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 바베큐 파티
찰싹.
내가 뒤통수를 치자 '으윽?' 거리는 악어놈.
"으아아아!!!!"
손을 뒤로 뻗어 나를 향해 시원하게 휘두르지만.
당연히 나는 이미 순간이동해 멀리 떨어진 이후다.
"이놈!!!!! 모기처럼 도망가지 말고!!!!! 사나이답게 싸워라!!!!!!"
"야, 너 같은 덩치랑 나랑 맨몸으로 싸우면 좀 불공정하지 않겠어? 그게 더 사나이답지 않은 거 아닌가?"
"그아아아아아아!!!!"
음, 애초에 들어 주질 않네.
아니 내가 뭘 밉보였다고 이렇게 적대적이게 구는 거야?
원래 빌런들끼리는 막 서로 내적 친밀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막 서로 한 번도 만난적은 없지만 히어로라는 공통의 적을 위해 서로 의기투합해서 힘을 합치고... 그런 그림을 원했다고. 왜 갑자기 무식하게 달려드는 거야?
사실, 저놈이 나한테 유하게 나오면 바로 통수칠려고 하긴 했으니, 혹시라도 그걸 깨달은 거면 무식한 게 아닌가?
그러나 다시 내가 있는 쪽을 향해 황소처럼 뛰어오는 놈을 보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식한 게 맞는 걸로 결정내려졌다. 아니, 진짜로 학습 능력이 없는 건가?
나는 다시 이놈이 나를 덮치기 직전에 순간이동으로 빠져나왔다. 하아, 하아. 사실 나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집까지 순간이동으로 왔다 갔다 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데. 안 그래도 체력 딸리는데 여기서 슉 슉 이동하니 조금씩 피로가 쌓이고 있다. 심지어 한 손에는 마이크, 다른 손에는 산타클로스처럼 보따리를 뒤로 매고 있다고.
그러나 일류는 여기서 힘든 내색하지 않는 법. 나는 마치 아무 문제없다는 듯, 씨익 웃으며 놈에게 말을 건넸다.
"친구야, 하루 종일 이럴 거니?"
"그아아아아아!!!! 이런 야비한!!!!!!!"
[ㅋㅋㅋㅋㅋㅋㅋㅋ야비하데ㅋㅋㅋ]
[악어 점마 개빡친 듯ㅋㅋㅋㅋ]
[ㄹㅇ모기처럼 쏙 쏙 빠져나가는데 개빡치겠지ㅋㅋㅋㅋㅋ]
[망고스틱 그는 모긴가? 망고스틱 그는 모긴가? 망고스틱 그는 모긴가? 망고스틱 그는 모긴가?]
[모기스틱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쟤 진짜 힘 하나는 존나 쎈듯 무슨 돌진할 때 시멘트바닥이 움푹 파이네ㄷㄷ]
[힘은 쌘데 좀 모자란거 같은wwwww]
[악어남 이렇게 자꾸보니... 귀여울지도?]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지금 쟤가 테러 일으켜서 몇 명이 죽었는데]
[ㄹㅇ빌런 커버쳐주는 건 선 넘네]
[애들 돌음? 하다 하다 빌런 귀엽다고 커버쳐주네]
[이렇게 빌런 적대적인 놈들이 에고스틱은 빨아주는wwwwww]
[아 에고스틱은 사상자 0명이라고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이 빌?런]
[망고스틱은 협회 공인 A급 히어로이며 이거는 수박도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코이츠 수박도가 아니라 망고도인wwwww]
[근데 에고스틱은 ㄹㅇ저기 왜 간 거냐?]
여전히 정신없는 채팅창.
그중에 한 채팅이 내 눈에 딱 들어왔다.
에고스틱은 여기 왜 온 거냐.
그래, 이거를 잘 설명해야된다.
여기서 잘못 설명했다가는 사람들이 또 나를 이 정도면 히어로네 뭐네 하고 또 음해를 할 것 아닌가?
나는 또 달려올 준비하고있는 크로코다일맨한테 소리쳤다.
"잠깐!!!!! 내 얘기를 들어봐라!!!!!"
내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최대성량으로 소리를 치자, 그제야 무지성 공격을 멈춘 악어인간.
그는 코를 큼하고 내뿜더니 나를 향해 외쳤다.
"좋다!!!! 말해 봐라!!!!!"
"그래!!! 이거부터 묻겠다!!!!! 왜 갑자기 나를 공격했냐!!!!!!"
나의 질문에, 그놈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스타더스를 내 타겟으로 찍었다!!!!!! 그런데 너도 스타더스에게 관심이 많은 거 같으니!!!!! 넌 내 적이다!!!!!"
"......"
뭐야 이 이상한 논리는.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코이츠wwwww 저 멍청한 빌런도 망고가 스타더스 좋아하는 건 알고 있는wwwwww]
[아니 왜 에고스틱 순간이동 능력 있는건 모르면서 스타더스 좋아하는 건 알고 있냐고ㅋㅋㅋㅋㅋ]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두 남자 ㅗㅜㅑ]
[ㄹㅇ사실 에고스틱 지금 달려온 것도 스타더스 대신 달려온 거 아님?]
[스타더스 부르니까 에고스틱이 나오는... 부부는 한 몸이라던데 혹시?]
[모야모야 둘이 모야]
[악질우결충들 또 엮기 시작하네ㅋㅋㅋㅋ]
[ㄹㅇㅋㅋ우결이 아니라 진결인데ㅋㅋㅋㅋㅋ]
[그래서 ㄹㅇ왜온 거지??]
"...네놈!!!!!"
나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빽 소리쳤다.
어째 스피커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가 내 귀를 망가트리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공격했다는 거냐!!!!"
"아니!!!! 애초에 너가 먼저!!!!! 나보고 항복하라고 하지 않았냐!!!!!!"
내가 그랬나?
난 기억이 안 나는데.
일단 발뺌이다.
"내가 언제 그랬냐!!!!"
내가 그렇게 외치자 눈을 꿈틀거리더니 갑자기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 내는 악어놈.
"뭐라고!!!! 너가 분명 나한테 [악어 새끼는 들어라. 너는 포위됐다. 지금 당장 항복해라.]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아니 시발 저 새끼 왜 이럴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가.
내가 급작스러운 공격에 입을 끔벅이자, 채팅창은 또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정곡을 찔리니까 아무 말도 못하네ㅋㅋㅋㅋㅋ]
[악어쉨 왜 갑자기 말 잘하누ㅋㅋㅋㅋㅋ]
[아니 지가 선시턴거 라이브로 다 송출됐는데 뻔뻔하게 우기는 거 뭔데ㅋㅋㅋㅋㅋ]
[뻔뻔한 망고스틱도 귀여워!!!! 악!!!!!!!]
음, 이럴 때 페이스가 흔들리면 안 된다.
오히려 뻔뻔하게 나와야 성공할 수 있는 법.
어렸을 적에 읽은 자기계발서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인생은 마치 철판볶음밥과도 같다고.
철판에 볶은 볶음밥은 맛있다.
사실, 철판 깔고 볶으면 뭐든 어지간하면 괜찮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철판 깔고 살면, 어지간하면 잘풀린다.
그 격언을 떠올리며,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입을 연다.
"어쩌라고!!!! 안 물어 봤다!!!!!"
"......? 분명 너가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묻지 않았냐!!!!"
"됐고!!!! 너가 먼저 건물 부술때 스타더스보고 에고스틱과 물고 빨느라 안 오냐고 말하지 않았냐!!!! 이 무슨 음해!!!! 사과해라!!!! 내가 느낀 모욕감에 사과해라!!!! 사과하면 용서해 주겠다!!!"
내 말에 결국 야마가 돌아버린 놈.
"미친놈!!!! 너 말을 들어 준 내가 바보다!!!! 죽어라!!!!!"
거기까지 말하더니 갑자기 입에 뭔가를 머금기 시작하는 악어 자식.
어어 저거 그 공격 아닌가?
무언가 그놈의 입에서 쏘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바로 옆으로 순간이동했다. 미친놈!
급하게 이동하다 보니 실수로 손에서 마이크를 놓친체 순간이동 하고 말았다. 아, 저거 집에서 노래 몇 번 부른 거 말고는 거의 쓴적도 없는데. 개박살 나겠네.
겨우 간발의 차로 순간이동 하고 보니, 내가 서 있던 쪽으로 물줄기가 쏴지고 있었다.
저게 바로 크로커다일맨의 비기, 익스트림워터스파우팅.
근데 저건 걍 원작에서 자기가 이름 붙인 거고, 실상은 그냥 물대포다. 대신 맞으면 즉사인.
대체 악어인 거랑 물대포 쏘는 거랑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건줄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작에서 스타더스가 불시에 저거 맞고 사경을 해맸었다. 이미 알고 있던 나는 겨우 피했지만.
"쥐 새끼같은 놈!!!! 이걸 피하다니!!!!"
입가에 묻은 물을 닦으며 입을 놀리는 녀석.
저놈이 즉사공격을 나한테 써?
방금 그건 진짜로 기습이라 못피했으면 그대로 죽는 거였다.
생각해 보니 피어오르는 분노.
저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이런 짓을?
안 되겠다.
원래는 대충 겁만주고 돌려보내서 나중에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냥 오늘 잡자.
오늘 저녁은 악어고기다.
나는 아까부터 들쳐메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슬슬 염동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염동력 차징했으니,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염동력으로 인해 떠오르는 내 몸.
그리고 동시에, 내가 보따리에 넣어 놨던 물건들도 하나둘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수많은 총들.
허공에 떠 있는 내 주위로, 내가 챙겨 놓은 수많은 총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야, 이 악어 자식아."
나는 염동력으로 총들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준비완료.
허공에 떠서 자기를 겨냥하는 무수히 많은 총들을 보고 악어놈은 눈을 꿈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수많은 총들을 동시에 발포하기 직전, 나는 놈한테 한마디 해줬다.
"지옥에서 보자, 개자식아."
그리고 동시에 쏘아지는 총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십 개의 총들의 동시에 발포하기 시작하니, 엄청난 굉음이 옥상를 휩쓸기 시작했다.
"그으으으으으윽!!!"
고개를 숙이고 팔을 교차해서 몸을 가린 체, 총알을 다 맞기 시작한 크로커다일맨.
어느덧 너무 많은 총들을 가격해서일까, 그놈이 서 있던 자리에는 먼지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가득끼기 시작했다.
다시 땅바닥으로 돌아온 나는, 무심하게 한마디 던져 줬다.
"해치웠나?"
[아앗... 그 말하면...]
[ㅈ됐다 100퍼 안 죽었을듯]
[근데 총을 저만큼 맞고도 살아 있다고? 설마]
[에이 설마 살았겠어?]
[설마 특) 사람 잡음]
어느덧 자욱하던 먼지가 걷히고.
먼지가 걷힌 그곳에는, 단 하나의 상처도 없이 굳건하게 서 있는 크로코다일맨이 있을 뿐이다.
"하하하하하!!!! 그런 빈약한 물리 공격 가지고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있을거로 생각했느냐!!!!!"
큰 소리로 웃은 놈이 다시 앞을 보자 있던 건
텅 빈 옥상.
그리고 갑자기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내가 지옥에서 보자고 했잖니, 아기악어야."
그놈의 머리 위로 순간이동한 나는, 추락하면서 그대로 수직으로 놈의 머리통에 유리병을 던졌다.
쨍그랑- 놈의 머리에 맞으며 산산조각이 나는 유리병.
"음?"
그리고 그 유리병에서 나오는 정체불명의 초록 안개.
이게 뭐냐는 듯 코를 킁킁 거린 놈은, 갑자기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물리 공격에 내성이라고?
그러면 특수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니야?
독가스 맛 좀 봐라 이 녀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