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07화 (107/328)

제 107화

화두번째 재앙

A급 히어로 3명이 무력하게 당한, 충격과 공포의 첫번째 테러 이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또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분홍색 태풍이 예고도 없이, 또다시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도 힘든, 건물의 외벽을 뜯어버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하늘에서는 마법진 수십, 수백개가 생겨나 보라색 번개, 별, 광선 등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마치 인세에 강림한 신의 심판마냥, 도시가 한순간에 멸망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낱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재앙처럼 보이는 광오한 광경.

건물이 요동치고 땅이 울렁이는 그 곳 한복판.

이미 평범한 사람들은 전부, 자기의 한목숨을 챙기겠다고 도망친 이곳에서.

한 여성만이, 오히려 그 태풍의 중심 한복판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크윽...."

스타더스.

대한민국의 A급 히어로인 그녀.

그녀만이, 마법적인 폭풍이 몰아치는 그 강풍을 뚫고, 빌런이 있을 태풍의 중심을 향해 가고있었다.

"....크, 하앗!"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빈말로도 좋지 못했다.

자칫 잘못하면 몸이 날아갈 것만 같은 강풍에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있는 그녀.

그렇게 간신히 눈을 떠 정면을 바라보면, 더욱 절망적이어 보이는 상황이 그녀의 앞에 펼쳐졌다.

마치 이 세계가 아닌 것처럼 이질적인, 분홍색이란 자연적이지 않은 색깔로 물든 하늘.

그리고 저번 테러보다 훨씬 많아진 그녀를 공격하는 것들.

"...흐앗!"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보라색의 커다란 별모양의 무언가를, 간신히 팔을 휘둘러 공중에서 쳤다.

펑-. 그녀의 주먹에 맞자 마치 폭죽처럼 터지는 별모양의 무언가.

보라색 가루가 사방으로 날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서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지지지직

보라색의 번개들이 사방에서 내리치는, 기묘한 광경.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 이 이 이 잉-

-콰과과과과과광

"크윽..."

허공에서 생겨난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라색 파괴광선.

사방이 분홍색으로 뒤덮인, 강풍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를 없애겠다는 듯, 수없이 생기는 마법진들에서 쏟아지는 보라색의 별모양의 포탄, 내리치는 번개, 뿜어져나오는 광선까지.

그리고 스타더스는.

홀로 그 모든걸 견뎌내며, 어떻게든 한발자국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아... 하아..."

신하루는 이를 악물었다.

저번의 테러 이후. 그녀는 자신을 몰아붙이며 혹독하게 다음 테러를 대비했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한 그녀였지만, 더욱 몰아붙였다.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그러나, 그런 그녀의 모든 노력을 비웃듯.

적은 돌아왔다.

전보다 더 강해져서.

"흐아아!"

갑자기 정면에서 쏟아져나오는 광선을 피해, 그녀는 땅바닥을 굴렀다.

적은 아직도 저렇게 강한데, 자신은 오히려 이 안에 들어오자 힘이 더 약화되었다.

마치 무언가에 짓눌리듯, 모래주머니를 매단 것처럼 느려지고 둔해진 몸.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눈앞에 놓인 재앙을 상대하라는건, 참으로 가혹한 일이었다.

다행인점은 또다시 온 첩보로 인하여, 테러 날짜를 미리 알아챈 협회가 민간인들을 거진 다 빠르게 대피시켰다는 걸까.

그러니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이 태풍의 중심에 놓인 빌런을 처리하여야만 했다.

자기 혼자서.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흐으..."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은 히어로다.

그리고 히어로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자다.

그럼 그 히어로는, 누가 구해준다는 말인가?

누가 도와준다는 말인가?

"....없지. 아무도."

없다.

히어로는 오직 혼자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끝없는 악의를 홀로 맞서 싸워야한다.

그래.

다 필요없다.

결국 믿을건, 자신 뿐.

그런 생각을 하여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더이상 말도 안되는 생각은 하지 말고.

이 시련은, 스스로 이겨내야한다.

반드시.

그렇게 다시 각오를 다지며, 그녀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온갖 마법들을 향해 또 한번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에는.

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노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하루... 크흑! 또 각성하는구나!!!"

티비에서 노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걸 본 나는, 스타더스 전문가답게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했다.

스타더스가 극한의 상황에서 반짝 능력이 증폭되는 각성상태. 각성이 끝난 이후에도 어느정도는 강함이 유지되는 만큼, 일어날때마다 능력이 성장하는 좋은 이벤트다.

그녀가 저 달의 무녀랑 싸울일이 내가 난입하기 전일 저번과 이번밖에 없는 만큼, 기대도 안했었는데 꽤 좋은 일이 아닐수가 없다.

그래. 이거면... 된거야...

그렇게 내가 그걸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은이가 옆에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저 사람은 왜 또 강해지는거야. 안그래도 스펙 맞추느라 힘든데..."

옆에서 혼자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던 서은이는, 문득 깨달았다는 듯 나를 보고 되물었다.

"근데 오빠, 이거 좀 잘못될 수 있는거 아니에요?"

"크흑. 뭐가?"

"아니. 이번 테러에서도 또 스타더스가 지고 나면, 다음에 저 여자가 올때 난입해서 납치한다는게 오빠 계획이잖아요. 근데 저 스타더스가 강해져서 지금 이겨버리면 어떡해요?"

아.

그러니까 방금 스타더스가 각성했으니, 막 쎄져가지고 달의 무녀를 잡아버리면 어떡하냐는 거지?

나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서은이에게 친절히 설명해줬다.

"서은아... 만약 그게 그렇게 쉽게 풀리는거라면 내가 이렇게 울고 있겠니?"

"그럼요?"

"지금 저 달의 무녀가 많이 강해요. 아주 많이."

월광교의 교주 천월황이 미리 깔아놓은 온갖 버프 디버프기 때문에, 사실상 이 상태의 달의 무녀는 어지간한 미국의 S급 히어로를 데리고와도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 반짝 강해진 정도로는 못이긴단 소리다!!

"크흑... 난 못보겠다!"

"오빠... 우는데 주먹은 왜 삼키는거에요..."

난 그렇게 눈을 감고 버텼다.

차마 못보겠어. 이 끔찍한 광경을!

그리고 역시나.

조금 있다가, 내 귀에 또 폭발음이 들렸다.

[콰아아앙-.]

[여러분! 말씀드리는 순간 스타더스가 폭풍에서 튕겨져 나왔습니다! 아마 감당하기 힘든 공격을 당한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아. 역시나.

끔직하군.

***

"크윽..."

결국 공세에 못이겨 튕겨져버린 스타더스.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시간이 지난후 그제서야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여전히 한쪽 무릎은 땅바닥에 놓은 채로, 숨을 헐떡거리며.

"하아... 하아...."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모든 힘을 대해, 달려들어봤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하... 하하하하...."

오히려 훨씬 강해진 적.

저걸. 대체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그녀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저걸, 이길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그녀에게서 떠오른 순간.

다시금 끔찍한 절망감이, 그녀의 안을 맴돌았다.

난 안되겠구나.

여기까진가.

앞으로도 이렇게 무력하게, 아무것도 못한 채 저것이 모든걸 파괴하는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겠구나.

대체 저 안에 있는 괴물은 뭐기에.

저렇게도 강하단 말인가.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는 그녀.

그러나, 머리를 한번 털어내고.

비틀거리는 몸을 이끈 채, 그녀는 다시 폭풍속으로 발걺음을 옮겼다.

그래.

자신은 히어로다.

쓰러지더라도. 일단은 싸워야지.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눈은.

분명 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

모든걸 파괴하는 비현실적인 분홍색 태풍.

온갖 마법진이 허공에 떠있는 그 광경.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력으로 도시 하나를 망가트리는 그 폭풍.

저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심지어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서울을 멸망시켜려 드는.

그 모든 태풍을 조작하고 있는 건.

검은색 긴 생머리에, 하얀 무녀복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기도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여자.

그녀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바람 가운데서, 조용히 주위를 산산조각 내고 있는 그 여자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무도 듣지 못하는 사과를 끊임없이 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떡하죠. 저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고 있어요... 저때문에...'

이제는 거의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의 손은 쉴새없이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가며,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래. 어쩔 수 없다.

이미 자신은 교주에 의해 사실상 속박된 몸.

그가 자신에게 심어둔 주술로 인해, 그녀는 그가 하라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아마 영원히, 그녀는 그에게 조종당하며 살아야 되겠지.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해치며.

그런 생각을 하니 다시 답답해지는 마음을, 그녀는 붙잡고 계속해서 일을 하였다.

그나마 마법으로 공격을 할때, 은근슬쩍 일반 시민들은 안맞추고 근처 건물들만 부수는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폭풍으로 도시를 파괴하고, 마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히어로를 막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귀에 울려퍼지는 교주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했다.

아해야. 이제 다 되었느니라. 마지막으로 월광을 세상에 알리고, 그만 돌아오거라.

복귀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드디어, 이 무의미한 파괴행위를 멈출 수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슬슬 폭풍을 갈무리하며 하늘에 월광을 쏠 준비를 했다.

지금은 물러나지만.

아마 바로 곧. 또 다른 도시를 망가트리기 위해 나서야겠죠.

계속, 계속해서.

교주의 손아귀에 조종당하며.

"...언젠가 저를 구해줄 사람이 올까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그녀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럴리가 없죠.

이 세상은 그렇게 백마탄 왕자님이 있는 동화책이 아닌데.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지은 죄악들을 떠올려본다면.

어쩌면.

그녀에게 구원은, 죽음만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하늘에 月光(월광)의 문양을 마법으로 빚어 띄워올렸다.

기나긴 두번째 테러도, 끝난 순간이었다.

***

[하늘에 月光의 무늬가 떠올랐습니다! 테러가 드디어,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우리의 히어로는, 이번에도 지고 말았습니다...]

두번째 테러도 끝난걸 확인한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빠?"

"다인씨?"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킨 나를 다들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나는 모두를 향해 선포했다.

"자. 지금부터 바로 우리는 준비한다."

오직 스타더스를 성장시키겠다는 목적. 이를 통해 멸망을 막겠자는 의지 하나로 지금까지, 두번이나 참았다.

그러니. 이제는.

"다음 테러를 막으러, 준비한다. 수빈씨, 레피스단 걔네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돌아오라고."

"네? 아, 네!"

거기까지 말한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모든 계획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발걺음을 옮겼다.

그래. 드디어 나설때다.

원작에서 수십번에 걸쳐 일어나는, 서울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이 긴 피폐 이벤트를, 이제는 내 손으로 끝낸다.

대한민국도 구할 겸.

월광교주에 의해 고통받는 달의 무녀도 구할 겸.

그리고.

계속해서 고통받을, 스타더스를 위해서.

"자!! 다들 빨리빨리 모여!!"

다음 테러까지 D-7.

그 전까지, 모든걸 다 완벽하게 준비해둔다.

달의 무녀를 납치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스타더스야 기다려라.

내가 간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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