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9화
화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이번 테러에 새로 나온 애 왜이렇게 귀여움ㅋㅋㅋ]
ㄹㅇ보면서 빌런이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들고 무슨 손녀 재롱장치 보는 기분으로 봄ㅋㅋㅋ
스타더스한테 아줌마라고 극딜하는거랑 에고스틱한테 오빠 오빠 거리는거 ㄹㅇ귀엽더라ㅋㅋ
=[댓글]=
[내가 첫번째 동료라고!! 하는것도 귀여웠음ㄹㅇㅋㅋ]
ㄴ[아 지금까지 아무도 안알아줘서 서러웠다고ㅋㅋㅋ]
ㄴ[+그거랑 스타더스 쓰러트린줄 알고 에고스틱한테 신나서 자랑하는게 ㄹㅇㅋㅋㅋㅋ]
[같은 존댓말도 에고스틱이 하면 뭔가 분위기있는데 얘는 그냥 귀엽더라ㅋㅋㅋ]
ㄴ[고등학생이라고 했으니 어른한테 존댓말하는게 맞긴 핮ㅋㅋㅋ]
[아니 왜 테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테러의 무서움이 아니라 테러리스트가 귀엽다는 말을 하고 있는거냐?]
ㄴ[테러가 아니라 '메인 이벤트'라고 불러두세요]
ㄴ[망고 콘서트인데]
*
[대체 에고스트림은 어떤 곳일까...]
생체 병기를 끌고 나온 천재 해커 여고생 (거짓 하나없는 진짜임)
죽어도 부활하는 데스나이트
남의 사이비 종교에서 NTR해버린 월광무녀에
수상할정도로 영향력있는 망고스틱까지...
심지어 이 모두가 가족같이 끈끈하다고...?
젠장!! 망고스틱 네놈 뭘만든 거냐고!!!!
=[댓글]=
[히어로 협회 게섯거라 망고스트림 나가신다~]
[한국의 보배 에고스틱이 잣으로 보이냐?]
[아니 왜 에고스트림 첫 멤버인 일렉트라는 본문에 쏙 빼는거냐?? 뭐임?? 싸우자는거임?????]
ㄴ[수상할정도로 화나셨는데 혹시 전기망고단이신가요?]
ㄴ[이야 에고트라단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독하다 독해ㅋㅋㅋ]
*
[이번에 한집발언 의미심장한 점]
에고스틱의 맴버들은 가족같다는 발언과
이번에 해커 여고생이 같은 한집에서 해킹했다는 발언 생각해보면
HOXY 에고스트림 맴버들 모두 큰집 하나에서 다같이 사는거 아닐까???
=[댓글]=
[헉]
[이거 ㄹㅇ 킹능성있다]
[지금까지 확인된바로 에고스트림 맴버들 중 여자만 4명 아님? 헉]
ㄴ[하램스틱ㄷㄷㄷㄷㄷㄷ]
ㄴ[일렉트라단 개같이 부활 각이냐?????]
ㄴ[달빛망고단이 더 떡상하는거지 어디서 전기구이가 비빔]
ㄴ[이번에 월광무녀랑 같이 등장한거 못봤냐? 품에 같이 껴안긴 그걸 보고도 그런 말을]
ㄴ[어이 신입... '아이스망고'각은 살아있다....]
ㄴW[미친놈들아 내 댓글창에서 커플링 싸움 하지마ㅅㅂ]
ㄴ[화내는거 보니까 글 작성자 스타더스단인듯ㄷ]
ㄴW[어케안거지]
ㄴ[ㅅㅂㅋㅋㅋㅋㅋㅋ]
[만약에 맴버 모두가 한집에 산다는 저게 ㄹㅇ이면 평소에 다같이 뭘 할까? 진짜 궁금하네]
***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산맥 깊숙한 곳.
그곳 한복판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커다란 집.
바로 에고스트림 본부.
대한민국 제일의 빌런연합을 넘어, 이제는 한국 제일의 초상능력자 모임이 되어가려고 하는 그곳.
그리고 이 연합의 창립자인 수장인 나.
는 현재, 울고있는 서은이를 달래주느라 바빴다.
"흐윽...."
"괜찮아, 괜찮아."
하룻밤 기절하고 나서 깨어나자마자,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두 눈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서은이.
애가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우니까 화들짝 놀란 나는, 이렇게 정신없이 달래주고 있었다. 아니, 뭐가 그렇게 서럽다고 울고 그래.
"흐윽.... 이길 수 있었는데..."
아, 그게 서러웠던거구나.
...근데 서은아, 어. 딱히 이길 수 있어보이진 않았는데...?
여전히 내 품에 안겨 훌쩍이던 서은이는, 이내 나한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오빠... 제가 조금만 더 잘하면, 이길 수 있던건데..."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꼭 이겨야 되는건 아니였어."
"흑흑흑..."
이내 나는 우는 서은이를 품에 안아 달래주며, 조용히 생각했다.
사실 서은아.. 애초에 이거 이기면 안되는 싸움이었어...
에고스트림 자체가 스타더스한테 주기적으로 시련을 주려고 계획된 조직인데, 진짜 스타더스를 이겨먹으면 약간 곤란해진다고.
...아닌가? 오히려 지면 더 분발할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은이를 쓰다듬고 있을 때, 서은이의 등 뒤에 있는 방문쪽에서 수빈씨와 최세희의 얼굴이 빼꼼 나타났다.
아마 우는 소리를 듣고 온 모양.
최세희가 나한테 입모양으로 '들어와도 돼?'라고 물어보길래 살짝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애 달래는 것 좀 도와줘.
그렇게 방으로 들어온 최세희는, 이내 서은이한테 옆에서 말을 걸었다.
"야, 서은아."
"히익?!"
갑자기 옆에서 최세희의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는 서은이.
그러더니 다급히 내 품에서 떨어져 말했다.
"어, 언니?"
"그래. 네 언니다. 울지말고 이거나 봐봐."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주는 최세희.
그걸 받은 서은이는 울어서 살짝 붉은 눈으로 화면에 띄워진 게시글들을 읽어봤다.
".....언니, 이게 뭐에요?"
"뭐긴. 이번 테러에서 너 귀엽다고 하는 글들이다. 어때, 좀 힘이나지?"
"...하. 언니, 제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런거 본다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겠어요? 저는 원래 남 눈치보는 사람이 아니에요."
서은아. 그런 말은 입가에 미소만 좀 지우고 했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그렇게 서은이는 휴대폰을 한참을 봤다. 다른 게시글들까지. 어찌나 열심히 보던지 앞에 서있던 최세희가 '어... 이제 그만 주지?'라고 말할 정도.
그렇게 내 팬카페 글들을 열심히 읽은 서은이는, 아까까지 울던 모습은 어디가고 갑자기 힘이 났는지 주먹을 번쩍 쥐고는 말했다.
"....그래요! 제 테러가 이번 한번도 아니고, 앞으로도 남았는데 그때 이기면 되죠!"
갑자기 자신감넘치게 말한 서은이는, 이내 한손에 여전히 주먹을 꽉쥔 채로 앞에 앉아있던 나한테 조용히 비장하게 속삭였다.
"....오빠, 제 스타버스터 2.0은, 저번이랑은 다를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꺼니까."
"어... 그래. 파이팅?"
"좋았어요. 언니!!!"
"으, 으응?"
"저 따라와요, 지하실로! 오늘부터 새로운 스타버스터를 만드는거에요!"
"야, 잠깐만!"
갑작스럽게 의욕에 가득차서 침대를 뛰쳐나간 서은이를 최세희가 황급히 쫓아갔다.
"......"
뭐.
어쨌든 기운 차렸으니까, 좋은게 좋은거겠지...?
참고로 뛰어가던 서은이는 중간에 거실에서 수빈씨한테 들켜 혼났다. 기절하고 일어나자마자 뛰어다니면 어떡하냐고.
저런.
***
"휴우...."
그렇게 서은이 문제도 잘 해결되고.
은월이랑 최세희랑 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서은이랑 오손도손 떠드는거까지 보고 다시 거실로 나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근처에 있는 리모컨을 조작해 티비를 틀어봤다.
[이번에 에고스틱이 새로운 테러를 일으켰는데요, 시민들 반응은 어떱니까?]
[네. 이번에도 역시 이변은 없었습니다.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고, 인질들도 무사히 풀려났는데요. 특히 인질로 붙잡힌 사람 중 한명은 평소에 에고스틱의 팬이라, 더없이 행복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만 보자.
대충 채널을 계속 돌려서 영화가 나오는 곳으로 바꾸어 버린 나는, 이내 한숨을 다시 한번 푹 쉬었다.
"에혀...."
"다인오빠, 왜 그렇게 한숨이세요?"
그러자마자 근처 주방에 있던 이하율이 쪼르르 왔다.
나를 걱정된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한테 내 고민을 솔직히 말해주었다.
"아니... 분명 인기를 떨어트리려고 테러를 했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어..."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언제부터 사람을 철장에 가둬 겁박하고 총으로 위협하는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역시 이 세계의 대한민국은 어딘가 잘못됐다. 나는 열심히 성실하게 테러를 일으켰는데, 그걸 몰라주는 사람들이 이상한거지.
그리고 그런 내 말에 하율이는 약간 애매한 표정이 되서 말했다.
"....어, 오빠.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오빠 테러에서 한명 죽지 않는 이상, 인기가 이대로 쭉 갈꺼같은데요. 사실 테러에서 사상자가 한명도 없는게 좀 이상하긴 하잖아요..."
말끝을 흐리면서도 소신발언을 마친 그녀.
나는 그러는 그녀한테 딱 잘라 말해주었다.
"...사람을 죽이는건 안돼. "
이곳에서 빌런이 되기로 마음 먹으면서 한가지 스스로와 약속한 것 한가지.
민간인을 죽이지는 않겠다. 웬만하면.
...아니 애초에, 사상자가 있건 없건 인질 붙잡고 살인미수를 몇십번 저질렀는데. 대체 어째서 그건 아무도 모른척 신경도 안쓰냐고.
"에휴... 근데 그래서 좀 문제네."
"오빠. 힘들어 보이시는데, 머리 맑아지시라고 제가 힐좀 해드릴까요?"
"어? 그래. 그래주면 나야 좋지. 고맙다."
내 말이 끝나자 나를 소파로 앉히더니 내 어깨를 주물러주는 하율이.
...?
"아니 하율아, 너 그 치유능력 써준다는거 아니였니?"
"이렇게 주물르면서 동시에 능력쓰는게 더 효과 좋으니까, 가만히 계세요."
"엄... 그래. 고맙다."
하율이의 안마는 시원했다.
...어쩌다 내가 안마를 받게된건진 잘 기억도 안나는데, 하여튼.
그렇게 그날 밤.
나는 혼자 내 방 책상 앞에서,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뒤적여봤다.
"와... 아니, 이게 그렇게 없다고?"
검색창에 에고스틱을 넣고 쳐봤더니, 어째 나를 욕하는 영상들은 다 어디가고 무슨 연예인 얘기하듯 다룬 영상들밖에 없다.
에고스틱_하이라이트, 에고스틱_매드무비, 세계가 놀란 K-빌런 에고스틱 뭐 이런것들.
...내 욕을 하는 애가 이렇게까지 없다고?
나는 그 순간에서야 큰 경각심을 느꼈다.
아니, 내가 전에 봤던 히어로 영화에는 거미줄만 쏘는 착한 히어로마저 어떤 할아버지 나오는 언론이 미친듯이 억까하면서 까던데, 이 세상에는 빌런인 나를 까는 사람이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고스틱 비판'이라고 쳐봤다.
그러자 확 줄어드는 검색결과.
그나마 있는 영상들도 다 내 테러 초기에 올라왔던거라 없다시피 했다.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스크롤을 내리던 그때.
"...있네, 하나."
딱 하나 있었다.
어떤 여성이 에고스틱은 테러범 아닌가요? 라면서 의아해하는 영상이.
당연?하게도 싫어요 테러를 받은 그 영상을 보며.
나는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래."
아무도 나를 억까하지 않는다면.
내가 스스로, 그 히어로 영화에서처럼 나를 억까하는 방송을 하나 만들어버리면 되는거 아닐까?
"....."
....나, 천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