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6 잘못된 만남
당혹.
스타더스를 처음 마주친 나의 심정은, 당혹감이었다.
아니 왜 얘가 여기서 나와?
너 원작에서는 여기 안갔었잖아!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리 만무.
그렇게 우리는, 서로 입을 열지 않은 채 기묘하게 마주보고 있었다.
....아니, 지상으로부터 몇백미터 떨어진 이 깊은 지하에서 갑자기 이렇게 마주칠 줄 알았냐고.
그렇게 나와 똑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스타더스는, 순식간에 표정을 갈무리하더니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에게 차갑게 묻는 그녀.
"....너. 너가 왜 여기서 나오지?"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아니, 스타더스. 당신이야말로 왜 여기 계십니까?"
"나는 히어로다. 당연히 이 안에 시민을 위협하는 괴물들과 위험물질들이 있는데, 와서 당연히 처리해야지."
무슨 당연한걸 묻는냐는 듯 대답하는 그녀.
그래,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너는 원래 여기 안왔었다니까!
그렇게 내가 입을 꾹 닫고 소리없는 아우성만을 치고 있을 때.
그녀는 갑자기 씨익 웃더니, 손을 뚜둑 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잘 됐군. 생각치도 못한 수확이야."
와, 스타더스가 웃는건 이 세계에 와서 처음보는 것 같다.
주먹을 꺾으며 웃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신.
저 웃음이 나를 잡으려는 생각에 나오는 것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순순히 잡히면 많이 아프지는 않을거다."
그녀는 그 말과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응, 순간이동.
나는 그녀가 내 쪽으로 달려옴과 동시에 그녀의 뒤로 순간이동했다.
그러나 예상했다는 듯이, 그대로 고개를 돌려 뒤쪽으로 팔을 휘두르는 그녀.
나는 하는 수 없이 더 뒤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잠깐은 무슨 잠깐이냐!"
나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나에게로 날아왔다.
이 좁은 복도에서 뭐하는거야 대체!
"잠깐, 타임합시다 타임!"
내가 계속 순간이동으로 그녀의 수마를 요리조리 빠져나가자, 이제는 결국 나를 잡는걸 포기하고 주먹을 쥔 그녀.
야, 미쳤어! 나 너 주먹 한대 맞으면 나 즉사야!
"저기요 스타더스씨! 조금만 진정하시고!"
그러내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대로 내쪽으로 날아와 주먹을 날린 그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를 대신해 애꿎은 벽이 그녀의 주먹을 대신 맞아버리고 말았다.
쿠웅-.
분명히 죽지는 않게 힘 조절을 하고 때린 걸텐데도, 벽에 맞닿자 굉음을 내며 흔들리는 벽.
그 덕에 천장도 흔들리고 먼지도 흩날리고 전등은 깜빡이고 아주 난리가 났다.
"여기 다 부술일 있습니까! 조금만 진정하고 제 얘기 좀 들어 주시죠!"
아직도 흔들리는 지하.
복도를 반쯤 부숴놓고 나서야, 스타더스는 진정했다.
"...무슨 얘기?"
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들어보겠다는 건가.
하늘색 눈동자를 나에게 고정하며, 그녀는 잠시 공격을 않겠다는 듯 한쪽 팔을 허리에 올렸다.
자, 이제 여기서 입을 잘 털어야 한다.
아니면 끌려가게 생겼어....!!
"일단 저는 싸울 생각 없습니다. 애초에 서로 이렇게 만날 줄 모르고 들어온거 아닙니까? 각자 원래 하던 일을 하는게 어떨까요?"
"...나보고, 지금 빌런인 네가 여기 1급 보안시설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납두라고?"
음, 이건 아닌것같군.
"아니, 그 저도 어차피 여기 무슨 짓을 할려고 온건 아닙니다. 한은그룹 얘네가 괘씸해가지구, 방송을 할려고 했을 뿐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를 보여줬다.
"...여길 방송했다고?'
그녀의 표정이 더욱 안좋아지고 있다.
이것도 미스였다는 말인가!
스타더스가 다시 주먹을 쥐고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 같기에,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 임시 동맹을 맺는건 어떻습니까?"
"임시 동맹?'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이 입을 열었다.
"스타더스, 당신도 어차피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모르시지 않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제일 깊숙한 곳에 내려갈 때 까지만 동맹을 맺고 같이 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사실 어차피 저를 잡으려고 하셔도 저는 순간이동으로 그냥 도망치면 그만입니다. 그보다는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함께 예? 상부상조하며 가는거죠. 저도 여기 밑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음, 내가 생각해도 개소리 그 자체다.
당장이라도 그녀가 '히어로인 나보고 빌런이랑 동맹을 맺으라고?' 하며 화를 내며 달려들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
에이, 이제 진짜 어떡하지. 그냥 도망칠까? 내 베히모스, 내 파워업, 안녕....
그렇게 내가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을 때쯤, 잠시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표정을 푸는 그녀.
그러더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 좋아. 여기 밑에 내려갈 때 까지만 같이 가던가."
"네?"
"...왜 네가 말해놓고 네가 놀래?"
내가 당황하자, 오히려 살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
"따라와. 안그래도 나 혼자 처치하기 곤란했는데, 네가 좀 도와주던가."
"네? 아, 예. 좋습니다."
다시 저 밑쪽으로 먼저 앞장서는 그녀를 보며, 나는 홀린듯 멍하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지?
내가 뱉어놓고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선뜻 받아들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지? 무슨 꿍꿍이지? 내가 아는 스타더스는 저럴 사람이 아닌데?
당연히 빌런이랑 타협은 없다며 달려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저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같이 이 지하를 걸어가게 되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스타더스.
그녀가 이 지하로 내려오자마자 만난 것들은, 수없이 많은 괴물들이였다.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끔찍하게 생겼으며, 전부 하얀색으로 생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놈들.
그녀의 주먹 한방에 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하나하나 무언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녀를 섬찟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기분은 연구실 쪽으로 들어가자 더욱 강해졌다.
그들이 연구한 끔찍한 기록들.
유리벽을 사이로 가둬놓았을 실험체들은 이미 탈출한지 오래고, 그들의 기록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
《RKCB-0064》
[가칭]지옥고양이
[유의사항]매우 빠르다. 먹이를 줄때 주의할 것.
*
*
《RKCB-1107》
[가칭]순간이동자
[유의사항]순간이동을 하여 도망칠 수 있으므로 A등급 보안을 늘 유지한다. 뒤에서 덮치므로 주의를 표할 것.
*
"끔찍하군..."
비인간적인 실험으로 탄생했을 괴물들.
만약 이번 사고로 밝혀지지 않았으면, 서울 한복판에서 이들이 계속 생체실험을 하였을꺼라는 생각에, 그녀는 몸을 살짝 떨었다.
그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만약 에고스틱이 다리를 부수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
그렇게 그녀는 계속, 천천히 눈에 보이는 괴물들을 하나하나 없애가며 앞으로 걸었다.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자 통신도 끊기고, 전등도 깜빡이며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기에 미로처럼 얽힌 수많은 갈림길들까지.
그러나,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달한 그녀의 직감이,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그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의 감각이 그녀를 이끈 곳 앞에는.
"으악!!!"
자신이 튀어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칼을 휘두르는 에고스틱이 서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도 매우 당황했다.
여기서 에고스틱이 나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제빨리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다.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잡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잠깐!!!"
"잠깐은 무슨 잠깐!!!"
그렇게 그녀가 잡기 위해 달려들어 봤지만, 역시나 순간이동으로 이리저리 도망치는 그.
결국 그녀가 벽을 쳐 이 지하실을 거의 무너뜨릴뻔 하고서야, 그녀는 멈추고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들어봤다.
방송을 위해 여기에 왔다는 그의 말과.
"임시 동맹?"
이 지하의 끝까지만 같이 동맹을 맺고 내려가자는, 그의 제안.
거기까지 들은 그녀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대체 자신이 왜 빌런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거절한 후 다시 그를 공격해볼까 했던 그녀였지만.
순간, 그런 생각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잠깐. 저 자식은 어차피, 그냥 능력으로 도망쳐 버릴 수 있잖아?'
그렇다.
아까까지는 그가 그냥 짧게짧게 순간이동을 하기에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애초에 에고스틱은 마음만 먹으면 아예 이 지하 밖으로 한순간에 도망가버릴 수 있다. 애초에 지금까지도 매번 테러를 일으킨 뒤 바로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건 안된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단둘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아니, 아마 없을 것이다.
저놈의 성격상, 다음에 만난다면 또 어디서 전국민에게 송출되는 카메라 앞이겠지. 놈이 세팅한 무대에서.
그에게 휘둘리지 않은 채 같이 있을 수 있는 순간이, 어쩌면 지금이 유일할 수도 있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거절하면 그대로 잡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 알아낸 채, 그냥 쟤만 도망갈 뿐이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옆에 두고 같이 다니면, 놈에 대하여 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에고스틱에 대해 품었던 의문들이 어쩌면... 해결될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 옆에 끼고 다니면, 쟤가 여기에 내려온 이유가 정확하게 뭔지도 알 수 있을테고.
거기다 애초에 저녀석은 지금까지 나를 해치려는 기색을 보인적도 없고... 애초에 쟤가 도망치지도 않고 일대일로 싸우게 되면 그녀의 압승이다. 딱히 위험성도 적다는 소리.
'그래, 이건 그냥 어차피 이대로 놓칠거라면, 그 전에 정보라도 빼내기 위함이야.'
그렇게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변명을 하며,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그래, 좋아. 여기 밑에 내려갈 때 까지만 같이 가던가."
"네?"
자기가 먼저 제안해 놓고서는, 그녀가 선선히 받아들이자 역으로 놀라는 그의 모습.
...웃기네, 자기도 내가 안받아 줄거라고 예상하고 그렇게 그냥 던져본건가 보다.
생각해보니까 쟤가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보는 것 같네. 지금까지는 늘 그녀가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며 당했었으니까.
"...왜 네가 말해놓고 네가 놀래?"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 들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 오늘 그를 붙잡으거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대신, 여기서.
그녀가 에고스틱에 대하여 늘 느꼈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
스타더스가 임시동맹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어, 우리는 함께 미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아직도 이해가 안되네.
그렇게 나는 경계의 기색을 낮추지 않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히어로가 빌런한테 뒤통수 맞을까봐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빌런이 히어로한테 통수당할까봐 걱정하다니, 이게 맞나?
그렇게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사이에는 딱히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끔씩 다가오는 실험체들은 그녀가 주먹질 한방에 처리하니, 뭔가 무섭지도 않았다. 혼자 있었을 때는 조오금 쫄렸는데 말이지.
내가 가끔 농담을 던지면, 그녀는 그냥 씹고 뭐 그런게 반복됐다.
물론 가끔 웃참에 실패해 피식 웃더니, 급히 표정을 갈무리하고 나한테 조용히 해- 라면서 째려보는건 좀 귀여웠다. 내가 너 유머코드를 다 알아.
어느덧 끝이 가까워진걸까, 점점 수없이 많은 연구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 서류 저 서류를 뒤적였다.
나는 뭐했냐고?
그녀가 어딜 빌런이 기밀을 볼려고 하냐며 못보게 해서 그냥 그녀만 바라보았다.
음, 사실 최애를 이렇게 가까이서 오래 볼 수 있다니, 어쩌면 이건 일종의 포상 아닐까?
금발머리를 늘어트린 채로, 몸에 딱 달라붙는 빨간색 히어로 슈트를 입은 채 연구실을 뒤적이는 스타더스의 모습은 볼만했다.
좋네, 좋아.
그렇게 얼추 무언가를 알아낸걸까.
우리는 다시 안쪽으로 향했다. 아니, 여기 왜 끝이 없어? 무슨 개미굴도 아니고.
더 신기한거는 어디로 갈 줄 알겠다는듯 척척 발걸음을 옮기는 스타더스였다.
여기 지리를 미리 조사하고 온건가?
...설마 벌써 초감각이 발달된건 아니겠지. 에이.
어쨌든 이번에야말로 진짜 끝까지 온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
....근데 지하에 바람이 어떻게 부는거지.
계속 걷던 우리가 마주한 것은 [최고 기밀 지역].
그리고 그 옆에, 빨간색으로 덕지덕지 칠해진 통로가 있었다.
"...여긴 뭐하는 데지?"
그녀의 의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할 뿐이었다.
"일단 들어가 보죠."
"흠..."
그녀는 고민끝에 들어가 보는걸 선택했고.
그렇게 우리는 같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통로를 쭉 걷다보니 나온 것은, 작은 방.
"초상 능력 억제의 방...?"
그녀는 그 방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고 중얼거렸다.
초상 능력 억제? 이 방 안에 들어가면 능력발동이 안된다는 소리인가?
아니, 한은그룹이 이런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고?
이건 진짜 심각한 기술인데...
내가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내 앞에 있던 스타더스가 나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에고스틱, 네가 먼저 들어가봐라."
"...저요? 제가 왜."
내가 그렇게 말하자 조용히 주먹을 들어올리는 그녀.
...그래, 그래. 내가 들어가본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두평짜리 작은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방이 하얀색으로 뒤덮여있는 밀실. 시계 같은게 하나 걸린거 말고는, 그냥 깔끔하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진짜 능력 사용이 안된다는 소리지?
나는 시범으로 내가 들고온 보따리를 향해 염동력을 사용해봤다.
"흡?"
오, 진짜 안되네.
그럼 순간이동은?
정신을 집중해 보았으나 역시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거 신기한데.
"어떠냐. 정말로 능력이 사용되지 않아?"
"네. 그렇네요. 무슨 원리지?"
내가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 거릴때쯤, 그녀는 자기도 실험해 보겠다는 듯 안쪽으로 들어왔다.
"...정말로 안되네."
그렇게 그녀가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있을 때, 나는 방 한쪽면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거 잘 쓰면, 진짜 대박이겠는데. 원리가 뭐지...
내가 벽을 보며 슬기로운 탐구활동을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뒤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방이 흔들렸다. 뭐야?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벽을 주먹으로 박아버린 스타더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능력이 억제됐어도, 원채 힘이 강해서인지 주먹모양으로 움푹 파인 벽.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멋쩍은 듯 내 눈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진짜로 다 억제되는건지 확인해볼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벽을 그렇게 무식하게 치면 어떡합니까?"
잘못됐다가는 여기 수몰돼서 죽을뻔했네!
그렇게 따질려고 할 무렵, 갑자기 우리가 들어온 방문 앞에서 경보음이 나더니.
뻥 뚫려있던 방의 입구가 깁자기 위에서 내려온 차폐막에 의해 막혀버렸다.
쿵-.
"뭐, 뭐야?"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그녀.
당연히 그녀만 당황한게 아니다. 나도 황당하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시맨트로 이루어진 차단막이 내려와서, 아까까지 복도로 이어지던 공간이 갑자기 막혀버렸다.
"....."
어...
그러니까 지금 상태가.
갑자기 이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밀실에
스타더스랑 둘이, 사이좋게 능력도 서로 잃은 상태로 갇힌거지?
"....."
"....."
그렇게 좁은 방에서는, 적막만이 흘렀다.
음.
좆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