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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99화 (99/328)

제 99화

화분노

서울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때때로 궂은 날씨에 불만을 표하곤 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할때면 시민들은 단순히 걷는거에도 부담을 느낀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번화가의 경우에는 특히.

거기에 가끔씩은 우박이나 태풍처럼 희귀하기 짝이없는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눈물만 주르륵 흘릴 뿐이다. 거리를 걷는게 노동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나 서울 시민으로써, 거리를 걷다가 겪을 수 있는 제일 황당한 일중 제일을 꼽자면.

역시 마른 하늘에 날벼락마냥 갑자기 벌어지는 능력자들의 테러가 아닐까.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이태원의 한 거리.

하필 오늘 이시각에 이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황급히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쾅. 쾅. 여기져기 부서지기 시작하는 가로수, 가로등, 소화전, 변압기, 팻말, 신호등.

그냥 거리에 솟아있는 모든것들이 베어지고 부서지며, 평화롭던 거리 한복판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으아아악!! 나와!!"

사람들은 소리지르고. 주위의 건물들의 유리창도 박살나고, 이미 주인은 내려서 도망쳐버린 자동차도 허공을 가르고.

이 총체적 난관 가운데,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키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참으로 즐겁구나 즐거워!]

전신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주위에 검은색 오오라를 일으키며 검은 대검을 휘두르는 무언가.

걷다가 봉변을 당한 행인들은 이미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지만, 그는 그래도 홀로 거리에 남아 아직까지 대검을 휘두르며 테러를 이어가고 있었다.

[내 이름은.... 데스나이트!! 에고스트림 소속의, 죽음의 기사. 이 나를 상대할 자 누구인가!]

마치 쇠를 긁는듯한 목소리를 이용해 큰 소리로 외치며, 자신의 흉부 쪽 갑옷을 주먹으로 쾅쾅 치는 그.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그렇게 외쳐봐야 누가 들을까 싶지만, 사실 이 광경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드론 위 카메라로 찍어 송출하고 있는, 에고스트림 사이트에서 방송으로.

*

[데스나이트 등장ㅋ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 이게 한국이냐고 중세판타지냐고]

[에고스트림 멤버 맞네ㄷ 에고스틱의 빌런 연합 소속 두번째 빌런ㄷㄷ]

[에고스틱 ㄹㅇ 저런 빌런들은 어디서 구해오는거냐? 처음 보는구만ㅋㅋㅋㅋ]

[존나 쌔보이기는 하네ㅋㅋㅋ 근데 왜이렇게 말하는게 아재같냐?]

[아니 왜 갑옷안에 검은색 연기만 나고 몸이 안보이는거 같냐? 나 무서워]

[근데 다 좋은데 제일 중요한 망고스틱<<<얘는 어딨음?]

[아니 에고 어딨어??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어디갔어??]

[딱 보니까 조금 있다가 나오겠지ㅋㅋㅋ 나는 믿는다]

*

그렇게 시청자들의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자신을 데스나이트라고 밝힌 빌런이 계속해서 거리를 박살내고 있을 때.

마침내, 그녀가 날아왔다.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먼지가 훝날리는 그곳에서 고요히 허공에 떠 데스나이트를 내려다보는 그녀, 스타더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확인한 데스나이트는, 무차별적으로 하던 파괴행위를 멈추고 이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호오. 너가 바로 '그'가 말했던 영웅, 스타더스구나!]

그렇게 소리친 그는, 이내 자신의 손을 갈무리하더니, 허공에서 검은 창을 맴돌아 자신의 손에 쥐었다.

불길한 검은색 오오라가 창끝에 맴도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허공에 떠있는 그녀를 향해, 다시한번 소리쳤다.

['그'가 분명 나한테 너가 나를 막아세울거라고 말했지. 그러나 나! 세인트 페... 데스나이트가 너따위는 그저 가볍게 상대해주마!]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데스나이트는, 그녀를 향해 검은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마치 죽음을 형상화 한듯한 기사가 검은색의 오오라를 풍기는 채, 거대한 창을 들고 달려오는 실로 위협적인 광경.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적과의 싸움을 바로 눈앞에 두고.

스타더스는 그저, 의문을 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에고스틱은 어딨지?'

***

콰앙. 콰앙.

마치 천지가 진동하는 것처럼 강하게 울려퍼지는 굉음이, 거리에서 울려퍼졌다.

[하하하하! 역시, 꽤나 강하군. 확실히 강해. 물론 나 데스나이트에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주위 건물, 도로들의 파편들이 휘날리고 있는 가운데.

전투는 꽤나 막상막하로 계속되고 있었다.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능력이 꽤나 성장한 현재의 스타더스를 상대로도 잘 버티고 있는 새로운 빌런, 데스나이트.

그가 휘두르는 창을 피하고 공격을 박아넣어도, 갑옷의 맷집이 튼튼한지 꽤나 잘 맞서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상대하는, 꽤나 강력한 적.

계속해서 끊임없이 날고, 몸을 던져 공격하며 이루어지는 그와의 전투.

날아오는 창들을 전부 옆으로 쳐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쇄적인 공격을 막고 또 자신도 공격해나가며,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의 전투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또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

[와 저 데스나이트인가 뭔가 스타더스랑 막상막하네?]

[세계관 최강자들의 대결 ㄹㅇ뭐농...]

[에고스틱은 대체 어디서 저런 걸출한 애들만 뽑아오는거냐ㄷㄷ 빌런들의 왕 망고스틱...]

[근데 ㅅㅂ 에고스틱의 해설이 없으니 뭔가 2프로 아쉽네]

[에고스틱 어디감? ㄹㅇ 오늘 안나오는거 아니겠지?]

[ㄴㄴ무조건 나옴 애초에 지금까지 이런 테러방송에 안나온적이 없음]

[에고스트림 이름으로 하는데 나오겠지 중간에 올거다]

[스타더스가 왔는데 망고가 안올리가 없음 망고스타는 영원하다]

[에고스틱 안나오면 바지에 똥쌈]

[위에 채팅한 놈 캡쳐했다 ㅅㄱ]

*

그렇게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져나갔다.

남들이 보기에는 손에 땀을 쥐는, 한치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막상막하의 승부처럼 보이지만.

정작 싸움에 당사자인 스타더스는, 계속해서 한 생각만은 하고 있었다.

'....뭐야. 대체 에고스틱, 걔는 언제 오는거지?'

분명 에고스틱의 방송으로 이 광경이 송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빌런이 언급한 '그'도, 정황상 아무리 봐도 에고스틱이고.

그래서 그녀도 당연히, 너무나 당연히 에고스틱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에고스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채, 그녀는 계속해서 이 갑옷을 입은 이상한 빌런과 소모적인, 의미없는 싸움만을 이어하고 있었다.

티잉-.

그리고 전투를 계속해서 하던 중, 저 데스나이트라는 자가 내건 진심의 일격을 그녀가 몸을 던져 튕겨냈고.

쿠웅. 공격이 서로 부딪히며, 둘의 몸은 반발력으로 인해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크하하하하! 에고스틱의 말이 맞았군. 자네는 상당히 강해. 나랑 막상막하로 겨루다니! 이런 상대는 거진 몇백년만이군.]

저 반대쪽에서 웃으면서 말하는 그 빌런을 보며, 그녀는 짜증이 솟구치는걸 느꼈다.

...그래, 그래서 에고스틱은 어딨냐고. 왜 너가 있는건데.

전투가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되는 동안, 아직까지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에고스틱의 모습에, 그녀는 기어코 그에게 소리쳐 물었다.

"그래서, 네가 말한 그 에고스틱은 어디있고 네놈 혼자 있는거냐?"

그리고 그런 그녀의 질문은, 에고스틱이 언제 나오나 하며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

[ㄹㅇㅋㅋ망고스틱 보려고 보는건데 망고는 언제나오냐고~~~]

[속이 뻥!!!]

[이거보고 스타더스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ㄹㅇ망고 ㅇㄷ? 저 이상한 틀딱 기사 아재 치워!!]

*

그렇게 시청자들도 데스나이트의 답변을 기다리는 가운데.

데스나이트는.

[그음? 에고스틱?]

그녀의 입에서 나온 에고스틱을 찾는 말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투구를 긁적이더니 다시 크하하 웃으며 그렇게 외쳤다.

[에고스틱은 오늘 오지 않는다! 그의 말로는 나정도면 너를 상대하는데 충분할거라고 하더군! 크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외치며 소리치는 그.

갑작스럽게 공개된 에고스틱 노쇼 소식에, 당연히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

[?????????]

[뭐임 ㅅㅂ 이건 아니지]

[아니 에고스틱 방송에서 켜졌잖아 근데 에고스틱이 안온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에반데]

[망고스틱 나와!!!!!]

[ㅋㅋㅋㅋㅋㅅㅂ 어쩐지 불길하더만]

[오늘 망고 없어? 오늘 망고 없어? 오늘 망고 없어?]

[어라? 화나네?]

[????????????????????????????????????????????]

[지금 싸우자는 거임?]

[아이시클=직접 배까지 끌고가서 테러 / 스타더스=그냥 딴놈한테 맡김 ㅋㅋㅋㅋㅋㅋ]

[분노 MAX????????????????????????????????????????????]

[선넘네....]

*

그렇게 채팅창이 정말로 불타는 와중에.

스타더스는 그저 가만히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에고스틱은 오늘 안온다?

아. 뭐. 그럴 수 있지.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다.

다만 에고스틱의 방송이 켜졌기에 당연히, 너무나 당연히도 에고스틱이 나올 줄 알았을 뿐이지. 뭐, 다른 빌런이라고 해서 그게 중요한건 아니다. 어쨌든 그녀는 히어로고, 히어로는 그저 빌런을 무찌르고 시민들을 구하면 될 뿐, 다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에고스틱 왜, 부산까지 가서는 자기가 직접 어디서 함선을 끌고 아이시클과 맞서면서 테러를 일으키더니.

자신을 상대로는 그냥 부하 하나를 띡 보낸건가?

[에고스틱은 오늘 오지 않는다! 그의 말로는 나정도면 너를 상대하는데 충분할거라고 하더군! 크하하하하하하!]

귓가에 울려퍼지는, 아까 전 저 빌런이 한 말.

뭐? 상대하는데 충분?

하. 하하하.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그녀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래. 자신의 속이 지금 이렇게나 끓어오르는 이유는, 에고스틱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아이시클은 직접 함선까지 이끌고 상대하면서, 자신한테는 부하 하나만 보내는 그러한, 자신을 무시하는. 마치 자신은 더이상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이제 그녀와는 볼장 다 봤다는 듯한, 그런 태도에.

"....."

으득.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짖이겼다.

....그래,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저렇게 다른 빌런 시키는걸로 충분하다고?

그럼, 그렇지 않다는걸 보여주면 되겠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그녀 주위의 기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

"아니, 뭐지?"

소파에 누워 팝콘을 먹고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광경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오빠, 왜요?"

"아니, 잠깐만."

나는 카메라에 잡힌, 스타더스 주위에 풍기는 묘한 기색과, 그녀 주변에 떠오르기 시작하는 작은 돌맹이들을 보며 입을 벌렸다.

저거, 아무래도 힘이 또 한번 각성할때나 일어나는 현상인데.

....쟤 왜 갑자기 혼자서 각성하고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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