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화
화회동
"키에엑! 내가 바로 렙틸리언이다! 스타더스, 너따위는 나한테, 크아아아아악!"
"....말이 많아."
오늘도 서울의 도심에서 난동을 피우는 빌런을 주먹 한방으로 가볍게 처리한 후, 신하루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바로, 자신의 친구 이설아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날.
자신과 같은 나이임에도, 사장으로서의 회사 운영과 아이시클로서 히어로 활동까지 동시에 하는 설아는 평소에 굉장히 바빴다.
그렇기에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녀가 오늘처럼 서울로 올라오는 날은 굉장히 흔치 않은 만큼,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것이다.
....저번 부산에서의 일로 조금, 껄끄럽기는 했지만.
"휴우...."
그래. 그래도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괜한 오해를 하여, 히어로로써의 활동을 열심히 하고있는 설아를 괜히 겁박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렇다고 해서 빌런한테 그런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만나면, 에고스틱 그와 관련된 얘기를 좀더 해봐야지.
그리고, 사과도 먼저 해야겠지. 저번에 그날 이후로 만나지도 못해 제대로 못 전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안고, 신하루는 약속장소로 향하였다.
...약간의 어색함을 안고.
***
"어 하루야! 어서와, 오랜만이다 정말!"
그리고 그런 자신의 걱정과 다르게, 설아는 이전과 다를거 없는 밝은 미소로 자신을 맞아주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오히려 죄책감이 쑤셔, 저번에 부산에서의 일을 다시한번 미안했다고 전한 하루였지만.
"응? 아 뭐 그런걸 가슴에 품고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였어도 그랬을거야."
애초에 신경도 안썼다는듯 오히려 웃어넘기는 설아였다.
그렇게 저번에 있었던 일까지 푼 하루는 살짝 안심했고.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설아와 빙수를 먹어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관한 얘기를 한 둘은.
마침내, 그 주제로 이어지기 시재했다.
"아. 그리고, 에고스틱 말이야."
그렇게 그 이름이 설아의 입에서 나왔을 때, 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녀가 그러던 말던, 계속해서 이어지는 설아의 얘기.
"저번에 처음으로 걔가 부산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나랑 싸웠잖아."
"응...."
그말에 부산에는 직접 내려가면서 자신이 있는 서울에는 부하 하나 딸랑 낸 에고스틱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들고있던 찻잔을 꽉 움켜쥐었지만.
설아는 그런 기색을 못 눈치챘다는 듯,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때 그거. 내가 에고스틱 걔랑 몆마디 나눴었거든? 그때 걔가 그러길 부산에 침공한 이유가 비행선이 이미 부산쪽에 있어서 그냥 심심풀이로 온거라고 하더라. 어이없지 않아? 무슨 테러가 장난인줄 아나봐, 그 빌런은."
"하하... 그래?"
그렇게 그녀의 말을 들어주던 하루는, 설아의 말중 한 대목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부산 테러는 그냥 심심풀이 삼아 즉흥적으로 했다는건가? 예전에 서울에서 할때처럼 계획적으로 한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찻잔에 쥔 힘을 풀때.
설아는 거기서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하루야. 내가 만나보니까, 에고스틱 걔한테 딱히 엄청나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던대?"
"응..?"
갑작스러운 말에 하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니? 애초에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빌런들 중에서 에고스틱이 제일 영향력이 있지 않나.
그런 의구심으로 설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런 이유가 있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 저번에 내 부산쪽 테러 일어나고 보니까, 민간인 피해는 진짜 거의 없더라고. 그럼 걔를 굳이 그렇게 신경쓸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테러범인데."
"물론 그렇지만, 우리는 히어로잖아. 우리가 히어로로 활동하는 이유가 뭐야. 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아니야? 그러니까 굳이 민간인 피해가 적은 에고스틱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빌런들에 더 집중하는게 어떨까 싶어."
"....."
그건 아닌거같은데...
신하루가 열심히 머릿속에서 반박거리를 떠올리고 있을 때, 설아가 일침을 가했다.
"네가 요즘 너무 에고스틱만 신경쓰는거 같아. 저번에도... 그랬고. 사실 에고스틱과 너가 서로 숙적? 비슷한 관계인건 알겠지만, 걔만 너무 신경쓰는 것도 안좋을꺼 같아."
그런 설아의 말에 살짝 찔린 하루는, 딱히 반박하지는 않고 조용히 빙수나 한입 더 먹었다. 자신이 부산까지 내려간거는 좀 오바했던게 맞으니, 딱히 반박하기도 그렇긴 하고.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기색을 읽은건지, 설아는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에고스틱은 어차피 테러도 가끔 하는데, 그냥 그때만 신경쓰고 없을때는 딱히 경계 안해도 되지 않냐.
민간인 피해도 없는 빌런을 과도하게 잡으려고 모든 힘을 쏟아붓는건 낭비다.
길게 말한 그녀의 결론은, 에고스틱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라는 거였다. 테러 주기도 길고 민간인 피해도 없으니까.
"....."
그런 설아의 말을 듣고, 솔직히 하루는 잘 공감하지 못했다. 애초에 에고스틱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나?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하루 자신이 에고스틱에 대해 너무 깊게 신경쓰고 있기는 했다. 설아가 거기까지 알고 해준 말은 아니겠지만.
최근들어 무슨 테러 속보만 올라오면 에고스틱인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니.
...그래. 어쩌면. 설아의 말대로 에고스틱에 관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덜 신경쓰는 것이 맞을수도 있다. 솔직히 요즈음은 거의 빌런하면 에고스틱에 대해서만 생각하니. 다른 빌런들도 많은데.
그래서 하루는, 일단 알았다고 답해주었다.
"그래. 잘생각했어. 너무 한명한테만 매달리면 스트레스 받고 그러는거야."
그렇게 말하며 흐뭇하게 웃는 이설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하루는.
왜인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응...."
저번에 에고스틱 앞에서 웃으며 떠드는 이설아를 본 이후로 느낀, 어떠한 직감.
그리고 사실. 오늘 만나고 나서 더욱더 커진 의심.
설아가 뭔가를 자신으로부터 숨기고 있다는 의심과, 저렇게 말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을거 같다는 직감.
그러나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러한 의심을 하는건 그저 억측일 뿐이기에, 하루는 그런 자신의 추측을 부정했다.
...그래. 친구로써, 그냥 자신에게 조언해 준거겠지. 에고스틱에 너무 과하게 매달리는 것도 보기 안좋으니까. 설아가 자신이 에고스틱이랑 멀어진다고 이득보는게 뭐가있다고.
설아는 자신의 친구니까, 그냥 자신을 위해 조언해 준것일 뿐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리 없다.
그렇게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하루는, 불안과 의심을 가슴한켠에 고이 묻고, 설아의 말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이제 에고스틱에 대한 과도한 생각은 그만두자.
자신의 앞에서 여전히 미소짓고있는 설아를 보며, 하루도 그냥 작게 웃어주었다.
...여전히, 무언가 찝찝함은 조금 남겨둔 채.
***
하루가 떠난 후.
홀로 남은 이설아는, 의자에 기대어 에고스틱에게 작은 사과를 속으로 건냈다.
...미안해요, 다인씨. 근데 당신은 스타더스랑 친해지라고만 했지, 어떠한 방법으로 그러라고는 말 안했잖아?
작게 미소지은 그녀는, 남은 찻잔을 기울였다.
...사실, 자신은 알고있다. 에고스틱이 과하게 스타더스를 신경쓴다는 것을. 그리고 신하루 그녀또한, 최근들어 점점 에고스틱에 신경쓰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다가, 둘의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하루가 에고스틱 그의 비밀을 알게되어 히어로와 빌런의 적대관계를 넘어, 마치 자신과 그의 관계처럼 되어버린다면?
...그건 별로 좋은일이 아니다. 둘은, 계속 적으로 남아있는게 좋다.
이설아 그녀는, 한번 점찍어둔것은 절대 빼앗기지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하루가 에고스틱을 과하게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콕찝어, 거의 세뇌하듯 에고스틱에 대한 의심과 집착을 버리라고 반복해서 말해줬다. 하루는 원래 설아 자신의 말은 예전부터 잘 들었으니까.
마지막에 보니 어느정도 먹힌 눈치기에, 설아는 안심했다.
...어차피 다인 그가 올해는 테러를 안일으킬거라고 말한만큼, 계속 그를 기다리는것도 하루에게 안좋을것이다.
앞으로도 하루와 만날때마다 에고스틱 생각은 그만하라고 반복적으로 말해줘야겠다. 그게 다 하루를 위해서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설아는, 다인이 올해 더이상 테러를 하지 않을거라고 했던 그말을 다시 상기해봤다.
...그때,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분명, 그때까지 휴식을 한다기 보다는 무언가 대비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살짝 굳었던 얼굴과, 한톤 낮았던 목소리.
사업가의 눈으로 그런 그의 태도를 파악한 설아는,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다.
...대체 내년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기에, 그 말을 한 순간 그의 표정이 살짝 굳었을까?
***
"신도 여러분, 대교주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어둔운 공간.
그곳에서, 늙은이의 쇳소리가 강당을 가득 울렸다.
"에...우리 자랑스러운 월광교인 여러분. 오늘도 영원한 달이 강림하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세계에 우리의 빛나는 달을 선보일 날이 머지 안남았습니다."
"타천사들과 소악마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을, 달빛으로 정화시킬 날이! 우리의 믿음을 보여줄 날이! 드디어 잡혔습니다 여러분!"
"다음해 밤하늘을 커다란 달이 채우는, 월신(月神)님이 오셔 제일 음기(陰氣)가 강할 그날! 달의 무녀가 직접 저 우매한 배교도들에게 징벌을! 내릴것입니다!"
"월광(月光)이여, 영원하라!"
"""""월광! 월광! 월광! 월광!"""""
노인의 말을 끝으로, 수천명이 내지르는 함성이 그 공간을 가득 울리며.
그곳의 벽에 붙어있는 보라색빛의 촛불만이, 바람에 맞어 넉없이 흐트러질 뿐이었다.
서울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멸망의 기운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
"슬슬 그 새끼들 지랄 시작하겠구만."
[이봐 다인. 갑자기 무슨 소린가?]
"그런게 있어."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에 멸망을 바라는 사이비종교 놈들.
아마 슬슬 그놈들도, 나설 준비를 하기 시작할거다.
"하... 이놈의 피폐 트리거 가득한 세상. 빨리 다 치우고 은퇴하던가 해야지."
무슨 한방에 세계를 피폐물로 만드는 애들이 잡초처럼 뽑아도 뽑아도 튀어나오냐...
힘들어 죽겠네.
나는 그런 의미로 스타더스 팬카페나 들어갔다.
힐링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다인. 자네는 왜 대체 그 여자만 맨날 찾아보는건가?]
데식이의 말은 가뿐히 무시했다.
내 유일한 취미생활에 태클걸지 않아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