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3 화제의 중심
"오늘의 연예가~ 중계! 네, 이번 시간에 알아볼건 뭔가요?"
"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자칭 S급 히어로 애플망고입니다!"
"어머, 히어로 이름이 애플망고라고요? 굉장히 정감가네요."
"맞습니다. 요즘 아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람인데요. 일단 보시죠."
티비에서는 여자 둘이 사라지고, 이내 다른 영상이 나오고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듯한 영상.
그곳에서는, 의자로 이루어진 탑 위에 앉은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었다.
노란 가면을 쓰고 있는 그에게서 나오는 목소리.
[나를 물었는가? 나는 S급 히어로, 애플망고다.]
거만한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그의 말.
거기서 영상이 끊기고, 두 여자가 다시 나왔다.
"네! 아하. 저분이 스스로를 애플망고라고 지칭한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번 부산 시그니쳐 호텔 테러 사건때 그 어떤 히어로들 보다 빠르게,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했는데요. 이후 다른 히어로 3명이 오자 이와같이 말한겁니다."
"네. 근데 듣자하니 이분이 이후 이상한 말을 하셨다던데?"
"아, 그것도 한번 들어보시죠."
다시 바뀌는 화면.
아까 그 모습 그대로다. 이어지는 노란 가면 남자의 말.
[그런데 너네, 전부 A랭크 히어로들 아닌가? 선배와 후배의 차이는 하늘과 땅같으니, 모두 나한테 말할때는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네. 굉장히 어... 인상적이네요. 존댓말을 사용하라뇨?"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다시피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히어로들이 약간 얼이 빠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후로도 그의 기행은 계속되었습니다."
[내가 너네 협회장이랑 어 밥도먹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가고 다했어 임마!]
"허허... 이게 사실일까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죠. 이후로도 그는 여러가지 기묘한 발언들과 후배 히어로들에게 뜬금없는 충고를 하고 홀연히 떠나갔습니다."
"네. 듣기만 해도 참 묘한 이야기네요. 그게 바로 지금 그가 엄청난 관심의 중심이 된 이유인가요?"
"당연히 이것만이 아니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함께 살펴보시죠."
화면에 커다랗게 잡히는 숫자 1.
거기에는, 자막으로 커다란 글씨가 나왔다.
[자칭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사실 그의 정체는 빌런 에고스틱?]
"어머, 이게 무슨 얘기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스스로를 히어로라고 주장한 그이나, 네티즌들이 그가 사실 에고스틱이라는 수많은 증거를 찾아냈는데요. 함께 보시죠."
다시 화면이 전환되며 나오는 영상.
아까보다 훨신 조악한 화질. 몰래 찍은듯한 영상에서는, 갑자기 떠오른 총들에 맞아 쓰러지는 테러리스트들의 모습이 보였다.
"첫번째 증거는 염동력입니다. 애플망고는 총들을 허공으로 부유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는 에고스틱의 능력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또다른 영상. 그곳에서는 말을 마친후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애플망고의 모습이 담겼다.
"보다시피 그는 순간이동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이도 역시 에고스틱과 완벽히 일치하는데요. 이중 능력자 자체가 극도로 희귀한데 둘의 능력은 완벽히 겹치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 이정도면 요즘말로 빼박이라고 하나요? 빼도박도 못하는거 아닌가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상으로 분석을 해봤을때 에고스틱과 애플망고는 보다시피 체형또한 거의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목소리도 들어보시죠."
"네. 에고스틱의 첫번째 테러. 배 테러에서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의 연설을 듣고 나서, 모두가 갑자기 연합되었었죠.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이게 애플망고의 목소리입니다."
[빌런? 내가?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떠신가요?"
"이거...완전히 똑같은데요?"
"네. 많은 이들이 목소리와 하는 말이 거의 유사하다. 그러니까 아예 같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정도면 그냥 애플망고를 에고스틱으로 봐도 되겠어요?"
"네. 아직 협회가 확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애플망고가 에고스틱이라는게 이제 정설이 된 분위기입니다. 아예 에고스틱의 팬클럽인 망고단에서는, 에고스틱이 자기들의 애칭인 망고를 인정해준게 아니냐면서 흥분하고 있습니다."
"망고단... 애플망고. 이정도면 진짜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드디어 에고스틱이 빌런 코스프레를 버리고 히어로로 전직할려고 하면서 '격한 환영'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협회에게 S급 히어로 애플망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그것만으로는 이 인기를 설명하기가 힘든데요. 애플망고가 핫해진 두번째 이유! 함께 알아보시죠."
다시 한번 화면에 잡힌 커다란 숫자 2.
그 밑에 자막으로는 '에고스틱과 협회와의 관계, 무엇인가?'가 나왔다.
"에고스틱과 협회라의 관계라... 이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애플망고는 저번 사태에서 협회장의 개명 전 이름을 언급했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아, 그리고 너네 이거 알고있냐. 협회장 이름이 박준호지? 그거 개명한거다. 원래 이름은 박막춘이다. 우리 막춘이, 자기 이름 싫다고 맨날 징징거리더니 은근슬쩍 바꿨더라?]
"이건 굉장히... 신선한 이야기죠. 협회장의 이름이 개명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박막춘을 박준호로 개명했다는건데요. 이게 진실일까요?"
"협회는 일단 부정했습니다. 협회장의 개명은 근거없는 낭설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네티즌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습니다. 딱 저 입장만 밝히고 협회가 노코멘트로 있는 것도 그렇고, 히어로들의 반응도 볼때 저말이 사실이 아니냐는거죠."
"신기하네요. 만약 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애플망고, 그러니까 에고스틱은 그걸 어떻게 알고있는걸까요?"
"그게 지금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거립니다. 애초에 협회장의 개명 여부가 전산정보에 남아있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오랜 친구 외에는 딱히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럼 대체 그는 그걸 어떻게 알고있는걸까요. 진짜 협회장의 옛 지인이던가, 아니면..?"
"그래서 이와 관련해 몇개의 음모론들도 있습니다. 사실 에고스틱은 진짜로 예전에 S급 히어로였는데, 이후 협회와 마찰을 빛고 빌런으로 전직한게 아니냐는 이야기죠. 전혀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찌라시입니다만...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음모론대로라면 A급 히어로 3명이 애플망고를 놓친것도 설명이 되는군요? 사실 대선배이기 때문에 놓아준게 아니냐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애플망고와 관련된 세번째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네, 세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겁니다!"
그와 동시에 등장한 자막.
[3. 에고스틱의 능력은 대체 어떤건가?]
"에고스틱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네요. 이건 무엇인가요?"
"이번에 보여준 모습과 관련된겁니다. 지금까지 협회와 전문가들이 추측한 걸로는 에고스틱의 염동력과 순간이동은 상당히 약하다는거였습니다. 애초에 단일능력자들보다 이중능력자들이 훨씬 약한거는 흔히 알려져있던 얘기기도 하고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보여준 염동력으로 총들을 드는 행위... 이게 상당히 고난이도 기술입니다. 현재까지 에고스틱이 보여준 능력만으로는 할 수 없어 보였는데, 이번에 했다는거죠. 또 순간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지금까지 늘 서울에서 활동했던 그가 어떻게 부산에 있었냐는 얘기죠?"
"맞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그 순간, 갑자기 등장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그가 사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거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지금까지 에고스틱은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얘기입니까?"
"어쩌면 그럴수도 있다는겁니다. 아직까지 확정된건 없지만, 에고스틱. 그가 한동안 대한민국의 화제의 중심이 될거라는것은 변함이 없어보입니다."
"에고스틱.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거기까지 듣고 그냥 보고있던 티비를 꺼버렸다.
꾸욱.
리모컨을 누르자 허무히 꺼져버리는 티비.
텅 빈 그 검은 화면으로는, 신하루 그녀의 얼굴이 비추어 보였다.
"....."
티비에 비추어진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복잡해보였다.
에고스틱, 에고스틱. 그놈의 에고스틱.
그녀는 피곤하다는 듯 소파에 누워 눈을 누르며 지압했다.
벌써 사건 발생 후 며칠.
이미 호텔에서의 사건은 전국으로 알려진 뒤였다.
그리고 에고스틱에 관해서도.
"...."
사실 그녀도 이미 그 애플망고인가 뭔가가 에고스틱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아예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챘다는게 맞겠지. 그녀는 에고스틱을 직접 본 몇안되는 인물이니.
그랬던 그녀인만큼, 그녀의 심정은 복잡했다.
요즘 에고스틱이 일으킨 사건들에 대해 다시한번 조사를 이어나가던 와중에, 이런 사건이 터져 그를 다시한번 만날줄은 몰랐으니.
저번부터 있던 의혹.
그리고 이번 일까지.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들어, 그녀의 안에 무언가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는걸.
에고스틱.
이놈은 진짜, 빌런이 맞는가?
그러니까, 과연 악인(惡人)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