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4 돈복사
[제목]ㅅㅂ진짜 에고스틱 미친거 아니냐?
쟤 말대로 500만명이 진짜 돈 받는다고 하면 500억 이상 아님? 미쳤네 무슨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냐?ㅋㅋㅋㅋㅋㅋ
=[댓글]=
[익명1]ㄹㅇㅋㅋㅋ진짜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네
[익명2]'돈 그렇게 많으면 10만원만 줘'라고 말했더니 진짜 주는 사람이 있다?
[익명3]이게 빌런임? 이건 히어로임ㅋㅋㅋㅋ
[익명4]야 500억 아님 5000억임ㅋㅋㅋㅋㅋ
ㄴ[익명5]?
ㄴ[글쓴이]???
ㄴ[익명6]와 ㅅㅂ진짜네ㅋㅋㅋㅋ 10만x500만하면 5000억인데ㅋㅋㅋㅋ
ㄴ[익명7]걸어다니는 대기업인데ㅋㅋㅋㅋㅋ
ㄴ[익명8]?? 아니 시발 이정도면 국가 한달 예산 아니냐?
ㄴ[익명9]걸어다니는 국가ㄷㄷ
ㄴ[익명10]망고국ㄷㄷ
[익명5]아니 근데 상식적으로 돈이 그렇게 많을리가 있냐? 계좌보내면 돈을 받는게 아니라 역으로 털리는거 아님?
ㄴ[익명2]ㄴㄴ나 계좌보내서 돈 받음ㅋㅋㅋ 77ㅓ억
ㄴ[익명5]어쩔 수 없다 ㅅㅂ나도 받으러 간다
ㄴ[익명11]받지마 미친놈아
*
[아니 저거 계좌 보내는 놈들은 미친거 아니냐?]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네가 '나 하나 쯤이야~'하는게 모여서 망하는거라니까?
저 다리 부숴먹고 위에 탄 사람들 죽는다니까?
진짜 양심없는거 아니냐.
[추천]23 [비추천]172
=[댓글]=
[응~ 이미 받았어]
[팩트 한접시)]
ㄴ[사돈에 팔촌까지 다 참여해도 8시간안에 500만명은 못 넘긴다]
ㄴ[팩트 두접시)]
ㄴ[서울 안살면 다리 부숴지든 말든 상관 안쓴다]
ㄴ[팩트 세접시)]
ㄴ[사람이 죽으면 그건 못구한 히어로 때문이지 그게 왜 우리때문임? ㄹㅇㅋㅋ]
ㄴ[ㄹㅇㅋㅋ]
ㄴ[ㄹㅇ스타더스가 알아서 구하겠지ㅋㅋㅋㅋ]
ㄴ[아 그래서 에고스틱이 일으킨 테러중에 사상자 나온거 있냐고ㅋㅋㅋㅋ]
[나만 아니면 되애애애애]
[이 글보고 어머니 아버지 누나 형부한테 당장 계좌 보내라고 말했다]
ㄴ[야 너두?]
*
[익명이니까 솔직하게 고백해보자]
걍 영상보자마자 바로 10만원 받아버렸다: 개추
사람이 먼저다. 난 내 양심껏 살기 위해 받지 않을거다: 비추
[추천]2476
[비추천] 51
=[댓글]=
[ㅅㅂ추천 비추천 비율봐라ㅋㅋㅋㅋㅋ]
[?다들 부모님 계좌까지 보내서 받은거 아님?]
[오늘 저녁은 꽃등심이다 컄ㅋㅋㅋㅋㅋ]
[돈이 복사가 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에고스틱이 벌인, 전국민적 사회 참여형 테러.
이전까지의 테러가 사람들은 아무 관련 없이 자리에 앉아, 수동적으로 테러를 무력하게 지켜만 보는 것이었다면.
에고스틱이 벌인 테러는, 완전히 개념이 뒤바뀌어 버렸다.
가해자가 '테러범'이 아닌, 사실상 '국민들'이 되어버리는 테러.
이 테러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가해자가 된다.
에고스틱에게 10만원을 받은 모든 사람이 가해자고, 이 테러의 주범이 된다.
그가 밝힌 것처럼,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보겠다는 테러.
사실 모두가 가만히 있으면, 이 테러는 자연스럽게 와해된다.
일어나지도 않을 수 있는 테러.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실시간 검색어]
1.계좌 보내는 법
2.10만원
3.10만원 받는 겁
4.에고스틱 주소
5.에고스틱 10만원
분명히 돈을 받으면 다리를 붕괴시킨다고 경고했음에도.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자신의 계좌를 보내 돈을 받기 시작했고.
지상파3사를 계속 에고스틱이 전파납치하여 공짜 10만원 받는 법을 송출 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깨어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어어, 김대리. 뭐하고 있는거야 지금?"
"아. 부장님, 이거 보십쇼."
"으음? 이게 뭐야?"
"여기에다가 계좌를 보내면 10만원을 그냥 준답니다. 부장님도 해보십쇼."
"뭐? 진짜? 기다려봐..."
"아니, 이거 500만명 이상이 돈을 받아가면 마포대교를 폭발시킨다는데? 김대리, 이거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에이 부장님. 500만명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설마 저녁 7시까지 500만명이나 보내겠습니까? 저희 한명쯤이야 받아봤자 티도 안날껍니다."
"그런가? 하긴, 500만명이 얼마나 많은데. 자네 말대로 우리쯤은 뭐... 그래! 나도 받겠네. 김대리는 그러면 이미 받은건가?"
"좋은생각입니다 부장님. 네, 저희 사원들은 이미 다 받았습니다."
"그래? 그럼 돈도 받았는데, 오늘 저녁은 회식이다! 하하하하하."
"아..."
***
"여보세요? 철수야. 왠일로 전화했니?"
[어 엄마. 엄마랑 아빠 계좌번호좀 보내봐, 아.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으응? 왜? 너 또 이상한짓 할려고 그러지!"
[아니야. 지금 1인당 10만원씩 받을 수 있어서 그런거야. 빨리 알려줘.]
"너 사기당한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빨리 알려줘봐.]
"얘는 원... 알았어."
그렇게 그녀는 자식에게 자신의 계좌를 포함한 가족의 계좌를 보냈고.
얼마뒤, 그녀에게 날아온 알림.
[김주희님 10만원 입금되셨습니다.]
"어머, 진짜네? 애가 용돈을 보냈나?"
깜짝 놀란 그녀가 은행 앱으로 확인을 해보자.
[(주)에고스쿼드]가 보낸 10만원이 입금되었다고 뜰 뿐이었다.
"에고스쿼드가 뭐야?"
그렇게 그녀뿐만이 아닌, 금액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은 (주)에고스쿼드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넣게 되었다.
***
[어째서 한국인만 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겁니까? 불공평하다. 외국인도 참여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이 부러운건 처음이야. 거기 악당들은 돈을 뺐는게 아니라 준다니. 우리나라 악당들이 본 받을 필요가 있어.]
[그의 이름이 egostic이라고 했나? 이름과는 다르게 이기적이지 않은 친구인걸.]
[내 한국인 친구들이 벌써 자기가 돈을 받았다는걸 자랑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봤을때도 희귀한 이벤트의 발생에, 외신과 외국 커뮤니티도 한국에서 일어난 특별한 테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에 외국 커뮤니티의 반응을 확인한 유튜버들이 서둘러 국뽕티비를 제작하고 있을 무렵.
이 모든 사단을 벌인 에고스틱은, 다리 위에 고고히 앉아있었다.
추위에 떨면서.
"에이취."
마포대교 위쪽에 주탑에 앉아있던 나는, 기침을 터트렸다.
쓰읍,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상공 높은곳에 있으니까 좀 춥다.
핫팩이라도 후딱 가져올까 생각을 해봤는데, 여기서 핫팩만지작 거리고 있는거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좀 추할 것 같단 말이지.
그런고로 걍 추위에 떨면서 입김이나 내봤다. 아니 지금 겨울이야? 왜 입김이 나오냐...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서울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것은 다리 양 옆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차들의 모습.
아무도 이쪽으로 접근할 수 없게 막고있는 걸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다리를 걷지는 않는걸 보니, 내가 내건 협박이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스타더스는 어디 있을려나.
아마 다리 저편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여차하면 와서 이 두 차를 구할 수 있게.
흠.
서울을 둘러보면, 뭐가 다른게 느껴진다.
내가 빙의하기 전의 서울이나 이 세계의 서울이나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면 보이는 조금씩 다른 모습.
예를 들어 저쪽. 저쪽에는 원래 커다란 건물이 있었는데 여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 다리도... 내 기억에 마포대교에는 무슨 자살방지 문구가 있지 않았었나? 그거 대신에 무슨 현수교처럼 꾸며져 있다. 왜지. 다리가 괴물에 의해 뽀개지는 모습의 극적인 효과를 노린건가.
하여튼 그 덕분에 앉을 곳이 생겼으니 나야 고맙지.
나는 다시 추위에 떨면서 허공이나 보며 멍 때리기 시작했다.
사실 남들 눈에나 멍때리는 걸로 보이는거고, 실제로는 가면으로 채팅창 보고 있는 거지만.
[가족 계좌 다 돌려서 60만원 받음ㅋㅋㅋ 개이득ㅋㅋㅋ[
[아 ㅅㅂ이거 1인당 하나만 되냐? 계좌 여러개면 여러번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다 신청했다가 하나빼고 빠꾸맞음]
[ㅋㅋㅋ그게 되겠냐고ㅋㅋㅋ]
[속보)정부가 에고스틱에게 계좌 보내는 사이트 차단 하려고 했지만 실패함]
[방송국도 해킹하는 놈인데 그거 하나 못막겠어]
[예끼,,,이놈들,,,그깟돈에,,,양심을,,,팔아먹었느냐!!,,,미친,,,섀끼덜,,,,]
[아재요 통장에 10만원 받은거 내려놓고 말해봐요]
그렇게 채팅창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보니.
어느덧 4시간이나 지나있었다.
흠, 이쯤 됐으면 다시 한번 시작해 볼까?
나는 다시 카메라를 켰다.
남은 시간과 계좌를 보낼 사이트만 보여주던 영상이 다시 반전되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의 모습.
그에 따라 자기들끼리 조용히 떠들던 채팅창도 다시금 활발해졌다.
[오 뭐임?]
[방송 다시 ONㅋㅋㅋㅋㅋㅋㅋ]
휴.
이쯤되서 한번 더 아가리를 털어봐야지.
"예, 예. 반갑습니다 여러분! 에고스틱이 다시한번 인사 드립니다. 다들 자신의 양심을 위해 10만원정도는 가볍게 받지 않고 계시죠?"
[크흠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 당연하지ㅋㅋㅋㅋㅋ]
[10만원 따위는 ㄹㅇ 필요없지ㅋㅋㅋ (필요함)]
[ㄹㅇ줘도 안받음ㅋㅋㅋㅋ(이미 받음)]
[이새끼들 괄호안에 속마음 적을거면 왜 입은 터는거냐ㅋㅋㅋㅋㅋ]
"시간도 거의 절반 가까이 지난 김에, 그리고 아직까지도 양심을 지키고 계신 분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나는 주탑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쿠웅-.
뛰어내린 충격으로 나풀거리는 망토.
그 망토들 틈사이에서, 나는 씨익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번 시간은, 차에 갇혀계신 사람들을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10만원을 받기 위해 거리낌없이 어찌되든간에 상관 쓰지 않은 이 분들. 이 분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장이고, 친구이며, 아들이고, 딸이겠지요."
"제게 거리낌없이 돈을 받아가시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 분들을 위해, 제가 특별히 준비해 봤습니다."
"이분들을 살릴지, 아니면 당장 당신들의 지갑에 10만원을 채울지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제일 가까이 있는 차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근데 말이야.
차에 탄 사람들까지 조작하지는 않아서, 누가 타고 있을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제발 방송사고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차에 다가갔다.
에이 그래도. 뭐 설마 이상한 사람이 타고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