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85화 (85/328)

EP.85 선동과 날조

"크윽..."

창공 위를 가로질러 비행하며, 신하루는 신음을 흘렸다.

떨어지는 미사일을 그녀가 막을 수 있을지, 이렇게 힘이 부족한 상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그녀는 솔직히 말해서, 확신 할 수는 없었다.

"....."

그녀가 날아오르자 마자, 바로 한눈에 잡히는 미사일.

이제는 그들이 있는 곳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것을 보며,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저걸 막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순간, 저것을 막는 수밖에 없다.

저것에 휘말릴수도 있는 시민들을 위해.

저것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질수도 있는 도시를 위해.

그리고... 저것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그녀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도망치는게 아닌, 역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녀는 그것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솔직히,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과 충돌한 순간 느낀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 살을 애는 감각, 머리까지 울리는 충격.

예전에 비행기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충격이 그녀를 강타했다.

심지어 장기간에 거친 전투로 이미 힘마저 빠진 상태였기에, 더더욱.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러나, 그녀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그녀와 부딪힌 이후 미사일은 느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상황.

그걸 멈추기 위해.

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같은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발휘했다.

일반적으로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상황.

그러나, 그녀는 역경을 겪으면 겪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 더욱 강해지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으로.

끝내.

미사일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나서.

이제는 거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사일을, 하늘로 다시 날려버렸다.

"........"

대체 이 짧은 순간, 그녀의 능력이 어디까지 증폭된건지.

그녀가 날린 미사일은 하늘 위로 높이 높이 날아가,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아."

그녀는 떨어지면서 짧은 신음을 뱉었다.

미사일을 다시 날려버리는 순간, 한계를 넘어 능력을 발휘한 그녀의 신체가 제 기능을 다했다는듯, 힘이 쭈욱 빠져버린것이다.

허공위에서 쓰러졌으니, 떨어지는건 당연한 결과.

그렇게 그녀는 추락하며, 눈을 꼭감았다.

이대로 떨어지면, 무사할까?

아무리 그녀가 일반인에 비해 몸이 튼튼하다고 해도, 이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사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죽지야 않겠지만... 며칠간 병원신세 질 각오는 해야겠지.

그렇게 그녀가 곧 다가올 충격을 각오하고 있을 때.

둥실.

충격 대신, 그녀를 부드러이 감싸안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

예상치 못한 감촉에, 그녀는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살짝 떴고.

그런 그녀가 본것은.

허공에서 자신을 안은 채, 떠있는 에고스틱이었다.

***

"아니 시발?"

미사일이 날아오는걸 본 나는, 눈을 휘둥그래 떴다.

대체 저건 언제 쏜거지? 원작에서 그지랄 날때도 안쏘았던걸?

아니 뭐, 사실 미사일이 별 문제되는건 아니다. 그냥 병기 버리고 튀면 끝이니까. 스타더스 거의 다 파워업 끝냈는데... 각성까지는 못시키고 이대로 끝나는게 아쉬운거 빼고는 뭐.

그러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럼 스타더스가 갑자기 위로 날아오른 이유는.

"저거 막으려고...?"

나는 나도 모르게 황당함에 중얼거렸다.

아니 저걸 왜 막아. 뭐 핵폭탄이라도 날아온다고 전달받은건가? 일반 미사일이면 막을 이유가 없는데?

아니 그전에.

쟤 지금 저거 막을 수 있는 몸 상태인가?

"오빠, 어떡해요?"

"일단 여기 헬리콥터로 찍고있는 그 뉴스 전파납치해봐. 빨리."

"네에... 아니, 여기 장비가 부족한데..."

서은이는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수빈씨랑 같이 미리 챙겨온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하율아, 그리고 최세희 일단 둘은 여기 있어. 나 좀 갔다올게."

나는 그리고 남은 둘한테 말한 뒤, 순간이동했다.

어디로? 거대 병기의 머리 꼭대기 부분으로.

"에취! 아, 추워."

밖에 있는 머리 꼭대기 쪽으로 나오니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 이제 곧 밤이 될 예정이라 그런지 기온이 떨어진 모습이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병기의 꼭대기에 서서 망토를 휘날리며, 나는 스타더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쟤가 왜 나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거 막을 수 있나?

나랑 아침부터 지금 오후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먹고 싸우기만 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걱정에 손을 물어뜯을 지경이 되었다.

아니, 이건 지금까지랑 경우가 좀 다르다.

원작에서 기차나 비행기를 턱턱 막는 장면은 나왔어도, 저정도로 지친 상태에서 미사일을 막는건 못봤다고!

안절부절 탭댄스를 출 지경.

여차하면 이미 구하러갈 준비도 한 채,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스타더스가 하는걸 지켜봤다. 전파납치까지 되었을테니 걱정은 없다.

그렇게, 스타더스와 미사일이 충돌했고.

나는 손에 땀을 쥐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아니 저거저거 터지면 어떡할려고!

다행히, 미사일이 중간에 펑 터져 스타더스가 불타는 일은 없었다. 하율이 데리고 왔으니 여차하면 치유까지 하려고 했는데, 다행이네.

잠깐, 미사일을 잡은건 좋은데, 저거 어떻게 할려고? 근처에 던지면 거기서 터질텐데?

그러나 내 걱정이 기우라는 듯, 그녀는 잡은 미사일을 저 하늘 위로 뻥 날려버렸다.

아예 저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갈 기새로 날아가는 높이 높이 날아가는 미사일.

저정도 세기로 날렸다고? 아니, 쟤 지금 끝없이 위로 가는데?

아무리봐도 스타더스가 각성한거 같다. 음, 원래 로봇배틀로 능력 키울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다른 방식으로 성장시킨거 같네. 뭐, 모로가든 서울만 가면 되니까.

그렇게 내가 평가한 순간, 스타더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하늘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힘 빠졌구나. 그럴 수있지. 근데 저대로 땅에 박으면 큰일날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일단 스타더스 구하고 보자.

...그리고, 저건 왜 막았는지도 물어보고. 진짜 핵폭탄인가?

*

그리고, 다시 현재.

나는 자연스럽게, 스타더스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있었다.

"......"

내가 공주님 안기를 한건 이세계에서 두번째네.

스타더스가 내 품에 쏙 들어와있는건 좀 신기한 기분이다. 슈트 밖으로 잡은건데도, 살이 말랑한게 느껴진다. 히어로일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이러지.

...잠깐, 무슨 이런 이상한 감상이 드는거지? 저번에 최세희 이렇게 들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상하네.

하여튼, 나는 내 품에 들어와있는 스타더스와 눈이 딱 마주쳤다.

"....."

그리고 우리는 잠시 아무말도 없었다.

날 보자마자 '이 쓰레기같은 녀석! 당장 놓지 못할까!'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말 없이 조용히 날 바라보는 그녀.

숨을 쌔액쌔액 쉬는게, 곧 기절할거 같은 모습이다. 아니, 근데 왜 날보고도 별말 안하는거야? 히어로가 빌런한테 안겨있는데? 그 덕분에 원래 내 계획이 파기되었다. 그녀가 나한테 일갈하면, 그걸 유들유들하게 놀리면서 받아칠 생각이었는데 이게 뭐야.

허공에 떠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며 급히 머리를 굴려 할 말을 찾은 나는, 이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스타더스씨! 또 신기한걸 하셨군요. 갑자기 싸우다말고 위로 올라가셔서 승천하시는줄 알았습니다 저는!"

일단 아무말이나 던져봤다. 뭐라고 반응 좀 보여봐.

그러나 그녀는 별말 없이, 눈을 내린채 조용히 내 품에 안겨있었다. 왜이러는거야. 벙어리야?

그래, 그럼 이거나 물어봐보자.

"그럼요 스타더스씨. 저 궁금한거 있는데, 저 미사일은 왜 막으신거죠?"

아니 진짜 왜막은거지?

저거 그냥 놔뒀으면 깔끔하게 거대병기 부수고, 덤으로 운좋으면 나도 보내고 1석 2조인데.

그런 내 질문에, 이번에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라, 이번에도 무시당할줄 알았는데?

그녀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냥...."

"그냥?"

"이걸로, 빚은 갚은거지?"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며 살짝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그렇게 여전히 입가가 살짝 올라간 채 쓰러진 그녀를 보며.

나는, 웃지 못했다.

"......."

빚은 갚았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저거 나 구할려고 막았다는 소리야?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왜? 어째서? 나는 빌런인데?

세상에 어느 히어로가 빌런을 지킨다고 몸을 날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살짝 현기증이 나는것 같았다.

....설마 눈치챈건가? 내가 빌런 짓을 하는 이유를? 내 본심을?

아니, 그럴리가 없다. 그녀가 얼마나 고지식한데. 내가 저지른 전과가 있는데. 왜 그러겠어.

....근데 그럼, 방금 그 반응은 뭐였냔말이야.

이제는 지상에 다 도착한 나는, 근처에 스타더스를 눕혔다. 여전히 조용히 쓰러져 누워있는 그녀.

"....."

나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그래, 일단 그녀가 나를 어떻게 보고있던, 그게 지금 중요한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건 이 상황을 어쩌냐는거. 아마 스타더스가 미사일을 막으러 날아간거까지는 모두가 봤을거다. 근데 이걸 왜 막았는지가 문제지. 나를 지키려고 막았다고 하면 활활 불탈거다.

....열애설로 불탄다는게 아니다. 물론 그걸로도 불탈텐데, 히어로써의 자질을 문제삼고 적대세력이 공격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녀의 행동의 당위성을 입증해야지.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려봤다.

이 세계 국민들의 가진 정부에 대한 불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나와 스타더스에 대한 우호 여론, 쉽게 불타는 사람들. 우주로 가버렸는지 보이지도 않는 미사일.

좋아, 이게 답이다.

계획을 완전히 세운 후, 나는 서은이에게 연락했다.

"서은아, 전파납치 했냐?"

[네.그리고 그 뉴스 카메라? 그것도 꺼버리게 했어요.]

"지금 방송 시작할거니까, 카메라좀 던져... 아니다, 내가 갈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병기 조종석으로 순간이동했다.

갑작스럽게 내가 등장하자 다들 나를 무슨일인가 하고 보고있는 모습.

"최세희. 옆에 카메라좀."

"어? 여기."

"서은아, 너는 지금 방송 송출할 준비하고."

"알았어요."

나는 세희로부터 카메라를 받은 뒤, 그걸 들고 다시 병기의 머리 꼭대기로 이동했다.

이제는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는 모습.

빨리 하고 떠야겠구만.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한뒤, 카메라를 켰다.

오랜만에 전파납치로 모든 지상파 티비에서 보일 내 모습.

거기에 이번에 추가한 에고스트림으로 인터넷 전역으로도 향할 내 모습이다.

그리고 역시, 키자마자 가득히 올라오는 채팅창.

[방송 개같이 ON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제서야 키냐구 젠장ㅋㅋㅋㅋㅋㅋ]

[내 가슴이 웅장해지는 거대로봇전투 어디갔음?????? 어딨어!!!!!]

[갑자기 스타다스 위로 올라가는거까지 보고 뉴스 방송 끊겼었는데 뭐임?]

[아니 무슨 일임? 왜 밖에 나와있나요?]

[스타더스 어디감?]

[아까 스타더스 급발진한 이유 뭐임? 궁금해 죽겠네]

[아니 기대하면서 들어왔는데 거대 병기 어디감... 피난길 길바닥에 유일한 재미였는데...]

나는 카메라를 보며, 일단 모두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갑자기 끊겨서 의아하실텐데, 아쉽게도 이게 끝입니다. 스타더스씨가 쓰러지셨거든요."

[?????]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스타더스는 왜 쓰러짐? 결국 졌나?]

[ㄴㄴ 아까 갑자기 위로 올라가고 끊기던데 그거랑 관련있는듯?]

[내 거대야스 어디갔어!!!!]

"스타더스씨는, 싸우던 도중 이쪽으로 갑자기 날아온 무언가를 막으신 뒤 쓰러지셨거든요. 여러분, 충격먹지 말고 들으세요."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이제서부터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나는 스스로를 속인다. 극한에 도달한 선동과 날조는 스스로마저 선동과 날조를 당하는 거다.

이 모든건 스타더스를 위한 것. 자, 나는 진실하다... 나는 진실하다...

이내 자기 확신에 찬 나는, 이내 누구보다 진실한 목소리로, 신뢰감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하나 잡겠다고, 대통령이 핵폭탄을 서울에 날렸습니다!"

"그걸 막겠다고 스타더스가 몸을 날린거고요!"

"이게 진실입니다 여러분!!!"

[?]

[네?]

[??????????????]

[아 시바 왜 머통령이 했다니까 그럴듯하냐]

[바로 이거였군]

[와 ㅅㅂ 진짜로?]

[거짓말이야 그럴리가 없어!....라기에는 어라?]

[ㅅㅂ그래서 스타더스가 날았던거냐? 개소름돋네]

[정부 걔들 언젠가 일낼 줄 내 그럴줄 알았다]

[이~~~ 대통령, 내,,그럴,,줄,,알았다,,,,@!! 당장,,,구속시켜,,,십새끼들@@@!!!]

자, 선동과 날조를 시작해보자.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냐?

다같이 좆되보자 이새끼야.

***

"저런!!! 헛소리를!!! 총리! 저거 당장 끄게!! 방송 막아!!!"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저자가 전파납치를 하는 바람에 저희쪽에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으..."

"대통령님, 큰일났습니다!"

"또 뭔가!"

"협회장이 성명문을 냈습니다! '대통령이 핵폭탄을 발사한게 맞다'...라고. 아마 자기네들 히어로를 지키려고 그러는거 같습니다!"

"....대관절 이게 무슨..."

대통령은 그만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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