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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17화 (117/328)

제 117화

화그녀의 전략

"크윽...."

사람들이 이미 사방으로 도망쳐, 아무도 남지 않은 넓은 거리.

그곳에서 신하루는, 일명 '스타버스터'라는 거대 로봇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흐, 오빠가 그렇게 쎄다고 말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그렇게 강, 강하지도 않네요!]

살짝 지쳐보임에도 애써서 어떻게든 도발을 날리고있는 스타버스터 안에 탄 여자아이.

또다시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강철의 주먹을 피하며, 신하루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에고스틱, 그놈은 어디서 계속 이런 빌런들을 데리고 오는거지?'

아니, 한두명도 아니고 까도까도 무슨 양파처럼 계속 튀어나오는 새로운 빌런들을 보며, 그녀는 그런 의문을 품었다.

에고스틱이 스스로 빌런연합을 만들 것이라는 말을 한지 채 몇년도 안된 지금, 벌써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빌런들만 해도 꽤 된다. 일렉트라, 레피스단, 데스나이트까지.

거기에 이번엔 무슨 걸어다니는 장갑차마냥 튼튼한... 기계장치를 탄 여자까지.

[하아. 공격좀 해봐요! 왜 도망만 다니는거예요?]

...그리고, 이 여자애는 아무리 봐도 묘하게 어려보인다. 대략 나이는... 모르겠다, 중고등학생정도?

그런 판단을 한 신하루는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미성년자를 고용해서 빌런일을 시키다니, 에고스틱은 제정신인건가?

[하아, 하! 도망만 다니는걸 보니, 아줌마는 별것도 아니었네요!]

....그런 생각은, 계속해서 들리는 목소리에 점차 사그라졌다.

계속되는 도발에 슬슬 신하루의 멘탈도 금이가기 시작한 것.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저 불쌍한 아이를 에고스틱이 이용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제는 저 맹랑한 꼬맹이에게 어른으로서 교육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줌마라니, 하. 그게 무슨 근본도 없는 도발인가.

대체 그녀의 나이가 몇인데. 하, 어이가 없네.

그 어떤 빌런한테도 듣지못한 유치한 도발은, 오히려 그녀를 분노로 충만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그런 감정에 앞서 일을 그르치는건 하수.

'일류 히어로란,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날카로운 이성으로 승부를 봐야하는거란다.'

"......"

언젠가 들었었던 그 말.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 그녀는,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상황을 다시한번 분석해봤다.

쿵-. 쿵-.

현재는 저 로봇이 계속해서 공격을 하고, 그녀는 그걸 피하거나 가끔은 막아가며 수비적이게 싸우고 있는 상황.

그리고 저 기계 안에 있을 여자아이는.

[흐으, 으아! 피하지만 말고 맞서 싸워봐요!]

"......"

계속 도망다니며 그녀의 공격을 막기만 하는 스타더스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것도 피해요? 그럼 이건? 에잇!]

일단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수비적으로 응대하는 스타더스.

그러는 그녀를 보며, 기계 안에 탄 여자아이는 중얼거렸다.

[아니, 싸워봐도 모르겠네. 왜 오빠는 당신만 늘 신경쓰는거야?]

".....!"

그리고 순간 그녀가 던진 말에, 멈칫한 신하루.

....걔가 나만 신경쓴다고?

순간 쿵쾅이는 심장을 붙잡고, 신하루는 머리를 굴렸다.

사실 에고스틱, 그에 대한 정보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애초에 늘 자기 할말만 하고 사라져버리는, 베일에 싸인 녀석이니.

그녀는 다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며, 슬쩍 에고스틱이 있는 쪽을 봐봤다.

허공에 떠있는 철장망 중 하나에 앉아, 카메라를 보며 떠들고 있는 그.

그래. 어쩌면 지금이 기회다.

에고스틱.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는 기회.

...늘 평소에 궁금했던, 그에 관해서 더 알아볼 수 있는 기회.

그런 판단을 마친 스타더스는, 이내 잠시 몸을 날려 저 스타버스터라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벌린뒤, 화난 목소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너. 너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빌런이지? 또 이번에 에고스틱이 새롭게 고용한 놈이냐?"

짐짓 화난채 하며, 정보를 얻기 위해 은근슬쩍 도발을 섞어 던진 말.

아마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했던 일렉트라나 데스나이트라면 그냥 '흐응... 글쎄?'나 '하하하하!'정도의 답만 받고 끝났을 거지만.

[뭐라고요! 새롭게 고용당한게 아니라, 내가 제일 처음부터 오빠랑 함께했었던 동료거든요?]

빙고.

역시 예상대로, 저 로봇에 탄 여자아이는 말을 술술 불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함께했던 동료라는걸 강조하거나, 오빠라고 하며 친한척 하는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 오히려 이건 이용할 수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화난채 하며, 신하루는 다시 한번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에고스틱의 첫번째 동료가 네가 아니라는걸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애초에 네가 동료라면, 지금까지 뭘하고 있던거냐?"

[이씨....!]

자신의 도발을 들은 여자아이는, 분통을 터트리며 로봇을 더 거칠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하게 몰아치는 공격.

그 주먹들을 피하며, 스타더스는 여자아이가 하는 말을 주의를 집중하며 들었다.

[내가 첫번째 동료 맞거든요! 지금까지 뒤에서 전파납치 해킹같은거 다 한사람이 다 나에요! 억울해 죽겠어요 정말!]

진짜 세상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여자아이.

그 말을 들은 스타더스는, 놀랐다는 듯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지금까지 그 모든 해킹을 다 네가 한거라고? 대체 어디서?"

[어디서긴, 당연히 같은 한집에서...]

거기까지 신나게 말하던 여자아이는, 갑자기 말을 중간에 멈췄다.

그러더니, 간신히 들릴 정도로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

'...응? 아니, 오빠. 이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아니라고요? ... 알았어요, 힝.'

누군가와 속삭이듯 들리지 않게 말을 하던 그녀는, 이내 다시 큰소리로 소리쳤다.

[...자꾸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순순히 싸우기나 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이제는 꼭 닫고 전투에 집중하는 그녀.

'....쳇.'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공격을 피하면서 뒤쪽을 보니, 에고스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다 넘어왔었는데, 아쉽네.

그래도 뭐 상관없다.

남은 이야기는, 협회쪽에 끌고가서 들으면 되니까.

이내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 피하기만하며 수동적으로 행동하는걸 멈추고, 다시 몸에 힘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기세.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다시 스타버스터에게 달려들었다. 맹렬하게.

[...읏? 잠깐!]

속전속결로 끝낸다.

그녀에게는 그 생각 뿐이었다.

***

이 세계는 오직 절망뿐.

끊임없는 악의와, 멸망을 가속화시키는 모든것들이 독극물처럼 세계 근간에 부글부글 끓고있는, 지옥과도 같은 세계다.

인간은 인간을 죽이려 들고.

괴수들도 인간을 죽이려 들며.

신마저도 인간을 죽이려 드는, 그런 끔찍한 세계.

...는 물론, 내가 애써 저지하고 있다.

모든 멸망으로 가는 경우의 수를 하나씩 차곡차곡 줄이고 있지.

물론 이것도 언제까지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웃으면서 테러를 일으키며 스타더스를 만나는 것도, 사실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뭐, 벌써 이런 고민을 하는건 조금 이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평화롭다.

수많은 시민들이 개미떼처럼 떼죽음을 당하지도 않았고, 서울이 폐허가 되어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기울기 시작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쁘지 않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세상의 평화는 지켜지고 있다. 다 내가 한거지만.

세상이 평화로워서 좋기는 하다.

근데 너무 평화로워서, 이제는 나같은 빌런을 사람들이 빨아주는 사회가 되서 문제지.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은 날씨네요. 당신을 죽이기에 말이죠!"

"히이이이익!"

철망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나는, 총을 휘두르며 내 아래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소리쳐봤다. 웃으면서.

벌벌벌 떨면서 구석으로 숨는 여자.

그래, 리액션이 참 훌륭해서 좋다. 사실 이 창살위에 앉아있는 것도, 아까 제일 크게 리액션을 한 사람이 이 여자여서다. 리액션 맛집이야. 좋아.

하여튼 무장해제 상태의 민간인을 창살에 강제로 집어넣고 웃으면서 죽이겠다고 총들고 협박한 나는, 슬쩍 채팅창을 봐봤다. 이정도면 충분히 사람들이 겁을 집어먹고, 분노하며 나를 욕하겠지?

[캬ㅋㅋㅋㅋ 망고스틱 오랜만에 빌런답네ㅋㅋㅋ]

[자기가 저 창살에 대신 갇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개추ㅋㅋㅋ]

[나도 에고오빠가 섹시하게 웃으면서 총들고 나한테 협박하는거 직관하고 싶음ㅠㅠ 존나 부럽다ㅠㅠ]

[망고가 빌런짓하면 좀 귀여운듯...ㅎ 이런게 갭모에냐?]

[지금 택시탔는데 거기로 달려가면 저도 창살에 넣어주나요?]

...틀렸다. 이 사람들은 미쳤다.

제발, 제발 단 한명이라도 나를 좀 욕해달라고.

이 채팅창을 내 팬카페 애들이 전세낸건가? 그런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와 스타버스터가 싸우는 현장을 봐봤다.

여전히 스타더스를 몰아붙이는 서은이랑, 그런 스타버스터를 피하는데 급급한 스타더스.

....이상하다. 스타더스가 지금 능력으로도 저렇게까지 상대하지 못한다고? 무슨 일이지?

애초에 나랑 은월이는 당연히 서은이의 스타버스터가 금방 털릴걸 예상하고 구해줄려고 대기타고 있었는데, 은근 길어지니 신기한 기분이다. 스타더스가 오늘 컨디션이 안좋나?

하여튼 그러면 오히려 좋다. 나쁜짓 프로젝트나 계속해야지.

나는 여전히 떨고있는 여자에게 총을 들이밀고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자! 이름모를 여성 A씨,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께요."

"히이이이익!"

"이걸 맞추시면 풀어주겠습니다. 어때요, 좋죠? 빨리 좋다고 말해요!"

"히이익 좋아요, 좋아요오!"

"네, 네. 좋습니다. 질문 나갑니다. 제가 처음으로 테러를 일으킨 날짜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래. 나쁜짓 프로젝트 제 2번째. 절대 못맞추는 질문 하기. 계속 답하지 못하는 인질을 놀리며 괴롭히는, 실로 사이코패스 빌런같은 행위다.

그렇게 못맞추는 그녀를 놀리려고 할때, 갑자기 철장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4월. 4월..... 17일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는 그녀.

그리고 그 날짜는.

정답이었다.

.....어떻게 안거지 시발. 찍었나?

순간 뇌정지가 온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하는 여자야?

여전히 오들오들 떨며 나랑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푹 숙이는 그녀. 그런 그녀의 볼에는, 아까완 다르게 살짝 홍조가 있었다.

"....히이익."

거기에 어째 아까보다 성의 없어진 비명.

...좋아. 그만 알아보자. 겁나 찝찝하니까.

"....아쉽게도 틀렸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못나갑니다. 여전히 여기 갇혀있으셔야 겠네요. 하하하하!"

[??? 4월 17일 맞지 않음?]

[ㅇㅇ맞음 4.17 배 테러 처음 일으킨 날이라고 위키에 적혀있네]

[아니 맞는데 왜 억까함ㅋㅋㅋㅋ]

[잠깐 저 여자 애초에 그걸 어떻게 안거냐???!]

[ㅅㅂ혹시 저분도 망고단 아님?ㅋㅋㅋㅋ]

나는 이악물고 채팅창을 무시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게 뭔가 찝찝한만 남긴 인질과의 대화를 끝내고, 나는 다시 스타더스와 서은이가 싸우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첫번째 동료! 맞거든! 지금까지 뒤에서 전파납치 해킹같은거 다 한사람이 나야! 억울해 죽겠어요 정말!]

스타더스에게 정보를 술술 불고있는 서은이가 있었다.

...서은아, 제발.

"지금까지 그 모든 해킹을 다 네가 한거라고? 대체 어디서?"

[어디서긴, 당연히 같은 한집에서...]

그렇게 아주 내부사정까지 알리려고 하는 서은이한테, 나는 다급하게 방송을 음소거하고 연결된 이어폰으로 서은이한테 속삭였다.

"야! 스.. 스타버스터, 거기서 그렇게 말을 많이하면 어떡해! 그만말해!"

내 말을 들은 서은이는, 스타더스에게 쏘아붙이던걸 멈추고 나한테 연결된 이어폰으로 똑같이 속삭이며 답했다.

"...응? 아니, 오빠. 이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아니야, 안 괜찮아."

"아니라고요?... 알았어요, 힝."

이내 살짝 풀죽은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는 서은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신하루 눈치가 얼마나 좋은데. 어느정도 정보통제가 필요해요.

그렇게 서은이는 내 요청대로 입을 다물고 전투에 임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추어 정보캐기를 실패한 스타더스는, 아까까지 밀렸다는게 거짓말이였다는 듯 스타버스터를 갑자기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내 저럴 줄 알았지.

"은.. 월광무녀, 월광무녀 응답해라. 이제 슬슬 나서야 할거 같다."

[네 다인오빠. 알겠어요!]

다른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은월이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슬슬 팔을 풀고 나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곧 털릴 서은이를 구해주러 나설 준비를.

아, 힘들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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