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50화 (50/328)

EP.50 거짓말

"휴우."

그렇게 지하기지로 한방에 순간이동해 도착했다.

아 시발... 이 거리를 사람 두명 데리고 오니까 쓰러질거 같네.

내가 띵한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는 동안, 이하율과 그녀의 남동생은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그들이 보고있는 것은 LED로 빛나는, 새하얀 벽면들.

나야 뭐 맨날 보는거니까 별 감흥이 없지만, 이들에게는 다른가보다.

물론 남동생... 이름이 이차윤이었나? 차윤은 눈을 반짝거리며 돌아보고 있고, 이하율은 동생을 껴안은 채 경계심 가득한 태도로 사방을 돌아보고 있으니.

나는 일단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죽겠네. 애들아. 그만 돌아보고 나 따라와라. 아으..."

비틀거리며 앞쪽으로 향하자, 뒤에서 뽈뽈거리며 따라오는 애들.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테도로 조심스럽게 이쪽을 따르는 모양세지만, 일단 따라오는게 어디냐?

그렇게 골골거리며 하얀 복도를 걷고 있으니, 저쪽에서 서은이와 수빈씨가 튀어나왔다.

"오빠! 어...."

나를 향해 오다 내 뒤쪽의 아이들을 보더니 살짝 멈칫하는 서은이.

내 뒤에 남매든 갑자기 처음보는 사람이 등장하자 살짝 긴장한 눈치다.

"어 그래. 얘들이 좀 곤란해서, 일단 데리고 왔어. 근데 일단 다 필요없고, 얘들 좀 씻겨야겠다. 샤워실로 좀 데리고 가고... 여분의 옷좀 꺼내와봐라."

내 갑작스러운 말에 살짝 당황한듯한 서은이.

그러나 다행히, 뒤에있던 수빈씨가 나섰다.

"제가 안내할게요. 애들아, 따라올래?"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선 수빈씨. 그래, 우리들중에는 수빈씨가 제일 착해보인다. 알고보니 얼굴마담...?

수빈씨가 나긋나긋하게 따라오라고 하자, 남매는 쭈뼛거리면서도 따라갔다. 하긴, 이미 여기로 온 순간 우리의 말을 따라야하는게 자명.

그래도 나랑 있는것 보다 이하율은 수빈씨를 따라갈때 얼굴이 더 편해보였다. 하긴, 쟤 입장에서는 나는 몸을 올블랙으로 물들인채 총으로 사람죽인 미친놈으로 보일테니... 수빈씨가 같은 여자기도 하고.

근데 남동생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가면서도 뒤를 힐끔이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 아니, 쟤는 왜이렇게 날 좋아해? 요즘 초등학생들은 원래 저렇게 나 좋아하나?

어쨌든 애들 다 치우고, 나는 비적비적 피로회복기쪽으로 걸어갔다.

염동력정도야 쉽게 쉽게 했는데, 마지막 순간이동이 좀 너무 무리수였다. 3명 데리고 그러는건 좀 에바였던거같기도...

"오빠... 그 모자, 기어코 썼네요?"

내가 비틀비틀 가고 있자, 뒤에 있던 서은이가 나를 쪼르르 따라와서 말을 걸며 같이 걸었다.

"아.. 그래, 이거."

나는 내 머리위에 얹어있는 검은색 마술사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어때, 느낌있지 않냐? 앞으로도 이거 계속 쓰고다닐려고."

"어... 하아. 그냥 뭐, 오빠 마음에 들면 됐죠."

그 한숨의 의미는 뭐냐.

쨌든 피로회복장치까지 겨우겨우 걸어왔다.

지친 삭신을 눕히고 가동시키니, 좀 나아지는거 같기도 하네.

내가 그렇게 누워서 몸을 회복시키고 있자, 옆에 있던 의자에 서은이가 털썩 앉더니 물었다.

"그래서 저 남매... 어떡하실거에요?"

"으.... 쟤들?"

원래는 지속적으로 빌드업을 쌓고 섭외했어야 했는데. 일이 꼬여가지고 조금 곤란해졌다. 하지만...

"쟤 남동생이 나 엄청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든 될거 같은데?"

"그래요? 신기하네. 그 망고단인가 뭔가인가?"

"그런가봐. 야, 지금까지 내가 호감작 해놓은게 이렇게 돌아올줄은 몰랐다."

"하하... 오빠 초통령인가봐요."

"그럴수도 있지. 근데 맞다, 그 순간이동 장치 설치 다 했어?"

"어저께 다 했어요. 근데 진짜 이사갈꺼에요?"

"그래. 여기 지하에 3개월 갇혀있어보니까 느낀건데, 여긴 안돼. 사람이 햇빛을 받고 살아야지."

"힝... 전 여기가 좋은데."

"여기도 이제 순간이동 장치 깔았으니 사실상 지하실마냥 가깝잖아. 걱정하지 마."

그렇게 조금 시시덕거리며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이쪽 방의 문이 열렸다.

제일 먼저 수빈씨가 들어오고, 그 뒤로 쭈뼜거리며 다가오는 남매.

다들 샤워하고 옷을 말끔히 갈아입은 모양세다.

오, 씻고나니까 갑자기 사람이 달라보이네.

아까 그 먼지구덩이 개판 그자체에서는 굉장히 꾀죄죄해보였는데, 씻기고 옷도 깔끔한걸로 갈아입고 사니 사람이 달라졌다. 특히 이하율쪽은 역시 원작에서 이쁘게 그려진 만큼 한 미모했다. 이 세계는 빌런도 외모보정을 받나?

하여튼, 그 둘이 들어오고.

나는 눈짓으로 서은이와 수빈씨한테 나가달라고 전했다. 내 눈빛을 읽고 조용히 방을 떠나는 둘.

그렇게 넓은 방에는, 나와 남매만이 남았다.

"애들아... 일단 저기 의자 끌고 앉아봐라."

아직도 피로회복기에 누운채 그렇게 말하자, 둘은 쭈뼛거리면서도 의자에 앉았다.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할까.

내가 그렇게 할 말을 고르고 있을 때, 이하율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를 왜 도와주신거에요?"

갑자기 불쑥 말한 그녀. 그리 말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니, 뿌리깊은 불신이 보였다. 원작에서 언급된대로 자기 남동생말고 믿는 사람이 없어보이는 모습.

그런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 나는 입을 열고 말을 했다.

"나도 예전에, 너희만한 동생이 있었단다."

갑작스러운 생뚱맞은 이야기에 얼굴을 찌푸리는 그녀.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예전에 동생이 있었지만, 나의 불찰로 괴한들에게 죽었다.

이번에 대체 누가 내 지갑 훔쳐갔나 하고 추적하다가, 너희를 보았다.

괴한들이 너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방식으로 죽은 내 동생이 떠올라 끼어들었다.

거기까지 말한 나는, 숨을 골랐다.

참고로 다 뻥이다. 난 동생 없었어.

하지만 쟤의 경계심을 없앨려면 이정도 뻥카는 쳐줘야 한다. 암...

"이하율, 이채윤... 너희 씻는동안 너희들에 대해 알아봤다. 이하율 너, 고아원 원장 죽이고 도망친거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깜짝 놀라는 그녀.

그래, 이걸 알 줄은 몰랐겠지.

"뭐, 책망하려는거는 아니다. 그 고아원 원장도 알아보니 어지간히 미친 여자였다만. 왜 너희한테 지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난 너가 최상급 치유능력 지니고 있다는거 몰라요~'라는 떡밥을 흘릴 필요가 있다.

내가 그거때문에 도와준거 알면 쟤 성격에 가만히 있을리가 없거든.

거기까지 말한 나는, 다시 분위기를 잡고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를 도와줄 수 있다."

"내 능력이면 너네가 도망친거야 뭐, 너네가 죽인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 원장을 죽이자 기회를 틈타 도망친걸로 조작할 수 있어. 내가 그정도 능력은 되거든."

"그리고 너희한테 집도, 돈도 대줄 수 있다. 너네 학교는 다니냐? 학교도 보내줄게."

"너네는 그냥, 뛰어놀며 살아라."

"내가 지원해줄테니."

갑작스러운 나의 아낌없는 나무 선언.

이미 그녀의 남동생은 망고스틱 만세!이러고 있지만...

쟤가 중요한게 아니다. 이하율의 의사가 중요하지.

역시,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우리한테,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우리 오늘 처음보는 사이인데? 말이 안되잖아."

여전히 의심의 기색을 지우지 않은 채, 나한테 쏘아붙이는 그녀.

그러나 그렇게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몸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래, 손짓 한방에 자기를 죽일 수 있다는걸 아는데 내 앞에서 저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겠지.

그러는 그녀한테,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했잖니. 너희를 보고 내 동생이 생각났다고."

"그냥 길가다가 로또 1등 용지 주웠다고 생각해."

그런 나의 말에도 아직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한 그녀였으나, 내가 이제 그만 가서 자라고 축객령을 내 일단은 사라졌다.

수빈씨가 와서 둘을 데리고 빈방에 이불을 펴줬다.

수빈씨가 생각보다 애를 잘돌보네? 밥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더니 애들도 잘 돌본다더라... 아무리봐도 저정도면 프로 주부다.

하여튼 겨우 쟤네를 재우고.

다음날이 되었다.

***

"이게 너네가 살 집이다."

다음날, 아침부터 나를 따라온 남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아침이 되서 다함께 어색한 밥을 먹은 다음, 따라오라고 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실 위쪽으로 올라가자 나온 평범한 가정집.

거기에 놓인 수상할정도로 첨단장비인 순간이동 장치를 타자, 이동하게 된 이곳.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깊은 산골짜기에 놓인, 대궁궐마냥 큰 3층 저택이다.

"아, 아니. 이건 좀..."

압도적인 위용에, 전까지만 해도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전 이하율의 눈도 띠용해졌다.

"물론 너네 둘만 여기 산다는건 아니야. 우리도 여기 살거야. 나는 3층이고... 너네는 2층에 방 두개 내어줄테니까 거기서 살면 돼."

여전히 입이 딱 벌어진 그들한테, 나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해줬다.

"말하지 않았나? 나 돈 무지하게 많다고."

이게 돈지랄이지.

어쨌든 내부로 들어간 우리. 나는 쟤네한테 방을 소개해줬다. 대충 냉장고 침대 2개등 있을건 다있는 두 방. 미리 미리 준비해놔서 가득한 모습이다.

부담스러워하던 애들을 강제로 넣어버리니 역시 적응의 생물답게 금방 적응한듯한 모습이다. 다 처리해놨으니 다음주부터 학교도 갈 수 있다고 하니 다시 띠용해지는 둘.

그렇게 같이 좀 있으며 메챠쿠차 친해졌다. 이하율 얘는 전보다 확실히 나에 대한 긴장감이 옅어진 모습. 남동생이랑은 그냥 얘 질문하는거 답해주고 몇개 대답해주니까 급속도로 친해졌다. 애가 날 참 좋아하더라. 진짜 망고단이었을 줄이야...

어쨌든 이정도면 어떻게든 이하율을 섭외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 자신의 능력을 나한테 안밝히기는 했는데, 그래도 뭐. 내가 쓰러져서 죽기 일보직전이 되면 웬만하면? 나 치유능력으로 살려주지 않을까?

휴. 대충 뭐, 괴한들이 갑자기 침입했을때는 망한건가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잘 넘긴거 같다. 다행이야.

아이고, 힘이 쫙 빠지네.

근데 나 뭔가를 잊은거 같기도 한데...

뭐였지?

***

[제목]에고스틱 진짜 죽은거 아니냐??

아니 진짜 말이 안되잖아.

지금 거의 4달이 다돼가는데 어디갔어!!!

돌아와 돌아와 돌아와 돌아와

=[댓글]=

[에고스틱이 안온지 4개월. 세상에서 제일 추운 4개월을 나는, 보내고있다.]

[120일째 안온거임? 진짜 말이 안되잖아ㅋㅋㅋㅋ]

[에고스틱 ㅅㅂ진짜 은퇴한거 아니나?]

ㄴ[헉]

ㄴ[ㅅㅂ안돼]

ㄴ[아니 근데 빌런이 은퇴했으면 좋은거 아니냐...? 빌런이 테러를 안한다는데 왜 아쉬워함]

ㄴ[?]

ㄴ[?]

ㄴ[별첩검거]

ㄴ[너 별먼지단이지]

ㄴ[스타더스 개새끼 해봐]

*

"하루야, 왜 이렇게 컵을 계속 두들겨? 요즘따라 뭔가 초조해보여 너..."

"아, 죄송해요 언니."

카페 안.

스타더스, 신하루는 자신도 모른채 유리컵을 치고 있던 손을 멈췄다.

에고스틱 그놈이 그대로 잠수탄지 벌써 거의 4개월.

놈의 비밀과 꿍꿍이, 그리고 계획하는 바를 기필코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던 스타더스는 슬슬 초조해지고 있었다.

아니. 이놈이 활동을 해야지 뭘 밝혀내던가 말던가 하지.

'이쯤이면... 나타날 때가 됐는데..."

그녀는 오늘도, 의미없는 기다림만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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