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4화 (24/328)

EP.24 악어사냥

"스타더스!!!!! 나오지 않으면!!!!! 다 부순다!!!!"

축제가 열리고 있던 도심의 한복판.

그곳에서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닌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

이미 불의의 습격을 당한 시민들이 도처에 쓰러져 있었다.

쾅-. 쾅-.

건물, 부스, 가로등.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때려 부스며 다가오고 있는 한 괴수.

전신이 녹색 비늘로 덮여 있는 이놈의 이름은 크로코다일맨이다.

원작에서 이슈 중반쯤부터 등장했던 놈.

이 과학자녀석이 악어가지고 실험하다가 무슨 사고가 일어나서 이렇게 합체된 뭐 그런 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요한 거는 그게 아니라 저놈이 여기서 등장하면 안 되는 놈이라는 거다.

아직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라, 처리 우선 대상에 놓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냐?

"스타더스!!!!! 왜 안 나오는 건가!!!!! 에고스틱이랑 물고 빠느라 안 나오는 거냐!!!!!!"

....어, 저게 튀어나온 이유인 건가?

갑자기 자기가 말하다가 빡쳐서 온 주위를 때려 부수는 모습은 가관.

"흐, 흐으윽."

쓰러져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대부분 사람은 진작에 빠르게 도망쳤지만, 사고에 휘말려서 쓰러진 채 신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놈이 평소에는 평범한 남자로 살지만, 자기가 원할 때 악어괴수가 될 수 있는 거라 좀 더 악랄한 놈이다

아, 쟤 변신만 안 하면 진짜 순간 이동-기습-총한 방 컷인데. 농땡이 피우지 말고 그냥 족칠 걸.

하여튼, 이미 일은 벌어졌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스타더스 나오라고 깽판을 치고 있으니 원...

크로커다일맨. 아마 사람들에게는 지금 처음으로 모습을 본 빌런일 거다. 그전까지는 저놈도 숨어 살았을테니.

후에 협회가 부여하기를 A급 빌런인 놈. 사실 내가 보기에는 S급을 줘도 상관이 없다고 본다. 애초에 협회가 빌런들에게 히어로들보다 훨씬 후하게 등급을 주는데, 왜 얘는 A급을 줬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놈, 원작에서 참 곤란한 놈이었다.

기본적으로 피부가 두꺼운 비늘로 둘려싸여서, 어지간한 물리 공격이 거의 다 안 통한다.

총, 폭탄 등등을 몸빵으로 버텨 낼 수 있는 괴물.

사실상 무력은 괴력밖에 없는 스타더스가 참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다. 아무리 스타더스가 떄려도 거진 다 버티니까.

특히 저놈은 스타더스에게 집착한다는 게 큰 문제다. 시리즈 최초로 무작정 깽판을 치는 놈이 아닌, 스타더스를 콕 짚어 지목해서 부르는 놈이니. 사실 내가 스타더스 부를 때 원작의 이놈을 많이 참고했다. 아니 부르니까 우리 정의감 넘치는 스타더스는 웬만해서는 달려 오더라고.

어쨌든,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왠 3대 500은 치게 생긴 녹발 태닝 양아치가 내게로 향한 스타더스의 관심을 빼앗으려는 상황.

안 돼! 내가 녹태양한테 내 스타더스를 빼앗길거 같으냐?

그리고 타이밍적으로도, 스타더스가 굉장히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 저놈이 테러를 개시했다. 지금 하필 여기 있던 바람에 협회에 들려 인식저하를 받고 오면 시간이 지체된다. 그전에 사람들 다 죽는다고. 저기 골골대며 쓰러져서 피흘리는 사람들 어쩔 거야.

그래, 백프로다. 스타더스가 인식저하 안 받고 생짜로 얼굴까고 나설 확률이 백프로라고.

절대 안된다.

원작 최 후반부 에피소드 'Revealed'를 보면 알겠지만, 얼굴이 까진 이후의 세계는 신하루에게 지옥이다. 온갖 악플, 테러, 저격등이 신하루에게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비난이 복사가 된다고.

그래, 내가 스타더스 행복하게 해주자고 이지랄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폭삭 망하는 건 두 눈뜨고 볼 수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거다.

근데 또 이랬다가 막 안티히어로라는 소리 또 들으면 어떻게.

그러니까 변명, 이 아니라 해명을 해야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켜고 가야지.

에휴, 이 정도면 솔직히 내가 빌런인지 유튜버인지 모르겠어.

***

"스타더스!!!! 아직도 안 나오는 거냐!!!!"

주위에 모든 걸 쓰러트린 크로커다일맨에 외침.

그놈은 화가 난 듯 주먹을 말아쥐었다.

거의 사람 머리통만한 그의 주먹.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여기 있는 놈들 모두 죽여주마!!!!!"

주먹을 쥔 체로 무너진 잔해에 사람들이 깔려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크로커다일맨이 자기들쪽으로 걸어오자, 어떻게든 도망쳐볼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돼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기어코 주먹을 말아쥔 크로커다일맨의 그림자가 자신들을 가리자, 공포에 질린 사람들.

"사, 살려..."

"나를 원망하지 말고 스타더스를 원망해라!!!!"

그렇게 그가 주먹을 내려치기 위해 허공으로 손을 올리고, 사람들이 죽음을 직감한 체 눈을 꼭 감던 그때.

고요하던 이곳에, 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음?"

고개를 갸웃하는 크로커다일맨.

갑자기 이곳 분위기와 하나도 어올리지 않는, 경쾌한 락 음악이 울려 퍼졌다.

시끄럽게 소음을 내는 일렉기타의 독주가 어디선가 들리자, 크로코다일맨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근처 건물 옥상에 서 있던 나였다.

옥상의 난간에 서서 크로커다일맨을 내려다보는 나.

그런 내 오른쪽에선, 소리를 최대치로 맞춰둔 블루투스 스피커가 시끄러운 음악을 토해나고 있었다.

옥상에 서서,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나. 격하게는 아니고, 그냥 비트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있을 뿐이다. 가끔 박자에 맞추어 박수도 쳐주고 말이야. 원래 첫등장은 요란해야 하는 거거든.

그리고 그런 내 왼쪽에서는, 염동력으로 들려 있는 카메라가 유튜브로 내 모습을 송출하고 있었다.

인사나 해 줄까?

자, 다시 한번 컨셉 잡고.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번에 뵙고 다시 또 보는군요. 이 시대의 진짜 악당, 대한민국 공공의 적 에고스틱입니다. 반갑습니다!"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왔다 내 야동]

[신 그는 망고스틱인가? 신 그는 망고스틱인가? 신 그는 망고스틱인가?]

[자기 입으로 진짜 악당 공공의 적 ㅇㅈㄹㅋㅋㅋㅋ]

[야코의 적ㅋㅋㅋㅋㅋㅋㅋ]

[이 시대의 진짜 히어로를 잘못 말한 건가요?]

[공공의 히어로 아니었음? 진짜 몰?루]

[ㅋㅋㅋㅋㅋㅋㅋ오프닝부터 개웃기네 춤은 왜추고 있냐고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여기 지금 어디임???]

[어 여기 그 초록괴수가 테러하고 있다던 거기 아님?]

[맞는거 같은데?]

[아니 얘는 여기 또 왜온 거야ㅋㅋㅋㅋㅋㅋ]

여전히 등에는 지하 기지부터 챙겨 온 보따리가 매여 있는 상태.

그곳에서 나는 좀 뒤적이다가 무선 마이크를 꺼냈다. 자 보자... 페어링을 저 스피커에 하면? 됐다.

어느덧 스피커에서 노래는 멈추고, 마이크에 연결되었다.

나는 마이크를 한번 톡 건드려봤다

톡-.

쿵-.

마이크를 치자 스피커에서 나는 묵직한 소리.

그래, 제대로 연결된 거 같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옆에 스피커에서 엄청난 음량으로 소리가 나갔다. 아 시바 귀 멀겠네.

예전에 서은이가 특제 개조한 스피커라 그런지,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콘서트장의 뚱땡이 스피커정도의 출력이 나간다. 그래, 이 정도면 저 건물 아래에도 잘 들리겠지?

나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저 밑에 있는 악어새끼 한테 말을 건넸다. 평소대로 존댓말로 할까? 아니야, 얘는 괘씸하니 그냥 반말가자.

"악어 새끼는 들어라. 너는 포위됐다. 지금 당장 항복해라."

저 밑에서 민간인 학살을 시작하려던 크로코다일맨은, 위에 있는 나를 보더니 방향을 돌려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큰 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아니, 저 새끼는 왜 나처럼 스피커 쓰는 것도 아닌데 소리가 이렇게 커.

"네놈은 누구냐!!!!"

"네가 몇분 전에 음해한 에고스틱이다 이 새끼야."

"뭐라고!!!!"

눈이 안 좋은지 눈을 찡그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악어 주둥이. 그렇게 한참을 보다 드디어 내 얼굴을 확인한 뒤, 열을 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놈!!!!!! 에고스틱이 아니냐!!!!!!"

"그래, 내가 에고스틱이라고."

"네 이놈!!!! 내가 죽여주겠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달려오기 시작하는 놈. 급발진에 굉장히 당황스럽다. 내가 뭘 했다고 이래.

근데 그건 그렇고 나 건물 위에 있는데 어느세월에 올려고? 엘리베이터타고 오려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놈은 건물 외벽에 손을 박더니 건물을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으아아아아아!!!!"

"너 뭐 하냐?"

괴성을 지르며 건물을 기어오르는 놈.

나는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해줬다. 엘리베이터보다는 빠르게 올라오기는 하네. 애초에 건물 층수가 그리 높지 않아서 금방 올라온다.

"으아아!!!"

기어코 기어서 올라온 놈.

옥상에 착지하자, 쿵-  하며 건물을 뒤흔드는 소리가 났다.

"네 이놈!!!! 내가 죽여주겠다!!!!!!"

"아니, 말로 하자니까?"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나한테 돌진하는 녀석을 순간 이동으로 가뿐히 피해줬다. 그냥 바로 등 뒤로 이동하면 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어. 스피커는 그냥 땅바닥에 내려 놓았고, 마이크와 보따리만 챙긴 채 이동했다.

돌진 후에 내가 맞지 않은 채 사라지자 당황하는 녀석. 아니, 뉴스만 봐도 내가 순간 이동 능력 있다는 건 알 텐데 뭐하는 거지?

고개를 돌리며 나를 찾길래 계속 등 뒤로 순간 이동 해서 놈의 시야에 절대 안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몹시 당황하는 놈. 아니, 얘가 원래 이렇게 바보였나?

결국, 나는 못 참고 이놈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말았다. 손으로 찰싹.

"뭐 하냐 이놈아?"

얘 좀 모자란 친구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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