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2 복귀
내가 계획할 새로운 테러는, 그냥 테러가 아니다.
무려 원작의 메인 이벤트를 막는, 일석 이조의 테러.
한은그룹.
대한민국의 최고의 대기업중 하나이자, 고아들을 상대로 불법 생체실험을 해 능력자들을 양산할려고 했던 미친놈들의 온상.
우리 서은이가 이놈들의 생체실험의 피해자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지능을 얻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은건 당연지사.
하여튼,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한 기업으로 알려진 이 미친 기업의 실체가 까발려지는게 곧이다.
원작에서 최초로 등장한,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는 메인 이벤트.
저번에 생체실험이 개같이 멸망한 이후로도 정신을 못차리고, 또 음지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던 놈들.
뭐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지만, 새롭게 참여한 미친놈에 의해 판이 어그러진다.
그놈의 목적은 '탈 인간.'
대체 무슨 좆같은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놈은 괴물을 만들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짜잔! 괴물을 진짜 만드는데 성공했네?
근데 통제가 안되는.
검은색의 끈적거리는 점액질로 이루어진, 웬만한 빌딩을 가로로 눕힌것만 같은 괴실험체.
이동할때는 마치 거대한 검은색 파도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닿는것들은 모두 부식시켜버리는 끔찍한 녀석.
문제는 이놈? 이놈들? 하여튼 이 검은색 꿈틀이가 탈출했네?
눈도 없는 놈들이라 무지성으로 직진하네?
근데 하필 한은그룹 이 미친놈들이 이런 짓거리를 서울에 있는 지하 실험실에서 했네?
그래. 그놈들이 서울을 초토화 시켰다.
지하에서 튀어나온뒤, 서울을 세로로 가로질러 위로, 위로 향했고.
검은 파다와도 같은 것들이 서울을 일직선으로 초토화 시키며, 더 위쪽으로 향했다.
그래. 북한으로.
갑자기 지들끼리 잘 살던 북한은 남쪽에서 온 검은 괴생물체에 쓸려 초토화됐다.
차라리 한국은 이게 서울에서 시작되는 덕분에 서울 아래는 무사했지, 북한은 그냥 전국토가 일자로 유린당했다.
이거때문에 막 간악한 남조선 새끼들이 드디어 조선인민공화국을 멸망시키려하냐며 전쟁이 일어날 뻔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놈들이 이왕 직진할거면 중국까지 가지, 아예 북한에 눌러앉아 버려서 북한정부는 미칠려고 들었다. 이놈이 북한 국경 넘을때쯤에는 더 쎄져서 날아다니거든.
나중에 북해빙녀가 가서 처리하기는 하지만, 그건 머나먼 이야기.
그나마 이놈들 약점이 물이라 다행이었다. 물은 흔해가지고, 쉽게 구할 수 있거든. 그덕에 북해빙녀가 쉽게 처리할 수 있던거지만.
하여튼 이 사건이 원작에서는 최초로 등장한 피폐한 사건으로, 이 만화가 다른 킬링타임용 히어로 만화들과 달리 많이 음울할거라는걸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딱 작품분위기가 이전까지는 좀 밝다가, 이때부터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하거든.
그러니까 나로써는 무조건 막아야한다는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갑자기 80년대 고담시티같은 분위기가 되는데, 이걸 눈뜨고 당하리?
그래서 내가 예전부터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이거를 어떻게 막을까.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실험 자체를 막는거지만, 그건 장기적으로 봤을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한은그룹이 해오던 추악한 만행이 세상에 까발려지게 되고, 결국 수뇌부들이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니.
거기다가 이런 방법이 아니면 한은그룹을 망하게 하기도 힘들다. 얘네가 대한민국 정치계랑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해서, 어지간한걸로는 흠집도 내기 힘들거든.
그러니까 결론은 저 검은 왕꿈틀이가 나대게 만들면서도 피해는 줄여야 한다는건데.
어떻게?
그러게 한참을 고민하던 나.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다.
원작에서 나왔던 언급.
'하, 저놈이 이동하는 거리에 하필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어가지고, 그것만 없었어도...'
그래.
강남쪽에서 터진 놈이 물이 약점임에도 북한까지 진격할 수 있었던 이유.
하필 그놈이 진격하는 곳에 다리가 있었다.
그때 다리만 없었어도?
그대로 강에 꼴아박혀서 죽었었을 거다. 얼마나 좋냐. 사건해결!
심지어 갓태어났을때라 약해서 진짜로 강에 박혀 죽었을거다. 나중에는 날아다녀서 강은 그냥 우습게 건너거든. 그 한강 다리만 없었어도.
그래.
다리만 없었으면 됐다.
그럼 내가, 그 다리를 뽀개버리면 되는거 아닐까?
그때 내 머리에 번개가 쳤다.
유레카.
다리를 박살내자.
이 사건은 워낙 메인이벤트라 원작에서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나와서, 직전에 딱 무너트리면 된다.
다리를 박살내기로 결심한 이후, 내 손속에는 거침이 없었다.
또 서은이 시켜서 폭탄 만들고, 무너트릴 각도 보고...
그러다가, 또 머리에 번개가 와자작.
아니. 폭발. 이거 테러 아닌가?
그러면 테러할때 다리를 폭발시키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게 테러계획이 잡혔다.
"우리는 다리를 폭파시킨다."
[제 9차 에고스쿼드 정기 회의]
벌써 아홉번째 회의임을 알리는 칠판을 등지고서, 나는 그렇게 선포했다.
"좋아요, 준비는 뭘 하면 돼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 서은이.
"시기는 언제인가요?"
구체적인 날짜를 궁금해하는 수빈씨.
"어... 애초에 테러를 왜하는거에요?"
자기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우리의 힐러, 이하율까지.
대충 다 모인 멤버들에게,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하율아, 잘 모르겠지만 테러는 다다익선. 느슨해진 반도에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는거란다. 시기는 바로 몇주뒤에 시행할 예정입니다. 준비는 이제부터 계획해야지."
"오빠, 아직도 별 생각안해놨어요?"
"그래! 일단 다리는 폭파시켜야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폭파시킬꺼고, 이걸 어떻게 테러로 요리할지 생각좀 해보자."
"좋아요. 흠... 다리, 다리라. 어디 다리 말하는거에요?"
"저 한강에 큰 다리 있잖아. 그거."
"그걸요? 아, 그래서 폭탄 위력을 그렇게 무식하게 높게 만들어달라고 한거에요?"
"그래. 저거 무너트릴려면 좀 큰거 써야될거 같더라."
"음... 또 그 딜레마적 상황 만들어야 한다는거죠? 거기에 또 그놈의 스타더스도 엮여야하고?"
"크흠. 서은아, 그놈이라니. 뭐, 맞긴해."
"저, 저기... 전 여기 왜있는건가요?"
우리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을때, 갑자기 옆에서 조용한 물음이 들려왔다.
모두가 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갑작스러운 눈길에 살짝 움추러든 이하율이 거기에 있었다.
"아, 하율아. 너도 이제 우리의 가족과도 마찬가지란다. 가족이니까, 가족의 계획을 도와야겠지? 함께 머리좀 같이 굴려보자고 불렀지. 집단지성, 오케이?"
내 말에 '가족...'이라고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눈길이 조금 더 의욕적이 되었다.
...사실 집단지성도 집단지성이지만, 자주 불러서 서서히 우리들에게 물들어가게 할려고 부른것도 있지. 원래 공범이 돼야 친밀감도 생기고 유대감도 깊어지고 그러는거다. 자꾸 친해지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치유능력을 우리들에게 밝힐 날도 오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머리를 같이 굴렸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다시 사라지던 그때.
서은이가 무언갈 기억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오빠! 우리 그거 있잖아요 저번에 안썼던거. 오빠가 선한 사마리안인 법인가 뭔가라고 이름붙였던거."
"그거?"
그래, 그런게 있기는 했다. 다른 테러를 일으키느라 무산되었던 그거. 근데 그거는 다리에 쓸만한게 아닌데..?
"아니죠 오빠, 그걸 이제 그렇게 변형시켜보자는거죠."
그러면서 서은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오, 이거 좋은데?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하율도 옆에서 입을 열었다.
"저... 여기서는 또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사상자가 안나온다고 하셨으니까, 이렇게..."
"오.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우리는, 계획을 구체화하며 몇날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후.
"그래, 이정도면 되겠다."
준비는 완료됐다.
***
신하루.
그녀는 요즈음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망붕이 에고스틱 만들어봤다 ㅁㅌㅊ?]
[망고스틱 레전드는 퀴즈쇼지]
[망잘알특) 기차 테러를 최고로 침]
[망망망 뭔 글들 앞글자가 다 망이야 여기가 망카페라 그런가?]
[에고스틱 복귀기원 감사의 망고먹기 118일째]
[이번주 안으로 망고스틱이 올수밖에 없는 이유...real fact]
[펌)에고스틱이 돌아오지 않는 5가지 이유]
바로 에고스틱의 팬카페에서 게시글들을 읽는 것.
에고스틱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있을가 싶어 보게 되었지만, 매일 보다보니 일종의 습관이 되었다.
의미없는 뻘글이 대다수이지만, 그냥 시간도 보낼겸 아무 생각 없이 눈으로 슥슥 읽고있던 도중.
하나의 게시글이, 새로 올라왔다.
[야 에고싀틱 ㅣ새로운 영상 떴디ㆍㄴㅈㄴㄷㅂㄷㅋ]
"...?"
그와 동시에.
카페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게시글들.
[떴다!!!!!!!!!!!!!!!!!!!!!!]
[시발 이게 섹스지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 떴음ㅋㅋㅋㅋㅋㅋ]
[티비보는데 뭐냐ㅋㅋㅋㅋㅋㅋ]
[입갤ㅋㅋㅋㅋㅋㅋㄱ]
[갤주 개같이 복귀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신작 야동 118일만에 등장ㅋㅋㅋㅋㅋㅋ]
[야 시발 떴다ㅋㅋㅋㅋ]
[이왜진? 이왜진? 이왜진? 이왜진? 이왜진? 이왜진?]
[ㅅㅂㅋㅋㅋㅋ 테러 일어났다고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삐슝빠슝]
[지금 당장 티비 OR 유튜브 ㄱㄱ]
[줸장 믿고있었다고!!!]
[야 저기 어디냐? 빨리 분석해보라고ㅋㅋㅋ]
순식간에 상황을 확인한 신하루는, 급히 유튜브를 틀었다.
바로 메인화면에 뜨는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안녕하세요, 에고스틱입니다.]
그와 동시에 협회로부터 연락이 왔고.
"네, 네. 봤습니다. 지금 갑니다."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