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48화 (48/328)

EP.48 구원

그래, 인정을 해야겠다.

나라고 해서 초인은 아니다.

[스타더스트!]가 내 최애 만화였고, 몇십번씩 읽어 대사들도 다 외울 지경이기는 했지만, 그뿐.

이 세계에 대해 모든걸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 씨발..."

나는 서둘러 마스크와 망토를 챙겼다.

아 그래, 총들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이판사판이다.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따지자면 시기를 정확히는 모른게 크다.

엑스세인트의 남동생이 죽는 년도와 계절까지는 어떻게 알았지만, 정확한 날짜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니 '대충 이쯤 일어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해서 계획을 세운것 뿐.

그러니까 어... 타이밍을 좀 잘못잡은거 같다.

괴한들이 이하율 그녀의 남동생을 죽여, 그녀가 흑화하는 이 이벤트.

난 이게 대충 지금으로부터 1개월 뒤에 일어날 줄 알았는데, 왜 오늘 일어나는거냐고.

그러나 찡찡대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금 안 족치면 답이 없다.

나는 서둘러 복장을 변경하고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

***

이하율.

그녀는 현재,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유, 이 꼬맹이들을 어쩌면 좋을까?"

"읍! 읍!"

그녀의 작은 판잣집 안.

비록 작고 누추하지만, 그래도 그녀와 그녀의 남동생 의 하나뿐인, 유일한 그들의 집.

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집에는, 원치않는 불청객들로 차 있었다.

"야, 막내야. 어찌하면 좋겠냐?"

맨 앞에 선 채,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남성.

두 남매의 집안에는, 험상궂은 남성들이 집을 꽉 채우며 서있었다.

신발도 안 벗은채, 집안으로 쳐들어온 이들은 이하율과 그녀의 남동생이 저항할 틈도 없이, 챙겨온 밧줄로 묶어버렸다.

거기에 테이프로 입까지 막아버려, 둘은 완전히 구속한 놈들.

머리를 깍은 채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근육질 남성.

그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 맹랑한 꼬맹이가 형님 지갑을 훔칠려고 한 년입니까?"

"그래.... 그렇지..."

형님이라고 불린 남자. 왁스로 금발 머리를 올리고, 선글라스를 낀 전형적인 양아치처럼 생긴 놈. 이들의 대장인 그는 이내 쪼그려 앉아, 하율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 맹랑한 꼬맹이가... 겁도 없이 내 지갑을 훔칠려 했다는거지?"

"읍! 읍!"

팔다리도 묶이고 입도 테이프로 막힌 그녀.

비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으로 뒤에 남동생을 가렸다.

최악의 순간에서도, 남동생만을 지키겠다는 태도.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의지를, 괴한들도 느낄 수 있었다.

아.

저년, 뒤에 남자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야, 야. 이년 치우고, 저 뒤에 꼬맹이 꺼내와봐."

"넵."

"으으으읍!! 으으읍!"

그녀의 필사적인 저항을 뒤로하고, 뒤에 있는 남자아이를 덥석 꺼내버리는 괴한.

그가 잡아 올린것은, 눈물을 흘리며 오들오들 떨고있는 어린 남자애였다.

"으으으...으으..."

똑같이, 밧줄로 묶이고 테이프로 입이 붙여진 남자아이.

초등학생쯤 됐을까. 떨고있는 그 아이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괴한들이었다.

그중 아까 형님으로 불린 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야, 얘 입에 테이프 붙은거 떼봐라."

"넵!"

막내라고 불린 대머리, 그 옆에 있던 다른 괴한이 테이프를 뜯었다.

촤악.

테이프가 뜯기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남자아이.

그는 눈물젖은 목소리로, 더듬 더듬 입을 열었다.

"사,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물기어린 목소리로 애원하는 그를, 주위에 괴한들은 비웃었다.

"하하하하하!! 이 쪼그만거 말하는거 봐라."

"흐음... 살려줄까? 말까?"

"형님. 그냥 둘다 확 해버리죠."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 다른 똘마니.

그걸 본 남자아이의 얼굴이 하얘졌고, 아래의 이하율은 발광했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흐으으음...야, 저년 잡아봐라."

"옙."

"옙!"

옆에 있던 다른 똘마니 둘이 발광하는 그녀를 잡았고.

형님이라 불린 이는,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야 이년아... 보니까, 이 남자애가 너한테 참 소중한가보다?"

거기까지 말한 그는, 칼을 꺼내들어 아이의 목에 갖다대었다.

"너가 죄를 지었으면... 그거를 갚아야겠지? 응? 보자... 딱보니까 얘가 동생인가?"

"으으으으읍!!"

"오호, 난리치는거 보니까 맞나보네?"

"흐윽...사, 살려...."

"그래, 뭐. 살려줄까?"

거기까지 말하고 씨익 웃은 '형님'.

그와 동시에, 그가 칼을 높이 치켜 들었다.

"너 누나는 살려줄게. 너는 누나의 죄를 안고 죽자. 야, 얘는 너때문에 죽는거다. 알겠어?"

"으으으읍읍읍!!! 으으으읍!!!"

"히...히이익..."

"잘가라."

남자의 칼이 아이를 향해 내리칠 준비를 했고.

그와 동시에.

콰과과과과과과광-.

"으아악!"

"시발 뭐야!"

집의 문이 개 박살이 나며,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

금방이라도 칼로 애를 찍으려고 했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얼굴을 찌부리며 이하율의 동생을 저쪽에 치워버리고 몸을 일으켰다.

"어떤 시발새끼가 우리가 재미보는데 지랄하냐."

"형님,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이에 아까 그녀의 남동생을 들고 겁박한 막내라 불린 남자가 문쪽으로 갔다.

"뭐하는 새끼냐!"

큰 소리로 외치며 밖으로 나서는 막내.

그렇게 세상 겁나는게 없다는 듯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긴 그는.

탕.

갑자기 날라온 총알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시발!!!"

"다들 총 꺼내! 막내가 당했다!"

갑자기 좁은 방 안에서, 서둘러 주머니 안의 총을 꺼내는 그들.

이내 그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총을 문쪽으로 향하고 있었을 때.

깜빡- 깜빡-

갑자기 방을 비추던 전등이, 켜졌다 꺼졌다,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발... 뭐야...."

그렇게 깜빡거리던 전등이, 결국은 나가버리고.

그 집 안은, 시커먼 어둠으로 둘려쌓여버렸다.

갑작스럽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된 그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은 총을 문쪽으로 향했다.

소름끼치게 고요해진 집안. 오직 그녀의 남동생이 뒤쪽에서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전투를 대비하며, 몸을 긴장시키고 있을 때.

문쪽에서,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 쏴!!!!"

갑자기 들린 소리에, 히스테릭하게 소리지르는 괴한들의 대장.

그의 말과 동시에, 서있든 이들 전부가 문쪽으로 총을 발포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순식간에 총성으로 가득 찬 방안.

아까의 굉음과 맞먹을 정도로 총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문쪽은 거의 개박살이 나서, 자욱한 먼지 연기로 뒤덮였다.

"흐으... 해치웠나?"

뒤쪽에 있던 똘마니중 하나가 중얼거렸고.

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방안에 나갔던 불이 다시 잠깐 켜졌다.

번쩍.

그와 함께 그들이 본것은.

전신을 뒤덮는 검은 옷과 망토.

검은색 마술사 모자.

그리고 얼굴의 반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는, 싱긋 웃으며 서있는 한 남성이었다.

그들은 잠깐 사이에 본것 만으로 남자의 정체를 파악했다.

저건 분명, 뉴스에 늘 등장하던 빌런-.

잠깐 사이에 켜진 불은 순식간에 꺼지고.

그 많은 총을 발포했음에도 여전히 서있는, 기묘한 복장의 남성을 본 그들.

그걸 본 대장은 히스테릭하게 소리질렀다.

"쏴!!!!!"

그렇게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다시금 총성이 울려퍼졌고.

자신의 앞은 물론 옆도 안 보이는 캄캄한 그곳에서.

"으윽."

총을 쓰던 남성 중 하나가 단말마를 외치고 쓰러졌다.

"근출아! 젠장...!"

이를 악물고 더더욱 앞쪽으로 총을 갈기는 대장.

그러나, 계속해서 총을 쏴도 옆에 있던 부하들은 하나 둘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이내 마지막 남은 부하까지 쓰러지며.

고요한 이곳에 총쏘는 소리는 오직, 그가 들고있는 총에서만 나오고 있었다.

"이익...씨바아알!!!"

이를 악문 그는 필사적으로 총을 쐈지만.

달칵. 달칵.

아무리 개조해서 탄알이 많았던 그의 총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총알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시...시발..."

이내 아까 놓았던 칼을 다시 손에 쥐고.

비틀비틀, 뒤쪽으로 물러가는 그.

"시, 시발. 꺼져 이 개새끼야!! 꺼지라고오!!!"

그가 광인처럼 앞을 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때.

다시 캄빡. 하고 불이 완전히 켜졌다.

피범벅이 되어있는 방안.

방금전까지 멀쩡히 서서 남매를 죽이네 마네 했던 괴한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방안을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참상 한복판에, 조용히 서있는 한 남자.

자신의 검은 옷에 묻은 피를 한손으로 툭툭 친 그는, 다른 손에 권총 하나만을 들고 있었다.

"시, 시발. 가까이 다가오지 마 이 새끼야아!"

미친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두르전 대장은,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의 반대쪽으로 뒷걸음질 치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걸 발견하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그것을 집어든 대장.

"우 움직이지마! 너가 움직이면 얘는 그대로 죽인다!"

그가 집어든 것은 바로, 묶인채 바닥에 쓰러져있던 이하율의 남동생이었다.

아이의 목에 칼을 들이민 채, 협박을 하는 대장.

그리고 그 협박이 유효했던 것인지, 서서히 다가오던 남자는 몸을 멈칫-했다.

"그래! 가만히 있고, 바닥에 총 내려놔 당장!"

그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조용히 바닥에 총을 내려두는 남자, 에고스틱.

에고스틱이 총을 바닥에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일어서자, 그를 지켜보던 대장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다.

"시발 그래! 그럼 그대로 꺼..."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고스틱의 뒷편에서, 어디 있었는지 모를 총이 두둥실 떠올랐고.

그걸 대장이 눈치 채기도 전에, 순식간에 그대로 발포됐다.

"...져..."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그의 미간에는, 그대로 구멍이 뚫렸고.

그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손에 쥐고있던 남자애와 함께.

"...."

그렇게, 이하율 그녀의 집에 쳐들어왔던 괴한들은 모두 죽었다.

이 자리에 있는건 옆쪽에 입이 막힌채 묶여있는 이하율, 바닥에 앉아져버린 그녀의 동생, 그리고 조용히 서있는 검은색의 남자.

그의 뒷편으로는 피투성이가 된 집만이 보일 뿐이었다.

"....."

남자도, 소녀도, 아이도 그 누구도 말 한마디도 없는, 소름끼치는 정적이 흐르고.

그렇게 바닥에 누워있던 소녀가, 어떻게든 무언가를 할려고 하던 직전.

고요한 이 집안에서, 바닥에 있던 그녀의 남동생이 갑작스럽게 입을 열어 말했다.

"마, 망고스틱...?"

그리고 그건, 이 분위기에 굉장히 안어올리는 한마디였다.

***

'응...?'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갑작스럽게 쳐들어와서,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린 집안.

저 옆에 쓰러져있는 이하율이 나를 무슨 연쇄살인마 보듯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고있는 상태.

이러면 안되는데....!!

대체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하고 고민하는 순간.

입을 먼저 열거라고 상상도 못한, 바닥에 쓰러져있던 이하율의 남동생이 입을 연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망고스틱이라고 말한다고?'

대체 뭔가 하고 그녀의 남동생을 바라보니.

주변이 피투성이의 노약자 및 임산부 시청 금지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눈을 반짝이는 녀석.

어라?

'이거...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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