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화
화작은 테러
에고스트림의 본부, 큰집 앞 숲에서 모두들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바로 내가 데리고 온 이 데스나이트를 보기 위해서.
[아! 봉인에서 풀려나니까 좀 살거같구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세시대에서나 볼거같은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채, 투구를 달칵거리며 웃는 이놈.
회색의 갑옷 사이로 검은색의 영체가 보였다.
몸은 검은색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게 갑옷을 입고있는 구조.
반지에 있던 봉인에서 풀려난게 신났는지 기뻐보이는 우리 데식이를 보고, 최세희는 굉장히 신기하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아니. 이게 뭐야? 유령이야?"
"유령이라... 글쌔, 유령으로도 볼 수 있으려나?"
유령. 영혼. 사념. 사역마. 수호성.
뭐라고 부르든, 일단 이제는 인간이라고 부르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만질 수는 있지만, 그뿐.
"....세상에, 이런게 있다니. 이게 대체 뭐죠? 이걸 잘 연구만 할 수 있다면..."
이와중에 서은이는 이과답게 눈을 빛내며 이 데스나이트를 분석하려 들고 있었다.
[하하하하! 다인이라고 했나? 나를 꺼내줘서 고맙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는 참으로 달콤하고만. 내 보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지. 말만하게!]
자신의 갑옷을 손으로 쾅쾅 쳐가며 호언장담하며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준대라. 어...
"어... 데식아. 딱히 너한테 시킬게 없는데?"
[데식이는 또 뭔가! 그런데, 뭐라! 시킬게 없다고?]
화들짝 놀라는 데스나이트.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정말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딱히 뭔 역할을 기대한게 아니었다.
그냥 나중에 빡세지는 빌런 한마리 미리 잡아놓을려고 했을 뿐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그리고 애초에. 내가 원작에서 봤을땐.
"너, 나와서 일정시간 이상 있으면 사라지지 않아?"
[그건 어떻게 알았지? 그래, 맞다. 이승에 조금 오래 돌아다니다 보면 기력이 금방 다하여 조금 쉬어야 한다. 그래도 지금은 쌩쌩하니, 몇시간은 더 버틸 수 있다!]
당당하게 말하는 데스나이트.
그래. 그래도 오래동안 반지에 갇혀있던 덕인지 지금은 기력이 만땅인거 같다.
그럼 한동안은 쟤 힘을 백프로 쓸 수 있다는 말인데...
잘 모르겠네. 생각을 안해봐서.
일단 반지 뺐고 안에 수호령 있는것만 확인한 다음에 다시 봉인할 생각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말을 잘 들을줄은 몰랐지...
"흠. 그래. 나중에 부탁할게. 일단 들어가있자."
[뭐라고? 잠깐! 기다려보게! 내가 할 수 있는 으아아아아아!]
그렇게 데식이는 마지막 비명만을 남긴 채 다시 반지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반지가 살짝 부웅부웅 울리는 느낌.
그리고 그를 다시 봉인하자마자 그때.
나는 갑자기 뭔가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그래.
이 데스나이트가 한번 활약하고 쿨타임이 긴 것만 빼면, 원작에서도 굉장히 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러니까... 저렇게 협조적인 태도면.
내 빌런 연합 에고스트림에 그냥 신규 빌런으로 넣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나는 이점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내가 메인으로 밀, 강력한 빌런들이 따로 있기는 하다. 근데 얘네들은 이제 완전히 새로 꼬시는거 부터 전부 다 해야해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또 부산테러 이후 3개월 정도 테러 공백기가 있을거 같은데.
그냥 얘한테 외주를 줘버릴까?
내가 직접 카메라에 얼굴 비추지는 않고, 그냥 에고스트림 방송으로 쟤 테러시키고 그것만 송출하는거지.
어차피 에고스트림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이 나갈테니 사람들은 다 내 지시하에 일어나는 테러라는 것도 알꺼고, 에고스트림의 저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낼 수 있고.
그리고 스타더스도 또 좀 훈련시켜주고.
어차피 이제 빌런들이 쏟아져나와서 어느정도 훈련은 되겠지만, 그래도 내가 정제한 강한 빌런이랑 싸우는건 좀 다른 느낌일꺼다.
정말 강해서 스타더스를 괴롭혔던 빌런들은 내가 다 따로 처리하거나 포섭하는 바람에, 애초에 남은 빌런들은 좀 상대적으로 약해서 스타더스 능력의 감 유지 정도에 그칠뿐, 강화까지는 못시켜줄거다.
오직 나만이, 그녀를 성장시킬수 있다. 하하하.
하여튼, 이 데스나이트도 원작에서는 후반부에 나름 S급 칭호까지 받았던 빌런이니만큼 능력은 꽤나 강하다.
그렇다면.
메인 테러까지는 아니여도, 미니 테러 같은 형식으로 내보낼까?
원래 메인만 계속 내보내면 질리는 법이다. 중간중간 분위기 환기용으로 가벼운 것도 있어야 하는법.
좋다. 다시 불러보자.
나는 다시 반지를 조작해 데스나이트를 꺼냈다.
[........고맙다. 아아... 이 공기가 이렇게도 귀중한거였구나!]
반지에서 풀려나자마자 무릎을 꿇고 팔을 벌리며 햇볕을 향해 감격하는 데스나이트.
...아니아니. 얘가 이런 컨셉의 애가 아니었다니까? 분명 원작에서는 몇번 안하는 등장때 분명 과묵하고 진지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뭐지?
하여튼, 나는 만약 투구대신 눈이 있다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을 놈한테 가서 말을 걸었다.
"너, 나랑 일하나 같이 할레?"
[좋다! 뭐든지 시켜만다오!!!]
"건물 좀 부수고, 능력자랑 싸우고 그런건데 어때. 아, 사람은 해치면 안돼."
[뭐라? 파괴? 전투?]
거기까지 말하고 숨을 들이마쉰 놈은, 갑자기 크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외쳤다.
[사나이라면 파괴와 전투를 거절하지 않는 법! 좋다! 내 당장 하도록 하지!!!]
새끼... 사나이의 로망을 좀 아는놈이었잖아?
내면에서 데식이에 대한 평가를 좀 올린 나는, 놈한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바로 그자세다. 사나이답게 나랑 한번 테러할 준비가 되었느냐!!!"
[그래!!! 뭔지는 모르겠다만 몸만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면 나 세인트 페트...]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 나 데스나이트의 힘을 보여주지!]
"좋다!!!"
메인 테러 직전, 가볍게 한번 가보자고!!
"....오빠가 더 바보가 됐어."
서은이는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바보라니. 사나이라고 불러줘.
하여튼, 우리는 바로 다음 미니 테러 준비에 착수했다. 규모가 작은 만큼, 데스나이트한테 기본 상식과 해야할 말과 행동만 가르쳐주고나면, 바로가도 되겠는데...?
***
[아니 에고스타는 ㄹㅇ퇴물들이나 지지하는거 아님?]
새 술은 새 부대라고.
스타더스는 그만 놓아주자... 솔직히 말해서 지난 시간동안 너무 많이 엮였잖아?
아이시클<----새로운 시대의 물결. 이제는 받아들여라 미천한 중생들이여
아이스망고의 시대는 온다!!!!
=[댓글]=
[스타더스=퇴물 / 아이시클=혁신. 변화는 시작되었다]
[솔직히 스타더스랑 만담하는것 보다는 아이시클이랑 만담하는게 더 재밌긴 하더라ㅋㅋㅋ]
ㄴ[대화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ㅋㅋㄱㅋㅋ]
[응 조강지처 스타더스 못잃어~ 애초에 망고는 빌런 데뷔를 스타더스한테 편지쓰면서 했어~]
ㄴ[정실 "스타더스" ㄹㅇ 반박불가지ㅋㅋㅋㅋ]
ㄴ[아이스망고단들 진짜 웃긴점: 스타더스랑 지금까지 한 테러는 5번이고 아이시클은 단! 1번인데! 자꾸 아이시클을 스타더스에 비빔ㅋㅋㅋ 응 5배 차이야~]
ㄴ[온동네 별먼지단들 다 집합했네ㅋㅋㅋㅋ]
ㄴ[대세를 봐야지... 최근 흐름은 아이시클이다ㄹㅇㅋㅋ]
ㄴ[부들대는 별먼지단들 다음테러도 부산에서 일어나면 ㄹㅇ볼만하겠네ㅋㅋㅋㅋ]
*
[하 진짜 우리 에고스틱 팬카페가 망했구나]
이제는 하다하다 망고랑 어떤 히어로가 제일 어올리는지 가지고 월드컵 열렸네ㅋㅋㅋㅋㅋ
무슨 ㅅㅂ 이얘기를 하루종일 하고있냐 질리지도 않음?
=[댓글]=
[ㄹㅇ... 이게 다 테러 안하고 방송도 안키는 망고스틱<<<< 얘때문임ㅋㅋㅋ]
ㄴ[ㄹㅇ 테러 일으키면 그 얘기 하느라 이런 쓸데없는 떡밥 안굴리지ㅋㅋㅋㅋ 다 우리 좆고스틱 때문이다]
ㄴ[에고스트림 사이트도 방송란도 만들어놓고 정작 방송을 안킴ㅅㅂ]
[ㄹㅇㅋㅋ 존나 한심함ㅋㅋㅋ 아 근데 대세는 아이스망고가 맞기는 함ㅇㅇ]
ㄴ[작성자][ㄹㅇㅋㅋ]
ㄴ[아니 작성자는 욕해놓고선 왜 찬성하고 앉아있냐ㅋㅋㅋㅋ]
ㄴ[아 월드컵이 ㅈ같긴 한데 일단 아이시클이 정실은 맞다고ㅋㅋㅋㅋ]
ㄴ[별먼지단 인정하시오! 에고스틱의 아치에너미는... 아이시클이다...]
*
"하... 진짜."
서울 히어로 협회.
자신의 사무실에서 앉아서 노트북을 보고있던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습관처럼 에고스틱의 팬카페에 들어가 글들을 읽고 있는데, 저번부터 계속 말도안되는 이야기들이 올라와 그녀의 속을 끓어오르게 하고 있었다.
...무슨, 에고스틱의 맞상대, 아치에너미가 아이시클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에고스틱. 그를 제일 잘 알고, 그를 제일 잘 이해하는건 자신이 유일한데, 어디서 아이시클이 나오는거지? 설아는 애초에 에고스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애인데. 저번에 설아가 자신한테 에고스틱 욕을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이미 키보드에 손이 올라가 있었다. 다닥다닥. 댓글을 입력한 그녀.
[에고스틱을 제일 잘 이해하고 맞서는건 스타더스가 유일한데, 요즘들어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 많네요.]
그렇게 엔터키를 치고 댓글까지 달았으나, 아까 본 말 때문인지 그녀의 마음은 살짝 불편해졌다.
[부들대는 별먼지단들 다음테러도 부산에서 일어나면 ㄹㅇ볼만하겠네ㅋㅋㅋㅋ]
"...."
설마.
에고스틱이 다음 테러도, 부산에서 일으키지는 않겠지?
그녀는 이제 질렸다고, 아이시클이랑만 상대하고. 그렇다면?
그녀의 눈빛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어둡게 내려앉았다.
...설마, 그럴까.
그렇게 그녀가 약간 다운된 기분으로 다시 카페의 메인 화면으로 돌아갔을때.
그곳은 이미, 갑작스럽게 수많은 게시글들로 불타고 있었다.
[에고스트림 라이브 방송 ONㅋㅋㅋㅋㅋㅋㅋㅋ]
[뭐냐 저번 테러 이후로 시간 별로 지나지도 않았는데ㅋㅋㅋㅋㅋ]
[여기 서울이네ㅋㅋㅋㅋ 아이스망고단 개같이 멸망ㅋㅋㅋㅋㅋㅋ]
[스타더스 펀치! 스타더스 펀치! 스타더스 펀치! 스타더스 펀치! 스타더스 펀치! 스타더스 펀치!]
[드가자 드가자~]
"스타더스님! 서울 한복판에 또 테러가!"
그리고 잠시 뒤 협회 직원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신하루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채, 창문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입꼬리를 자기도 모르게 올린 채.
그래. 에고스틱이 서울에서 테러를 안할리가 없지.
역시 그의 상대는, 자신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사건 현장을 향해 하늘을 날았다.
이어폰으로는 급하게 위치를 말하는 협회 직원의 말을 들으며 창공을 가로지르며, 그녀는 생각했다.
에고스틱. 저번 로봇테러 이후로, 오랜만에 직접 마주하겠구나.
***
"오빠. 이번엔 밖에 안나가요? 왜 집에 있어요?"
"어차피 데스나이트가 다 상대할텐데 뭐. 카메라는 드론 띄웠으니까 괜찮아."
테러를 아예 100프로 외주맡기니 이렇게 편하네.
역시 집이 최고다.
"...팝콘이나 먹을까?"
어차피 내가 현장에 없다고 달라지는 건 딱히 없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