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4 의심의 심화
사실 이전부터.
신하루는 에고스틱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 정확히는 비행기 테러 이후.
그가 자신에게 건 전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믿는다고.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비행기를 막으라고 한 그의 말.
어떤 빌런이 히어로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때부터였다.
스타더스가, 에고스틱에 대하여 개인적인 조사를 하게 된 것은.
그가 일으킨 테러는 총 세개.
배, 기차, 비행기.
전부 사상자 0명.
어쩌면 이또한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스타더스 자신을 지지하는 일명 별먼지단이 주장하는 것 처럼, 에고스틱은 죽일 생각이었지만 스타더스가 다 막아냈기에. 그랬기에 사상자가 없던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모르는 것을, 그녀는 안다.
마지막 비행기테러는 사상자가 아무도 없도록, 에고스틱이 유도한 것이라는걸.
실제로 비행기가 추락하여 부숴지게 생기자, 직접 자신에게 연락을 걸어 비행기를 막도록 하였다는걸.
즉, 이를 통해 그녀는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 전까지의 테러도, 혹시 에고스틱이 무언가 장치를 해놓은것이 아닐까?
실제로 모든 테러가, 사망자가 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아닐까.
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거다.
가정해보자. 사상자를 낼 목적도, 금품을 요구할 목적도 아니었다면.
왜 그랬는가?
왜 테러를 기획했는가?
제일 일반적인 대답은 이거다.
관종이니까. 미친놈이니까. 정신이 나가서.
그래, 그게 제일 속 편한 대답이다.
그러나 그녀는 의문을 가졌다.
과연 오직 그 이유밖에 없을까?
물론 그녀도 그가 정신이 살짝... 나가있다는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직감.
그 직감이, 그녀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무언가가 더 있다.
단순히 저것이, 그 모든 이유가 아닌거 같다.
그래서 그녀는 조사해봤다.
그 테러들이 벌어진 이후, 달라진 것들을.
신문도 보고, 통계청도 보고, 기사도 보고...
그렇게 그녀가 알아낸 것들은 이런 것.
운행수단들에서 폭발물 검사가 강화되었다. 정부나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빌런들의 범죄율이 줄어들었다. 애초에 에고스틱 스스로가 3명의 빌런들을 처리했기도 하고. 빌런들은 다른 빌런들이 행동할때 나서지 않기에, 에고스틱이 활동하던 기간에는 테러율이 줄어든 것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것들을 에고스틱이 의도한 것이냐? 라고 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기 이로 말할 수 없다. 속 편한대로, 에고스틱에게 유리하게 끼워맞추는게 아니냐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에고스틱의 팬클럽인 망고단이 위와 비슷한 논리로 그의 테러를 정당화 하기도 하고.
사실 다 필요없이, 에고스틱으로 인한 변화 중에서 그녀가 제일 크게 느끼는게 있다.
바로 스스로의 힘이 훨씬. 훨씬 강해졌다는 것.
"....."
꾸욱.
그녀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기차를 막은 일. 그리고 비행기를 막은 일.
이 두가지 일을 겪으며, 그녀의 힘은 몰라보게 강해졌다. 협회에서 이미 S급으로의 승격을 한번 검토해봤을 정도로.
물론 승격은 굉장히 까다롭다. 한국 히어로 협회가 아닌 국제 히어로 협회 연합에서 심사하기에, 웬만하면 잘 승격시켜주지 않는다. 애초에 A에서 S로 올라간 사람들이 거의 없기도 하고.
그러니까 애초에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거다.
그녀의 힘은, 전례없이 빨리 강해졌으니.
그 누구보다도.
그리고 이걸 누구 덕분이라고 봐야 할까.
에고스틱 그놈?
"..나도 참, 뭐라는건지."
그건 아니다.
그냥 운이 좋게, 상황이 어쩌다보니 잘 풀려서 이렇게 된거겠지.
설마 에고스틱 그놈이 위기상황에서 스타더스 그녀의 능력이 강해지는걸 알고, 자신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테러를 벌인거겠는가?
'참... 무슨 실없는 망상을.'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긴 얘기에 피식 웃어 넘기다가도.
[그래요 스타더스씨. 잘하셨습니다. 제가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요. 그런 방식으로 모두를 살릴 줄이야, 진짜 예상도 못했네요. 당신의 승리입니다.]
[그러니 나서세요. 주먹을 쥐고 다리에 힘을 주고, 저 하늘로 날아 사람들을 구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당신이니까.]
"...."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대체 그가 자신의 뭘 알고, 능력이 성장할 줄은 어떻게 알겠나 싶으면서도.
그가 예전에 한 말들을 떠올려보면, 무언가 싱숭생숭해 진다는 것이다.
'분명 빌런이 한 얘기인데... 심지어 자기가 한 테러인데...'
어째서 그가 한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걸까.
그녀는 고개를 훨훨 털어 잡생각을 무찔렀다.
그냥 과대망상이다 과대망상.
그리고 에고스틱, 이놈은 애초에 테러만 일으킨게 아니다.
빌런 셋의 사살. 테러를 일으켰던 그의 추종자들까지 포함하면, 꽤나 많이 죽였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맘대로 망설임없이 빌런들을 제거하는 모습. 사적제재. 말이 좋아서 안티 히어로지, 마땅한 법률없이 자기 마음대로 남을 죽이는건 그냥 살인일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트북으로 보던 화면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그녀가 보던것은, 그녀가 협회장으로부터 보안허가를 받은 자료.
협회 내 최고보안 요원과 협회장만 볼 수 있는 기밀이라고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협회장으로부터 뜯어온 파일이다. 자신이 A급 히어로임을 강조하며 알 권리를 주장하며 겨우 승인을 받은 기밀들.
대체 이걸 왜 히어로들한테 안 알려주고 협회 내부에서만 공유하냐 따졌더니, 보안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답변만 받았었다.
'쯧... 우리를 사냥개로 아는건지.'
어쨌든 수탈에 성공한 이 자료.
이는 S급부터 B급까지의 빌런들에 관해 정리한 자료이다.
사이트에 대문짝만하게 [1급기밀]이라고 적혀있는, 자료들.
그녀는 거기서,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처리한 빌런들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
[엔조디악] 본명 전재혁.
S급 빌런.
주술사.
사람 8명을 죽인 후 그들을 제물로 주술을 일으키려다 적발.
위험성은 주술의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것.
2급 기밀사항: 20.03.24에 일어난 지진은 그가 일으킨 것이나, 이는 [기록말살]후 자연재해로 발표되었다.
*충분한 제물만 있다면 어떠한 재해도 일으킬 수 있기에 S급으로 지정. 국제 히어로협회 소속 히어로들도 수색중. 국내 히어로들에게는 /즉시사살/명령 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말것.
A급 빌런 에고스틱에 의해 처리됨.
***
이 외에도 라이노, 텔레포터등 에고스틱이 사살한 다른 빌런들에도 알아본 결과, 그녀는 한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능동적으로 살해한 빌런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들마저 모두 언젠가 '대규모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
참고로 저 자료에 에고스틱은 어떻게 기록되었나도 볼려고 했으나, 협회장이나 국제협회연맹 최고위원들 말고는 볼 수 없는 [O급 기밀사항]이 걸려 있어서 볼 수 없었다. 협회장한테 따지자, 자신의 위에있는 국제 연맹이 지정한거라 자기도 모른다는 답변뿐.
무언가 찝찝했으나, 그녀는 일단 넘어갔다.
중요한것은 에고스틱. 그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단순히 빌런이라고 하기에는....'
대규모 테러를 저지르는것을 보면 빌런이 맞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행보들은 무언가 애매모호한 면이 많았다. 사상자가 절대 나오지 않는 수상한 테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추종자 살해, 엘리게이터맨 저지등 이상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그게 이번 애플망고 사태가, 그녀의 의심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
애플망고.
사실 그녀는 보자마자 그가 에고스틱임을 눈치챘다.
목소리와 키, 하는 짓이 똑같은데 어떻게 모른다는 말인가.
물론 에고스틱을 실물로 본것은 그녀가 유일한만큼 다른 둘은 그자리에서는 눈치를 채지 못한것 같지만.
애초에 이름을 애플망고라고 짓는 것 자체가... 그가 딱히 자기의 정체를 숨길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했던 것은.
그가 그 자리에 왜 있었냐는 것.
애초에 저번 사건은 의도된 일이었다.
부산에서 대규모 공습이 있을 예정이라는 첩보를 들은 후, 섀도우워커가 쓰러졌다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려 밤에 일망타진한다는 계획.
아마도 인질들이 많을 것 같은 만큼 대인전에 능한 섀도우워커로 안전하게 테러를 진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미 애플망고...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잡졸들을 처리해 버리는 바람에 딱히 나설 기회도 없었다.
에고스틱은 끝까지 헛소리를 하며 자리를 떴었다.
그 자리에서 공격해서 붙잡았어야 했을까?
"...."
그래.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고스틱에 대한 그녀의 의심이 일종의 확신이 되었다는걸.
빌런이라는 놈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왜 구해냈다는 말인가?
보이는 모습은 미친놈 그 자체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한 행동들 하나하나를 따라가 보면... 네티즌들 말대로 빌런인척 하는 히어로로 보이기도 한다.
근데 그럼 히어로, 차라리 안티히어로로 활동하던가... 테러는 왜 일으키냐고.
무언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건가?
사실 그놈은 자기가 꼴리는대로 할 뿐인데 그녀가 확대해석을 하고 있는 걸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도로 발달된 직감은, 그것 자체가 합리적 추론이다.
그녀는 계속 의심했었고.
이번 애플망고 사태로, 그 의심은 거의 확신이 되었다.
에고스틱은 단순한 빌런이 아니다.
결코 히어로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적이라고도 하기도 애매하고, 아군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아군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이놈은 무언가, 거대한 판을 짜고 있다는 의심을.
스타더스 그녀는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날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대체 에고스틱 이놈은 무얼 꾸미는걸까. 사실 알고보니 우리편?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 알고보니 진짜 선배 히어로가 빌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 뭐라는거야 하루야. 너가 드디어 미쳤구나.'
그렇게 복잡한 생각만을 하며 잠 못 이루는 그녀였다. 그가 일으킬 다음번 테러에서는 꼭 정체를 밝히겠다는 다짐만을 하며...
'그런데 진짜 왜 스스로를 애플망고라고 지칭한거지? 무언가 이것도 숨겨진 의미가 있나?'
***
"좇같다..."
"대체 왜 애플망고라고 한거에요? 말해봐요 오빠. 망고 그렇게 싫은척 하더니, 사실은 그 별명이 좋았던거에요?"
"조용히해줘... 제발...!"
쪽팔려서 뛰어내리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