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화
화앞으로의 계획
우리 에고스트림에는 이런 걸출한 인물도 있다!라는 쇼케이스 느낌으로 진행된 저번 테러.
데스나이트라는 인물을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준 내 미니-테러는, 생각보다 큰 효과를 봤다.
뉴스에 에고스틱의 빌런연합의 위험성과 잠재성이 보도됨은 물론이요, 처음으로 에고스트림이라는 언급량이 나만큼이나 늘어나기 시작한 것.
저번 레피스단-데스나이트 2연속으로 이루어진 빌런 쇼케이스가 상당히 큰 반향은 일으킨 것은 확실. 이제 여기서 더더욱 강한 능력을 가진 빌런들이 한명 한명 추가될수록,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근데, 그건 그렇고.
"아니.... 진짜 뭐지?"
나는 티비 영상을 계속 돌려봤다.
저번에 있었던 스타더스와 데스나이트와의 싸움.
분명 데스나이트와 비등비등하게 싸우던 스타더스는, 중반부터 갑자기 무슨 호랑이 기운이 샘솟았는지 각성해가지고 데식이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데식이는 현재 반지에서 다시 휴식중이다. 본인은 만족했다는 듯 하지만...
물론 아직까지도 스타더스가 갑자기 각성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분노하던데... 뭐, 에고스틱이 안온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화나서 각성한거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데식이의 '크하하하하!' 웃음소리를 듣고 빡이 친거 같다.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돼.
뭐, 하여튼. 나로써는 사실 나쁠건 없을 일이다.
스타더스가 빨리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으니.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른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니, 콩나물도 아니고 무슨 혼자서 쑥쑥 강해져. 원작에서 빌빌대던 그 스타더스가 맞냐? 아직 2부 초중반쯤인데 벌써 거의 2부 후반정도로 강해졌다. 앞으로 나올 어지간한 빌런들은 다 때려잡을 정도로.
"흐으음..."
나는 턱을 기댄 채 골똘히 생각해봤다.
이대로라면... 페이스를 조금 늦춰도 괜찮을거같네.
그러면 아예 월광교 나오기 전까지는 쉴까?
그렇게 내가 생각을 계속할때 쯤, 방문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빈씨가 들어왔다.
"다인씨. 또 스타더스 찾아보시는거에요?"
그리고 그게 그녀가 내 컴퓨터에 띄워진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고 맨 처음 한 말이었다.
세로눈을 하고 바라보는게 또 내가 스타더스 팬클럽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은데, 오해다. 이미 팬클럽용 자료는 다 관리 끝났고 지금은 순수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 한마디에 지레 찔끔한 나는 항변을 하려고 하였으나, 그보다 수빈씨가 나에게 폰을 건네며 말을 먼저 거는게 빨랐다.
"다인씨, 여기 전화왔어요."
전화?
뭔가하고 봤더니 발신자는 이설아로 되어있었다.
내가 폰을 거실에 놓고왔구나.
건네다준 수빈씨한테 감사의 말을 전한 나는,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왜, 무슨 일이야?"
[저기요. 오늘 저희 만나기로 한 날인거 잊지 않으셨죠?]
".....응?"
뭐라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고개를 휙 돌려 달력을 확인한 나는, 오늘이 저번에 만났던 날로부터 2주가 되었다는걸 깨달았다.
"....아! 당연히 알고 있었지. 지금 준비하고 있었어."
[....아닌거같은데. 하여튼, 위치는 저번에 알려주신 거기니까 빨리 오세요. 알았죠?]
"그래, 그래."
그렇게 전화를 마친 나는, 나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이설아나 보고 와야지.
...사실 따지고보면 오랜만도 아닌거 같긴 한데, 하여튼.
***
잠시뒤.
나는 유성그룹 서울지부 꼭대기층, 사장실에 앉아있었다.
"아니. 어떻게 사장실이 부산이나 서울이나 똑같냐?"
나는 사장실에 들어와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 이설아.
"제가 당신만큼이나 남아도는게 뭐겠어요. 돈 좀 썼죠. "
이게 돈으로 가능한건가?
가구랑 서재 위치 하나까지 똑같은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신기해하고 있을 때, 그녀는 여전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울에서 있을 시간이 많은 만큼 이왕이면 편하게 꾸며봤어요."
"서울엔 왜?"
"어머, 왜긴요. 당연히 먹어치워야 할... 인수해야 할 기업들이 다 여기 모여있으니까 그렇죠."
그렇게 말하며 세상 냉혹한 웃음을 짓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방긋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건 역시 당신 도움이 크고요. 당신이 넘겨준 자료 덕분에 인수가 상당히 쉬워지고 있어요."
"아, 그래. 그거 말이다. 여기 하나 더있어."
그말을 듣고 기억난 나는, 품에서 USB를 하나 더 찾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자. 남은 기업들까지 전부 담은 마지막 파일."
"어머... 뭘 또 이런걸 다. 아직도 더 있으실 줄이야. 감사해요."
생긋 웃으며 받아가는 그녀.
나는 그녀를 향해 다시한번 강조해줬다.
"그게 마지막이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야된다. 알았지?"
"이미 주신것만으로도 충분해서, 괜찮아요. 근데 대체 이런건 어떻게 구하시는건가요? 제 아래 직원들도 이렇게까지는 못하는데."
은근히 내게서 정보를 캐려하는 그녀한테, 나는 피식 웃으며 답해줬다.
"나라고 만능은 아니야. 협회, 정부 이런쪽의 내부 연결망 쓰는 암호화 빡쎄게 걸린데 보안은 못뚫어."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서은이가 못하는 거지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답해줬다.
정작 그녀가 물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안해준 채.
"흐응...."
그리고 역시 눈치가 빠른 이설아답게, 내가 말을 돌리고 있다는걸 눈치챘다.
내 한발 빼는 대답에 턱을 괴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
그러더니 살짝 웃으며,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에고씨. 저 당신 집에 놀러가도 돼요?"
"안돼."
"그럼 이름은. 본명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매번 에고씨 이렇게도 좀 부르기도 민망한데 말이죠."
"그건 좀."
"그리고 그 가면좀 벗어주실 수 있나요? 거슬리는데."
"....."
그래.
내가 요즘들어 그녀와 만나는게 살짝 거북한건 다 이유가 있다.
자꾸 내 정체를 캐물을려고 한단 말이지.
내가 조용히 찻잔만 기울이며 입을 다물자, 계속해서 웃는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에고씨. 저를 믿지 못하시나요?"
"당연히 믿지."
"그런데 왜, 스스로의 정체는 그렇게 꽁꽁 싸매고 알려주시지 않는건가요?"
눈을 샐쭉하게 뜬 채 묻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이설아에게 정체를 밝히는건 좀 리스크가 있다.
애초에 그녀가 나를 어느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르는 만큼,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래에 흑막이 되는 그녀를 상대로는.
그러니 조금 더 간을 보다가 확실할 때쯤 알려주는게 맞겠지... 사실 쟤라면 이미 내 이름정도는 알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때.
이설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쟤 왜저레?
그렇게 일어난 그녀는, 손을 책상에 둔 채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젠 내 앞에 보이는건 그녀의 얼굴과 길게 늘어트려진 하늘색 머리카락뿐.
내가 눈만 꿈뻑이고 있을 때, 그녀는 내 눈을 정확히 마주보더니, 속삭이듯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 제가 당신을 배신할거 같나요?"
"저도 기본적으로 은혜를 아는 사람이에요. 서로 손을 잡았을 때 이미 마음먹었어요. 당신이랑은, 끝까지 함께해도 좋을거 같다고."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다시 머리를 뒤로 뺀 다음 손으로 턱을 누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가 어느 정도로 당신을 위하는지 알아요?"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그제야 숨을 내쉬며 답해줬다.
"...글쎄. 어느정도인데?"
"당신을 위해서는 제 회사 총지분에 5프로도 포기할 수 있어요."
....그게 많은거냐?
내가 짜게 식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게 어느정도 의미인지 모르면 말고요. 하여튼 제가 당신을 배신하던가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조금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살짝... 섭섭하니까."
마지막 말은 작게 웅얼거린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찻잔을 기울여 마셨다.
"....."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 우리가 그렇게까지 말할 관계는 아니지 않나?
어쨌든, 생각해보면 원작에서도 이설아가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사람들은 전부 알뜰살뜰 챙겼다는 묘사가 있기는 했다. 흑막이 된 이후로도.
흠...
그렇게 내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원래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살짝 밝은 톤으로 다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당신. 다음에는 뭘 할 생각이에요? 그 데스나이트란 사람은 인상깊기는 하던데."
"다음에?"
거기까지 들은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살짝 침음했다.
....원래는 에고스트림 전력도 보여줄 겸 테러나 한번 더 할려고 했는데 말이야.
지금의 스타더스 상태를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미 충분히 강한거 같은데 뭘 해? 조금 천천히 진행해도 될거 같다.
그럼 아마 그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글쎄. 아마 올해는 쭉 쉴거같은데."
"네? 그렇게나 오래요?"
깜짝 놀라는 그녀.
아니, 지금 벌써 가을인데 쉬면 얼마나 쉰다고.
....물론 왠지 내 팬카페가 또 난리가 날거 같기는 한데 뭐. 정 심심하면 영상이나 하나 올려나볼까.
하여튼 그렇게 몇마디 더 주고받은 나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그리고, 앞으로 스타더스랑 좀 친하게 지내."
너네 둘이 사이 안좋으면 큰일나.
그리고 좀 둘이 친해져야 나도 스타더스 근황같은걸 바로바로 전해듣지.
"저희 이미 친한데요?"
"좀 더 자주 만나고 막 그러면 좋겠다는거지."
"....뭐. 알겠어요."
"그래."
거기까지 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야지.
그리고, 떠나기전에.
나보고 잘가라고 한 뒤 뒤에서 날 바라보는 이설아 그녀에게, 나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앞으론... 다인이라 불러라."
"네?"
"내 이름. 다인이니까,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부르라고."
"아... 네!"
잠시 멀뚱히 있다가 내 말을 이해하고서야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나는 그자리에서 나왔다.
....그래. 이정도까지는 괜찮겠지.
아마도.
***
"흐으... 아. 맞아."
에고스틱이 떠난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홀로 실실 웃던 이설아는, 문득 정신을 차리곤 허리를 피고는 자세를 정돈했다.
그래. 이렇게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할 일은 해야지. 에고... 아니, 다인씨가 준 USB도 확인해 봐야되고.
다시금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일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하루랑도 좀 더 친하게 지내라고 했었지.
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그래. 하루랑 뭐, 오랜만에 친목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번에 에고스틱 그와 관련해서 껄끄러운 일이 있었긴 하지만... 뭐, 자신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야겠지.
하루 그녀는 에고스틱의 이름도 모르지만, 자신은 그의 본명을 알 뿐더러 직접 듣기까지 한 사이니까.
그렇게 묘한 여유로움을 품은 그녀는, 웃는 얼굴 그대로 휴대폰을 들고 하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하루야,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