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00화 (100/328)

제 100화

화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

지난 수백년간 좁은 반지 안에 갇혀 잠만 자던 그는,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반지의 주인을 잘 만난 덕에.

[크하하하하하!]

그는 오랜만에, 전투다운 전투를 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자신의 앞에서 숨을 버겁게 쉬며 싸우고 있는 여자가 바로, 에고스틱 그가 상대하라고 했던 스타더스라는 인물.

'어느정도 힘을 제약하고 싸워, 그리고 어느정도 진행되면 지는 척하고 튀고. 알았지?'

에고스틱이 말했던 주문사항을 다시한번 복기하며, 그는 창을 다시 잡았다.

오랜만에 하는 전투는 참으로 즐거웠다. 비록 힘을 어느정도 제한하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앞에 있는 저 여자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오히려 밸런스있는 전투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전투가 제법 진행되고.

서로 튕겨져 나오며 잠시 서로 떨어져있을 때, 그는 스타더스에게 자신의 소감을 솔직하게 밝혔다.

[크하하하하! 에고스틱의 말이 맞았군. 자네는 상당히 강해. 나랑 막상막하로 겨루다니! 이런 상대는 거진 몇백년만이군.]

실제로 맞는 말이었다.

비록 힘을 어느정도 컨트롤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이정도도 못버티는 인간들이 부지기수였다.

즉, 자신의 힘을 이만큼이나 꺼내게 한 여자는, 제법 강하다는 뜻.

그렇게 경의의 의미를 담아 건낸 그의 말에, 앞에 있는 금발 여성을 눈을 찌부리더니, 그에게 다른걸 물었다.

바로 에고스틱은 어딨냐- 라는 것.

갑작스럽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데스나이트는 의아했지만, 이내 에고스틱 그가 자신한테 했던 말을 떠올려봤다.

'혹시라도 스타더스가 나 어딨냐고 찾을수도 있단 말이야? 내 방송으로 송출하는 거니까. 나 잡으려고 왔는데 너가 있는거니. 그럼... 그래. 그냥 '내 상대는 너다. 에고스틱은 오지 않을거다'. 이렇게만 말해.'

그래. 분명 그가 그런 말을 했었지

그의 지시사항을 기억한 데스나이트는, 이내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해줬다. 약간 도발을 섞어서.

[에고스틱은 오늘 오지 않는다! 그의 말로는 나정도면 너를 상대하는데 충분할거라고 하더군! 크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순간.

앞에 서있던 스타더스라는 히어로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

수많은 전장을 상대해본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급변하는 상대의 분위기.

아까까지는 적당히 상대하는 티가 나던 그녀에게서.

갑자기, 어머어마한 투지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깊고 끈적한, 무언가가.

그녀의 주위에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머리카락도 떠오르기 시작하는게 상황의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걸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데스나이트는 오히려, 큰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좋다!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와야지!]

달라진 그녀의 분위기에서, 그는 깨달았다. 지금부터는 저 스타더스란 여자도 전력을 내보낼 것이라는건.

갑자기 왜 그녀가 저러는지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더 격렬한 싸움을 할 수 있다면 뭐든 좋은것.

좋다. 본격적인 전투는 지금부터다.

이제는 나 데스나이트도, 진심으로 승부를 봐야겠군. 더이상의 봐주기는 없다.

그렇게 마음먹은 데스나이트는, 이내 한쪽 팔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래,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인가! 히어로 스타더스여 자, 와라! 내 전력을...]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하던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스타더스는 자신의 앞에 날아와 있었다.

금발머리를 휘날리고, 한 손에 주먹을 쥔 채로.

아. 방심했군.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다가온 그녀를, 데스나이트가 급하게 창으로 막으려던 순간.

"늦었어."

그런 짧은 중얼거림이 그에게 스쳤고.

그와 동시에, 그의 배 쪽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며.

콰아아아앙.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뒤를 향해 튕겨져나갔다.

***

"......."

자신의 주먹을 탁탁 턴 스타더스는, 하늘로 떠올랐다. 자신이 날려버린 데스나이트라는 그놈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쿨럭, 쿨럭. 크으으으....]

그녀의 주먹에 날아가버린 놈은, 저 반대쪽 건물의 외벽에 박힌 채 검은 연기를 쿨럭이고 있었다.

[크으. 이 내가 방심하다니... 쿨럭, 쿨럭. 인정하지. 나의 패배다.]

팔 다리의 갑옷을 추욱 늘어트린 채, 쓰러져있는 그.

순간 각성한 그녀의 주먹 한방에 날아가 빈사상태가 되어버린 그는, 몸이 박살났음에서도 여전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어느덧, 서서히 먼지로 변하기 시작하는 그.

그런 상황에서도 데스나이트는, 마지막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그녀에게 최후의 대사를 날려주었다.

[이게 내 끝은 아니다. 어차피 나는 불사의 몸. 다시 돌아오는 그때는 방심하지 않을테니, 각오하라고. 크흐흐흐흐흐...]

그렇게 최후의 말을 남긴 그는, 끝내 마지막 투구까지 먼지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고.

이내 사람들은 모두 도망쳐 텅 빈, 치열했던 전투끝에 반파된 도심의 거리에는 스타더스만이 홀로 서 있게 되었다.

그렇게 끝내 사라져버린 데스나이트가 있던 곳을 바라보던 스타더스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에고스틱은 오지 않았다.

***

[에고스트림 새로운 멤버 故데스나이트씨 생전의 매드무비 한번 보시겠습니다]

(혼자서 원맨쇼로 거리를 다 파괴하시는 데스나이트.gif)

(스타더스를 상대로 도발하는 데스나이트.gif)

(준S급 히어로를 상대로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데스나이트.gif)

(검은색 창으로 스타더스를 공격하는 데스나이트.gif)

(계속되는 공격으로 스타더스를 압도하는 데스나이트.gif)

.

.

.

(스타더스 주먹 한방에 우주까지 날아가버리는 데스나이트.gif)

에고스트림 멤버중 최고의 G.O.A.T(Greatest Of All Time)였던 데스나이트씨...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묵념.

=[댓글]=

[벌써 그립다 데스나이트... 거기선 행복하니?]

[아니 안죽었다는데 왜 죽여ㅋㅋㅋㅋㅋㅋ 불사라고ㅋㅋㅋㅋ]

ㄴ[먼지가 되었는데 어케 살아나냐고ㅜㅜ]

ㄴ[진지: 영상 분석해보면 갑옷 안에 몸이 없는게 약간 영체과로 추정됨. 유럽쪽 히어로나 빌런보면 저런 애들 꽤 있음ㅇㅇ 아마 제한적 불사 맞을듯]

[아니 근데 꽤 잘 싸우다가 마지막에 왜 광탈함? 뭐임?]

ㄴ[스타더스가 능력 갑자기 각성한듯]

ㄴ[갑자기 왜????]

ㄴ[몰?루 근데 스타더스 보면 원래 싸우다가 능력 성장하고 그래서 이상한건 아님]

ㄴ[대화 나누다가 갑자기 공격한거보면 기습 타이밍만 노리고 있다가 성공한거같음ㅇㅇ]

ㄴ[아 그런거구나]

ㄴ[사실 스타더스가 각성한 이유는 그게 아니라 에고스틱이 안온다는 말을 듣고 삐져서라면? 우린 모두 착각하고 있는거라면?]

ㄴ[망상 멈춰!]

ㄴ[스타더스 음해 ㄴ]

*

[근데 에고스틱이 ㄹㅇ지리긴 하네]

처음에 무슨 빌런연합 만든다고 했을때 별 기대도 안했는데

그거 공표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라인업이 대단함

에고스틱(A급), 일렉트라(A급), 거기에 이번에 나온 데스나이트는 스타더스랑 비등비등한거 보면 S급 까지도 비비는거 같던데

이정도면 벌써 히어로 협회 거의 따라잡은거 아니냐?

스타더스=데스나이트

섀도우워커=에고스틱

아이시클=일렉트라

이렇게 잡으면 얼추 비슷한듯. 물론 아직까지는 밀리긴 하는데, 무서운건 멤버들이 앞으로도 여기서 더 늘어날거 같다는거임. 애초에 연합인만큼 이정도로 만족할리가 없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빌런 연합이 히어로 연합보다 더 강해질거 같다는거임

결론: 좆됐다! 협회!

=[댓글]=

[에고스틱 ㄹㅇ지리긴 해. 이번 데스나이트만 봐도 스타더스에 비비는 능력+불사던데 대체 어디서 저런 애 구해왔나 싶음]

[곧있으면 협회 따라잡을듯ㅋㅋㅋㅋ]

[근데 이게 더 좋은거 아님? 빌런들 보면 테러할때 꼭 몇십명씩 죽어나가던데 앞으로 나올 빌런들 다 에고스틱네에 묶이면 오히려 대한민국이 더 안전해지는거 아니냐?]

ㄴ[진짜네]

ㄴ[발상의 전환ㄷㄷㄷ]

ㄴ[이거네ㅋㅋㅋ]

ㄴ[빌런 연합이 성장할수록 안전해지는 국가가 있다? 삐슝빠슝]

ㄴ[저희 망고단 일동은 에고스틱의 빌런연합 에고스트림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ㄴ[아ㅋㅋ 이게 애국이라고ㅋㅋㅋㅋ]

ㄴ[국내 애국자 카페ㄷㄷㄷ]

*

[에고스틱이 안나와서 서운했던 이번 테러... 의외로 확정된 것....truefact]

뭐긴뭐야 에고스타가 개같이 멸망했다는거지ㅋㅋㅋㅋ

부산은 에고스틱이 직접 나와서 테러하지만 서울은 뭐다? 바로 그냥 하수인 시켜버리기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 망고는 이제 스타더스 필요 없어한다고ㅋㅋㅋ 아이스망고가 되어버렸다고ㅋㅋㅋㅋ

서명하시오! 별먼지단!

에고스틱의...아치에너미는...아이시클이다...

=[댓글]=

[나 별먼지단인데 이거 맞음]

[나 스타벅스 지지하는데 정실은 아이시클이 맞는거같다]

ㄴ[스타더스야 ㅅㅂ]

[응 아니야ㅋㅋㅋ 정실 스타더스야 ㅈㄹ하지마ㅋㅋㅋ]

ㄴ[저런...울지말고 말해봐]

ㄴ[코이츠www 머가리가 단단히 깨진wwww]

[별먼지단이 ㅈ된 이유: 앞으로 다음 테러까지 아이스망고로 카페 게시글들 도배될예정ㄷㄷ]

ㄴ[이런게 현실일리가 없어!!]

***

"아이고... 에고스틱씨. 거기서 직접 안나가고 다른 빌런을 보내면 어떡해요?"

유성그룹 꼭대기층 사장실.

홀로 노트북으로 테러영상을 보던 이설아는, 데스나이트의 말에 표정을 굳힌 스타더스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던 그녀는, 영상 아래 [서울에는 직접 안나서고 부하만 보내는거 보면 이제 에고스틱의 아치에너미는 아이시클인듯ㄷㄷ]를 확인하고는, 살짝 멈칫했다.

흠흠, 뭐.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

그렇게 조용히 생각하던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있었다.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