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12화 (112/328)

제 112화

화사건 이후의 이야기

점차 약해지는, 보라색 폭풍.

실시간으로 전국에 송출되었던 영상의 마지막에서는, 그 폭풍을 뚫고 유유히 사라지는 비행선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하하하하! 여러분, 그럼 안녕히 계십쇼!]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보이며, 간단한 손동작으로 인사를 한 채 사라지는 가면의 남자, 에고스틱.

그리고 여전히 그의 품안에 껴안겨져 얼굴을 붉힌 채 얌전히 있는 월광무녀와.

그러한 둘의 옆에 차분히 서있는, 하얀 로브를 입은 한 여성의 모습을 끝으로.

그렇게 비행선이 밤하늘 멀리 사라지며, 영상은 마침내 끝이났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곤 다음날.

대한민국은

현실, 인터넷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종편 토론 채널.

[그러니까, 지금까지 에고스틱이 해온걸 봐보십쇼! 이정도면 진짜 히어로라고 불러도 손색없는거 아닙니까?]

[에... 그,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시고. 아무리 그래도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테러를 저지른게 있는데]

[그래서! 사망자 한명이라도 있습니까! 있냐고요?!]

[....지금까지는 사망자가 있지는 않았지만, 혹여 잘못했으면 충분히 나올뻔한...]

[조용히 하세요!]

호통을 치는 남성과, 그에 맞추어 땀을 흘리는 중년의 패널.

배심원들은 에고스틱을 지지한 남성측의 손을 들어줬다.

*

시사 프로그램.

[에고스틱. 지금까지 모두에게 A급 빌런으로 알려진 인물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그가 예전에 히어로였다는 소문,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희 그것이 알고싶다는, 예전 부산에 한 호텔에 테러현장에 진입해, 자신을 S급 히어로라고 주장한 뒤 사라졌던 한 남성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보았습니다.]

[A급 빌런. 그리고 S급 히어로.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요.]

*

뉴스.

[안녕하십니까. 9시 뉴스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을 불태웠던, 월광무녀의 두번째 테러. 많은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었었는데요. 그 테러가, 세번째가 진행되는 와중에 종료되었습니다. 다름아닌 빌런, 에고스틱에 의해서 말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이 소식, 김동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경제신문.

[自我棒의 對테러진압 후 최근 한달 최초로 코스피 반등... (사진: 환호하는 증권가 직원들)]

*

유튜브.

[미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뒤집어졌으며 영국 여왕마저 깜짝 놀란 K-빌런 에고스틱 덕분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에 알려지다? "빌런이 히어로와 다를 바가 없는 한국에서 저도 살고 싶습니다." 한국 이민 역대 최고치 기록 예상!]

*

에고스틱의 팬카페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빌런ㅋㅋㅋㅋ]

[이 시대 제일의 빌런 연합이면 개추ㅋㅋㅋㅋㅋ]

[SSS급 히어로를 아직도 빌런이라고 보도하는 새끼들이 있다?]

[화력요청)국회에 에고스틱 히어로로 재심사 청원ㄱㄱ]

[어제오늘 하루도 안쉬고 카페 상주하고 있는 망붕이만 개추ㅋㅋㅋ]

[망고스틱 <- 얘는 그냥 모든걸 잘함ㅋㅋㅋㅋ]

[반년 가까이 기다린 보람이 있네 ㅅㅂㅋㅋㅋ]

[아니 시발 이제 에고스트림 멤버들 레전드네ㅋㅋ]

[A급 히어로 3명 <<<<< 1 에고스틱 ㄹㅇㅋㅋ]

*

[이봐, 신.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거지?]

(대충 신이 정면을 보고 있는 짤)

"아직 에고스틱이 오지 않았소."

=[댓글]=

[댓글 0개인데 좋아요 1000개는 돌아버린거냐ㅋㅋㅋㅋㅋㅋ]

*

[우리는 에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ㄹㅇ 망고 없었으면 지금 서울 거의 멸망 직전까지 갔었을텐데

그냥 어떻게 월광무녀 꼬셔가지고 아니 ㅅㅂ 레알 어케한거냐ㅋㅋㅋㅋㅋㅋ

=[댓글]=

[테러도 잘하고 여자도 잘꼬시고 못하는게 없음 그냥ㅋㅋㅋㅋㅋ]

[아니 ㄹㅇ 말 그대로의 의미로 꼬신거 같은데ㅋㅋㅋㅋ 얼굴 붉히는거 봤냐?]

ㄴ[월광무녀 처음 봤는데 그게 망고 품에 안긴채 얼굴 붉힌거임 ㅅㅂㅋㅋㅋㅋ]

[월광교인가 뭔가 그냥 NTR 당해버렸네ㅋㅋㅋㅋ]

ㄴ[금태양 망고... 줄여서 망태양ㄷㄷ]

ㄴ[우효wwww 월광교의 무녀 겟☆]

ㄴ[아니 근데 카메라에 엿날릴때 진짜 금태양인줄ㅋㅋㅋ]

*

[망고스타 아이스망고 다 물로켓이였네ㅋㅋㅋㅋ]

이제는 달빛망고의 시대다

(에고스틱이 월광무녀 껴안은 사진)

(에고스틱의 품에서 얼굴 붉히는 월광무녀의 사진)

에고스틱 주변에 이정도로 스킨십 나간 여자들 있음?

아ㅋㅋㅋ 이전까지는 착즙이었다면 이제는 찐이라고ㅋㅋㅋㅋ

=[댓글]=

[달빛코인 개같이 탑승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심지어 같은 에고스트림 팀이라 가능선 존나 높음ㅋㅋㅋㅋ]

ㄴ[일렉트라도 같은 빌런인데... 에고트라는 잊혀짐?]

ㄴ[그게 누구죠? 기억도 안나는데요]

[심지어 이번에 새로운 여자 영상 마지막에 잡히지 않음? 그 하얀색 실크옷 입은 여자]

ㄴ[ㅇㅇ이번에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도 언급되어 있던데. Moonlight랑 Saintess라고 추가됨. Saintess가 그 여자인듯?]

ㄴ[주위에 여자가 수상할정도로 많은 망고ㄷㄷ]

[응 이번에 인터넷에 에고스틱이 폭풍 들어가기 전에 쓰러진 스타더스 쓰다듬는거 유출됐어~ 에고스타 못잃어]

ㄴ[? 그거 어디서 봄?]

ㄴ[잠깐ㄱㄷ]

ㄴ[아니 ㅅㅂ아까까지만 해도 누가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 블로그 채로 사라짐 뭐냐?]

ㄴ[망상병 게이야....]

ㄴ[이게 에고스타단 평균...?]

ㄴ[아니야 시발 진짜 있었다고!!!!]

ㄴ[에고스타단 팩트로 안되니까 이제는 선동과 날조로 싸우는거보소ㅉㅉ]

ㄴ[아니 시발 억울해죽겠네]

[근데 지금 협회 반응이 존나 궁금하네ㅋㅋㅋㅋ 얘네 뭐하고 있을까?]

***

대한민국 초상 능력자 협회.

일명 히어로 협회의, 회의실.

"크하하하하!! 내가 진짜 속이 다 시원하군 그래."

"협회장님... 저, 조금만 체면을..."

"아니, 기분이 좋은걸 어떡하는가. 아! 진짜 이번에는 속된말로 좆되는줄 알았네. 서울 버리고 수도 이전해야하는 판이었단 말이다. 근데 에고스틱 점마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모든걸 해결해 줬는데, 어찌 기분이 안좋을수 있겠나.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회의장 한복판에서 협회장의 커다란 웃음이 울려퍼지고.

옆에 앉아있던 협회 인사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협회장에게 말을 했다.

"저... 근데 협회장님.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닌거 같습니다. 언론에서 빌런이 사건을 해결하는동안 협회는 뭘했냐고 기사가 자꾸 나오고 있어서..."

"아 그거? 우리 언론대응팀은 뭘하고 있던겐가. 쯧. 자, 불러줄테니 가서 이렇게 기사 내보내라고 하게. 큼. 우리 협회 소속의 히어로들이 끝까지 버텨주었기에, 최소한의 피해로 이번 사건이 끝나게 되었다. 비록 빌런의 소속이 바뀌기는 했지만, 협회는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가겠다. 이정도로."

"네. 알겠습니다."

"크하하하! 어쨌든 이건 뭐 문제도 아니네. 서울 멸망보다야 낫지!"

그렇게 한참을 더 웃던 협회장은, 이내 드디어 표정을 다시 정돈한 채 본격적인 회의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히어로들은 지금 뭘하고 있나?"

"스타더스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고, 아이시클은 다시 유성기업에 돌아가 피해자들에게 후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섀도우워커는... 아직도 자택에 칩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휴. 김자현 그 친구는 정말... 남자가 젊은 나이에 한번 실패를 맛볼 수도 있지. 뭘 그리 꽁해져가지고."

"지금도 그의 여자친구가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별 소용이 없어보인답니다."

"쩝. 뭐,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따로 보고할만한 사안은 없나?"

협회장의 질문에, 눈치를 보던 직원 한명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 그리고, 요즘 에고스틱에 대한 문의가 엄청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언제 S급으로 승격되냐는 문의입니다. 그의 휘하에 있는 월광무녀가 이미 S급인데, 그녀를 필두로 한 수많은 A급 빌런 연합을 이루고 있는 에고스틱이 왜 아직도 A급이냐고..."

"그거? 저번에 국제 협회 총괄 위윈회에 문의 넣지 않았었나? 스타더스랑 에고스틱, 아직도 S급으로 승격 안되었었나?"

"네. 아마 지금 본사가 빌런 습격으로 난리가 났다는데, 그거 때문인거 지체되는거 같습니다."

"그래? 본사가 미국에 있었었나? 하여튼 그 아메리카쪽은 하루도 바람 질 날이 없어. 하여튼 그건 됐고, 에고스틱이 말했던데로 월광교는 추적해보고 있나?"

"네. 저번에 저희가 추리한 내용이 사실인거 같습니다. 아마 교주를 신의 사도로 모시는 종교로 추정되고, 그 교주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조직이 너무 폐쇄적인지라, 정보를 얻어내는데에 어려움이 좀 큽니다."

".... 대체 에고스틱 그놈은, 어떻게 거기까지 안건지. 여하튼, 뭐. 그래도 그 달의 무녀라는 사람을 에고스틱에게 뺐겼으니, 거기도 타격이 크지 않겠어? 크하하하하!"

***

지하 깊숙한 곳. 그곳에 있는 이질적인 성당.

그림자가 진 그곳에, 교인 하나가 교주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아무래도 달의 무녀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말에.

의자에 앉아있던 교주는 살짝 침묵하더니, 이내 그에게서 조용히 긁는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알겠다. 어차피 배교자에게 허락된 영생은 없으니.... 그녀는 신의 노예였을 뿐이니, 어떻게 되던 다 그녀의 업으로 돌아가겠지.... 우리의 계획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상관없도다 아해야. 이만 돌아가보거라.

그렇게, 마치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교주였지만.

막상 의자의 팔걸이를 쥐어잡는 그의 손이 세차게 떨리고 있는걸 확인한 교인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홀로 남은 교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에고스틱이라...

그래.

....기억할만한 애송이로구나....

***

월광교주는 전전긍긍하고.

한국인들은 찬양하며.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서울의 수호자 K-빌런 에고스틱.

"오빠. 스타더스는 대체 왜 쓰다듬은거에요? 아주 그냥 오빠가 스타더스 좋아한다고 온동네 광고하는 거에요?"

"야. 그... 사람많은데서 저 무녀 막 껴안고 막 그 얼굴도 만지고... 그건 좀, 그, 너무 선정적이었던거 아니었냐?"

"다인씨. 지금 이설아라는 사람한테서 전화 계속 오는데요?"

"...."

인 나는 현재, 나와 스타더스의 관계와 이번 빌런 영입과정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멤버들과 하고 있었다.

여전히 내 뒤에는 달의 무녀, 백은월이 딱 달라붙은 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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