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2 인재 영입
모든 것은 스타더스를 위해.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한참을 방황한 끝에 삼은 삶의 목표다.
결국 이 세계의 주인공은 스타더스.
그래. 내 최애캐이기도 한 그녀를 위해, 내 한 몸 불사르리라.
그를 위해 내가 마음먹은 결론. 스타더스를 괴롭게 하던 빌런들은 내가 다 치워버리자.
근데 그러면, 스타더스는 누구랑 싸우지?
고인 물은 썩는 법. 활동을 안하는 히어로를 과연 히어로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스타더스는 시련을 겪을수록 강해지는데?
...그래
내가 직접 빌런이 되어,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내어주자.
그렇게 지금까지 열심히 테러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설 때가 되었다.
"테러를 굳이.... 내가 해야할까?"
그래.
이거 꼭 내가 직접 해야돼?
아니지, 아니다. 대충 사망자만 안나오고 스타더스만 성장시킬 수 있다면, 꼭 내가 아니라 다른 빌런이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내가 빌런 연합 같은걸 만들어서, 나 말고 다를 빌런들이 나 대신 테러를 일으키게 한다면.
나는... 은퇴해도 되는거 아니야?
그런만큼 새로운 능력자를 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있는 서은이와 수빈씨, 하율이까지 전부, 다들 서포터형이다. 무력을 가진 사람이 없어!
그래서 지금 다른 능력자 한명 꼬시러 가는 일이다.
여기는 한 카페.
나는 창가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카운터를 훔쳐봤다.
"언니. 이것도 먹어봐요."
"음. 여기 딸기 케익도 맛있다."
"차윤아. 먹고 물양치 해야지."
그리고 내 옆자리에선 서은이 수빈씨 하율이 차윤이까지 전부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가장에게 개인시간이란 없는가.
***
이번에 내가 꼬실 사람은, 최세희라는 여자다
지금 내가 있는 카페에서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녀.
"....네. 7000원입니다."
주황색 머리에 뭔가 세상 만사 찌든 표정으로 주문을 받고 있는 최세희.
이번에는 그녀가 어떻게 사나 염탐만 온 것이기에, 나는 조용히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재 영입을 위해 카페 좀 갔다온다고 하니까.
주말인데 같이 가자며 다들 날 따라나왔다.
다들 맛있게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는 모습.
"오빠. 오빠도 좀 한 조각 먹어요."
"응? 아, 그래. 한입 먹어보자."
맛있네.
나는 케이크를 우물거리며 계속 카운터를 바라봤다.
"......"
이와중에 번호를 따인 그녀.
인상을 팍 쓰고 거절하는 것이 참으로 볼만하다.
"흐음...."
나는 그녀를 계속 바라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제 슬슬 작업 시작해도 되겠네.
"다인씨. 카운터는 그만 바라보고 좀 더 드세요."
"오빠 허니 브레드 하나 더 시켜도 되요?"
"어. 어, 먹고 싶은거 다 시켜."
일단 이거나 먹으며 쉬고...
밤에 하면 되겠네.
나는 케익 한조각을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최세희.
전기를 뿜을 수 있는 전기 능력자다.
원작에서는 일렉트라라는 이명으로 활동하는 빌런 중 한명이다.
빌런들 중에서도 꽤나 까칠한 성격으로, 꽤나 다혈질이라는게 특징.
원작 만화 독자들한테 일진누나라는 별명으로 더 인기있는 캐릭터 중 한명이었다.
평소부터 매일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던 그녀는, 끝내 누적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내면에 파괴광의 성질을 참지 못하고 야밤에 전기를 시내 한복판에서 오버플로우해서 섀도우워커에 의해 즉시 진압.
그렇게 첫 등장을 하자 마자 바로 수용소로 이송돼 한동안 만화에 안나오던 그녀는, 나중에 대탈옥 에피소드부터 다시 얼굴을 비치게 된다.
하여튼 A급 빌런으로 지정되기도 한 만큼 전기 공격 자체는 굉장히 우수한 능력이다. 애초에 원소 능럭 자체가 어지간하면 좋다. 얼음 능력을 가진 아이시클만 봐도...
어쨌든 나는 그녀가 필요하다.
그러니 자, 한번 해보자.
***
어두운 밤.
최세희는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아..."
매일 매일 일만 하는 삶.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는 쓰러져 잔다.
"....에휴. 시발."
그녀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밤거리를 걸었다.
그녀가 돈이 부족해서 일을 하는건 아니다. 물론 넉넉한 편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혹사하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속세를 잊을듯이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남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기벽.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파괴충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
어두운 밤거리를 걷던 그녀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시티비 하나 없는 뒷골목.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녀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을 올린 상태로 두자.
이내 그녀의 손끝에서, 전기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지직거렸다.
그리고 이내, 어두운 거리를 마치 나무처럼, 전기로 인하여 허공에 별들이 수놓아졌다.
그녀의 손끝에서 출발하여 그녀의 앞쪽에 펼쳐진 반짝반짝한 노란 줄기.
자신이 이루어낸 광경을 그녀가 멍하니 보고있을 때.
"아름답네요."
뒤에서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깜짝 놀란 그녀가 급하게 전기를 내뿜는걸 중단하고 뒤를 돌아봤지만.
그녀 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골목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누구야."
경계하기 시작한 그녀가 어둠속으로 손을 뻗어, 언제든 전기를 뿜을 수 있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그녀가 경계하고 있을 때.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
짝짝짝-.
"미친놈."
저 상대도 정상이 아니라는걸 확인한 그녀가 전기를 앞쪽으로 쏘았으나.
마치 그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 전기는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박수소리.
그리고, 이내 어둠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최세희씨."
그녀에게 인사를 건내며 튀어나온 사람은
검은모자, 검은로브, 검은망토를 입고 눈쪽을 가리는 가면을 쓴 남성.
그리고 그 남성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에고스틱?"
그녀가 인상을 쓴 채 그의 이름을 부르자, 순간 멈칫하는 그.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이내 다시 입을 열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저를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지? 티비만 키면 나왔으니까?"
"....저를 알고 계실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잠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크흠. 그렇다면 설명이 더 빠르겠군요. 최세희씨. 저와 동업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지금 이야기를 못따라가겠는데. 갑자기 밤에 사람을 미행하더니 갑자기 동업이라고? 무슨 소리야."
"이런. 설명이 좀 부족했나보군요. 그러니까 테러말입니다."
"...지금 나보고 테러를 동업하자고?"
"네. 같이 테러 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이거 순 미친놈 아니야. 꺼져!"
최세희는 화를 내며 그에게 전기를 쏘았다.
안그래도 인생 좆같아 죽겠는데, 이제는 살다살다 테러범한테 캐스팅 받는 날이 오다니.
그러나 그녀가 쏘아낸 전기는 그가 자리에서 증발해버리는 바람에 다시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잘 생각해보십쇼. 늘 능력을 드러내지 못해 큰 고통에 빠지시지 않았습니까? 저와 함께라면... 당신의 본능을 숨기고 살 필요가 없을겁니다..."
"꺼지라고!"
그녀가 다시 매섭게 공격을 해봤지만.
그는 어느새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져있을 뿐이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한번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안 꺼져?"
그녀는 씩씩대며 다시 돌아봤지만.
다시, 텅 비어버린 골목.
그렇게 그녀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 골목에서, 그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씨발. 살다보니 별일을 다겪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괜히 길가의 돌맹이를 치는 그녀. 자신이 비록 히어로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빌런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살다보니, 테러범이 자신에게 접촉해올 줄이야.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짜증을 낸 그녀는 따라오는 사람은 없나 잠깐 뒤를 돌아본 뒤에, 다시 집으로 걸었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웃기는 소리. 또오면 그때야말로 놈의 낯짝을 전기통구이로 만들어주고 말거다.
그렇게 주황색 머리를 흩날리며,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렇게 계속해서 걷던 그녀는, 문든 자신의 손을 올려 바라봤다.
아까 그놈한테 자신의 능력을, 손에서 전기를 생성해 던졌을때, 그때 참 기분이 좋았지. 일종의 해방감도 느껴지고, 속도 뭔가 뻥 뚫리는 기분이고.
자신을 지금껏 옥조이던 것들이, 순간 날아가버린 기분.
"......"
그와 함께라면, 늘 이런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인가?
"시발. 뭐래."
그녀는 다시 혼자서 욕설을 내뱉은 뒤, 발걺음을 옮겼다.
자신은 그런 파괴광,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내가 어떤 조건 하에서라도 테러리스트가 될 일은, 결단코 영원히. 없다.
***
"다인씨. 그 새로운 동료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아 그거요? 순조롭게 진행중이에요. 지금은 부정하는거 같은데, 함락까지 얼마 안걸릴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컵라면을 한젓가락 들었다.
순간이동 자주하면 힘들어서 배를 채워줘야 하는 법.
나는 면을 후루룩 먹으며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바로 내가 매니저로 있는, 스타더스 팬카페에 들어갔다.
캬.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스타더스 게시글 정리하며 보내는 삶. 이게 야스지.
옆에서 수빈씨는 그런 나를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지...?
하여튼 그건 그렇고, 나는 최세희에 대하여 떠올려봤다. 내가 영입하기로 마음먹은, 전기 능력자인 그녀.
그녀의 나를 향한 거부감, 테러를 하기 싫다던 그 완강한 태도를 고려해 봤을때.
흠.
한 일주일이면 충분히 되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