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2 리얼스틸
한국 초상 능력자 협회, 줄여서 히어로 협회.
서울에 있는 그곳의 작전통제실은, 현재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래. 그래서 미친 한은그룹 새끼들이 만든 그것은, 지금 어디있지?"
"현재 수도권 외곽 폐공장 지대에 구조물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쪽에 있는 인원들은 대피해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습니다만..."
"....도심에 시민들의 대피는, 어느정도 진행됐나."
"외곽쪽은 거의 다 빠져나왔습니다만, 현재 저 병기의 진입속도가 빨라 곧 따라잡을 것 같습니다. B급 이하 히어로들이 남은 이들을 도왔기에,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습니다만.... 언제까지일지는..."
"....하아. 그래. 스타더스는. 어디라고 하나."
"지금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여기서부터 거리가 거리인지라 시간이 좀 걸릴거 같습니다."
"....알겠네."
협회장은 찹착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마치 문어와도 같이 생긴 로봇이 도심 외곽을 마구 박살내며 전진하는 모습.
저것을 말릴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아니. 딱 하나 있기는 했다.
"...'그것'의 준비는 아직인가?"
".....계속 세팅중이라고는 합니다만, 협회장님. 그걸 쏘면 근처에 있는 도시들과 시민들이 전부 휘말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결정은 내가 아닌 대통령님이 하시니, 나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다. 미사일은 정부권한 이라는걸 잊지말게."
"....알겠습니다."
"...그래도 하지만. 어쩌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어느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할 수도 있겠지."
"....."
"....스타더스가 저걸 쓰러트릴 수만 있다면, 그래. 참 좋겠지만... 승률은 얼마정도 될거같나?"
"현재의 풀 파워로 상대하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나, 지금처럼 도시 한복판에서 싸우면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지 않게 힘이 제한돼서... 힘들 것 같습니다."
"젠장. 역시 그렇겠지. 아이시클은 연락이 되나?"
"현재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마 연락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기랄. 딱봐도 그 회장놈이 위험하다고 숨겨버린거겠지. 도움이 안되는 구만."
협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는 거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심 한복판까지 다가온 거대병기.
사람들을 습격하기 직전인 그것의 모습을 보면서도, 협회의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깊은 절망감을 느끼며, 무력하게 앉아만 있는 그들.
그렇게 모든 희망은 사라지고.
이제 대학살이 펼쳐지기, 바로 직전.
갑자기, 그것이 작동을 멈추었다.
외마디 비명소리만을 내뿜고.
"....?"
협회 안 모든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갑작스럽게 거대병기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너무 밝았고, 너무 경쾌한 한마디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인사올립니다. 에고스틱입니다!]
"에고스틱...?"
협회안 직원들의 머리에 버퍼링이 걸렸다.
대체 왜 쟤가 저기서 나와?
갑작스러운 사태에 의문을 느낄 때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말.
마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당연한 행동이였다는 듯.
거대병기로부터,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은그룹 애들이 멋진걸 만들었더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뺏었습니다.]
[이건 이제 제 겁니다.]
"와."
그렇게 누가 했는지 모를 작은 탄성만이, 적막한 협회를 가득 채울 뿐이었다.
***
도심의 거리에 나와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가리는 그림자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병기로 인해 생긴 그림자.
그리고 그, 방금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건물을 들고 흔들며 종말이네 뭐네 하던 그, 공포의 상징은.
팔을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이거 좀 재밌네요! 하하하하하하!]
엄청난 음량으로 그 기병에서 뿜어져나오는, 경쾌한 에고스틱의 목소리.
이제는 조작이 익숙해졌는지, 자유자재로 컨트롤되고 있는 병기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머리 위로 거대 병기가 그러고 있는걸 멍하니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을 이제야 눈치챈듯, 살짝 기계의 머리를 아래부분으로 숙인 에고스틱은, 다시 입을 열어 사람들에게 통보했다.
[거, 여러분들. 거기서 뭐하십니까?]
[구경꾼은 필요 없으니, 그만 가주실래요? 훠이, 훠이.]
마치 날파리를 내쫓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아무 관심이 없다는듯, 시민들보고 가라고. 정확히는 순순히 도망치라고- 하는 그.
그제야 정신차리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켜 서둘러 그 병기로부터 도망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그것에서 다시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모처럼 멋진 로봇을 얻었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건 심심하네요.]
그러더니 살짝 섞이는 농담처럼 과장되게 나오는 말하는 그.
[막 심심해서 도시를 파괴하고 싶어지네요! 으악! 거대병기를 타니 파괴충동이!]
[그러니.]
거기까지 말한 그는.
마치 이게 본론이라는 듯.
살짝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고, 말했다.
[스타더스씨. 이쪽으로 와주실래요?]
그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입에서 나온, 스타더스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리고.
"하."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빌딩에 막 도착해 그런 그의 말을 들은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있었다.
***
신하루.
그녀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서울 한쪽 편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대한 병기.
손짓, 발걸음 하나로 건물들을 붕괴시키는 그것을 보며,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날았다.
대체 어째서, 이런 재앙은 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말인가.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그 병기를 쓰러트리기 위해 스타더스는 날았다. 전속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쥐어짜가며, 날아갔다.
너무 늦으면,어떡하지.
그런 생각 하나만을 계속해서 하며.
그렇게 얼마나 날았을까.
그리고 그녀가, 거의, 진짜 거의. 조금만 더 가면 도달할 수 있을 때쯤.
소식을 듣기 위해 꽂아둔 그녀의 귀에 있는 이어폰으로부터, 음성이 흘러나왔다.
[속보입니다! 현재 거대병기가 도심 코앞까지 도착했습니다! 건물을 뽑아 사람들에게 던지려하고 있습니다! 아아, 어떻게 이런일이...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앵커의 떨리는 말을 끝으로,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낮은 기계음의 음성. 아니. 날아가는 그녀의 귀에 저 멀리서 직접 들어오는 소름끼치는 기계음.
[잘가라.]
[무능한 협회를 탓하며.]
[지옥으로 가거라, 인간들이여.]
거기까지 들은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끝내, 이렇게 돼버리고 마는건가.
자신은 늦은건가.
그렇게 그녀가, 참담한 심정으로 향할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으아악!]
갑자기 그 로봇으로부터 들려오는 비명소리.
[어라? 여러분, 갑자기 거대병기가 멈추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앵커도 당황하며 소식을 전했고.
잠시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아까와는 달리 훨씬 밝은 목소리.
그리고 그건.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인사올립니다. 에고스틱입니다!]
그녀의 숙적, 아치에너미.
[이게 무슨일인가요! 갑작스럽게 그것에서 에고스틱이 튀어나왔습니다!]
"...에고스틱?"
에고스틱이었다.
***
거의 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이제 이어폰을 껐다.
아까 무언가의 사태로 거대병기가 잠시 움직임을 멈춘동안,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계를 돌파해 날아왔기에.
끝내, 거대병기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 위에 안착한 그녀가 본 것은.
죽기 직전이었던 사람들을 귀찮아서라는 듯 물리치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순순히 보내주는 에고스틱의 모습과.
[스타더스씨, 이쪽으로 와주실래요?]
거대병기에서 들려오는, 웃으면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그걸 본 그녀는.
"하하...."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음이 나오는걸 느꼈다.
건물의 옥상 위.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신의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옥상위에 선 채, 아마도 에고스틱이 타고 있을, 아까까지만 해도 모두를 학살하려고 했던 그 병기를 보며.
그녀는 떠올렸다.
그래, 이런 상황을 어디에서 한번 겪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처럼 곤란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와서 모든걸 처리해줬던 기억이.
저번과도 같은 옥상에서, 마치 지금처럼 들려왔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그래.
악어 괴한이 축제에서 튀어나와, 테러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죽기 일보직전, 그녀가 신상 노출도 각오하고 나서려 했을때.
이상한 이유를 대며, 대신 나와 문제를 해결해줬던 한 사람.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람들 수천명. 아니, 어쩌면 수만명 수십만명이 죽게 생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어디선가 튀어나와, 그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마치 그냥 귀찮아서라는 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구해내여 보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어느새인가 깨달아버렸다.
"하....."
자신은, 이미 에고스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고.
이내 모든 상황을 진압한 뒤, 의도한게 아니라는 듯 무심히 사람들을 구해주고, 마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양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모습에.
그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는걸.
"그래..."
그녀는 전신을 감싸는 안도감을 느끼며.
이내 에고스틱쪽을 향해,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일단, 너가 나를 불렀으니."
"내가, 가야겠지."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고민없이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그때까지도.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
"오빠. 앞에 지금 드디어 스타더스 오고 있어요!"
"그래? 그럼 우리 조금 더 뒤로가자. 여기 근처에서 싸우면 사람들 다 죽겠다 야."
"야. 이제 막 치고박고 싸우는거야? 재밌겠네."
"다인씨. 조심히 조작하세요. 그러다 넘어지면 큰일나요."
"맞아요. 다인오빠."
"오케이 오케이."
거대병기의 머리쪽, 조종실.
스타더스랑 좀만 투닥거리다 돌아갈거라는 내말에, 그럼 자기네들도 따라오겠다고 우겨서 다같이 온 일행들. 그런 그들의 앞에서, 나는 이 거대병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내 손길대로 움직이는 이 탄탄한 강철의 골격을 봐라. 사나이의 로망이 이거지. 끝내주는 기분이다. 정말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그런 나는, 어느새 내쪽으로 가까이 온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하루야. 오늘 한번 파워업 좀 제대로 해보자."
이런 거대병기랑 깔끔하게 다른 방해요소 없이 1대1로 맞다이 뜰 수 있는 기회 자주오는거 아니다.
오늘 한번 능력, 빡시게 한 2배정도 강화시키고 가자고.
나는 웃으면서 손을 풀고, 본격적으로 조작대를 움직였다.
내 계획은, 스타더스랑 좀 투닥거리며 논 다음에, 대충 어느정도 완벽하게 성장했다 싶으면 빠르게 도주하는 것.
좋아.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계획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풀려나가고 있다.
오늘이야말로 몸 성히 한번 집에 돌아가보자고!
***
그리고 그시각.
대통령 집무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한 요원이 말을 이었다.
"대통령님. 현재 스텔스 미사일 이 발사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는 다른 요원이 덧붙여, 입을 열었다.
"방금 협회쪽에서 온 연락입니다만. 사태가 어느정도 안정되어서 미사일은 발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추가 인명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림자에 몸을 감추고 있던 대통령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미사일 발사버튼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