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 무대의 뒤편에서
하늘 위에서 비행기가 떨어지고, 그걸 스타더스가 구한 그날로부터 몇주 전.
지하기지에서, 나는 비장하게 선포했다.
"자, 한번 해보자. 비행기 테러."
나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 테러를 계획하게 되었다.
"오빠,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걸 습격해야 되요?"
"무조건 국내선. 대충 제주도 가는거 하면 되겠네."
"국제선은 어때서요?"
"해외 가는 비행기를 습격했다가는 외국 히어로들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특히 외국인 타있으면 그거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한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한국인만 탄 국산 항공사의 비행기를 습격해야 하는거야. "
"아하... 이게 또 까다롭네요. 밤비행기도 안되고요?"
"당연히 안되지. 그랬다가는 그 섀도우 워커 그놈이 그냥 비행기로 슥 순간이동해서 단체이동 시키고 끝날껄?"
"알았어요. 보자... 대충 이때 비행기 습격하면 될 거 같은데요?"
"어디봐봐. 음... 그래, 이때쯤이면 딱 좋겠다. 그럼 미리 준비해야 되겠네. 우리가 준비해야 할게 뭐지?"
"무슨 죽음의 넌센스퀴즈 할거라면서요. 가서 넌센스 퀴즈나 좀 알아와요."
"넌센스퀴즈를 알아오라고? 서은아, 난 이미 많이 알고 있단다. 스님이 내려가는 길을 6글자로 하면 뭔줄 아니?"
"...모르겠는데요. 뭔데요."
"불법 다운로드(佛法 Down Road)! 푸하하하하!"
"....오빠, 그거말고 제발 다른거 찾아봐요. 좋은말로 할 때."
서은이의 냉담한 반응.
불법 다운로드 재밌는데 어째서...
내가 그렇게 다른 아재개그를 할려고 할 때, 옆에있던 수빈씨가 나에게 말을 건냈다.
"다인씨, 저는 폭탄이나 알아볼까요? 저번에 기차 테러 할때 샀던 그 루트로 구하면 되는건가요?"
"아, 수빈씨. 저희 이번에 폭탄은 딱히 필요 없습니다."
내 말에 서은이와 수빈씨 둘 모두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오빠, 비행기에 폭탄 터트릴거라면서요?"
아, 내가 이걸 설명을 안해줬구나.
"음... 그래, 아예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줄게."
에고쇼 시행 계획.
비행기 위에서 넌센스 퀴즈 대회를 개최한다.
10문제를 전부 맞추는 사람이 없으면, 폭탄을 터트린다고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나는 무조건 비행기를 추락시킬거라는거야. 그런데 폭탄을 쓰면 비행기가 위에서 산산조각이 나겠지? 그러니까 폭탄은 안쓰고 그냥 추락시킨다는거지."
"네? 그게 대체 뭔소리에요?"
서은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말투였다.
"아니... 뭔가 이상한 포인트가 한두개가 아닌데. 일단 비행기를 무조건 추락시킨다면서요. 근데 그러다가 10문제 다 맞추는 사람이 나오면요? 그래도 그냥 떨어트릴거에요?"
"그러지는 않지. 근데 애초에 문제를 다 맞추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그건 혹시나 해서 미리 장치를다 해놨어."
"무슨 장치요?"
"마지막 퀴즈는 정답이 2개인거 낼 거야. 그래서 만약 맞추더라도? 그냥 다른걸 정답이라고 불러주면서 떨어트리면 돼. 이것도 안되면 그냥 억지부리고."
"와... 오빠, 지금까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좀 악마같네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서은이.
뭐 임마.
원래 세상이 이런거야! 이 세상은 속거나 속이거나라고!
"다인씨, 근데 그러면 폭탄을 안쓰고 추락시킨다는건 무슨 소리세요?"
"아 그거요. 폭탄을 쓰면 비행기 기체에 손상이 가 저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산산조각이 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폭탄은 터트린척만 하고, 실제로 비행기는 그냥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게 할겁니다. 근데 공중에서 착륙포인트 안잡고 떨어지면 그게 추락이죠 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그리 말하자, 서은이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 그래서, 우리가 비행기를 추락시키면 스타더스보고 그걸 들게 하는게 우리의 목표인거죠?"
"정확해! 내 위압감도 높이고, 스타더스 인기도 높이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냐?"
"어... 근데 다인씨, 스타더스씨가 비행기를 막을 수 있나요?"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해 계산해보던 수빈씨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쪽으로 눈길을 주자. 그녀가 계속 말을 잇기 시작했다.
"비행기 추락시키자는게 제가 낸 기획이기는 한데...스타더스씨가 지금까지 이룬 일중 제일 큰 업적이 저번에 달리던 기차를 막은거에요. 그 기차 막은 것도 대단한거기는 한데, 기차랑 비행기랑은 진짜 천지차이이에요. 보니까 그 기차도 스타더스씨가 진짜 한계까지 힘을 쥐어 짜서 막은거 같던데 비행기는... 단순히 속력만 몇십배 빠를뿐 아니라 중력이나 무게,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몇백배 힘든거에요."
수빈씨의 타당한 의심.
사실 누구나 해볼법한 의심이기는 하다.
마치 어저께 더하기 빼기를 배운 아이가 오늘 수능 미적분 30번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저게 정론적인 이야기긴 하다.
기차도 겨우 막은 스타더스가 비행기를 어찌 막느냐.
그러나 나는,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스타더스는 할 수 있습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이란 그런 것이다.
후반에 가면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지배하고, 자연재해를 혼자서 일으킬 수 있는 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세계.
나중에 가면 아예 신적존재들이 튀어나와 지구를 멸망시키려 드는 미친 세계관이 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홀로 대한민국을, 지구를 지키던 영웅 스타더스.
그녀는 주인공.
사실상 이 세계는 그녀를 위해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딱 하나.
그녀의 능력이 성장하는 대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그 뜻을 역으로 풀이하자면, 그녀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그녀를 강하게 해준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간절하고도 필사적인 '의지'만 있다면.
그녀가 막지 못할 것은 없다.
"스타더스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녀를 믿고, 비행기를 추락시키면 됩니다."
내가 진지한 얼굴로 그리 말하자, 서은이는 살짝 부루퉁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웃겨요. 대체 그 여자의 뭘 믿고 그러는 거에요?"
나는 그 질문을 슬쩍 웃어 넘길 뿐이었다.
***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가짜 폭탄도 찍고, 폭발한 척 하기 위한 연기 발생기도 날개에 몰래 붙이고.
이륙되기 전에 미리 비행기 내부로 순간이동해 들어가서 이것저것 장치하고, 기장들도 중간에 잠들어버리게 세팅하고, 기기판에도 미리 조작을 가해놓고...
히어로 만화랑 영화들을 하도 많이 읽어서 짜낼 수 있던 나의 계획들과, 두 천재의 조력이 합쳐져 겨우 이루어낸 결과물.
솔직히 이정도 테러면... 거의 예술에 경지에 도달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획을 오래 한 만큼, 테러 자체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비대면으로 테러를 하는건 처음이라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는데, 뭐 그건 감수해야지. 내가 추락하는 비행기에 탈 수는 없는거자너? 안전 좋아. 좋아 좋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고도 25000피트에서 일어나는 지상 최대의 퀴즈쇼. 아니! 상공 최대의 퀴즈쇼, 더 에고쇼 라이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근데 이게 탁 트인 곳에서 카메라를 보며 말할때는 술술 나왔는데.
지하 깊은곳에 있는 좁은 방안에서 마이크에 대고 말하니까 뭔가 좀 쪽팔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서은이와 수빈씨가 자꾸 바라보는데, 제발 그만 봐주세요.
겁나 신경쓰여! 텐션이 안나온다고!
"룰은 간단합니다! 총 10문제에 넌센스 퀴즈가 나갈텐데, 그거를 맞추시면 됩니다!"
"만약 모두가 틀린다면? 펑. 폭탄이 터진답니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열심히 말했다.
기지에 있는 화면에서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참고로 이 영상은 또 지상파 3사를 해킹해서 전국에 송출되고 있다.
온갖 기술자들이 다 달라붙어 전파납치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응, 그냥 서은이와 수빈씨에게 개같이 털려버렸다. 아디오스, 아미고...
근데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안하고 유튜브에만 실시간 라이브 올려도 지네들이 알아서 긴급편성으로 송출해 줄거 같기는 한데..
몰라. 이제는 전통이다.
"자! 그럼 바로 두번째 질문으로 가보겠습니다! 세상에서 뜨거운 과일은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넌센스 퀴즈를 방송하며 느낀건데...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잘맞춰?
솔직히 나는 한 7번째 8번째 쯤에서 다 나가 떨어질줄 알았는데.
끝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10번째까지 왔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건 머리가 벗겨진 한 아저씨. 어디보자 이름이... 김덕배? 대체 어떻게 계속 맞추는거야...
"자! 드디의 10번째, 마지막 문제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기름은?"
그렇게 내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고.
나에게는 아이유라는 답이 보내져왔다.
사실 아이유라 보냈든 오월오일이라 보냈든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거는 뭘보냈든 무조건 오답이라는거지.
...근데 기어코 마지막까지 맞추네. 복수정답 안했으면 큰일날뻔.
"자, 정답을 맞춰보겠습니다. 어디보자, 아이유라고 쓰셨네요. 정답은... 오월오일이었습니다! 안타깝네요. 그럼 뭐, 안녕히가세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나는 버튼을 눌렀다.
펑! 미리 장치해둔 소음기가 돌아가고.
비행기가 연기를 뿜으며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냥 밑으로 하강하는 거기는 하지만.
"휴, 드디어 끝났네."
나는 마이크를 끄고 의자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입만 터니까 텐션 유지하는게 너무 힘들어...
내가 그렇게 누워있자, 옆에서 조작을 다 마친 서은이가 말을 걸었다.
"오빠, 이제는 뭐해요?"
"뭘하긴, 스타더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걔가 과연 올까요?"
"당연히 오지, 스타더스가 누군데."
그렇게 나는 기다렸다.
"이제 곧 올거야."
기다렸다.
"이제 출발 했을듯?"
계속 기다렸다.
"지금 가고 있는거겠지?"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결과.
"으아아아악!!! 얘 왜 안와!!!!!"
나는 기어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니 왜 안와! 지금까지 진짜 안오면 곧 비행기 산산조각난다고!
"아! 오빠, 깜짝 놀라게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서은아! 애 뭐하고 있나 빨리 확인해봐! 근처 시시티비 해킹해서라도!"
"네, 네... 알았어요."
"아 찾았다. 오빠, 스타더스 여기 바닷가에서 그냥 비행기를 지켜만보고 있는데요?'
"뭐라고!! 대체 왜 그러고있는거야!!"
이런건 내가 아는 스타더스가 아니야!
"딱 보니까 자기도 아는 것 같은데요? 가봤자 끔살이라는걸 아니까 그냥 가만히 있는거죠."
서은이의 말에 나는 팔짝 뛰고 말았다.
뭐라고! 안돼! 스타더스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애라고! 일단 비행기 앞에다가 대려다 놓으면 각성해서 막을 수 있을거라니까?
"젠장... 어떡하지? 이대로 가면 방법이..... 그래, 이어폰. 인이어 이어폰!"
나는 떠올려낸것이다!
신하루는 늘 귀 안쪽에 작은 인이어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거기로 소통할 수만 있다면!
"서은아, 신하루 귀안에 있는 이어폰에 강제로 연결할 수 있어? 빨리!"
"잠시만요... 아, 이거 내선으로 연결된 보안용 연락망이라 뚫기가 좀 어렵네요... 언니! 저 좀 도와줘요."
"알았어!"
그렇게 둘이 달라 붙어서 컴퓨터로 계속 시도할 동안.
탁. 탁. 탁.
나는 정신사납게 다리를 떨었다. 불안해 죽겠네 진짜.
그렇게 억겁같은 시간이 흐르고.
"오빠! 뚫는거 성공했어요!"
"드디어!"
나는 서둘러 달려갔다.
컴퓨터에 잡히는건 무언가 복잡한 주파수 그래프.
"오빠, 근데 중요한게 저쪽에서 연락을 안받아주면 그대로 아웃이에요."
"괜찮아, 그러면 받을때까지 걸면 돼."
나는 그렇게 대답한뒤 자리에 앉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후우-.
뚜르르. 뚜르르.
가는 연락.
그리고.
달칵.
연락이 받아졌고.
나는 차분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입니다."
[이 쓰레기새끼가...]
연결이 되자마자 돌아오는 욕설.
그러나, 지금 내가 욕먹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다름이 아니라,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구하러 가지 않으세요?"
왜 구하러 가지 않느냐.
왜 여기서 이렇게 가만히 있느냐.
내 물음에 가벼운 욕설을 몇번 더 던진 그녀는, 끝내 입을 열었다.
[내가, 저걸, 어떻게, 막을까.]
[시속 1000km로 떨어지고있는 저걸.]
[나보고 죽으라는거냐.]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보다.
생각보다 훨씬 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구나.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구나.
정확히 이맘때쯤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가 알던 스타더스는 이렇지 않았다고 생각할려던 찰나.
생각해보니 이때의 스타더스는, 이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더스가 이길수 없는 적을 만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건 후반부의 이야기.
원작의 초반부에서, 그녀는 다 자신이 충분히 상대가능해 보이는 적들과만 싸웠다.
내가 그걸 비틀어놓았기 때문에, 현재 그녀가 좌절감을 느끼고 있던 것.
그러나 내가 제시한 상황은, 그녀의 현재 힘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상황.
처음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재해에, 그녀는 좌절하고 만 것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내가 아는 스타더스는 이렇지 않다.
극복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만나도,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서서 그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의 의지를 신뢰하며 적을 향해 불굴의 의지로 나서는 사람. 그게 스타더스, 신하루다.
근데 어째서 이번에는 나서지 않는거지?
아.
내가 처음부터 너무나도 높은 벽을 준건가.
조금씩 벽을 넘으며, 다음의 벽도 자신이 부술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야 했는데.
압도적인 벽에, 의지를 꺾어버리고 만 것인가.
그럼 어쩌지?
이제 어떻게 하지?
...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다시 의지를 줘야지.
그녀가 할 수 있다는걸 알게 해야지.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야지.
그녀가 뭐라고 했었지?
'내가 저걸 어떻게 막을까. 나보고 죽으라는거냐?'
그래. 그렇게 말했었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기에.
너는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쟁취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추락을 막으세요."
내가 진심을 무겁게 담아 건내자, 들려오는 그녀의 조용한 목소리.
[...그게 말이 돼? 그냥 나 이 기회에 제거하려고 하는거, 내가 모를 줄 알어?]
제거? 내가? 당신을?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누가 누구를 제거한다는 말인가.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은 나는,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말해버렸다.
"제가 왜, 당신을 죽이려 듭니까?"
내가 왜 너를 죽이겠는가.
"당신이 없는 저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이 빌어먹을 만화 속 세계에 떨어졌다는걸 깨달은 이후, 방황하고 고뇌하다 남은 생을 너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거늘.
"당신이 없으면 저는 그저 흔하디 흔한, 일개 빌런일 뿐이죠."
단순히 빌런이라고 지칭할 수도 없다.
너가 없는 나는, 그저 이 세계의 이방인. 불필요한 부속품.
내 모든 가족, 친구, 자산, 사회적지위, 명예, 우정, 사랑, 모든걸 다 잃은 채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나는 내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너를 위해 살지 않는 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너가.
오직 너만이.
"당신이 저를, 완성시킵니다."
그러니 나서세요.
주먹을 쥐고 다리에 힘을 주고, 저 하늘로 날아 사람들을 구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당신이니까.
거기까지 말한 뒤, 나는 그저 그렇게 연락을 끊어버렸다.
옆을 보니, 서은이와 수빈씨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아, 생각해보니 저 둘이 보는 앞에서 스타더스에 대한 내 마음을 줄줄히 읊었네.
음. 쪽팔린걸.
나는 그런 둘에게, 그저 옅게 웃으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이제는, 그저 신하루 그녀가 어떻게 마음먹는지에 따라 달렸다.
***
[네!!! 스타더스가!!! 비행기를!!! 착륙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승객들이 전원 무사히!!! 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안전합니다!!!]
"와. 오빠. 진짜 오빠 말대로 저걸 멈춰세웠네요. 어떻게 한거지? 오빠? 오빠!"
서은이가 나를 불렀을때, 나는 의자에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쭉 미끌어지고 있었다.
"서은아..."
"오빠 왜 이래요?"
"우리 놀러가자...."
진짜 테러 한번 하고 나니까 조오오온나 힘드네.
난 쉬어야돼.
쉬어야겠어.
"테러 한번만 더했다가는 골병들겠다 야..."
3연속 테러했으니까.
이젠 좀 휴가 가져보자고.
이 빌런은 휴식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