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62화 (62/328)

EP.62 재평가

[망고스틱이 다리를 부수지 않았으면 일어났을 일들....real fact]

오늘은 이번에 서울에서 일어난 검은 촉수덩어리 사태(a.k.a.검은괴수)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검은괴수가 영등포구에 있는 한은그룹 본사에서 출발, 그대로 일직선으로 마포대교를 건너 직진했다고 치면.

서울 한강 위쪽 마포구, 중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노원구 괴멸적 피해 (추정 사망자 몇십만명 예상).

의정부, 포천, 철원도 개박살.

더 나아가서 북한, 중국, 러시아도 큰 피해를 입었을거라고 추정됨.

그리고 더 무서운건 뭔줄 알음?

미국 히어로 협회가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 이렇게 적혀있다.

'Korean-Black Disaster(검은재앙)의 초반 행동이 찍힌 영상에 따르면, 이 생명체는 어느정도 지성이 있어 보인다. 초반에는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해 마구잡이로 직진한걸로 보이나, 나중에 완전히 지성을 깨우친 이후로는 능동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냥 쉽게 말해서 한은그룹 이새끼들이 크툴루를 만들었다고 보면 됨. 실제로 미국 네티진들은 저거 크툴라나 웜이라고 부르더라.

분석하기를 미국 S급 히어로 두세명 정도 달라붙어 하루종일 싸워도 이길까 말까라는데, 진짜로 저게 물이 약점이라 다행인거임.

근데 약점이 있어도 문제는 지성이 있어보인다는거였음. 애초에 지성이 없이 직진만하는 새끼면 비만 맞아도 죽을테니 어떻게든 처리된다 쳐도, 지성까지 생기면 걍 노답임. 쟤가 히어로 피해다니면 S급들 와도 처리하기 힘듬.

그리고 나중에 없앤다쳐도 이미 그때쯤이면 서울 위쪽이랑 경기도랑 북한 사람들은 다합쳐서 몇백만명 죽었을듯ㅇㅇ

결론: 망고스틱을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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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미 망고단인가 거기 에고스틱 팬카페에서 찬양 오지게 하던데ㅋㅋㅋ]

ㄴ[ㄹㅇ욕 오지게 먹던 망고단 개같이 부활ㅋㅋㅋㅋ]

[나 서울사는데 시발 진짜 죽는줄 알았다니까. 존나 멀쩡히 있는데 무슨 사이렌 울리듯한 크기의 소름끼치는 비명이 천지에서 진동하는데, 지구 멸망하는줄 알았음.]

[ㅅㅂ이번에 올라온 검은새끼 이동경로 봤는데 딱 내집이 정확하게 경로에 있더라ㅋㅋㅋ 걍 이대로 인생 하직할뻔]

[진짜 지금이야 저새끼가 존나 허무하게 디졌으니까 다들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거지, 저새끼 살았으면 이미 수십만명 죽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함]

[여의도에 있었는데 존나 무섭긴 하더라ㅇㅇ... 마트에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진동하며 유리잔 긁는 비명소리나는데 애들 다 울고 오줌지리고 난리도 아니었음]

[정부랑 협회도 ㅈㄴ놀라서 계엄령 선포할려고했던 카더라도 있더라ㅋㅋㅋㅋ]

[난 이제 이미 디진 그 괴물새끼보다 에고스틱이 더 궁금함. 이새끼 ㄹㅇ 미래에서 온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아니냐?]

ㄴ[이제 -틀-들도 인정해야지. 에고스틱은 히어로다.]

ㄴ[협회새끼들 일 존나 안함. 아직도 에고스틱 전산오류로 빌런이라고 되어있더라;;]

ㄴ[ㄹㅇㅋㅋ 이새끼들 직무유기하네]

***

세계에서 제일 강한 히어로들이 모여있고.

그만큼 악랄한 빌런들이 모여있으며.

히어로 협회의 힘과 정보력도 제일 막강한 곳, 미국.

한국 협회가 갑작스러운 사태에 얼이 빠져서 무슨 대국민 메세지를 '이제는 문제가 없는걸로 보이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주십시오'만 반복하고 있을 때, 제일 먼저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를 내놓은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협회였다.

Black Disaster라고 그것을 이름붙인 미국 협회.

그리고 그것은 역수입돼, 한국 협회도 '검은재앙'이라고 그날의 사건을 공식적으로 이름붙였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 사건.

서울 전역에 소름끼치는 소리를 울리고, 약간 꿈틀하는 것만으로도 건물을 무너트리는 괴물이 땅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일은, 아무리 빌런들에 의해 갑작스러운 테러에 익숙해있던 한국인들도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실제로 그 시간에 마포구에 있는 바람에 '그것'을 육안으로 목격한 이들은, 하늘을 가리던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코스믹 호러를 느끼고 정신질환을 호소하기도 했으니.

그나마 첫 등장때의 그 압도적인 포스와는 다르게, 굉장히 허무하게 사라져서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그럼 이제 원인을 찾아야한다.

대체 지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레 저런게 튀어나왔나.

뭐? 한은그룹 본사 지하에서 튀어나온 놈들이라고? 한은그룹 윗대가리들 다 불러봐! 미친새끼들 아니야 이거.

...뭐? 한은그룹 임직원들이 전부 연락두절상태라고?

이새끼들이?

그렇게 한은그룹 사장부터, 핵심 인사들중 한명인 김선우 박사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사라져 지명수배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대체 어디로 도망갔는지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지만.

그렇게 대한민국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 하나이던 한은그룹은, 하루아침에 망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전후사정까지 어느정도 파악되고, 시간도 흘러 공포심이 많이 희석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와. 저게 강에 빠져 죽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어라? 원래 그놈이 가는 길목에 다리가 있었데.

근데 그 다리가 부서져있는 바람에 그게 죽은거래.

근데 그걸 누가 부쉈지?

아! 에고스틱이 무너트렸었지.

많고 많은 다리중에 놈이 에고스틱이 딱 무너트린 그 다리를 '우연히' 건널려고 했고, 거기를 에고스틱이 '우연히' 무너트려 못건넌거라니.

이렇게 우연히...?

우연이...2번?

잠깐.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때.

이게 우연이... 맞나?

[이게 어떻게 우연임ㅋㅋㅋㅋㅋ]

어떤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목대로, 그래.

사람들은 이게 우연이 아닌, 의도된 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저 다리를 미리 무너트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을 구한게 되어버린 에고스틱.

그에게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에 관하여 올라오는 수많은 추측들.

[S급 히어로 애플망고님... 지금까지 오해해서 죄송합니다ㅜㅜ]

에고스틱은 사실 빌런 코스프레를 하던 히어로라는 썰과.

[망고스틱좌 예지능력 있는거 같으면 개추ㅋㅋㅋ]

사실 그가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졌다는 썰.

[딱보면 모름? 해킹으로 한은그룹 저새끼들이 저런 짓 하고 있던걸 미리 알고 저지한거지ㅋㅋㅋ]

한은그룹에서 저런 사고가 벌어질걸 추리하고 미리 끊었다는 썰까지.

마포대교 붕괴 사태를 우연이 아닌, 에고스틱의 의도로 보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가 대한민국을 구해내기 위해 전에 마포대교 테러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에고스틱은 국격을 훼손시키는 천일공노할 빌런이며, 그를 빠는 자들은 전부 민족의 배신자로 몰아가던 여론은.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버렸다.

유튜브만 키면 느낄수 있을 정도로.

[에고스틱에 대한 당신이 모르던 신기한 15가지 사실들.]

[집중탐구)에고스틱은 히어로인가 빌런인가?]

[MZ세대 에고스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92프로가 '호감간다', 압도적인 지지.]

[에고스틱 동상을 세워야한다는 청원 등장...  대체 그의 인기는 어디까지?]

[요즘 20대 편의점 인싸템은 이것? 망고스틱 제가 직접 먹어보았습니다.]

[일본 협회장, 마침내 눈물! '에고스틱같은 빌런이 존재하다니, 한국은 정말로 축복받은 곳입니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은 빌런마저도 나라를 생각한다? 전세계에 도는 K-빌런 열풍에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지다!]

***

"안녕하세요. 9시 뉴스입니다. 오늘은 요즘 세간의 화제인 빌런이 있죠. 오늘 9시 뉴스, 시작은 에고스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기, 서울대 초상능력학 박사 전원봉 박사님 나와계십니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세요."

"요즘 에고스틱, 이 빌런이 언급이 안되는 날이 드물 정도인데요. 그를 지지하는 팬들의 별명인 '망고단'의 회원수가 폭발적으로 늘고있다고 합니다. 왜 그가 갑자기 이렇게 뜬겁니까?"

"네 에고스틱. 염동력과 순간이동이라는 이중능력을 가진 능력자이자 테러만 4번 일으킨, 이미 대중에게도 꽤나 알려진 빌런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에 다시 이름을 알리게 된건, 통칭 '검은재앙'이라고 불리는 사태 때문입니다."

"검은재앙, 그건 한은그룹이 일으킨 일 아닙니까? 에고스틱이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겁니까?"

"정확히는, 에고스틱이 테러로 무너트린 다리가 이 재앙을 저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죠. 다리가 있었다면 그 괴수가 정확히 그걸 건너 서울 위쪽으로 진격 했을 테니까요.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에고스틱 덕분에 재앙을 피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 그런데 그건 완벽한 우연 아닌가요?"

"네티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예지능력도 있어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미리 알고서 다리를 부쉈다는 낭설도 돌아다니더군요. 예전에 에고스틱으로 추정되는 S급 히어로 애플망고가 몽키스패너의 테러를 막은것이, 네티즌들의 이번 추측에 근거가 된듯 합니다."

"그럼 박사님은 다르게 생각하시는겁니까?"

"예. 예지능력이 있다는건 말도 안되죠. 그것보다는 이게 아예 기막힌 우연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에고스틱이 미리 알고 막은게 맞다고 봅니다. 단, 예지능력이 아닌 일로요."

"그 뜻은..?"

"아마 한은그룹 지하에서 무언가의 실험이 대략적으로 진행되는걸 안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가 보여줬던 해킹능력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띠릭.

꾸욱.

거기까지 듣고있던 신하루는, 그만 티비를 껐다.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투욱.

소파 등받이에 몸을 뉘인 그녀는, 눈을 감고서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에고스틱.

사적으로 다른 빌런들 사살. 서로를 보고 죽이라고 한 테러. 기차에 선로를 묶고 사람을 치게 한 테러. 퀴즈를 못맞춘다고 비행기를 떨어트리던 테러. 돈을 받아가면 다리를 떨어트린다고 한 테러.

그가 일으킨 수많은 테러들은, 그를 확실하게 빌런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는 테러, 신분을 노출하지 말라던 충고, 자신의 추종자들이 일으킨 테러 진압, 다른 빌런들 사살, 비행기를 구하라며 자신에게 보낸 믿음 , 애플망고라면서 막은 테러, 다리에서 떨어지던 자동차를 막은 일.

그리고 이번, 재앙까지 막은 일까지.

그러면 이러한 일들은, 그를 무엇으로 규정한다는 말인가.

그래.

이정도면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과격하고, 반사회적이며, 오만하고, 예측할 수 없고, 다른 빌런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인다.

또한 테러도 일으켜 대중에게 위협을 가하고, 어쩌다가 나설 때는 자기가 꼴려서라고 답하지만.

결과적으로, 따지고보면.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빌런들을 제거하고, 무언가의 테러가 벌어졌을때 자기를 자극해서, 언급해서, 심심해서라는 명목하에 나서서 막았다.

"....."

그녀는 인정했다.

뭘?

이제 자기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을.

"하아..."

늦은 밤.

그녀의 집 옆쪽에 있는 창문으로 고요히 비춰오는 달빛.

그 아래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한숨만을 쉴 뿐이었다.

그녀가 히어로로 활동한지 벌써 몇년.

그러나 지금의 그만큼, 그녀를 혼란스럽게, 또 신경쓰이게 만든 빌런은 아무도 없었다.

"에고스틱."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밖으로 그 이름을 꺼내봤다.

에고스틱이라, 참 웃기지도 않는 이름이다.

근데 너는.

너는 대체 뭐길래.

빌런 주제에, 그냥 빌런이면서.

나를 이렇게 신경쓰이게 만드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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