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03화 (103/328)

제 103화

화마법진

[뉴스입니다. 오늘 서울 도심 지하철역에 테러리스트가 등장하여 시민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일이 있었죠. 다행히 히어로 스타더스가 제때 등장해 사상자없이 범인을 검거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남상민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우리 에고스트림이 임시휴업 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평온해지는건 결코 아니다.

애초에 이제 원작에 초반부를 확실히 벗어난 만큼, 중반부로 진입하는 시기기에 본격적으로 빌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원작대로라면 지금쯤 스타더스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피폐물을 찍고 있어야 겠지만... 어, 내가 너무 강화시켜 놔서인지 다른 빌런들을 쉽게쉽게 잡는 모습이다.

사실상 이제 내 에고스트림 말고는 스타더스의 적수가 없어보이는 상황.

사실 정말 강한 빌런들은 내가 미리 영입하던가 제거하는 만큼, 남은 애들은 당연히 어중이 떠중이들 일수밖에 없다. 그만큼 내 빌런연합에 있는 이들은 보석같은 알짜배기라 할 수 있다.

원작 만화에서도 특별히 강해 스타더스를 압박하며, 다른 빌런들과는 다른 유니크함을 가진 그들은 지금 뭘하고 있냐.

"서은아, 세희야. 대체 누가 밥을 먹을때 콩을 그렇게 가려먹니? 하율이랑 차윤이 봐봐, 이렇게 먹어야지."

밥먹을때 콩을 가려먹고 있다고 혼나고 있다.

슬픈 눈으로 그릇 한쪽에 모아둔 콩을 주워먹고 있는 저 둘. 아니, 서은이는 그렇다고 쳐도 최세희 쟤는 그나이먹고 콩을 가려먹으면 어떡해?

....물론 나는 밥을 덜때 처음부터 콩을 적게 덜어 저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콩은 못참지.

하여튼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식탁이지만, 여기 있는 인원들은 정말 다들 범상치가 않다.

일단 나만 해도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있는 사람이요, 내 옆에서 콩을 꾸역꾸역 먹고있는 서은이는 천재 해커, 최세희는 A급 빌런이다.

거기에 맞은편에 앉아있는 하율이는 대한민국에는 하나뿐인 힐러.

수빈씨야 혼자서 컴퓨터도 하고 온갖 운송수단은 다 조작할 수 있는 만능이고, 저 뒤에서 마당 쓸고있는 데스나이트만해도 원작에선 S급 빌런이었다.

정말 지금만 보더라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라인업.

심지어 협력관계를 맺고있는 덩굴마녀나 레피스단도 껴보면, 음. 역시 내가 이 세계에서 지금까지 한게 헛된게 아닌거같다. 이런 세상에서는 무조건 사람이 제일 중요하거든. 특별한 사람이.

"다 먹었습니다!"

"나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밥을 비우고서는 일어나는 서은이와 최세희.

"오빠. 오늘 밤에 나간다고 했죠?"

"어."

"그럼 난 그때까지 세희언니랑 지하실에 있을께요. 그때 불러요!"

"어. 그래라."

거기까지 말하고는, 부리나케 지하실 쪽으로 달려가는 둘이다.

"하아... 쟤들은 언제까지 저럴건지."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수빈씨.

그럴만도 하다. 저 둘은 저번부터 거의 매일같이 지하실에 박혀있으니. 밥먹는 시간빼고는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어련히 잘하겠지 하고 냅뒀는데, 점점 시간이 길어지니 나도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특히 수빈씨한테도 숨기고 둘이서만 쑥덕쑥덕하니 의구심이 날로 커지는 중.

그래도 뭐, 일단은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솔직히 저렇게 대놓고 뭔가를 꾸미는데 이상한걸 만들고 있겠어? 아마 서프라이즈로 뭔가 유용한걸 만들어 줄거라 기대하고 있다.

"잘먹었습니다!"

밥을 다먹은 차윤이.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가 청소하는 데스나이트를 돕는 참으로 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근데 사실. 데식이 쟤는 저기 굳이 청소할 필요도 없는걸 반지안에만 있는건 갑갑하다며 뛰쳐나온거라...

그래도 뭐. 둘이 친해진거 같으니 다행이지.

그렇게 식탁에 남은건 수빈씨와 나, 그리고 이제 고3이라 그런지 얼굴이 퀭해진 하율이었다.

"하율아. 요즘 공부는 잘돼가?"

"으으... 말도 마세요. 쉽지 않네요..."

점차 수능이 가까워지자 부쩍이나 피곤해보이는 하율이다. 하긴. 그전까지는 공부랑 거의 담을 쌓고 살았을텐데 이제와서 하기가 쉽지 않겠지.

그래도 서울대 나온 수빈씨가 도와주고 있으니 최소한 어느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집에 같이 사는 한명한명을 돌아본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걸 스타더스를 위해 바치기로 결심하고, 멸망을 막는 미래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나날이지만.

한명 한명 계속 모으다니보니, 이제는 내 곁에도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설아도 떠올리게 되었다.

....걔도 나를 좀 마음에 들어하는거 같던데.

사실 왜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선물해준 정보들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건가? 워낙 야망이 넘치는 이설아다 보니 그런걸 수도 있다.

다만 내가 걔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는게 없는만큼, 조금 관계를 조심히 쌓고있기는 하다.

그래도 너무 호의적이기에 이름까지는 알려줬더니, 요즘은 집에 놀러가게 해달라고 징징거려서 큰 문제다.

...아마 다음 메인이벤트 이후로는 한번 초대해줘도 될거같기도 하고. 솔직히 그때가되면 나를 어느정도 배신할 생각은 안할거라 기대한다.

하여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이제는 내년 초에 일어날 또다른 메인 이벤트를 준비해야한다.

월광교 놈들이 일으킬 그짓을 막기위해.

***

월광교(月光敎).

다른 차원에 있는 달의 신이 세계에 강림해 이 세상을 정리하고 신세계로 만들거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 사이비 종교다.

....라고 말하고 싶기는 하나. 문제는 저게 어느정도 맞는 말이라는거다. 실제로 달의 뭐시기 신 비스무리한게 있기는 하거든. 거기에 다른 차원 같은것도 실제로 있고. 원작 세계관이 이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달의 신을 직접 강림시켜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미친놈들이다. 특히 그 교주놈이 제정신이 아니기도 하고.

원작에서 한은그룹 놈들이 1페이즈의 메인빌런이었다면, 그 이후 이 월광교놈들이 이번 2페이즈의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반부터 달의 무녀라는, 역대급으로 약점이 전혀 없는 여자를 앞세워서 안그래도 한은그룹 놈들때문에 반쯤 망한 서울을 확실히 망쳐놓는다. 그것도 여러번에 걸쳐.

당연히 스타더스가 막으려고 애썼지만, 지금의 스타더스로도 못이길 걔를 원작의 스타더스가 이길수 있을리 만무. 온갖 마법진과 달의 마법이라는 특수한 힘으로 무장한 그놈들은 막강했다. 스타더스가 겨우겨우 무찌를 방법을 알고 보내버렸을 때는, 이미 서울이 망했을 정도로.

거기다가 이놈들의 악랄함은 차원을 찢어버려 이차원의 괴물들이 지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건데, 그건 지금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바로 몇개월뒤에 달의 무녀가 첫번째 테러를 저지른다는 거지.

그래.

당장 몇달 후.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난다.

월광교의 달의 무녀라는 여자가 일으키는, 첫번째 테러.

처음을 시작으로 거의 열번에 가까운 테러를 하는 그녀는, 혼자 몇번의 테러로 서울을 완전히 망가트리는데 성공한다. 마법적인 폭풍과도 같은걸 서울 한복판에 일으켜서.

왜 히어로들이 바로 처음부터 걔를 막지 못했냐고 하면 단순하다.

바로 테러에 앞서 몇달, 몇년전부터 월광교 애들이 서울에 깔아둔 마법진들 때문.

자신들의 달의 마법을 일으키는 마법진부터 히어로들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마법진에 가까이 다가오면 기억을 잃게 만드는 마법진 등, 아주 도핑빨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철저한 준비로 서울을 붕괴시킨다.

그걸 나중에서야 안 협회가 결국 마법진이 안그려진 곳으로 달의 무녀를 몰아서 죽이는데 성공하긴 하지만... 그때가서는 너무 늦었다. 이미 서울은 망했는걸.

그러니까, 그 마법진에 대한 준비는 미리 해둬야 한다는거다. 누가? 내가.

그런 이유로 지금 이 늦은 시각에, 나는 서울의 거리 한복판에 서있다. 서은이와 최세희랑 함께.

"그러니까, 뭘 찾는다고?"

"마법진."

"마법진?"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얼굴을 찌푸리는 최세희.

나는 그런 그녀에게, 초보자도 알 수 있게 친절히 설명해줬다.

"이 지역 전반에 걸쳐, 위성사진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있어. 그리고 엄, 그걸 우리가 찾아야돼."

"....마법진이 뭔데요 오빠?"

옆에서 비슷하게 알쏭달쏭 해보이는 서은이.

마법진이라...

"그냥 일종의 초능력인데, 발동시키면 그 마법진이 그려진 동네에 일종의 버프가 걸린다고 보면 돼."

사실 초능력은 아니다. 이건 달이랑 관련된 마법이고, 초능력은 완전히 다른 범주기 때문.

근데 여기서 해와 달과 별에대한 종교적 얘기를 줄줄이 설명해주기는 곤란하니, 그냥 그렇게 얘기하기로 했다.

"그걸 누가 그렸다고요?"

"월광교라고, 곧 여기서 테러를 일으킬 놈들이라 마법진을 그려놨을거야. 그걸 미리 찾아놔야돼."

"...아니, 그건 히어로들이 해야되는거 아니에요?저희같은 빌런이 아니라?"

"이제와서 그걸 따지기는 무의미하지 않니? 그냥 찾아보자. 원의 테두리를 찾으면 돼. 너무 커서 선처럼 보이겠지만."

"근데 지금 밤인데? 그게 보일까?"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좋아. 그리고 서은아, 가져왔지? 그래. 이거 끼면 밝게 빛나는거 찾으면 되니까 더 쉬울거야.."

모두에게 야간투시 안경을 준 나는, 슬슬 시간이 되어서 외쳤다.

"자, 출발!"

"...이걸로 찾을 수 있나 싶어요."

서은이의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우리는 수색에 나섰다.

도시 한복판에서 마법진을 찾아서.

...이거, 오늘내에 하나라도 찾을수는 있으려나.

***

그리고 얼마 뒤.

[오빠, 비슷한거 찾은거 같은데요?]

"진짜? 어디보자."

서은이의 말에 그쪽으로 달려간 나는, 이내 드디어 찾고 말았다.

흙바닥에 길게, 마치 낙서처럼 쭉 뻗어져있는 미묘하게 기울어진 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특수한 기호들까지.

"그래! 내가 지금쯤이면 놈들이 만들어놨을 줄 알았지! 잘했다 서은아!"

"꺅! 오빠 내려줘요오오오오."

서은이를 번쩍들고 공중에서 몇번 돌려준 나는, 헤롱헤롱해하는 애를 뒤로하고 마법진의 기호를 분석해봤다.

이 삼각형 안의 역삼각형이 아마...히어로들 능력을 억제시키는 장치였던거 같은데.

"좋아! 이제 몇개만 더 찾으면 된다. 힘내자!"

"아니. 이게 끝이 아니였어?"

어. 좀 많아.

걔네들이 도핑을 좋아해가지고.

그렇게 우리는 몇날 며칠에 걸쳐 서울을 수색해, 커다랗게 그려진 마법진 몇개를 더 찾아냈다.

"....솔직히 제가 봤을때 스타더스 걔는 오빠한테 절해야 해요. 완전 그 여자가 해야할 거 오빠가 다해주고 있잖아."

"하하."

나는 투덜거리는 서은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그렇게 슬슬.

다음 메인 이벤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타더스고 아이시클이고 심지어 밤에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섀도우워커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그 날이.

그리고 동시에 에고스틱 라이브방송 복귀일일 그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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