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20화 (120/328)

제 120화

화역효과

"으으... 미안해요, 여러분 미안해요... 미안하다고!!!"

서울의 한 원룸.

그곳에서 컴퓨터를 보며 마우스를 딸깍이던 채나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 눈물을 머금고 영상의 댓글창을 막아버렸다.

댓글을 막는 초강수를 둔 문제의 영상은 바로, 에고스틱 비판 영상.

"하아... 진짜, 어째서...."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채나영, 그녀는 기자다.

아니, 정확히는 기자였다. 이번에 잘리기 전까지만 해도.

홀로 다시 길바닥에 내려앉은 그녀는, 울며 겨자먹기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채널을 하나 파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시사 관련 영상을.

구독자수도 별로 없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지만, 현재 그녀의 유일한 희망.

편의점 알바까지 두탕을 뛰어가며 열심히 운영하고 있던 채널.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올린 영상이, 싫어요 테러를 받은 것이다.

"...아니, 에고스틱이 무슨 성역이야? 성역이냐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자신이 이번에 올린 영상은 빌런 에고스틱을 비판하는 영상.

정확히는, 그를 무지성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거였다. 아니, 빌런이잖아? 그런데 왜 지상파도 그렇고 그를 그렇게까지 심하게 비판하지 않는거지?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블루오션을 개척하기로 했다.

솔직히 자신 있었다. 아직 에고스틱을 까는 사람이 별로 없을때, 자신이 앞장서서 나서면 에고스틱을 비판하는 모든 반대파들을 흡수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폭망이었다.

".....하. 망했네. 이게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울먹였다.

안그래도 조회수는 매번 하락중. 이제는 정말 먹고살길이 막막해질 지경.

심지어 월세도 못낼 위기에 처한 그녀는, 그만 싫어요와 악플을 받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다, 그만할까."

그리고 그녀는.

이내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중얼거렸다.

하하, 안될거야 아마.

로또라도 샀어야했나.

아. 이번 월세는 어떻게 내지.

그렇게 퀭한 눈으로 그녀가 있을 때.

띵동- 하고 알람이 왔다.

"....뭐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본 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을 비볐다.

"......뭐냐. 꿈인가?"

[DH님이 10,000,000원 후원.]

[안녕하세요 늘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신을 잃지말고 이런 영상 계속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특히 이번 영상,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혹시 저랑 사업 하나 해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손에서 떨어트렸다.

***

"오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거 같은데요?"

"아니야. 이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야."

"아닌거 같은데...."

나는 서은이한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니, 이제는 이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제일 효율이 좋고.

대한민국에 에고스틱을 욕하는 언론사같은게 하나도 없다는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따로 알아본 결과, 누가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가 싫어요 세례를 받는다는걸 깨달은 뒤로, 난 느꼈다. 이건 좀 바뀔 필요가 있다는걸.

내 목적은 스타더스에게 시련을 안겨주어 성장시키는 빌런이 되는 것.

사실 따지고보면 스타더스만 나를 빌런이라고 생각하면 오케이인 일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스타더스를 위해서니까.

다만. 지금처럼 사람들 모두가 나를 딱히 욕하지 않는다면 스타더스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막 스스로를 의심할 수도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다 에고스틱을 딱히 안 싫어하는걸 보니까, 에고스틱은 빌런이 아닌가? 이러면서.

물론, 물론 우리 스타더스가 그럴리가 없다고 난 믿고있다. 정의감으로 가득 찬 스타더스가 나같이 악랄하기 짝이없는 빌런을 상대로 다른 이들처럼 그런 말도 안되는 의심을 할리가 없겠지. 다만, 아무리 그래도 나를 비판하는 곳이 단 한곳도 없는건 좀 문제다.

그래서 나는 결심한 것이다.

그래, 내가 아싸리 방송사를 하나 차려버리자.

에고스틱 비판전문 채널을 만들어버리는거다.

대한민국에 이런게 적어도 하나는 있어도 괜찮잖아?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또 문제점에 부딪혔다.

아니, 내가 그런거 할 시간이 어딨어? 처음부터 열까지 다 하려고 하니까 힘들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내 눈에 들어온 것.

바로, 유일하게 나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싫어요 폭탄을 받은, 어떤 여자의 방송이었다.

험악한 댓글창과는 다르게, 영상은 꽤나 잘 만들어졌다. 편집실력도 깔끔하고, 여자 목소리도 마치 공중파 앵커처럼 또박또박하고.

그런 그녀의 영상을 홀린듯 시청하던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굳이 내가 직접 할 필요없이, 이 여자를 키워서 나를 까는 영상만 만들게 하면 되는거 아닐까?

"......"

나는 즉시 떠오른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겼다.

자, 입벌려 후원 들어간다.

우리 한번 진득한 대화를 나눠볼까?

***

"후흐......"

채나영.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실실거리다가, 스스로 흠칫하고 놀랐다.

그래, 이렇게 좋아해서만은 안되지.

일하자, 일.

"......예쓰!!!"

그러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침대에서 번쩍 뛰어올랐다.

그래.

이대로 나락으로 갈꺼같던 그녀의 인생에도, 한줄기 구원의 빛이 내린 것.

바로 그녀에게 후원자가 생긴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자신한테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천만원을 후원해준 그 의문의 후원자.

화들짝 놀란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후원자분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이내 그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자신을 그냥 아이디 [DH]로 불러달라고 한 그 익명의 남성, 아니. 그 분. 그 분은 자신의 제일 최근 영상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래, 에고스틱을 비판했던 그 영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남는 건 돈 뿐이니, 팍팍 밀어줄테니까 한번 에고스틱 그놈을 진득하게 까보라고 하셨다. 앞으로 나올 영상의 퀄리티를 보고, 더 후원. 아니, 더 투자 해주실 수도 있다고.

그렇다.

그녀는 재벌 2세로 추정되는 사람한테 간택받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의문의 후원자를 향해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게 현실이라고? 갑자기 돈이 넝쿨채 굴러들어왔는데?

그리고 느껴지는 후원자분에 대한 경의.

그래... 이게, 사랑인걸까?

그녀는 지금 후원자를 거의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같이 미천한 사람을... 어찌감히...

"그래... 이럴때가 아니지."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기회.

인생에 정말 한번 올까말까한 이 기회를 놓칠수는 없다. 절대로.

후원자분이 자기를 찝은 이유는 에고스틱을 까는 그 영상때문.

즉,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날 즉시 그녀는 그가 후원해준, 아니. 투자해준 돈으로 스튜디오를 하나 빌렸다.

그래. 나 채나영.

나의 저력을 꼭 후원자님한테 보여줘서, 인정받고 말겠다.

내가 한다면 하는 여자라는걸.

이 세상에서 에고스틱을 자기보다 더 찰지게 깔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는 걸.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하아... 하아..."

마지막 최종편집까지 마친 채나영은, 컴퓨터앞에 털썩 쓰러졌다.

"...하얗게, 불태웠어..."

영상 하나 만드는데,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걸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로고만 있으면 공중파 9시 뉴스급 퀄리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

이 고퀄리티의, 대단히 공신력 있어보이는 영상의 내용은 알차게 에고스틱을 욕하는 내용으로만 담았다.

오로지 단 한분, 자신의 후원자를 위해.

"후원자님... 보고 계십니까? 당신을 위한 심퍼니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새로 판 채널에 업로드했다.

자.

주사위는 굴려졌다.

***

내가 채나영이라는 유튜버한테 후원을 해준 뒤, 대단히 생산적인 일을 한지 일주일 후.

사실 한 주나 지나서 거의 까먹고 있었는데.

띠링하고 폰이 울려서 봤더니, 그녀가 영상을 하나 올렸다는 알림이 왔다.

"아, 드디어 올렸나. 어디한번 봐볼까?"

그리고 내가 본 영상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처음부터 끝까지 에고스틱을 쉴세없이 까는 영상.

그것도 엄청난 퀄리티로, 마치 뉴스처럼 제작된 그 영상은.

그야말로 내가 딱 원하던 거였다.

그리고 난 그때 깨달았다.

...이거, 물건이다.

크게 될 수 있다.

그런 판단을 마친 즉시, 나는 서은이한테 달려갔다.

"서은아! 주작기 있지?"

"에. 네? 주작기요?"

"그래. 유튜브 조회수 주작기. 그거 빨리 써, 이 영상 실시간 인기영상 1위로 만들자."

"아니, 이게 뭔데요. ...이걸요?"

"그래. 내 감이 말해주는데, 이건 각이 나왔어. 얘 밀어주면 뜬다."

"네? 아니... 참... 스읍... 일단 알았어요."

그렇게.

대한민국 유튜브 실시간 인기 영상 1위에.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 빌런 에고스틱, 그의 추악한 일면을 정리해보자]가 등극하는, 희대의 이벤트가 일어났다.

***

신하루.

그녀는 한주간 제일 생각을 많이한건, 언제나 똑같듯 에고스틱이었다.

대체 그가 같은 집에 산다는건 무슨 소리인가.

동료들이랑 가족같이 친하다고? ...자신은 그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는 동료들이랑 가족같이 한집에서 지내는 걸수도 있댄다.

자신은 그에 대한 작은 정보 하나, 이름하나 모르지만 그의 동료들은 가족이라던데 당연히 그정도는 알겠지. 자신은 아무리 애를 써도 모를 것을.

그리고 그 테러.

이번에 일으킨 테러는 대체 뭘 워한 테러였던걸까. 기껏 인질까지 붙잡더니, 털끝도 안건드리고 또 풀어줬다. 애초에 인질을 잡은건 별다른 이유는 없고 스타더스 자신을 부르기 위함이라는 것처럼.

...그러면 대체 이번 테러는 왜 일으킨거란 말인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그런 그녀의 직감이 말하기를.

...어째, 이번 테러는 에고스틱 그가 자신이 빌런이라는걸 호소하기 위해 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자신의 망상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다.

...에고스틱. 그를 정말 나쁜놈이라고 봐야하는 걸까. 그를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 그런 생각을 하던 신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져었다.

...에고스틱은 당연히 악당이다. 잔인한 악당. 자꾸 이상한 생각을. 헛된 망상을 해서 약해지면 안된다.

에고스틱은 분명한 빌런이고, 자신은 그를 잡으면 된다. 끝.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히 머리가 아파지던 신하루는, 한숨을 쉬며 유튜브나 들어갔다. 음악이나 들을까 하고.

그리고 그런 그녀에 눈길을 사로잡는, 실시간 1위라고 적혀있는 커다란 썸네일의 영상.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 빌런 에고스틱, 그의 추악한 일면을 정리해보자]

그 제목을 본 그녀는, 홀린듯 영상을 눌렀다.

그리고 시작되는 영상에서는 한 앵커저럼 보이는 여자가 나와, 침착한 목소리로 지금까지 에고스틱이 저질렀던 악행들을 조목조목 읊기 시작했다.

민간인들이 탄 배를 폭탄으로 터트릴려 하기, 기차 선로에 사람 묶어두기, 비행기 떨어트리기, 다리 폭파 기물 파손 등등.

지금까지 에고스틱이 저지른 악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말하던 앵커는, 마지막에 가서는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같은 미친자식을 당장 집어넣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속지 마십쇼! 그는 구제불능한 미친 쓰레기고, 당장 사형시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나쁜놈이 있다면 그건 이 개만도 못한 에고스틱일겁니다!!!]

그렇게 흥분한 여성의 일갈로 끝난 영상.

그 밑에는 무수히 박힌 싫어요들이 범람하고 있었고.

댓글창에는 수많은 욕들이 난무했다. 물론 에고스틱이 아닌, 앵커에게.

그리고 그 영상을 끝까지 본 뒤.

여전히 멍하니 있던 신하루는, 조용히 생각했다.

"....."

...아니, 에고스틱이 물론 나쁜놈은 맞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영상의 댓글창에 댓글을 적고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발견했다.

[Newday313][이거는 좀 너무 억지로 까는거 같네요. 논리도 빈약하고요. 에고스틱이 이렇게까지 나쁜놈은 아닌거 같습니다.]

거기에 바로 댓글 등록까지 해버린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 이건 일종의 정의구현이다.

아무리 상대가 빌런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욕까지 하면서 까는건 아니지, 암.

솔직히 이정도면 에고스틱이 불쌍한거니까. 응. 너무 욕을 심하게 했으니까... 어쩔수 없는거야.

그렇게 신하루는 내친김에 영상에 싫어요 표시도 꾸욱 했다.

...왠지, 에고스틱이 욕먹는 영상을 보니 자신이 기분이 나빠지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품은 채.

***

"와. 오빠. 오빠 까는 영상 좋아요 대 싫어요 비율 1대 10000을 돌파했어요. 거의 역대 최고 기록인데요?"

놀리듯 나한테 말하는 서은이를 보며, 나는 말해줬다.

"서은아. 그건 아무 의미 없어."

그래.

이건 사실상 스타더스, 신하루 한명만 보라고 만든 영상이다.

분명 휴식시간에는 유튜브를 보는 그녀니, 분명 이 영상도 봤겠지.

그녀가 이걸 보고 다시한번 내가 얼마나 나쁜지 깨닫고, 나에대한 적개심을 활활 불태운다면 그걸로 난 됐다.

비록 댓글창은 나를 커버쳐주는 사람들로 한가득이지만, 거기에 스타더스가 있는건 아닐테니 상관없다.

"그래... 그거면,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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