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87화 (87/328)

EP.87 대책 논의

내가 이 세계에서 빌런 노릇을 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원작 기준으로도 꽤나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상황.

더 강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등장, 점차 세력을 이루는 빌런 조직들, 유성기업의 대한민국 삼키기등 점점 더 혼란으로 가득 찰 2페이즈가 온다는 소리.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다 제치고, 다른걸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타더스가 날 의심하는것 같다."

에고스트림 회의실.

모두가 나를 바라보는 그 앞에서, 나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대한 문제다. 지금 내 인생의 목적이 직접 빌런이 돼서 스타더스에게 역경을 줘 성장시키는건데, 애초에 그녀가 나를 빌런으로 안보면 어쩌자는거지?

아니, 대체 왜 테러만 몇번이고 일으키고 다른 빌런들도 무자비하게 죽인 나한테 그렇게 경계심없이 웃었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된거야 이게.

그렇게 내가 억울하다는 성토를 하자, 앞쪽에서 듣던 서은이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오빠, 지금 그렇게까지 행동하고도 오빠가 빌런으로 보일줄 알았어요?"

"내가 뭘했다고?"

내 말에, 서은이의 맞은편에 있던 최세희가 입을 열었다.

"...어, 일단. 너 테러가 사망자가 아예 없지? 사망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나와봐. 다들 너가 의도한거라고 생각하지 않겠어? 사실 내가 너 영입제안을 수락한 것도 그것 때문이거든."

"그뿐만이 아니죠."

옆에 있던 수빈씨도 거들기 시작했다.

"그때 비행기에서 스타더스에게 직접 연락도 하셨잖아요. 어떤 빌런이 그 상황에서 히어로보고 믿는다면서 구하라고 해요."

거기에 조용히있던 하율이까지 입을 열었다.

"...거기에, 이번에 그 거대로봇 중간에 강탈한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죽게생긴 사람들 구한거잖아요. 그걸로 사람 해친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렇게 남의 빌런 테러에 훼방놓은게 한두번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서은이가 정리해서 한마디 해줬다.

"솔직히 이정도면, 눈치 못채는게 이상하죠. 오빠가 스타더스 입장이었어도, 뭔가 이상한게 느껴지지 않아요?"

흠.

뭔가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굉장히 수상하기는 하다.

그러나, 스타더스가 이런거에 나를 의심한다고?

말도 안된다. 그녀는 살아있는 정의의 화신 그자체.

그것만으로 잔악무도한 테러리스트인 나를 의심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이걸로 빚, 갚은거지?'

아.

...그래, 그 사건이 있었지.

내가 그녀를 대신해 칼빵을 맞아준 사건.

신하루가 내가 빚이라고 한 말까지 기억한 그거.

"......."

아무래도 그거때문에 나한테 덜 적대적인건가?

아니, 그게 뭐라고. 거 살다보면 빌런이 목숨걸고 히어로도 좀 구하고 그럴수도 있는거지 뭐. 이것도 히어로물에서는 유명한 클리셰일거다. 물론 살면서 그런 장면을 본적이 한번도 없기는 하지만...

나는 조용히 머릿속으로 주판을 두들겨봤다.

스타더스가, 만약 내가 빌런짓을 하는게 미친놈이여서가 아니라, 사실 다 그녀와 세계를 위해서라는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보나마나지. 나와 싸울때 진심을 다해 싸울 수 있을까? 원래 능력의 각성이란 위기상황속에서 성장할때 생기는 법. 애초에 그 상황이 위기상황이 아니라는걸 아는데, 뭘 얼마나 진심을 다해 싸우겠어. 결국 나태해지고 말거다!

갑자기 머리속에 안좋은 미래가 떠올라버렸다. 내가 빌런들을 대신 해치워주고, 스타더스는 아무것도 안하고 놀다가 게을러져 히어로를 때려쳐버리는 끔찍한 미래가.

그건 안된다. 미래가 스타더스의 손에 달려있다고. 그녀가 성장하지 못하면 세계는 멸망하고 끝이다.

...그리고 아마 내 생각엔 그녀가 내 테러 사유가 그녀와 세계를 위해서라는, 거기까지 추측했을거가 같지는 않다. 그거까지 알았으면 예지능력이라도 가졌게? 물론 하루가 그거랑 비슷한 초감각을 가졌기는 한데... 어쨌든. 아마 살짝 의심하는 정도지 심각한 정도는 아닐거다.

"오빠. 근데 그게 그렇게 크게 걱정할만한건 아니지 않나요?"

"맞아요. 오히려 협회가 다인 오빠를 이악물고 추적하는건 아니니, 괜찮은거 아닐까요?"

태평한 소리를 하는 그녀들에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무 대책도 안세울 정도인것도 아니다. 어느정도 보험은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신하루 옆에서 에고스틱은 잔악무도한 빌런이라는걸 계속 상기시켜주는 사람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역시, 정답은 그거다.

곧 대한민국의 사실상 흑막이자, A급 히어로 아이시클이라는 이명으로 활동하며, 스타더스의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설아를 하루빨리 만나야겠다.

그게 답인 것 같아.

***

"하아... 스타더스. 진짜 그 이유가 맞다는건가?"

"네."

협회장은, 그의 앞에 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 설마 대통령이 사람들 다 죽이는 뭐 예를들어 핵미사일을 쏘고 그랬겠나. 당연히 그냥 그 로봇만 날리는걸 쐈을텐데 왜 막고 그런건가. 아니, 내가 말도 하지 않았나? 그 GOAB는 그정도로 쎈 미사일은 아니라니까?"

"....."

협회장은 자신의 텅 빈 머리를 누르며 꾹 꾹 누르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 앞에서 한탄하기 시작하는 그.

"스타더스. 아니 신하루. 내가 자네때문에 탈모가 올 뻔했어... 내가 자네 두둔한다고 얼마나 무리수를 많이 했는줄 아나? 까딱 잘못하면 내 모가지가 짤릴뻔했어. 다행히 여론이 대통령을 돌아서서 망정이지... 내가 살다살다 대통령을 상대로 모함을 하는 날이 올줄이야..."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하긴, 그 양반 시시건건 우리 협회 밟고 넘어지고 그래서 꼴보기 싫긴 했어. 그리고 우리랑 상의없이 혼자 미사일은 왜쏴? 그양반 이번에 뭔가 좀 보여주고 싶었나본데, 개털됐지 뭐. 어차피 그 로봇은 결국 부하걸렸는지 알아서 폭발하더만."

"....."

"그리고 이제 곧 S급 승격 예상된다고 하니까, 미리 축하한다. 요즘 내 언플덕분인지 뭔지 인기도 엄청나던데, 일단 조용히 있자. 대중의 관심이란게 많다고 꼭 좋은게 아니거든. 어디 좀 조용한 곳 가서 쉬고 그래."

"네. 알겠습니다."

"그래... 에휴. 전화왔네 뭐냐... 썩을. 김부장!!! 내가 청와대는 차단하라고 했지 않나!!!"

"협회장님, 걔들 자꾸 번호를 바꿔서 연락해서 답이 없습니다! 그냥 끄고계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아... 신하루, 봤나.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

"네. 협회장님. 저 그만 가도 되나요?"

"...그래."

협회장의 힘없는 말을 뒤로하고, 그녀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복도를 걸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으로 주먹을 쥐어본 그녀.

지이잉-.

그리고, 협회에서 측정했을때도 느꼈지만 역시.

그녀의 힘이 체감될정도로 성장했다. 이제는 S급 승격마저 논의될 정도로.

....거기에, 그녀는 의도치 않았지만 인기또한 많아졌다.

이게 다, 따지고보면 에고스틱 그놈 덕분인가.

"...."

그를 그녀는, 이번에 구해냈다.

그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 것이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무모한 행동.

만약 진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녀는 매장당했을거다.

빌런을 억지로 살린 히어로라니? 당장 수용소로 끌려가도 무리가 아니다. 그만큼, 히어로로서는 말도 안되는 일.

그러나, 그녀에게 그렇게 한걸 후회한다고 물으면.

그녀는, 아마 그 말에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에고스틱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그날의 일이 오버랩됐다.

미사일을 저지한 뒤, 하늘에서 힘을 잃고 떨어진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중간에 감싸올린 어떤 팔.

떨어지는 그녀를 구하며, 그녀에게 능글맞게 웃던 그의 모습.

그리고 왜 미사일을 막은거냐며, 전혀 모르는 채 순수한 궁금증을 보이며 그녀에게 묻던 그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대답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

"하루야!"

"어?"

그렇게 그녀가 생각을 하며 걷던 도중, 한쪽편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설아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협회장이랑 얘기 끝났어? 내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아...  그랬어? 미안. 같이 가자."

"그래. 그런데, 뭐 좋은 얘기라도 듣고 왔어?"

"응? 왜?"

"내가  오면서 보니까, 너 아까 살짝 웃고 있던데?"

"....내가?"

그녀는 그말을 듣고는 살짝 멈칫했다.

...내가 웃고있었나.

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거지?

그렇게 고민을 하기 시작한 신하루의 살짝 뒤에서,

이설아는. 그런 하루의 모습을 보며 슬쩍 조용히,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금새 그런 기색을 지우고, 밝은 목소리로 하루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하루야.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 보니까 잠시 쉬어도 될거 같던데.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놀러올래?"

"응?"

"오랜만에 부산 와서 휴가도 좀 즐기고 해. 어차피 협회장도 너보고 잠시 쉬라고 하지 않았어?"

"어? 그러긴 했는데..."

"그럼 문제없네! 그치?"

"어? 어...."

그렇게 신하루는 어버버 하는 사이,잠시 이설아의 집이 있는 부산으로 놀러가는걸로 결정되었다.

***

"애들아. 나, 잠깐 부산 좀 갔다올게."

"네?"

의아해 하는 서은이와 세희의 시선이 꽂혔다.

미안, 빨리 갔다가 돌아올게.

꼬셔야 하는 사람이 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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