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5 Electra
한 건물의 옥상.
나는 그 위에 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있는 건, 커다란 카메라.
저 아래 골목쪽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는 에고. 관제탑, 응답하라, 응답하라."
[...관제탑은 무슨. 대체 또 뭘 보신거에요? 하여튼, 응답했어요.]
"그래. 이제 슬슬 작전을 시행해도 괜찮겠지?"
[...네. 지금 시간대가 제일 적절할거 같네요. 주위에 시시티비도 다 작동정지 시켰어요.]
"그래. 그럼 이제 하기만 하면 되겠네. 최세희?"
"...휴우. 어."
"자, 갔다와라. 작전대로만 하면 되니까. 오케이?"
"....오케이. 근데 너, 진짜 마지막에 꼭 나 데리러 와야된다?"
"당연하지. 그럴려고 카메라도 챙겨왔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염력으로 띄워논 카메라를 흔들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들이마쉬는 그녀.
"....휴. 이제 출발한다."
최세희는 긴장된다면서도, 얼굴 아래 희미한 흥분의 기색을 보이며, 하늘로 날아 손을 뻗었다.
그렇게, 테러가 시작되었다.
***
서울의 한 사거리.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분주한 삶의 활력이 느껴지는 이곳.
활기차면서도 평화로운 이곳에.
갑자기, 벼락이 내리꽂아졌다.
콰앙-.
"꺅!"
정말 뜬금없이.
마른 하늘에 내린 날벼락.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들은 한두개가 아니었고.
그것들은 전부, 근처의 가로수들로 콰앙- 콰앙-하며, 내리꽂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고.
자동차에 탄 사람들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 멈춰 창으로 고개를 빼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사거리에 중심에, 이때까지 떨어진 벼락 중 제일 커다란, 마치 거대한 노란 기둥같은 벼락이, 하늘에서 쿠웅-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사거리의 아스팔트 바닥이 전부 해집어지며, 모든걸 부술 기세로 엄청난 위용을 보여주며 떨어진 벼락.
그제서야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걸 깨달은 사람들이, 혼비백산 차를 끌고 크락션을 울리며 도망칠 때.
사거리 한복판, 벼락이 떨어졌던 그곳의 연기가 걷히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니테일로 묶은, 바람에 흩날리는 주황색 머리카락.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다리쪽에서 전기폭풍을 일으키며 그 위에 서있는 모양세였다.
그렇게, 허공에서 전기를 뿌려가며 등장한 그녀.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그녀는, 이내 잠시 숨을 들이마쉬더니, 기합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육안으로도 파악하기 힘들 만큼 수없이 많은 스파크 몇백, 몇천 줄기가 그녀의 몸에서 사방으로 강렬하게 뻗어져나가기 시작하며, 사거리에 있는 모든것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이 사실은 즉시, 협회에게 보고되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빌런이,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는.
***
신하루.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녀는, 남들에게 말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녀는 A급 히어로, 스타더스라는 사실.
대학교 수업에 출석은 하지만, 평상시에도 그녀가 대학에 있는건 아니다.
선배랑 카페에 있거나 집에 있는걸 제외할 때, 그녀가 주로 있는 곳은 바로 히어로 협회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수시로 빌런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받고, 빌런이 등장했을 때 출동하기 가장 편한곳이 사무실이었기에, 낮에 선배와 만나지 않을 때는 주로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지금.
히어로 협회 사무실에 앉아있는 그녀는, 컴퓨터로 습관처럼 보게 된 사이트를 보고있었다.
*
[에고스틱 팬카페 성 명 문]
우리 10만 망고단 일동은.
엘리강트하고뉴패러다임이며지니우스한사상자0명전국생중계 테러를 2개월째 안하고.
지지자들의 호소속에서도 피도눈물도 없이 잠수를 타고있는.
간악하고 비인간적인 빌런 '에고스틱'에 대한 엄벌을 요청합니다.
에고스틱은 지금 당장 잠수를 끝내고 소식을 전해라!!!!!
제발....이러다가 나 죽어....
왜안와?왜안와?왜안와?왜안와?
=[댓글]=
[지지합니다^^]
[에고스틱이 아니라 봉고스틱이라네요]
[ㄹㅇ 이제는 3개월 이상이 아주 패시브야]
[테러범이? 테러를 안하는건? 직무유기가 아닐까?]
[나 추워... 왜 안 와]
[스타더스만 일 안한다고 행복하고 나머지는 다 불행한듯ㅋㅋㅋ]
ㄴ[ㄹㅇㅋㅋ별먼지단도 요즘 심심해죽겠다고 하더만]
ㄴ[걔네는 왜?]
ㄴ[망고 없으니까 ㅈㅂ들만 나와서 싸울때 폼이 안난데 다들 한방컷이니ㅋㅋㅋ]
ㄴ[아ㅋㅋ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늘 스타더스만 부르기는 했네]
ㄴ[에고스틱 없는 스타더스는 앙꼬빠진 찐빵이 아닌교]
ㄴ[근데 그런든말든 스타더스는 요즘 편하다고 ㄹㅇ싱글벙글하고 있긴 하겠네ㅋㅋㅋㅋ]
*
"하아..."
아무것도 모른채 웃고 떠드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쉬는 하루.
자신이 보기에 에고스틱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죽은 것 같다. 그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다시 상기될 쯤이면, 그녀는 언제나 가슴 한쪽이 살짝 쓰라렸다.
....그깟 빌런 하나 죽든 말든,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신경쓰이며 죄책감이 드는 것인가.
그렇게 살짝 다운된 기분으로 그녀가 멍하니 앉아있을 때.
벌컥.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협회 요원이 들어왔다.
"스타더스님. 또 서울 시내에 빌런이 출현했습니다! 지금 당장 출동을!"
"...알겠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기분이 어쨌든, 그녀는 히어로인만큼.
즉시, 빌런을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
하늘.
슈트를 입고 창공을 가르지르며 사건 현장으로 날아가던 그녀는, 협회에서 오는 보고를 받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범인은 20대 여성으로 보이며, 전기를 활용하는 능력을 지닌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사거리에 있는 기물들을 무작위로 파괴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전부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현장 근처에 있는 B급 히어로가 진압을 시도했으나, 즉시 피격당해 현재 전투불능 상태입니다.]
[부디 주의를.]
"알겠습니다."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생각을 곱씹으며 그쪽으로 계속 향했다.
어차피, 그녀가 몇방 휘두르면 금새 진압될거다.
대다수의 빌런들은 이제, 그녀의 힘을 이기지 못하니.
....늘 뒷배가 있던 에고스틱을 제외하면 말이다.
"쯧."
또 그의 생각을 해버린 그녀는, 고개를 털고 정신을 집중했다.
빌런과 전투할때는, 아무리 그래도 최대한 집중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잠시 비행을 하여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위쪽에서 아래의 상황을 파악했다.
사람들이 다 도망쳐 한산한 사거리.
그 중심에, 수많은 전격파에 둘러싸여있는 한 인영이 보였다.
전기의 폭풍에 한가운데서, 사방의 기물을 향해 전기를 쏘아내고 있는 그녀.
이미 주위의 가로수나 신호등, 전봇대, 변압기, 아스팔트 바닥, 건물의 외벽 등 그 사거리에 있는 모든것들이 다 초토화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저렇게 계속 납두고 있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지금 상태를 봤을때, 능력을 폭주하는걸로 보이는 모습. 당장 진압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을 내린 그녀는, 하늘에서 저 아래로 내려갔다.
쿠웅. 히어로 랜딩을 하며 땅으로 착지한 그녀.
그리고 그 소리에, 빌런이 반응했다.
마구잡이로 전격파를 날리며 파괴하는걸 멈추고,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를 바라보는 그녀.
주황색 머리를 찰랑이며 스타더스쪽을 바라본 빌런은, 이내 예상했다는 듯,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 너가 스타더스구나?"
"빌런. 지금 당장 테러행위를 멈추고 항복해라. 바로 항복하지 않으면 진압하겠다."
매뉴얼대로, 빌런에게 외친 스타더스.
그런 그녀를 향해, 주황색 머리칼에 빌런은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항복? 싫은데?"
그와 동시에 전격탄을 그녀에게 날리는 빌런.
스타더스는 이를 피하며, 빌런을 향해 날아갔다. 그녀를 잡기 위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기의 폭풍을 일으키며 하늘위로 날아가버린 빌런.
높이 솟아오른 그녀는, 손에서 스파크를 방출해가며 스타더스에게,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내 이름은... 일렉트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에 휩싸여 스타더스를 바라보며 빌런, 일렉트라는 웃는 상태로 입을 열었다.
"그를 위해 스타더스, 너를 상대하려고 왔다."
그녀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사방으로 전기의 줄기를 쏘았고.
스타더스는 그녀에게 쏘아지는 전기의 세례들을 피해가며, 이를 악물었다.
대체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왔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그녀가 말하는 '그'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건, 일단 그녀를 쓰러트리면 자연스레 알게 될테니.
스타더스는, 주먹을 쥐고 다시한번 전격의 폭풍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
한편, 그 모든 광경은 하늘 위에 날아다니는 방송국 헬리콥터의 카메라에 찍혀, 뉴스 생중계로 방송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또 뭔일인가- 하고 티비나 휴대폰으로 그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때.
나는, 그 근처 건물 옥상에 서서 그 광경을 직관하고 있었다.
캬. 최세희. 내가 오랫동안 일대일로 붙어서 교습해준 보람이 있구만.
저 스타더스를 상대로 저렇게 꽤 버티는걸 봐라.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래도 뭐. 결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밀릴테니, 그쯤되면 내가 나서야겠지만.
나는 그렇게 미리 챙겨온 팝콘을 집어먹으며 전투의 현장을 라이브로 시청했다.
"재밌네."
역시 싸움 구경에는 팝콘이지.
팝콘이 달다,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