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3화 (33/328)

EP.33 HERO

"꺄아아아아아아악!"

추락하기 시작하는 비행기.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좌석 팔걸이를 붙잡았다.

[아니! 소리를 내다니! 마지막 선도 자릅니다! 빵!]

또 한번 들리는 펑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더 빠르게,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은, 라이브로 모두에게 송출되고 있었다.

"미친새끼..."

물론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직접 보고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협회장님, 대체 이제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포기하게. 난 지금 규탄 성명문 적느라 바쁘네. 에휴, 또 이곳 저곳 고개 숙여야겠구만. 자네는 와서 나한테 팝콘던진거 시말서 쓸 준비나 하고. 아, 젠장. 밑에 기자들이 왔구만. 이만 끊게.]

그렇게 협회장과의 연락도 끊기고.

스타더스는 홀로 남아, 착잡한 마음으로 상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비행기의 모습.

워낙 천천히 추락하고 있기에, 그것만 놓고 보면 마치 정상착륙 중인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양 옆 날개에서 연기가 미친듯이 나고 있는걸 보면 누가봐도 뭔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타더스는 생각했다.

이번이 거의 역대 최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테러가 아닌가?

에고스틱...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는구나.

제일 허탈한 것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속도는, 적어도 속력이 1000km는 된다.

자신이 겨우 겨우 막은 기차의 속력이 한 100km정도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대략 10배정도 되는 속도.

저거를 막으려고 하는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마치 자동차를 막으려는 드는 개미와도 같다.

즉, 자신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다.

그저 무력하게, 보고밖에 있을 수 없다는 뜻.

그렇게 착잡한 마음으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인이어에 꽂은 이어폰에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

그녀는 뜬금없는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에 얼굴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조작해 끊을려 했지만.

'잠깐... 이거 분명 협회랑만 이어진 이어폰일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그녀는, 이어폰을 한번 더 두들겨 연락을 받았다.

거기서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그 목소리에, 스타더스는 입술을 짓이겼다.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입니다.]

"이 쓰래기새끼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이어폰을 꺼내 바닥에 던져거릴 뻔한 그녀였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말에,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구하러 가지 않으세요?]

"...뭐라고?"

[아니, 날아가셔서 비행기를 구해야죠. 뭐하고 계세요?]

자기가 떨어트려놓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열이 뻗힌 스타더스.

그러나, 여기서 화를 내면 놈의 계략에 말려들어간다는 생각에,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추락하는 비행기를 나보고 막으라고? 너가 떨어트려놓고?"

[네. 당연하죠.]

너무나도 뻔뻔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 신하루는 진지하게 이놈을 한대 때려버리고 싶다고 느꼈다.

대충 즉사할 정도로 쎄게.

화를 꾹꾹 눌러담으며, 그녀는 입을 땠다.

"내가, 저걸, 어떻게, 막을까? 응? 시속 1000km로 떨어지고있는 저걸? 나보고 죽으라는거니? 아, 그렇겠네. 미친놈."

...화가 어째 새어나오고 있고, 컨셉도 풀리기 시작한 그녀.

그러나 그녀가 미처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에고스틱이 그녀의 말을 끊고 건넨 말.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전화로도 들려오는 누구보다도 진중하고 진심인듯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할 말을 잠시 잃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추락을 막으세요.]

마치, 전혀 부정할 수 없는 진실만을 말하듯.

달이 지면 태양이 뜬다는, 당연한 사실만을 말하듯.

너무나도 확고한 그의 목소리.

잠시 말문을 잃은 그녀는, 정신을 붙잡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 돼? 그냥 나 이 기회에 제거하려고 하는거, 내가 모를 줄 알어?"

[제가 왜, 당신을 죽이려 듭니까?]

그리고 이에 이어지는, 그의 담담한 목소리.

[당신이 없는 저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당신이 없으면 저는 그저 흔하디 흔한, 일개 빌런일 뿐이죠.]

[당신이 저를, 완성시킵니다.]

[그러니 나서세요. 주먹을 쥐고 다리에 힘을 주고, 저 하늘로 날아 사람들을 구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당신이니까.]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전화는 끊어져버렸다.

홀로 남겨진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귀신에 홀린듯, 잠깐 멍하게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드는 그녀.

저 미친놈이 그냥 늘상 하던 헛소리를 하는거다.

애초에 비행기를 지가 폭발시켜 떨어트린 놈이 한 말이잖아.

내 능력을 내가 아는데, 내가 저거를 어떻게 막어?

그냥 나를 이번 기회에 죽이려고, 저러는거 아니야?

그러나,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에 그가 한 말이 울려퍼졌다.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저를, 완성시킵니다.'

'주먹을 쥐고 다리에 힘을 주고, 저 하늘로 날아 사람들을 구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당신이니까'

마치 텍스트 그대로 듣기만 한다면, 그녀의 팬이 했다고밖에 믿을 수가 없는 말.

그러나 이 말은 그녀의 적, 에고스틱 그놈이 한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더 신뢰성과 객관성이 있는게 아닐까?'

그녀의 뇌는 현재 혼란한 상태였다.

안그래도 이대로는 저 비행기안의 모든 사람들이 죽는 것을 실시간으로 직관하게 생겼다며 무력감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는데.

저 비행기를 떨어트린 빌런이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떨어트려놓고 그녀보고 가서 구하라고 하자, 결국 멘탈이 나가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 기차도 막았는데, 비행기라고 못막을게 뭐있겠어? 사실 비행기도 보면 일종의 날아다니는 기차가 아닐까? 비행기가 뭐야, 비행기차의 줄임말 아니야? 그러니까, 비행기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뇌는, 무언가 심각하게 오류가 있는 논리를 사용해 생각을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뇌는 결론을 내렸다.

[제 247회 신하루 대뇌 정기 의사판단 협의회]

[의제결과: 비행기를 구하러 가자.]

'그래, 어차피 이대로 저들의 죽음을 직관한다면, 나는 평생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겠지. 그럴바에는 차라리, 후회없게.'

그리고 즉시.

그녀는 하늘을 날랐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비행기 안.

비록 떨어지는거 자체는 폭발이 일어난거 치고는 어째서인지 스무스하게 떨어지고 있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포심이 사라지는게 아니었다.

창밖으로는 점점 더 지상이 가까워지는 모습.

처음에는 분명 구름밖에 안보였으나, 이제는 저 아래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신께 기도드리는 사람들, 기절한 사람들, 아니면 모든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눈을 감은 사람들.

그렇게 점차 바다로 가까워지고, 이제 죽는게 몆분 안남았구나- 하면서 사람들이 희망을 잃기 시작할 무렵.

쿵-.

앞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

마치 무언가가 비행기 앞면을 계속해서 내려치듯, 쿵하고 울려퍼지는 소리.

그리고 파공음.

콰아아아아아앙.

"으으으으으윽?"

갑작스럽게 무언가 앞쪽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며.

승객들은 일제히 앞쪽으로 몸이 튕겨나가듯 떠올렸다.

안전벨트를 모두들 착용하고 있지 않았으면, 진짜로 튕겨져 나갔을 정도의 충격.

마치 가로수길에 부딪힌 자동차마냥, 비행기의 앞쪽에 무언가 부딪혔다는듯 충격이 오갔고.

바다를 향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기 위해 달려가던 비행기의 속도가.

점차.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어라?"

그렇게 처음에는 앞쪽에 뭐가 부딪힌듯한 충격에 이제 죽었구나- 하던 승객들도 무언가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챘다.

그렇게 지상과 분명 가까워는 지는데.

마치 착륙하듯, 점차, 점차 느려지는 비행기.

"어..? 어?"

그렇게 무언가 점점 느려지던 비행기는.

이내, 바다에 쿠웅- 하고 착륙했다.

-콰앙.

"꺄아아아아악!"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충격과 비행기가 갑자기 충격으로 갈라지는 일이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승객 전원이, 생존했다.

"...뭐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승객들.

그들은 무슨일인지 몰라,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도 실감이 안나서, 기뻐하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린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나 승무원들을 찾아 안쪽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기절한 채 쓰러져있는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들을 깨워, 비행기의 문을 열게 하고, 비행기문에서 바다로 구명보트를 띄워 미끄럼틀처럼 연결하는 기구를 설치한 채, 미끄러져 밖으로 나와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

아직도 무언가 혼이 나간 채구명보트에 타, 노를 저어 비행기 앞쪽까지 간 사람들이 본것은.

홀로 비행기 기체가 움푹 들어갈정도로 힘을 주어 잡은 채, 잔뜩 찌그러진 비행기 앞면 위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던 빨간색 타이즈를 입은 금발의 여성.

스타더스였다.

본능적으로 그녀가 자신을 구했다는걸 깨달은 사람들.

그들중 한명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영웅...."

영웅.

히어로.

구원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거대한 비행기 위에서 한껏 초라한 모습으로 숨을 고르고 있던 그녀를 보며 느꼈다.

저게.

저 사람이.

방금 모두를 구한.

바로 우리의 영웅이라는 것을.

***

[네!!! 스타더스가!!! 비행기를!!! 착륙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승객들이 전원 무사히!!! 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안전합니다!!!]

[Yes, and as you can see.... Wow. She did it! Viewers, The Korean A-class hero Stardus just stopped plane from crashing in midair! Unbelievable that it happened in Korea.]

[はい、ちょうど韓国のヒーローStardus-sanが飛行機を上空で止めることに成功しました. すごいですね. 韓国ができることはありますか?]

[韓國的英雄星塵攔住了飛機. 是的,這對於半島上一個流氓國家來說很棒.]

[En Corée, un petit pays à l'Est, un héros a arrêté un avion dans le ciel. Elle s'appelle Stardus.]

[미국은 경악하고 일본은 충격에 빠지다! 중국이 극찬하고 프랑스를 두려움에 빠트린 히어로, 스타더스는 누구인가? "일본은 이제 히어로에 관해서는 한국에 완벽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열 히어로를 합쳐도 한국에 이길 수는 없을것." 일본 내무부 장관의 충격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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