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53화 (53/328)

EP.53 On Air

둥. 둥. 둥.

어디선가 들리는 신명난 북소리를 배경으로, 허공에 서있는 한 남자.

대낮에 어올리지 않는 검은 망토, 검은 로브, 검은 마술사 모자를 쓰고.

얼굴의 절반을 가린 가면 뒤로 미소를 짓던 그는, 이내 카메라를 향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대한민국 협회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빌런 1위, 포보스 선정 최고의 빌런에 꼽힌 저 에고스틱이 여러분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커다란 다리를 배경으로 허공위에 떠서, 모자를 벗은 다음 중세 유럽풍마냥 카메라로 인사를 한 남성.

방송 3사와 유튜브로 전국에 송출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는, 에고스틱이 공식으로 송출하는 유튜브 방송의 채팅창.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에고스틱 그는 신인가? 에고스틱 그는 신인가? 에고스틱 그는 신인가? 에고스틱 그는 신인가?]

[엄마 난 커서 테러범이 될레요! 엄마 난 커서 테러범이 될레요! 엄마 난 커서 테러범이 될레요!]

[김선우를 석방해라 김선우를 석방해라 김선우를 석방해라 김선우를 석방해라 김선우를 석방해라 김선우를 석방해라 ]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LOL is this that famous EGOSTIC? Wonder if there is eng sub]

[ㅅㅂ채팅창 곱창났네ㅋㅋㅋㅋㅋ]

[4개월만에 보니까 은근 반가운데?ㅋㅋㅋㅋ]

[이번에는 또 무슨 지랄을 할려고ㄷ]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망고펀치!]

[저새끼 모자쓴거 뭐냐ㅋㅋㅋㅋㅋ]

[韓国ビランのレベルwww 私たちの大日本帝国に比べて劣るwwww]

[오늘 싱글벙글 회식 준비하던 히어로협회 눈물 줄줄 흘리는중ㅋㅋㅋㅋ]

[ㅅㅂ이제는 하다하다 외국인들도 보네ㅋㅋㅋ 채팅 꼬라지봐라]

[저거 그래서 어디임?????]

"모두 반갑습니다 여러분. 네, 지금 저는 마포대교에 나와있습니다. 야, 한강에 오랜만에 오니까 좋네요. 제가 처음으로 했던 데뷔전이 여기 한강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때 테러 했던게 어제같은데, 벌써 거의 1년이 다돼가나요? 참 시간이 금방 가는거 같네요."

[그게 벌써 1년 전이었나?]

[봄에 했는데 지금 겨울이 다되어가니 얼추?]

[망고스틱과 함께한 1년ㅋㅋㅋㅋㅋ]

[1년중 4개월을 잠수탄 씹년이 있다?]

[한해동안 대규모 테러만 3번 ㅅㅂㅋㅋㅋㅋㅋ]

[오늘 또 뭔짓 하나본데 이거 포함하면 4번이다ㄷ]

[이,,,악당놈,,,어느,,낯짝이라고,,얼굴을,,,들이미는게냐,,,! 고~~얀놈]

[어르신 유튜브 채팅도 칠줄 알고있네ㅋㅋㅋㅋ]

"어쨌든 짜잔! 갑작스럽게 밝히자면, 지금 제 아래에 있는 마포대교에는 폭탄이 붙어있답니다! 히어로나 협회여러분 허튼짓 하시면... 아시죠?"

에고스틱은 자기 손에 들린 기폭장치를 카메라쪽으로 흔들어보았다.

[기폭장치 시즌 516731461째 입갤ㅋㅋㅋㅋ]

[한결같이 폭탄 들고다니는 놈ㅋㅋㅋ]

[공무원들 ㅈ됐네 저번에 저놈이 배 기차 비행기 폭탄테러 한 이후에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폭발물검사했다는데ㅋㅋㅋㅋ 이제 다리도 매일 폭탄있나 순찰돌겠네ㅋㅋㅋㅋ]

[그걸 왜 공무원들이 하겠냐 알바뽑아서 시키겠지]

[일자리까지 창조하는 망고스틱ㄷㄷ]

[근데 나만 이와중에 망고오빠 각선미만 보이냐? 넘 섹시한거 아니냐고 퓨ㅠㅠㅠㅠ]

[망고오빠 나죽어ㅜㅜㅜ]

[오빠 나 진짜 죽어 ㅅㅂ 지금 마포대교라고]

[ㅅㅂ위엣놈은 진짜 죽게 생긴거 아니냐?ㅋㅋㅋㅋ]

"큼. 히어로 여러분은 산산조각나는 다리를 보고싶지 않으시면 가만히 있는게 좋을겁니다. 사실 지금 저를 막을 수 있는 히어로가 스타더스 그녀밖에 없죠?"

거기까지 말한 그는 살짝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다가오시지 않는걸 추천합니다. 제가 인내심이 조금 부족해서, 눈에 보이면 어찌할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경고의 의미를 담아 기폭장치를 만지작 거리는 그.

[스타더스 손절선언ㄷㄷ]

무언가를 본 그의 몸이 살짝 멈칫하기는 했지만.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자연스럽게 열리는 그의 입.

"여러분... 아 그전에 잠시만요. 음... 잠깐만요. 쾅!"

그가 말을 함과 동시에 다리의 양쪽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

그와 동시에 무언가 무너지더니, 다리의 양 끝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커다란 확성기를 꺼내서, 아래에 다리를 지나는 차들을 향해 큰소리로 소리쳤다.

"현재 마포대교 위에 계신 여러분!!! 그냥 그 자리에 멈줘주시길 바랍니다!!! 이상한 짓 하시면 바로 쏩니다!!!"

에고스틱의 경고성 엄포에, 전속력으로 밟던 페달을 서서히 멈추는 차들.

그가 등장하자마자 양 옆을 날려버린게 아닌, 시간을 좀 준 만큼 다리위에 차들은 거의 없었다.

라디오를 못들었거나, 타이밍이 억수로 안좋았던 차 두대만이 덩그러이 서있을뿐.

할 말을 다 한 에고스틱은, 확성기를 다시 어딘가로 날려버리더니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었다.

"죄송합니다. 이게 테러가 관객이 있어야 더 즐거운거 아니겠어요? 게스트를 즉석에서 섭외하느라 잠시 말이 끊겼네요."

[멀쩡히 잘 달리던 사람 붙잡아놓고 게스트 섭외 ㅇㅈㄹㅋㅋㅋ]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저 두 차에 탄 사람들은 뭔 죄냐ㅋㅋㅋ]

[어차피 쟤가 한 테러에서 지금까지 죽은사람 한명도 없는데 뭔상관ㅋㅋㅋ]

[ㄹㅇ오히려 포상아님? 아찔두근짜릿익사이팅 테러체험인데ㅋㅋㅋㅋ]

[아ㄲㅂ 내가 갔어야했는데]

[채팅창을 볼때마다 세상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내가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너가 이상한거임]

"네, 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끝났으니. 잠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와 동시에 계속 흘러나오던 신명난 음악이 꺼지고.

다른 무언가 하얀거탑에 나올 것만 같은 서스팬스 브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약간 그것이 알고싶다 앵커 톤으로 입을 여는 에고스틱

"여러분, 제 이름을 알고계십니까? 네. 에고스틱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혹시 제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에고이스틱(Egoistic), 영어로 이기적인을 뜻하는 에고이스틱에서 유례했습니다.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나 하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이를 증명하고 싶어서 제가 빌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너무 감명깊게 읽은wwww]

[청소년 필독서로 이기적 유전자 임명한 사람 누구냐]

[리처드 도킨스가 잘못했네]

"큼. 어쨌든, 이번에는 제 이름값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저희 한번 실험을 해보죠! 만약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제 승리. 인간이 제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다면 제 패배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에고스틱의 말을 들은 시청자들은 모두가 의아해했다.

이기적인지 실험을 해보겠다고? 어떻게?

사람들이 의아해 하거나 말거나, 에고스틱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 다리. 캬, 마포대교. 참으로 크고 아름답습니다. 이거 짓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요? 몇백, 몇천억은 우습게 들지 않았을까요?"

뜬금없이 마포대교에 가격을 물어보는 그.

"그러나 이렇게 많은 돈이 든만큼, 시민이들이 편리하게 잘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다리가 없었으면 도로는 그만큼 막혔겠지요."

그러더니, 그의 시선이 다시한번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카메라로 향하고.

그가 입을 열었다.

"자, 이번 테러를 설명하겠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제가 부를 주소나 링크, 문자로 계좌번호를 보내주시면 제가 십만원을 드리겠습니다."

"이미 전산망은 다 해킹해놔서 걸릴 걱정도 없습니다, 그냥 대한민국 19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계좌를 보내주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십만원 보내드리겠습니다. 공짜돈이죠."

"단."

"오늘 저녁 7시까지, 만약 저한테 10만원을 타간 사람이 500만명이 넘는다면."

"이 다리는 그대로 폭발시켜버리겠습니다. 이 다리위에 타있는 사람들과 함께요."

"여러분, 선택하시죠."

"공짜돈 십만원이냐? 아니면 혹시라도 터질 수 있는 이 다리냐."

"과연 인간은 남을 위해 꽁돈 십만원정도는 가볍게 포기할 수 있을정도로 이타적일까요? 아니면 나 하나 정도는-이라면서 돈을 가져가는 이기적인 사람들일까요?"

"뭐, 그건 오늘 밝혀지게 되겠죠."

"자! 소개합니다. 신개념 전국민 참여형 테러, 하나의 다리냐 아니면 재난지원금 정도의 금액인 10만원이냐. '국민의 선택 1vs10', 지금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영상에서는 우렁찬 박수소리가 배경으로 깔리기 시작했고.

다리를 배경으로 화면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던지는 에고스틱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빈 화면에 사이트, 전화번호, 카톡, 블로그, 트위터등 모든 에고스틱에게 계좌번호를 보낼 수 있는 수단들이 명시 되어있을뿐.

그리고 화면 맨 위에는, 오후 7시까지 남은 시간이 표기되어 있었다.

[8h 56m 45s]

[8h 56m 44s]

[8h 56m 43s]

...

그렇게 적막한 영상 옆, 채팅창에 올라온 한 채팅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면해 주었다.

[돌았네.]

그렇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어느날, 폭발과도 같이 때 아닌 [대수금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

"......"

마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강가 쪽.

경찰들로 둘러싸여 모두의 출입을 막고 대치상태로 놓여있는 그곳을 보며, 스타더스는 이를 악물었다.

에고스틱.

언젠가 그가 테러를 다시 할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의 테러를 벌일 줄이야.

대교쪽을 째려보는 그녀의 심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당연히 저놈이 저런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벌이고, 국민들까지 말려들게 하는 악질과도 같은 테러를 하고 있기 때문.

...절대로, 이번에 저놈이 지금까지 일으킨 테러 중에선 처음으로 스타더스를 배제해서가 아니다.

당연히 아니다. 저놈이 자기를 부르던 말던 무슨 상관인가.

그건 신경 안쓴다.

절대로 그런걸 신경쓰고 있는게 아니다.

라고, 그녀는 스스로 되뇌였다.

"....."

하. 근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줄기차게 자기를 불러놓고.

이번에는 이제와서 왜 갑자기 오지 말래?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그녀는 홀로 중얼거렸다.

누구도 듣지 못할 말을, 혼자서.

그래도.

저번에는 뭐 비행기 구하라고 자기한테 연락했으니.

이번에도 그럴려는건가.

그가 자신을 아예 배제시키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계속, 그냥 그런 생각을 계속 할 뿐이었다.

자신도 왜 하는지 모를,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

"오빠, 근데 이번 테러에서도 스타더스 언급 할거에요?"

"음? 어, 안할건데? 어차피 다리 터트리면 날아와서 차만 슥 구하면 될 테니까... 이번에는 스타더스 시련용이 아니니 굳이 부를 필요가 없어."

스타더스는 자기 귀찮게 안한다고 좋아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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