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56화 (56/328)

EP.56 팬

자, 생각해보자.

빌런이 테러를 일으켰다.

근데 그 빌런이 인질로 잡은 사람들이, 그 빌런의 팬일 확률은 대체 얼마일까?

대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그 확률을 지금 내가 뚫은 것같다.

"망고스티이이익!!! 팬이에요!!!!"

창문을 내리고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는 여대생들.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내가 원한건 그냥 공포로 떨고있는 평범한 일가족이었는데...

아, 이들도 떨고있기는 하다.

근데 그 떨림이 전율에 의한 떨림인 것 같아서 문제지...

"하하,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전히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메탈 음악.

그와 동시에 흥분한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이게... 인질?

[진짜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

[인질들이 내 팬이었던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면상에 대고 망고스틱을 박아버리냐ㅋㅋㅋ 진짜 깡보소]

[진짜네 지금 쟤 처음으로 망고스틱이라는 말 들어본거 아니냐?]

[자기도 에플망고라고 예전에 말했던거 보면 별명 알기는 알겠지ㅋㅋㅋ]

[근데 저 여자애들 깡 좋네 전국민 앞에서 빌런 팬 커밍아웃ㄷㄷ 얼굴까고 대학 과잠 있고 당당히 박아버리네]

[진짜 광기다]

채팅창도 개판 그자체.

아니야, 이런 상황일수록 정신을 차려야한다.

이정도는 충분히 예상범위안에 있던 일. 중심을 잡고 스무스하게 넘어가면 문제없다.

나는 다시 표정을 관리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 예.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다들 굉장히 엄... 즐거워보이시는군요. 혹시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활기차게 답변하는 그녀들.

그래, 그래.

밝은건 좋은거지.

내 인사에, 내가 서있는 창가쪽에 앉은 애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연희대학교에서 히어로와 빌런에 관한 동아리 '베리타스'부원들입니다!"

밝은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하는 그녀.

아니, 그 대학이랑 동아리 이름까지는 안물어봤어.Tmi야.

뭔가 아이돌들이 가요무대에 처음 인사 올릴때처럼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인사하는 그들.

....이거 분명히 내가 다리에 운없게 잡힌 인질들 인터뷰하는거 맞지? 뮤직뱅크 사회보고 있는거 아니지?

"저는 이 동아리의 부장인 김연화라고 합니다."

그러며 저 뒤에 있는 애들도 차례차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그녀들.

그들중 뒤에 앉은 한명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김연화 쟤가 오빠 팬카페 매니저에요!!!"

...대체 누가 너 오빠냐?

근데 그와 별개로, 그녀가 한 말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제 팬카페 매니저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앞에 앉아있는 그녀를 다시 보았다.

살짝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는 그녀.

갈색 단발 한쪽을 손가락으로 꼬며,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혹시 망고단... 이라고 알고 계시나요? 망고..아니, 에고스틱님을 좋아하는 팬들입니다. 참고로 저를 포함한 여기있는 모두가 전부 망고단이에요!."

자랑스럽다는듯 가슴을 피고 엣헴-거리며 말을 하는 그녀.

아...

제발 그만해.

내 손발이 오그라들잖아.

누가 당사자 앞에서 이러냐고...

그러나 나는, 나는 프로. 빌런계의 프로.

프로...인 나는 흔들리지 않고 산뜻하게 웃으며 대답해줬다.

"그러시군요.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런데, 엄...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제가 빌런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나는 여기서 그녀의 허를 찔렀다.

아니 내 지지자라 고맙기는 한데.

이거 진짜 내가 빌런이라는걸 까먹고 있는건가?

난 이 망고단이라는 놈들이 그냥 인터넷상에서만 돌아다니는 컨셉러들인줄 알았는데, 지금 막 생각이 바뀐 참이다.

테러의 현장에 인질로 잡혔음에도 테러범을 보며 눈을 반짝거리는거는 컨셉이라고 할 수 없다.

이건 그냥 광기잖아...

아니 대체 멀쩡하게 생기고 인기도 많을것 같이 생긴 사람이 왜 이런짓을?

내 순수한 의문이 담긴 질문에, 그녀는 화들짝 놀란다는 듯 의아한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네? 오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아니었어요?"

나는 그만 그걸 듣고 정신을 잃을뻔했다.

아니, 나 더이상은 못듣겠어.

항마력이 딸려. 제발 그만해.

"네!!! 잘 들었습니다. 굉장히 재밌는 얘기네요. 끝으로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나는 황급히 엔딩멘트를 날렸다.

분명 내 목적은 무지성으로 10만원을 받고 받을려는 대중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거였는데, 어째 그것과는 몆천광년 떨어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건 그냥 빠르게 끝내는게 맞다.

내가 그렇게 이제 끝내겠다는 제스쳐를 취하자, 뒤에서 '왜 벌써 끝내요~'라며 칭얼거리는 그녀들.

음.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지금이 제일 고통스러운 것 같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물론 그런 심정을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고, 그냥 싱긋 웃고만 있긴 하다.

다행이다. 가면이 내 얼굴의 절반을 가려서.

가면 뒤쪽의 입고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거든.

뒤에서 이상한 말만 날려대는 나머지 애들은 제쳐두고, 내 카페 매니저라는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뭔갈 깨달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아!"

그러더니 자신의 앞에있는 가방을 뒤적이는 그녀.

그걸 보고 뒤에 있는 다른 여자들도 깨달았다는 듯 가방을 다함께 뒤적였다. 뭐야, 뭔데.

그렇게 그녀들이 가방에서 꺼낸건.

노트?

"사인 좀 해주세요!"

눈을 빛내며 나에게 노트를 건내는 그녀들.

나는 결국 포커페이스에 실패하고, 이마를 탁 짚으며 한숨을 쉬고 말았다.

제발...제발 그만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고스틱 진심으로 황당해하는게 보이누ㅋㅋㅋ]

[진짜 무친련들인가ㅋㅋㅋㅋㅋㅋ]

[어질어질하다 그죠?]

[그러니까 이게 지금 테러범과 인질의 대화라는 말이죠?]

[아니 사인은 진짜 왜 해주는데ㅋㅋㅋㅋㅋ]

[망고좌 한숨쉬면서 부탁하는건 다해주네ㅋㅋㅋㅋ]

[이게 빌런이 맞냐고ㅋㅋㅋㅋ]

결국 사인까지 해줬다.

그냥 에고스틱 영어로 휘갈겨줬다. 그냥 막 썼는데도 참 좋아하더라...

마지막으로 얘네들한테도 딸기 크림빵 남은거 몇개씩 주는걸 끝으로 인터뷰는 끝났다.

그리고 창문을 닫으면서 그녀들이 외친 한마디.

"아! 그리고 10만원은 잘받았어요! 감사해요!"

씁.

이번 테러는 걍 망했군.

***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약속한 시간이 종료되었다.

인터뷰 이후로 꺼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키고.

마포대교 상공에서, 나는 마이크를 키고 발표했다.

내 뒤로 보이는것은 푸른 하늘이 아닌, 커다란 숫자 전광판.

컴퓨터 합성 기술로 서은이가 어떻게 띄워났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메타버스?

"네 여러분. 약속한 저녁 7시가 되었습니다. 제가 선보인 대국민 참여형 테러. 10만원이냐? 다리와 다른 이의 목숨이냐.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준비한 이번 테러의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근두근]

[아 설마 500만명 넘겼겠냐고ㅋㅋㅋ]

[ㄹㅇ500만명이 잣으로 보이나? 아무 통보도 없이 이 짧은 시간안에 절대 안됨ㅋㅋㅋㅋ]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영진게이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힘 보여주자!!!]

[연화레즈는 실망 안할것같은데]

[ㅅㅂ 마포대교 무너지면 나 출근 ㅈ된다고 안돼]

[지나가던 공무원입니다. 두손 꼭 모으고 안터지길 빌고 있습니다. 터지면 잣됩니다.]

"결과, 보여주세요! 결과는!!!"

내 뒤에 보이는 전광판의 숫자가 차르륵 오르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가파르게 오르는 전광판의 숫자.

"결과느은!!!!"

나는 이제 거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미친듯이 오르는 숫자! 그리고 나를 보고있을 사람들의 영상마저 점멸하기 시작했다! 깜빡이는 화면! 깜빡이는 내모습!! 번쩍거리는 숫자!!!

"결과느으으은!!!!!"

이제는 거의 화면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

그렇게 나를 비추던 화면은 갑자기, Egostic이라고 적혀있는 하얀 화면으로 변하더니.

펑. 주위에 폭죽이 터지며 다시 나를 비추었다.

내 뒤에 있는 커다란 전광판에 적힌 숫자는.

[7,523,660]

"칠백!!! 오십!!! 이만명이!!! 10만원을 받아가셨습니다!!!!!"

나는 함성을 질렀다.

와! 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소리. 물론 bgm이다.

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며 답했다.

"대단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는 솔직히 오백만도 겨우 넘길거라 생각했는데, 칠백만이라니! 상상 그 이상이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고.

마치 만세를 하듯, 팔을 활짝 벌렸다.

"이기적인 여러분, 이 폭발은 여러분을 위한 폭발입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내 뒤로.

전광판은 어느세 사라졌고.

뒤에 배경처럼 보이는 다리는.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

폭발은... 예술이다!

"지금까지 저 에고스틱의 테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나는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고.

그렇게 손까지 흔든 뒤에는, 카메라를 꺼주었다.

휴, 오늘도 무사히 촬영 완료.

실시간 스트리밍을 마친 나는, 허공에서 땀을 닦았다.

와, 여기 한 열시간 있었어. 무슨 마라톤같은 테러였다. 힘들다고...

상공에 둥둥 떠있는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쿠구궁하고 굉장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는 다리.

그리고 저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한 여자.

우리 스타더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붉은색의 히어로 슈트를 입고, 금발을 휘날리며 날아오는 그녀의 모습은 참말로 멋졌다.

마지막으로 본게 그 축제? 거기에서니까 정말 예전이네.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구나.

오늘 보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데, 구경이나 하자.

나는 그렇게 바로 도망가지 않고, 느긋하게 허공에 염동력으로 둥둥 떠며 구경했다. 뭔가 내가 짬때린걸 그녀가 수습하는 모양세라 좀 미안하기는 한데...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어?

진짜 재빨리 날아와, 무너지고 있는 다리 반대편에서 떨어질려하는 SUV를 한손으로 드는 그녀의 모습.

와, 기차도 비행기도 막더니, 이제는 차를 한손으로 들어?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보다 급격히 빠르게 성장시킨거 같다. 뭐 좋은게 좋은거겠지만은.

그렇게 SUV를 한 손에 들고, 그녀는 다시 내 쪽에 있는 승용차를 향해 날아왔다.

근데 문제는, SUV를 이미 들고 날아오는 중이라 그런지 속도가 좀 느리다...?

그리고 어라? 지금 저 차 그대로 한강에 다이빙하게 생겼는데?

무너지는 다리위에 어떻게 같이 오손도손 무너지는 그 최영진군이었나 그가 탄 차는, 다리의 무너진 아스팔트 사이로 빠지려 하고 있었다. 스타더스가 오기도 전에.

그녀가 거의 코앞까지 왔지만, 이미 저 차는 결국 무너진 다리 사이로 쏘옥 빠지고.

"에이씨."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뻗어, 떨어지는 차를 염동력을 한계까지 끌어다 써 살짝 공중에 고정했다.

내가 고정한 시간은, 아주 짧은 일 이초의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은 스타더스가 구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끝내 그녀는 시간안에 떨어지던 자동차 모두를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씹... 헉. 헉."

아 시발 죽겠네.

급격한 염동력 사용으로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하루야, 신하루야. 왜 늦고 그러니... 쟤 죽을뻔했잖아.

빌런이 자기가 죽이려고 한 인질을 구하는 모습이라니, 누가 봤으면 아주 웃길 뻔했다.

그래도.

스타더스의 민간인 전원 구출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갈 수는 없잖아?

어쩔 수 없는거였다... 난 어쩔 수 없었다고...

그리고 두 차를 든 스타더스가 순간, 내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갑자기 딱 마주친 눈. 이런 시바, 들킨거는 아니겠지?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마자 나는, 망토를 휘날리며 등 뒤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바로 순간이동해서 현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거라고...!

***

스타더스. 그녀는 무너지는 다리를 배경으로 손에 차를 든 채, 생각에 빠졌다.

에고스틱. 그가 있던 쪽에서 떨어지던 차.

자신이 잡을 틈도 없이, 그대로 떨어지려는 듯 보였으나.

'방금, 분명...?'

잠깐 떨어지다가 멈칫- 한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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