하루는 컴퓨터를 끼고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스타더스님. 혹시 필요한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협회 직원도 나가고.

다시 마우스를 달깍이던 그녀는, 늘 그랬듯 한 사이트에 들어갔다.

[에고스틱 팬카페]

"....."

상당히 오랜만에 들어옴에도, 마치 고향집에 온거처럼 자신을 반겨주는 정겨운 노란색 인터페이스.

그녀가 이 카페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 정보를 얻기 위함에서다.

무슨 정보? 당연히 에고스틱에 대한 정보.

"하아..."

그녀는 히어로.

그런 그녀는, 전국에서 암약하며 테러를 일으키는 빌런들을 붙잡아 수용소에 쳐넣어버리는 것이 그녀의 임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꼭대기에 있는 히어로인 신하루 그녀가, 그녀와 마찬가지로 가장 꼭대기에 있는 빌런 에고스틱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자석의 N극과 S극이 맞물리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 사실 그녀가 하루종일 에고스틱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해도 그런 그녀를 책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오히려 칭찬하면 칭찬했지.

그렇게 자신이 에고스틱 팬카페를 둘러보는 것에대한 구구절절한 자기합리화를 마친 그녀는, 이내 양심의 가책을 벗어던지고 카페의 인기글들을 먼저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척 보기에도 별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대다수.

에고스틱 테러 스틸샷, 망고스틱 코스프레, 에고스트림 맴버랑 커플링 등...

그래도 혹시 모르므로 굳이 다 들어가본 그녀는, 마음에 드는 게시글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마음에 안들면 댓글로 반박도 달며, 열심히 활동했다.

다시 말하지만, 놀고 있는게 아니다. 엄연히 히어로로써 빌런에 대해 알아보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열심히 모든 인기글들을 다 읽어본 뒤.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온 그녀는, 문득 허망함을 느꼈다.

...자신은 에고스틱 그에 대한 작은 정보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이렇게 애쓰는 동안, 그의 동료들은 이미 에고스틱 그에대한 모든걸 다 알고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신하루는 가슴이 답답해지는걸 느꼈다.

내가 에고스틱 전문가인데.

정작 나는 에고스틱에 대해 아는게, 그들과 비교하면 거의 없구나.

"에휴...."

'우리는 가족같은 사이입니다. 아주 친하죠.'

귓가에 어른거리는 에고스틱의 목소리에 다시 기분이 안좋아지는 느낌.

...하아. 어쨌든간에, 에고스틱은 테러를 여러번 저지른 빌런이다. 빌런이니까, 잡아야되는데...

"...."

모르겠다.

이상하게 에고스틱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바보가 되는거 같았다.

온갖 나쁜놈인 척 빌런짓은 다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그를.

....이제는, 그를 자신의 손으로 감옥에 잡아넣을 수 있는 순간이 왔을때, 자신이 그한테 그럴 수 있을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내가 무슨 생각을."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는 빌런이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이미 전과만 수십개.

히어로로써,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중들을 생각해서도 이러면 안된다.

그래. 일하자 일.

그녀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 좋아, 이번에는 뭘 알아볼까.

협회에서 올라온 보고서나 다시한번 읽어볼까.

그렇게, 창가에서는 햇빛이 내려와 그녀의 금발 머리를 반짝이듯 빛나게 하는, 아늑한 그녀의 사무실.

따뜻한 태양볕을 받으며, 신하루는 다시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가 문서들을 읽고있던 그때.

돌연, 모니터가 그냥 꺼져버렸다.

"....?"

뭐지. 고장났나.

그녀가 모니터를 노려보며 뭐가 문제인건지 생각해보려던 그때.

팟-.

다시 모니터에 빛이 들어왔다.

아, 다시 켜졌구나.

라고 그녀가 생각하던 순간.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걸 깨달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하얀색의 문서가 나와있던 화면.

그 화면에 문서는 어디가고.

새까맣게 검은색으로 물들은 화면에는.

거대한 달 하나만이, 외롭게 떠있을 뿐이었다.

"....뭐야 이거."

갑자기 자신의 모니터에 나타난 달.

그것을 보며, 신하루는 즉각 불길함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자신의 모니터와 천장에 달린 협회 스피커에서 나는, 쇠가 긁는 소리.

[아....]

[아...해들이여...]

[월광교의 교주, '천월황'이옵니다.... 처음으로 인사올립니다. 강녕하시옵니까....]

월광교.

그 말을 들은 즉시, 그녀는 즉시 얼굴을 굳혔다.

에고스틱과 더붙어, 협회에서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빌런 중 하나.

저번에 월광무녀를 앞세워 서울을 거의 괴멸시킬뻔한 그 단체.

"스타더스씨!!!"

"네, 저도 지금 듣고있어요."

서둘러 달려온 협회직원한테 조용히 하라고 손짓으로 전한 뒤, 그녀는 월광교주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무언가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스피커의 소리.

[네... 아, 네.... 모두들 행복한거 같으셔서 기분이 저도 몹시 좋습니다... 다들 가정과 일터에 축복이 있는... 그런 낮을 보내고 계십니까?]

[썩어빠진 인간들끼리 모여 서로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모습이, 참으로... 참으로 즐거웁니다 그려....]

[오늘도 매일 세계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스스로 재앙과도 같은 그대들에게.]

[제가 선물이, 있사옵니다....]

[

저 하늘 위의 달을 보십시오.}

[달이 참으로, 밝지 않습니까?]

밝은 대낮에 갑자기 달을 바라보라는 교주의 말.

이해하기 힘든 선문답같은 말에, 신하루의 얼굴이 찌푸려졌으나.

갑자기.

교주의 그 말이 끝난 그 순간.

"....어?"

아까까지만 해도 맹렬히 타오르던 햇빛이 갑작스럽게 사라짐과 동시에. 모든게 새까메지며.

세상이 갑작스럽게, 어둠에 내려앉았다.

"....밤이 됐어?"

[....끌끌끌.]

[우둔한 여러분께 소인이 주는, 첫번째 선물이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를... 더 드리도록 하죠.]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드는 끔찍한 세계를...]

[벗어나 구원의 길로 가실 수 있도록, 제가 기회를 주겠습니다...]

[구원을 얻지 못하신 모든 자들이여... 월광(月光)과 함께하면 구원의 길이 그대에게도 열릴지어니.]

[배교자에게는, 오직 죽음뿐이리라.]

그리고 교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시의 한쪽편에서 들려오는, 기괴하고 거대한 울부짖음.

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끼이이이에에에에엑그

"스타더스씨!"

"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이미 슈트를 다 챙겨입은 그녀는, 불빛한점 없는 새까만 하늘로 즉시 몸을 던졌다.

"....."

갑작스럽게 내려앉은 짙은 어둠에 깔린 도시.

그곳 위를 날며, 거대하게 울리는 기괴한 소음이 나는 곳으로 날아가는 신하루.

그러는 그녀의 표정은, 어느때보다도 불안해보였다.

불길하다.

그 어느때보다도, 불길하다.

그녀의 직감은,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

순식간에 어둠속에 휩싸인 집.

[구원을 얻지 못하신 모든 자들이여... 월광(月光)과 함께하면 구원의 길이 그대에게도 열릴지어니.]

[배교자에게는, 오직 죽음뿐이리라.]

교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발. 진짜 좆됐네."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시발. 진짜 왜...

"오빠! 이게 다 무슨일이에요?"

"다인씨! 갑자기 밖이 어두워졌는데 어떻게 된거죠?"

"야... 지금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거냐?"

우리 에고스트림도 난리가 난 가운데.

[속보입니다! 현재 서울 한지역에서 미확인 괴생물체가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나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굳혔다.

월광교. 갑자기 깔린 어둠. 괴생물체.

시발. 이건 백퍼 월광교의 그거다.

2페이즈의 최종전에 등장하는 묵시록의 병사들 중 하나.

"...은."

"네?"

"서은아, 은 있는거 다 챙겨. 빨리!!!"

좆됐다.

이건 진짜 빨리 못막으면 답이 없다.

나는 서둘러 지하실을 향해 이동했다.

아니, 시발 교주 씹새끼야.

왜 최종병기를 지금 들고오냐고.

그렇게 어둠이 깔린 도시에서.

두명의 인물이, 재앙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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