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84화 (84/328)

EP.84 인정

스타더스가 거대병기를 상대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아. 하아."

계속되는 전투 도중, 살짝 숨을 고르기 위해 공격을 멈추고 그것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그녀.

다행히 쉴 틈은 주겠다는건지, 그가 쫓아와 공격한다던가 그러지는 않았다.

그 덕에, 그녀는 이렇게 잠시 숨을 내쉬며 쉴 수 있었다.

"...후우."

허공에서 땀을 훔치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지쳐보였다.

입고있던 슈트는 안이 보일정도로 딱 달라붙었고.

그녀의 상징인 금발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려지고 있는 모습.

그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해보았다.

현재 그녀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지 못했다.

이렇게 약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체급차이가 몇배나 나는 병기를 상대로 끊임없이 날아다니며 몇시간이고 전투를 치르다보니... 사실상, 지금 이렇게 서있는것도 대단할 지경이었다.

이미 몸 자체를 너무 혹사해,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이렇게, 주먹 하나 쥐어서 날리기도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그녀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힘이 점차 강해지는걸 느꼈다.

"......"

힘이 빠진 상태로, 기존에 컨디션이 좋은 상태의 출력을 내기 위해.

무리해서, 힘을 끌어다 쓰려고 하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능력이 점점, 한계를 뚫는 느낌.

운동선수가 모래 주머니를 매고 달리기를 하여 실력을 키우듯.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 평소처럼 힘을 발휘하려고 이를 악물고 노력할 수록, 그녀 안이 무언가 꿈틀하는 느낌.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그녀의 힘이, 다시금 점차 성장하는 느낌이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큰 자극이 있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같은 직감.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에고스틱이 타고 있을 거대병기의 조종석쪽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이러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걸 알고 이런일을 벌인걸까?

...어쩌면, 이걸 위해서?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귓가에 다시 재생되는 그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거기까지는 아니겠지.

아마도...

충분히 쉰 그녀는,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쉰 뒤 전투를 재개할 준비를 했다.

그래. 그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힘을 성장시킬 수 있는건 굉장히 좋은 기회다. 능력이 더욱 강할수록, 빌런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킬 수 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질테니.

일단은, 그를 이기는거에 집중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그녀가 다시 발을 내닫을 때.

그녀가 귀에 꽂힌 걸 잊고있던 이어폰에서,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타더스. 스타더스, 들리나?]

"협회장님..?"

다시 그 병기가 있던 곳으로 향하고 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발걺음을 멈칫했다.

지금 한창 싸우느라 바쁜데, 왜 연락을 하는거지.

그런 그녀의 의문에 답하듯, 이어폰 너머로 협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전 변경일세. 곧 철수할 준비를 하게.]

"....네?"

협회장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창 그녀의 한계를 돌파해가며 잘 싸우고 있는데, 철수? 전세가 딱히 불리한것도 아닌데?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따져물으려고 할때 쯤, 협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그곳을 향해 GOAB를 쐈네. 곧 그 거대병기로 떨어질 예정이니, 타이밍봐서 도망치게.]

"...뭐를 쐈다고요?"

[...GOAB-3. 스텔스 유도 미사일일세. 주변지역을 거의 반파시키는, 현시점에서 가장 위력이 가장 강한 미사일일세. 지금 이미 그곳으로 날아가고 있다네.]

그녀는 그걸 들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새하얘졌다. 미사일을 쐈다고? 여기로?

아니 근데, 잠깐.

"...애초에, 미사일로 저걸 잡을 수 있나요?"

[그래. 비밀리에 개발하던거다. 위력이 너무 강해서 만약 저게 도심 한복판에 있다면 도시가 날아가서 못쐈겠지만, 에고스틱이 외곽으로 빠진 덕분에 쏠 수 있었다고 하네.]

"지금 미친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걸 여기에다가 쏘면 어떡해요!"

[나한테 따져봤자 내가 뭐라 하겠나. 대통령의 독단이야. 이번 기회에 저 국가를 어지럽히는 간악한 빌런을 확실하게 제거하겠다고 말하더군. 정부 신뢰도 키우고.]

거기까지 들으며 흥분했던 스타더스는, 속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A급 빌런 . 명분은 확실하다. 아마 지금과도 같은 기회는 없겠지. 특히 그가 저 병기안에 박혀있어서 주위 환경을 파악할 여유도 없는 상황일테니.

"......"

거기까지 들은 스타더스는, 얼굴을 굳혔다.

정부와 협회 모두 진심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 거대병기와 에고스틱을 동시에 날릴 생각이다.

...그래. 사실, 생포가 불가능한 빌런을 사살해버리는건 드문 일은 아니다.

에고스틱을 포함한 A급 빌런들 상당수가, 이미 즉결 처형 가능 목록에 올라와 있기도 하고.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에고스틱이 죽는다?

"......"

아니지.

그라면, 미사일이 날아오는걸 알아 차릴거다.

늘 자신보다 한발자국 위에서, 모든걸 안다는듯 내려다보았던 그니까, 당연히 알고 있을거다.

그래. 그러니 아마, 바로 도망치겠지. 순간이동도 있으니까.

그러, 겠지?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스타더스씨! 대체 저를 얼마나 기다리게 하실 셈입니까?]

그녀가 조용히 다시 돌아오자, 거대병기로부터 들리는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

...싸우다말고 히어로가 충분히 휴식하기까지 기다려주는 빌런이라.

"....."

다시금 에고스틱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상을 품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그라면 분명, 전투 도중에 도망칠거다. 당연히 그러겠지.

그리고, 아직 미사일이 날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곧 도주할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는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머리속은 복잡했다.

알아차리고 도망치겠지? 그럴꺼야.

이미 알고 있겠지.

[왜 이렇게 전투에 집중을 못하십니까? 페이 어텐션 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계속 딴생각을 하며 날아서일까.

그는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채고는, 집중하라며 일갈했다.

...참 웃기지. 적이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게 아닌가?

[스타더스. 이제 곧 미사일이 떨어질 예정이네. 슬슬 도망치게나.]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귀에 들리는 협회장의 목소리.

그런 그의 말을 듣고는, 그녀는 다시 한번 에고스틱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하하!]

거대한 팔을 붕붕 휘두르며, 여전히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

아무리 봐도 자기 머리 위로 지금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다는걸 알고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

그렇다면. 지금 그녀가 가만히만 있으면 그는 이대로 죽는다는 거겠지.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다시금 그에 대해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에고스틱. 그는 확실한 빌런이다. 지금까지 그가 일으켰던 테러들만 해도 여러번이니.

그러니, 정부에서 그를 죽이려고 들어도, 억울할거는 없다. 당연한거다. 위험한 빌런은 죽일 수 있을때 죽여야지.

그러나.

과연 그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끝나는게, 맞는가?

그녀는 생각했다.

그의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녀는 스스로 그를 부정하지 않고

처음으로 솔직하게

에고스틱, 그에 대하여 떠올려봤다.

에고스틱. 그녀는 처음에 그를 다른 빌런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겁박하며 희열을 느끼고 자신의 유희를 위해 테러를 저지르는, 단순하게 말해서 '나쁜놈'이라고 단정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그가 테러를 일으킬때마다 결과적으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는걸 알았을때?

그가 죽인 빌런들은 전부 위험한 이들이었다는걸 알았을 때?

축제에서, 그가 자신이 나서는걸 막고 대신 나섰을때?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않을때, 그녀를 믿는다고 얘기했을 때?

다른 빌런의 테러현장에서, 스스로 히어로라고 속이기까지 하며 나섰을 때?

다리를 붕괴시킨 이유도, 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했을 때?

언제부터 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그렇게 그녀는

에고스틱이 타고 있는 거대병기를 상대하며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그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야, 인정했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그가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도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를 볼때면, 다른 빌런들에게서 흔하게 느낄 수 있던 악한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때로는, 그가 테러를 일으키는 이유도, 자신을 적대하는 이유도.

다, 그녀가 모르는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어서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에고스틱은 분명 빌런이다.

분명 빌런인데, 어째서.

그녀는 그를 볼때마다, 속으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가.

어는 순간에서부터, 그가 빌런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가.

그가 일부러, 속마음과는 다르게 저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녀는, 이 자리에서, 깨달았다.

자신은 에고스틱을 믿고싶었다는걸. 아니. 사실, 자기도 모르게 이미 믿고있었다는걸.

그는 사실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하고.

그가 테러를 저지르는 이유도 전부, 다 그래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녀는 어느 순간에서부터,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닌 이유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을 하는 순간 결심했다.

에고스틱은, 이대로 죽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하나, 빚지신 겁니다.'

그도 자신을 한번 살려주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에게, 빚이 하나 있지 않던가.

그래. 그는 이대로 이렇게, 죽어서는 안된다.

저 미사일을, 자신이 막겠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협회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응? 스타더스? 스타더스? 뭐야? 야! 신하루!]

그녀는 자신의 귀에 꽂혀있던, 협회와 연결되어있던 이어폰을 다시 꺼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결심이 내려진 순간.

행동은 빨랐다.

그녀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 쪽으로.

***

[스타더스 지금 뭐함?]

[뭐임 도망치는건가???]

[도망친다기에는 옆도 아니고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뭐하는거지??]

[우리 별먼지가 미쳤어요!!!]

[무슨 로켓처럼 치솟네ㄷㄷ]

"쟤 지금 뭐하냐?"

나는 나도 모르게 황당함에 소리쳤다.

아니, 왜 싸우다말고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고 난리야? 개꿀잼 몰카인가?

"오빠가 하도 스트레스 줘가지고, 폭발해서 날아오르는거 아니에요?"

"...그건 아닌거 같은데."

나는 조종석에서 고개를 올려, 계속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스타더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진짜로.

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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