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7 완벽한 계획
힐러.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상처를 치유해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칭한다.
내가 빙의한 이 만화, [스타더스트!]에서도 치유능력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
치유라. 딱 봐도 히어로같은 능력이지만.
안타깝게도 빌런이었다.
이게 우리편에 힐러가 있으면 든든하기 이로 말할 수 없지만, 상대편에 있으면 미치고 팔짝 뛰게된다.
기껏 몇달은 못움직일정도로 두들겨 패놨는데, 어떻게든 기어가서 도망치더니 하루만에 다 나아서 다음에 또 테러를 일으키러 돌아온다고.
우리 스타더스는 저놈들이 대체 어떻게 저렇게 금방 나아 돌아오나 의아해했고, 나중에 밝혀지길 이게 다 빌런들을 치유해주는 '엑스세인트'라는 여자 빌런 때문이었다.
원작 후반부 안그래도 빡센 빌런들 잡는 난이도를 더 높이는 주범.
얘만 처리해도, 후반부가 상당히 쉽게 풀어질거다.
그러니까.
내가 품어야지.
"그러니까 오빠, 나중가면 막 빌런들 치료해주는 악당 한정 성녀가 되는 애가 있다고요?"
"그래. 걔만 한명 있으면 참 든든하지 않겠니?"
"하... 대체 그건 어떻게 아는지는 진짜 안알려줄거에요? 그거 그냥 망상이에요, 아니면 진짜 막 미래를 보는거에요?"
"서은아 너는 아직 애라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돼있어요."
"그게 뭔... 휴우. 어쨌든 알겠어요. 그래서 걔 지금 어디서 뭐하는데요?"
"음.."
"뭐하는데요?"
"뒷골목에서... 소매치기 하고 있을걸?"
"네?"
서은이가 갑자기 무슨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걔가 고등학생이었나 그럴껄?"
내 말에 서은이의 얼굴이 더욱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
이하율.
아주 어렸을적부터 고아로 살았다.
자기 남동생과 함께 고아원에서 모진 학대를 견뎌내며, 하루하루 근근히 살다가.
고아원 원장이 그녀의 능력을 알게 되었다.
거의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게 해주는, 최상위 치유 능력.
원래대로라면 바로 협회에 신고하는게 맞지만.
간악한 고아원 원장은, 이를 숨겼다.
그리고 이하율을 재벌들에게 팔아 넘길려했다.
사실상 인신매매를 계획한 것.
그러나 이를 알아챈 이하율은, 고아원을 탈출했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미친 원장을 찔러 죽이고.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남동생과 함께 뒷골목을 떠돌게 된다.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나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삶.
그러다가 어느날 그녀의 남동생이 그녀의 눈앞에서 괴한들에게 당해 죽게되고.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결국 흑화하게된다.
자신이 이렇게 된거는 다 이 세상때문이다.
자신을 미리 알아채고 도와주지 않은 협회때문이고, 정부때문이다.
그러면서 악착같이 살다가 결국 나중에 빌런연합에 들어가, 빌런들을 도와 대한민국 붕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보니까 서은이랑 좀 비슷한점이 많다. 세상을 원망하다가 결국 세상을 파괴하려 드는.
어쨌든 결론은, 재를 내가 꼬셔서 내 편으로 만드는 거다.
대충 에고스틱발 빌런 연합의 첫 멤버로 딱인거 같다.
이렇게 한명 한명 모으면, 나중에 가면 거의 모든 빌런들을 내 손아래 둘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럴리는 없겠지만.
다 필요없고 일단은 쟤를 꼬시는게 급선무다.
물론 고아원때 겪었던 일 때문에 기본적으로 애가 인간불신이 있어서, 쉽게 넘어올 것 같지는 않다는 문제가 있다.
달려가서 "내가 돈줄테니까 나에게 충성을 바쳐라!" 이랬다가는 칼찌맞기 딱 좋다는 소리.
그래도 뭐, 흔들다리 효과로 어떻게 어떻게 해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사실 내가 다 할테니, 서은이 너는 걱정할꺼 없어."
"그렇게 말하니 더 걱정되는데요..."
내게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는 서은이.
그렇게 걱정할거 없는데.
나는 이미 이 방법이 먹힐거라는 확신이 있다.
왜냐하면 서은이 너한테 이런 방법을 써서 친해졌었거든...
***
어쨌든 그렇게 해서 지금 나는 서있다.
저녁, 시시티비도 없는 서울 뒷골목 어딘가에.
내 기억에 대충 여기쯤에서 활동을 했던거 같은데...
그렇게 정차없이 골목을 해매고 있을때.
꽂아놓은 이어폰으로 서은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2시방향 골목쪽에 어떤 여자애가 오빠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어요. 쟨거같은데요?]
빙고.
현재 나의 복장은 검은색 옷에, 마스크도 안낀 채다.
약간 어리버리하지만 돈 좀 많아보이는 스타일로 꾸민 채 걷고있는 중. 마치 호구처럼 보이게 꾸미고 있다.
흠...
느릿느릿, 걷고 있으니.
마침내 저쪽에서 뛰어오는 소녀.
내쪽으로 달려오더니, 실수인 척 나를 퍽 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10대 소녀에게 어깨빵을 당한 나.
그 당당하던 에고스틱이 이렇게 살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소녀는 탁탁탁- 하고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마침내 소녀가 시야에 보이지 않자, 나는 그제서야 주머니에 손을 넣어봤다.
역시나 텅 비어있는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지갑은 사라져버렸다.
"역시."
좋다.
계획대로 되고있다.
어두운 뒷골목 뒤에서, 나는 씨익 웃었다.
[거기서 뭐해요? 그만 돌아와요.]
"그래."
떡밥은 던졌으니
너는 이제 그걸 물면 되는것이여.
***
"헉, 헉."
이하율, 그녀는 뛰고 또 뛰었다.
오랜만에 성공한 소매치기.
남자가 자신을 찾을 수 없을 때까지 또 뛰고 뛴 그녀는, 이내 멀리까지 오고 나서야 숨을 골랐다.
안전한 곳까지 온 이후, 떨리는 손으로 그 남자에게서 훔친 지갑을 꺼냈다.
겉에 E.S라고 자수가 박혀있는 지갑.
조심스럽게 열자, 그곳에 들어있던건.
"10만원?"
만원짜리 열장이었다.
이정도면, 너무나도 횡제였다.
요즘 사람들이 카드를 들고 다니느라,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기에...
"이 돈이면... 차윤이에게 라면말고 다른 것도 사줄 수 있겠는걸..."
혼자 조용히 중얼거린 그녀는, 이내 살짝 미소지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물론, 자신때문에 돈을 잃은 사람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잖아...'
자신들은 돈도 능력도 신원도 아무것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살 수밖에 없다며 애써 위안하며 길을 걸었다.
물론 쌓여가는 죄책감은 어쩔수가 없었지만.
"누나, 왔어?"
다 무너져가는 판자촌에 들어가니, 그녀의 남동생이 그녀를 반겨줬다.
쓰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그녀는 그녀의 남동생에게 말했다.
"누나 오늘은 돈 좀 벌었어. 맛있는거 사먹자."
"진짜? 와!!!"
아직 초등학생인만큼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른채 미소지었다.
그래, 내가 못 먹어도 이 아이만큼은 잘 먹어야겠지.
남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 내일은 이걸로 버텨도, 그 다음에는 또 어떡하지.
어두운 밤처럼, 그녀의 마음도 캄캄히 물들었다.
***
[제목]망고스틱 언제돌아와?
나 추워...
=[댓글]=
[쓰니 얼어죽은채 발견ㄷㄷ]
[삭제된 댓글입니다.]
ㄴ[?]
ㄴ[???]
ㄴ[뭐였음? 나 삭제되서 못봄]
ㄴ[정확하게 '미안하고 요즘 바빠서 몇주만 더 ㄱㄷ'라는 내용이었음]
ㄴ[왜 저 댓글 계정 눌러보니까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라고 뜨냐? ㅈㄴ무섭네ㄷㄷ]
ㄴ[저 댓글 ㄹㅇ망고스틱 아니냐?]
ㄴ[에이 설마ㅋㅋㅋㅋ]
*
요즘 좀 심심해서 이러고 놀고있다.
내 팬카페 들어가서 대충 사람들 노는대 댓글 몇개 남겨주기.
물론 바로바로 지우긴 하지만...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왜인지 이러고 노는걸 서은이에게 들키면 또 나를 한심하게 볼거 같기는 한데... 음...
노는건 그만하고, 나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생각해보았다.
일명 '가랑비에 옷젖듯' 계획.
이번에 한번 지갑을 뺏겨줬다.
다음에 또 가서 옷 갈아입고 지갑을 뺏겨줄거다.
근데 그것도 E.S라고 이니셜 박힌 지갑.
그렇게 몇번 더 훔치다보면, 그녀는 이제 깨닫게 되겠지. 자기가 계속 동일인물의 지갑을 훔치고 있다는걸.
그렇게 그녀는 이상한점을 깨닫게 될거다. 한번 지갑을 그렇게 빼앗겼는데도 어째서 또 이 자리에 와서 자기가 몸통박치기를 해도 가만히 있는가?
그리고 동시에, 왜 처음에는 10만원이었돈 돈이 다음번처럼 20만원, 30만원으로 늘어나는가?
그렇게 그녀가 의문을 가질때쯤, 내가 그녀의 집앞에 등장하는거다.
'사실 저번에 소매치기당한걸 알았고, 너를 잡기위해 추적했었다.
그러나 너가 아주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남동생을 챙기며 으싸으쌰 사는 모습을 보고, 큰 울림을 받았다.
너만 괜찮다면 내가 너의 후견인이 돼주겠다.'
그라나 내가 그렇게 말해도 그녀의 뿌리깊은 인간불신으로 인하여 내말을 들어줄리 만무.
나보고 꺼지라고 할테고, 그러면 난 알았다며 조용히 쓸쓸히 물러날거다.
그러면 그녀는 나를 내쳤음에도, 어째서인지 내가 계속 떠오르고.
자기의 힘을 노린줄 알았으나 그런것도 아닌거같고, 쿨하게 떠난 이후로 다신 찾아오지 않는걸 보고는...
'사실은, 진짜로 착한 사람이었을려나...'
라고 쓸쓸히 생각할때, 아마 그때쯤 딱 그 사건이 벌어질거라고 추측한다.
갱단의 남동생 살인 사건.
그렇게 남동생이 죽기 직전, 내가 딱 개입해 남동생을 구해주면?
그리고 내가 한번 더 후견인 신청을 하면?
그때는 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후후후...완벽해..."
지하실 깊숙한 곳에서 나는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 내 계획은 완벽하다.
어긋날리가 없어.
그렇게 사악한 계획을 세우며, 20만원 넣은 지갑을 든채 방안에서 다음 플랜을 계획하던 어느날.
서은이가 갑자기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달려들며 소리쳤다.
"오빠! 지금 그 갱단인가 뭔가가 나타났어요! 어떡해요?"
아니 씨발 쟤들이 왜 벌써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