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65화 (65/328)

EP.65 공포 방송

"엄청난 우연이었죠,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정도면 마포대교 앞에 제 동상 하나 세워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상ㅇㅈㄹ 무친련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 오히려 당당하니까 호감가네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나오니까 진짜 우연이였던거 같네ㅋㅋㅋㅋㅋ]

[망고동상 드가자~~]

[동상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빌런ㅋㅋㅋ]

[이제 망고단애들 십시일반 돈모으기 시작할듯ㅋㅋㅋ]

[벌써 두렵다]

아니, 농담으로 던진말에 왜이래?

진짜 돈 모아서 동상 세우려고 드는건 아니겠지?

한은그룹 지하에 있는 비밀의 연구소.

하얀 벽면과 바닥으로 뒤덮여있는 복도를 걸으며, 나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방송을 하면서.

키자마자 마포대교를 내가 한강꼴박이 일어날지 알고 미리 부순거냐는 채팅이 도배되기 시작하길레, 동상 드립이나 치며 유야무야 넘겼다. 내가 우연이라는데, 어쩔꺼야?

결국 내 공식입장을 들은 사람들은, 슬슬 마포대교 사건보다는 지금 내 현재 위치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임?]

[무슨 복도의 사방이 다 하얗냐... 정신병원임?]

[불빛 꺼졌다 켜지는거 ㅈㄴ무섭네 사일런스 힐도 아니고]

[옆에 핏자국 뭐냐?]

"여기가 어디냐면... 짜잔! 한은그룹 지하랍니다. 네, 이번에 일어난 그 끔찍한 재앙을 만들어낸 곳이죠."

[????]

[거기 어케들어간거임ㅋㅋㅋㅋ]

[협회 오열ㅋㅋㅋㅋㅋ]

[협회가 저 위에 막고있지 않음? 어떻게 들어온겨?]

[딱보니까 순간이동으로 들어온듯?ㅋㅋㅋ]

[근데 저기는 왜 들어가는거냐 갑자기?]

"제가 여기를 왜 들어왔냐! 아니, 솔직히 우리 터놓고 말해봅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악당이 누굽니까? 저 아닙니까!"

[ㅈㄴ뻔뻔하네ㅋㅋㅋㅋ]

[아니 누가 그걸 지입으로 말하는데ㅋㅋㅋ]

자, 이제 개소리를 한번 지껄여보자.

"그런데 말입니다, 네? 상도덕도 없이 말이야. 여 지하에서 업계 대선배 허락도 안맡고 지네 맘대로 생체병기 만들고있어? 몹시 괘씸하더군요. 그래서 그 벌로, 이번에 이들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기밀? 관계자외 출입금지?"

나는 복도를 걸어가던 중, 벽면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를 보며, 그쪽으로 엿을 날려주었다.

"그런건 없다 한은아!!! 너네의 최고 기밀 시설, 전국으로 생방송중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미친놈처럼 웃어줬다.

일류 악당은 어디서든 광소를 지을 줄 알아야하는법.

...그리고 솔직히, 이번에는 찐텐으로 웃겼다.

한은그룹 걔네들 어차피 지금 거지꼴로 숨어있을텐데, 이거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주먹만 부르르 떨고 있을 모습 생각하니 웃음이 막 나와.

그렇게 [무친련ㅋㅋㅋㅋ]으로 도배되는 채팅창을 가면으로 힐끗 보며, 나는 다시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하얀 복도.

무언가 약간 소름끼치는 기분이다.

거기에 전등도 나갔는지 어두어졌다-밝았다 하니 훨씬 을씨년스러운 기분.

아니, 진짜 조금 무서운데?

심지어 괴물이 언제 어디에서 갑툭튀할지 모르니까 더 무섭다.

[아니 ㅅㅂ근데 여기 왜 이렇게 무서움?]

[ㄹㅇ뭐 갑자기 튀어나올거 같은 분위기인데]

[순간 불 나가서 어두워질때마다 움찔하게 되네]

[왜 갑자기 장르 공포물됨?]

[공포 게임(아님)스트리머ㅋㅋㅋ]

[야 잠깐 나 저쪽에서 뭐 본거같은데?ㄷㄷ]

아니 시발 무서우니까 그런 채팅 치지 말라고.

안그래도 내 발소리 빼고는 정말 고요해서, 무언가 무섭다고!

그러나 무섭다든 티를 내는건 초보 악당.

일류 악당은 이럴때일수록 더욱 당당하게 나가는 법이다.

"여러분, 쫄지 마십쇼. 뭐가 튀어나오든 그게 절 이길 수 있을것 같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리 챙겨온 총들을 두둥실 띄워 올렸다.

괴물? 냉혹한 현대병기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전해줘라.

[공포영화 보면 꼭 저런 말 한 애가 제일 먼저 죽던데ㄷㄷㄷㄷ]

이상한 말은 무시했다.

플래그 세우지 마!

***

그렇게 나는 계속 더욱 깊숙히 깊숙히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조금 공포스러웠던 분위기도, 내가 농담을 계속 던지고, 그 어떠한 괴물도 나타나지 않자 조금씩 희석되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왜 괴물들이 진짜 안나오지? 이제 슬슬 나올때가 됐는데?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서서히 본격적인 연구시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잔뜩 널부러트려진 책상들과 컴퓨터들의 모습.

아마 여기서 연구를 했던거겠지.

뭔가 이해가 하나도 안되는 서류들을 눈으로만 슥슥 보고, 그 옆으로 가자.

괴생명체를 연구하고 가둬놓은 곳이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가둬 놓았던 곳이지. 지금은 다 파손돼서 한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 다들 이 지하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 않을까.

일자로 유리벽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아쿠아리움처럼 강화 유리를 사이에 두고 괴물들을 관찰하게 되어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 유리가 깨져있다.

"아, 여기 칸마다 괴물들에 대하여 써놓았군요."

실제로 유리 앞마다 판같은곳에 괴물들에 대하여 써있었다.

*

《RKCB-1107》

[가칭]순간이동자

[유의사항]순간이동을 하여 도망칠 수 있으므로 A등급 보안을 늘 유지한다. 뒤에서 덮치므로 주의를 표할 것.

*

그러면서 옆에는 이놈의 사진이 붙어있는데.

와... 정말 끔찍하게 생겼다.

전색이 하얀색인 모습으로, 인간과 닮았지만 과도하게 큰 머리에 커다란 입 하나만 달린 모습. 거기에 커다란 낫과 같은 손까지.

아니... 무섭네.

이런 놈이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와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거잖아?

그때, 갑작스럽게 뒤에서 느껴지는 흠칫한 기운에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는 모습. 휴, 쫄아라.

[와 ㅅㅂ저따구로 생긴게 돌아다닌다고?]

[망고 방금 쫄아서 뒤돌아본거임? 카와이www]

[한은그룹 근데 진짜 미친새끼들이네. 저런거 몰래 어떻게 만들었냐]

나도 놀랍다.

아니, 이 세계는 분명 히어로물 아니였어? 왜 괴물이 있는데.

그렇게 미로와도 같은 연구동을 계속 해집어봤다.

깨져있는 우리와, 꿈에 나올까 무서운 괴물들의 사진.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은그룹 이새끼들이 사고치는 바람에 이 모든게 지금이라도 들통나서, 다행인거 같은데?

대체 계속해서 안들킨 채 충분한 시간만 주어졌다면 이새끼들이 뭘 만들었을지 상상이 안간다.

"크흠. 일단, 계속 안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나는 계속 더 아래로 내려갔다.

아니, 여기 왜 이렇게 넓어?

서울아래 무슨 미궁을 만들어놨다.

여전히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넓은 하얀 복도들.

갈림길도 많아져, 점점 내가 미로를 걷고 있는건지 뭘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깊숙히 들어갈수록 통신도 끊겨, 채팅창도 버벅이는 모습.

"어지럽네..."

그렇게 계속 걷고 있을때.

어디선가 들리는... 무언가 두두두 거리는 소리.

뭔가, 가까워지는 소리?

그래, 드디어 괴물이 하나 오는구만.

어쩐지 너무 안보인다 했다.

나는 들고있던 보따리에서 칼을 뽑아들고, 소리가 들리는 복도쪽으로 겨누었다.

사무라이들이나 쓸 법한 긴 칼.

물론 혹시나를 대비하여 총들도 염동력으로 띄어놨다.

어차피 원작에서 짧게 언급된 바로는, 저 괴물들은 내구가 굉장히 약해서 칼 한방에도 죽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굳이 총까지 쓸 필요도 없을거라는 소리. 시청자들에게 내 칼춤실력을 보여줄 좋을 기회다.

"자!!! 와봐라!!!"

뭐든지 썰어주마!

그렇게 저 어두운 복도에서 달려나온 것은.

하얀색의 사람 머리통만한 고양이 얼굴에.

지네처럼 길다랗지만 하얀 털이난 몸통에 달려있는 수십개의 다리들.

거기에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활짝 웃는 입 사이로 보이는 뾰쪽한 이빨들까지!

거기에 미친듯한 속도!!!! 너가 기차냐 임마!!!!

"꺄아아아아아악!!!"

그 충격적인 비쥬얼에 나는 괴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이런건 있어서는 안돼!!!!!

"쏴!!! 쏴!!!"

나는 그렇게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총을 먼저 쏴재끼고 만 것이다!!!

두두두두두두하고 미친듯이 나가는 총알들!

다행히 총 몇개가 동시에 발포한 공격을 맞자, 놈은 금방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러더니 금새 하얀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놈.

겨우, 겨우 죽였다...

"헉... 헉..."

아 시발, 염동력 사용하기도 힘들어서 칼 휘둘어보려 한건데.

순간 깜짝 놀라서 모르게 총을 먼저 발포하고말았네. 아니 근데 시발, 진짜 생긴게 무슨 B급 공포영화에 나오게 생겼어.

나만 놀란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놀란 모습이다.

인간이면 쫄 수 밖에 없는 비쥬얼과 등장이었다고.

[아 갑툭튀 ㅅㅂ]

[뭐 저렇게 기괴하게 생겼냐]

[ㄹㅇ버퍼링때문에 끊겨져서 다행이지 그냥 봤으면 심장마비 걸렸을듯ㅋㅋㅋ]

[그래도 총 몇방맞으니 죽으니 다행]

[일단 망고스틱 비명지르는거 클립따놓음 ㅅㄱㅋㅋㅋ]

음, 서은이한테 부탁해서 저 클립은 지워버리자.

하아...

뭔가 슬슬 여기 들어온게 후회도 되고 있다.

내 주제에 파워업은 무슨 파워업이야, 발닦고 염동력이나 연마할걸.

그러나 이미 후회하기는 늦었다. 매몰비용이라고,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내가 진짜 죽이되든 밥이되든 베히모스는 챙겨서 로켓펀치는 하고 만다.

그렇게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더 깊숙히, 깊숙히 들어갔다.

너무 아래로 내려와서인지 더이상 스트리밍도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

이정도면 충분히 보여줬다며, 송출은 그냥 끊었다.

[안대 돌아와~~~~]

마지막 채팅창의 단말마만이 남긴 채, 방송도 멈추고.

그러자, 진짜로 여기 지하 깊이 넓은 곳에 나 혼자 남아있다는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

무서워!

그래도 나는 걸었다. 애국가를 속으로 불러보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걷다보니 중반부터 중간중간 보이는 검은 점액질들.

저게 베헤모스의 흔적일려나.

아마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또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아니, 애들은 대체 왜 이따구로 만든거야?

안그래도 어두침침해서 앞도 잘 안보이는데.

아무데나 마음 내키는대로 걷고 있을 무렵.

복도 옆 쪽에서, 무언가 달칵거리기 시작했다.

시발, 또다른 괴물이냐!

그렇게 칼을 부여잡고, 어두컴컴한 그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불이 켜지며 뭔가가 내 앞에서 튀어나왔다!!!

"으악!!!!!! 시발!!!!!!!"

심장이 떨어지는 공포!!!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고 칼을 미친듯이 휘두르고 봤다!!!

울어라 지옥 참마도!!!!!

그러나 내 칼은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었고.

앞에서는 여자가 '힉!'하며 놀라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잠깐, 여자?

갑작스러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고.

그런 내 앞쪽에는.

"스타더스?"

"에고스틱...?"

나를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스타더스가 서있었다.

......대체 왜 거기서 나오시는겁니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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